회장은 너무 놀란 나머지 가슴이 아팠다.옷을 든 손이 덜덜 떨고 있는 회장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도대체 누가 이렇게 양심도 없는 거야? 너무 한 거 아니야? 도대체 누가 건드린 거야?”성연이 눈을 가느스럼하게 떴다.무대의상이 이렇게 되었으니 분명히 입을 수 없을 터.지금 무슨 말을 해도 방법이 없었다.성연이 물었다.“따로 더 준비한 것 있어? 없어?”회장의 안목이 너무 높아서 한참을 찾다가 겨우 이 의상으로 선택한 거였다. 누가 이런 악의적인 일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채.화가 난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니, 한 벌뿐이야. 게다가 빌려온 거야. 지금 10분 있으면 공연 시작이야.”지금 다시 의상을 빌리러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게 확실했다.회장을 말을 들은 성연이 한참 침묵했다.조각조각 잘린 옷은 헝겊조각이 되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고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누군가 그들의 공연을 방해하려고 했다.마침 공연을 마친 학우들 몇몇이 무대에서 내려와 그들 옆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저들의 옷은 전통의상이었다. 성연이 공연하는 연극의 내용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성연에게 방법이 떠올랐다.이 방법을 생각한 후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성연이 즉시 한 여학생을 붙잡았다.“이봐, 잠깐만.” 성연이 소리쳤다.그 학생이 발걸음을 멈추며 물었다.“왜?”“사실은 말이야, 곧 우리 공연 차례인데, 우리 무대 의상에 잠시 문제가 생겼어. 네 의상을 잠시 빌려 입고 싶은데 괜찮아?” 가능할지 어떨지는 성연도 모른다.‘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으니, 우선 한번 해 보는 거지, 뭐.’“그래도 돼?” 그 학생이 확신이 없는 듯 물었다.“괜찮아.”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나선 회장이 망가진 의상을 그 학우 앞에 보였다.“우리 정말 시간이 급해.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좀 도와줘.”무대의상과 회장의 초조한 모습을 보던 학생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들을 도울 수 있다면야 뭐.”마침내 승낙을 받은
성연이 의상을 털었다.다행히 의상이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수선된 듯하다. 무대를 살릴 수만 있다면야 뭐.송성연이 대답했다. “대충했어.”그리고 의상을 갈아입은 성연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체형이 아주 좋은 성연이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며 들리는 의상은 고전적인 느낌에 동화풍의 느낌까지 더해져 아주 환상적인 분위기였다.무대에 오른 성연은 귀빈석에 앉은 무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강무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성연과 무진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무진이 마치 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그녀를 향해 입술을 끌어올렸다.무진은 자주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저 웃음에 빙설마저 녹을 것 같은 느낌이다. 깊은 두 눈동자는 블랙홀처럼 하마터면 사람을 빨아들일 듯하다.잠시 정신을 놓았던 성연이 겨우 시선을 돌렸다. 귀 끝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귀를 만졌다.‘저 웃음 정말 치명적이야. 미색으로 사람을 잡는군!’회장이 관례에 따라 무대 시작 인사를 하며 앞에서 몇 마디 소개했다.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성연은 곧바로 극중 배역에 몰입했다. 극의 줄거리는 역시 아주 막장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이게.不过,经过上次提出的修改,倒是少了很多狗血的台词,没有那么尴尬了。하지만 지난번 의견에 따라 수정을 거치며 막장 대사가 많이 줄어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그러나 동화는 동화였다. 다소 허황된. 비록 많은 수정을 거쳤다 해도 여전히 과장된 부분들이 존재했다.하지만 성연은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어색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우 아름다웠다.현장에서 관람한 사람들 모두 연극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와, 얼굴이 다 했어.][줄거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배우만 보면 돼.][너희들, 이 막장극도 송성연이 연기하니까 꼭 영화보는 것 같지 않았어? 바로 이런 게 주인공이야.][맞아, 맞아. 송성연 연기가 폭발적이야. 분명 저렇게 훌륭한 학생인데 말이야. 앞으로 누가 또 감히 그녀를 모함한다면 내가 싸울 거야.]성연의 연기
[아니야! 앞의 팀보다 더 예쁜 것 같아!]많은 여학생들이 저런 스타일의 옷을 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의론이 분분한 가운데 성연의 뛰어난 연기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좀 처지던 진우진은 완전히 성연에게 이끌려갔다.그러나 진우진의 장점, 뛰어난 용모로 자신의 연기를 가리며 눈을 즐겁게 했다.많은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송성연과 진우진을 묶어 CP로 만들었다.[야, 너희들, 송성연과 진우진 너무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니?][공주와 왕자야. 특히 두 사람의 외모 너무 잘 어울리지?][나 혼자만 저들이 CP느낌이 물씬 난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네.][앞으로 저들을 ‘연우 CP’라고 부르자. 흐흐흐, 듣기 좋지 않니? 저 두 사람 외모만큼 예쁘잖아.]처음에는 그런대로 쓸모가 있다고 여긴 무진이었다.그러나 뒤로 갈수록 기분이 나빴다.‘송성연의 약혼자인 내가 여기 주빈석에 앉아 있는데, 감히 송성연을 다른 사람과 커플로 묶어?’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무리의 아이들과 따질 수도 없고.총명한 손건호가 즉시 무진의 뜻을 아주 잘 추측했다.마침 교장이 옆에 앉아 있었으므로 바로 그 자리에서 교장에게 말했다.“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을요. 학생들은 역시 학업을 중시해야지요. 연예계 같은 그런 흉내는 아닌 것 같네요. CP는 무슨 CP랍니까? 엉망진창이군요.”교장은 성연과 무진의 진짜 관계를 모른다.단지 성연의 가정교육이 비교적 엄격해서 유달리 명성에 신경을 쓰는 강씨 집안 사람들을 대신해 손건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 생각할 뿐.그래서 교장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말해 놓겠습니다."손건호가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격렬한 박수 소리 속에서 성연과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려갔다.연극이 끝나자마자 즉시 달려온 회장이 성연을 보며 흥분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 네 연기 정말 대단했어. 우리 연극을 완전 네가 살렸어.”솔직히 말해서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성연이 맡은 역할은 이미 끝이 났다.이때 무대 관중석 뒷줄에 자리한 구석에 앉아 있는 여시화의 안색이 어두웠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그녀가 옆에 앉은 추종자에게 물었다.“의상을 잘랐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송성연이 공연할 수 있는 거야?”여시화가 이렇게 한 목적은 바로 성연이 진우진과 같이 공연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송성연이 어떤 사람인데? 그녀가 어떻게 진우진과 공연할 자격이 있다는 거야?’그러나 성연은 공연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도 좋았다.앞줄에서 들려오는 칭찬에 여시화가 이를 지끈 물었다.추종자가 매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진짜 송성연의 원래 무대의상을 잘랐어. 그런데 송성연이 어디에서 공연복을 찾아왔는지 모르겠다.”화가 잔뜩 난 여시화는 연극을 더 볼 의욕이 없었다.‘송성연, 저 X은 정말 운도 좋아.’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계략을 짰지 않은가 말이다. 공연 시작 전에 의상을 망가뜨렸는데, 송성연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과연 아첨꾼답게 하루 종일 시시덕거리며 사람을 꼬실 줄 알았다.자신은 꼭 모든 사람들이 송성연의 진면목을 알도록 할 것이다.송성연의 공연이 끝나자 무진은 이후의 행사를 계속 볼 생각이 없어졌다.오늘 그가 온 목적은 순전히 송성연 때문이었다.무진이 직접 오는 것을 본 교장은 예년에 채점했던 심사위원들을 철수시켰다.교장이 떠보듯이 한마디 물었다.“강 대표님, 오늘 어떤 공연이 비교적 마음에 드셨는지요? 학교에서는 뛰어난 공연에 상을 수여할 것입니다.”“연극 동아리 팀이 괜찮더군요. 제가 보기에, 이 팀에게 환호하는 학생들의 음성이 가장 높더군요.” 무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마디 꺼냈다.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결코 편파적인 생각이 아니었다.만약 연기에도 상이 있다면, 성연의 그 팀은 손색이 없었다.그들 팀의 공연에 대해서는 학생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터.만약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연극 팀이 우승할 승산이 가장 높아 보였다.말을 끝낸
무진이 얼른 피했다. 기세를 잡은 성연이 바로 이어 손발을 같이 움직였다. 무진도 그녀와 합을 맞추어 움직였다.성연의 동작이 너무나 갑작스러워 미처 방비하지 못한 무진은 겨우 손으로 막아냈다.그러자 팔에 가해지는 엄청난 진동으로 저려왔다.‘이 발차기, 정말 힘이 넘치는군.’‘분명히 오랜 시간 단련된 거야.’성연 또한 쫓아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얼른 뻗었던 다리를 내렸다.무진이 팔을 주무르며 따졌다.“송성연, 약혼자를 죽이려는 거야?”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성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누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는 줄 알았다고요.”무진이 소리도 내지 않고 성연의 뒤로 다가간 것은 순전히 그녀를 놀래키고 싶었을 뿐이다. 결국 본인이 놀랐지만 말이다.무진은 성연의 앞에서 담담하게 말했다.“너 방금 그 발차기 좋았어.”성연이 황급히 대답했다.“예전에 시골에 있을 때, 태권도와 해동검도를 잘하시는 이웃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셔서 좀 따라 배웠어요.”성연은 강씨 집안의 실권자로서 다리를 다치기 전에는 무진도 호신술을 상당히 익혔을 거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실력 또한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발차기 때문에 무진이 뭔가 눈치를 챌까 걱정이 된 성연이 즉시 해명했다.하지만 무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방금 성연의 발차기는 전문 훈련을 받은 무예인만이 할 수 있는 각도와 힘이라는 걸.무진의 얼굴에 순간 깨달은 듯한 표정이 떠올랐으나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나는 진짜 모르겠네,”만약 더 계속하다간 진짜 무진은 뭔가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지금 그는 이미 반신반의하는 태도였다.성연이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아, 맞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구석진 한적한 곳을 골랐다.하지만 학교의 최대 후원자인 무진이 북성남고에 올 때면 앞뒤로 분명 수행하는 사람이 붙었을 터인데 말이다.무진이 혼자 올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더 이상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연을 본 무진 또한 성연이 속상한 일을 일부러 들추고 싶지 않았다.성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미 다 지나 갔어. 뭐 먹고 싶어? 가자.”머릿속에서 먹고 싶은 걸 생각한 성연이 손가락으로 꼽으며 말했다.“베이징오리구이 먹고 싶어요. 지난번에 먹었던 해물죽도 괜찮았는데. 또 매콤한 마라탕과 꼬치를 먹고 땀을 푹 내면 엄청 시원할 것 같아요.”성연이 말한 요리들은 분명 모두 제각기 다른 식당의 메뉴들이었다.그러나 무진은 별다른 말 하지 않았다. 귀찮아 하지도 않았고.그저 부드러운 음성으로 가볍게 말했다. “그러자.”무진이 다가가서 성연의 손을 잡았다. 성연도 거부하지 않은 채 순순히 무진과 나란히 걸었.손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의 동작은 아무리 봐도 무척이나 다정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여시화가 보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기분이 좋지 않았던 여시화는 기분을 좀 풀고 싶은 마음에 가산에 올라와 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성연을 보게 된 것이다.가산의 바위 틈 사이에 숨어서 성연이 여기 와서 뭐 하는지 볼 생각이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이 온 것이다.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더니 손을 잡고 떠났다.여시화는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니 두 사람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남매 같지 않았다.이거 송성연이 자신에게 찾아준 핑계거리가 아닐까?핸드폰을 잘 챙긴 여시화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에야 말로 정말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송성연, 설마 이번에도 도망갈 수 있을까?’‘어쩜 그리 청순한 이미지로 사람들을 모두 속이고 있는지.’ 성연과 무진이 떠난 뒤 학교 강당에서는 시상식이 열렸다.성연의 연극동아리가 일등을 했다.회장은 솔직이 너무 기뻐하지는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을 차례가 되자 모두들 서로 밀어대고 난리였다.눈도 채 못 뜬 모양의 회장은 어찌 그리 무기력한지.회장이
이튿날 학교 게시판에는 성연과 무진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린 게시물 작성자는 악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게시판에는 모두 성연을 비방하는 말들로 가득했다.게시물 주인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송성연은 정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네요. 앞에는 진우진, 뒤에는 또 학교 이사장을 끼고 있으니 말이죠. 재단 이사장이 대부호이니 명단에 올리고 싶었나?]이후 성연은 허영심에 가득 찬 인물로 전교에 소문이 짝 퍼졌다.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서로 각자의 주장을 고집했다. 그 와중에도 많은 학우들이 성연의 편에서 말하기도 했다.[나는 송성연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 함께 지낸 사람들은 모두 알아. 송성연은 정말 괜찮은 애야.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한단 거야.][위에서 송성연을 위해 합리화하는 애는 누구야? 송성연은 돈만 밝히는 쓰레기에 불과해. 정말 징그러워.][쯧쯧, 생각할수록 무섭다. 너희들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해. 송성연은 얼마 전에 시골에서 전학왔어. 그런데 어떻게 학교에서 그렇게 제 마음대로 날뛸 수 있었겠어? 뒤에 저렇게 든든한 백이 있었던 거야. 한 번에 한 사람씩 꼬드기는데 확실히 우리가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니 꽤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송성연이 정말 재능이 뛰어나다는 건 왜 말 안해? 들으니 연극반에 큰 위기가 있었을 때 모두 송성연이 나서서 해결했대.][재능이 있으면 뭐 어쩌라고? 가치관이 잘못된 사람을 이렇게 치켜세우다니 정말 무섭다.]비록 성연의 입장에서 말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성연을 비방하는 글들이다.교실로 가는 계단에 걸터앉은 여시화는 휴대폰으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웃음을 지었다.며칠 이래저래 농간을 부리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 생겼다.핸드폰을 쥐고 있는 여시화의 눈에 웃음이 한가득이다.‘사람들에게 보여줄 거야. 송성연이 어떤 인간인지.’‘특히나 진우진이 성연의 정체를 알게 되면 분
오전 중에 소문은 이미 전교에 다 퍼졌다.거의 모든 사람들이 성연의 행적을 알게 된 셈이다.자신의 목적이 이미 달성되었다는 생각에 여시화는 즐거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주시한 채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드디어 지난 번의 수모를 갚을 수 있게 되었다.성연은 늘 자신과 맞서려고 했다.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도 않고서!점심때 식당에서 여시화와 가까이 지내는 여자애들 몇이 성연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새 이사장을 꼬시다니, 송성연 정말 대단한 능력이야. 어린 나이에 벌써 이렇게 타락해서는 원, 쯧쯧."“난 진즉 알아봤어. 송성연, 행실이 단정하지 않은 애라는 것 말이야. 매일 쟤 엉덩이를 쫓아다니며 ‘여신’이라고 하는 애들 도대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아마도 말이지, 다들 송성연 외모에 현혹된 게 아닐까? 이제 소문이 다 났으니 송성연 명성도 구려지겠지. 그래도 송성연 옹호하는 애들이 있을까?”“시화야, 너 이번 계획 정말 절묘했어. 아이들에게 진상을 제대로 보여주다니.”“나는 단지 사실을 밝혔을 뿐이야.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어.” 여시화의 입 꼬리는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았다.여자애들의 말을 들으니 여시화는 마음이 편안해졌다.‘송성연은 예쁘긴 하지. 그래서 예쁘면 뭐? 어차피 행실이 나쁜 더러운 x일뿐인데.’마침 성연도 밥을 먹으러 식당에 왔다. 여시화의 친구들이 성연을 보고는 고의로 음성을 높여 떠들어댔다.듣고 있던 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려? 지금 날 무슨 물러 터진 홍시 취급하는 거야?’식판을 들고 지나가던 성연이 일부러 그 앞에서 넘어지는 척 비틀거리는 순간 식판이 날아갔다.그리고 아주 교묘하게 떨어지며, 식판에 담겼던 음식, 국이 한창 떠들어대던 여자애들에게로 쏟아졌다.식당 안이 난데없는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그 자리에서 멍청하게 보고 있던 여시화는 순간 놀라 얼어버렸다.그리고, 여시화는 자각하지 못했다. 흘러내린 국이 그녀의 화장을 싹 지워버리며 원래의 얼굴을 여실히 드러냈다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
무진과 성연은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다.저녁이 되자 무진이 예약한 곳으로 가서 그래함과 유채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유채연을 본 무진은 정말 미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예쁜 여자들도 많지만.’‘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런 단순함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그래서 그래함이 좋아했구나.’무진은 유채연이 수줍게 그래함의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먼저 유채연에게 인사를 했다.“유채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약혼자인 강무진입니다.”유채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안녕하세요.”요리가 곧 나오자 무진이 말했다.“채연 언니, 사양하지 마시고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모두 친구인데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요.”성연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언니. 이 집의 생선 요리는 정말 잘 해요. 비린내도 하나도 없는 데다가 아주 신선해요. 빨리 먹어봐요.”말을 하면서 유채연의 접시에 듬뿍 집어 주었다.유채연은 약간 머뭇거렸다.이제야 자신과 그래함과의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이전에 자신은 넘볼 수 없었던 곳을 그래함은 마음대로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유채연은 이런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서 다소 불편했다.거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어주는 대로 먹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처럼 행동하면 그래함이 망신을 당하겠지.’그래함은 유채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스테이크를 썰어 유채연의 앞에 주면서 말했다.“당신이 낯선 음식을 잘 먹지 못할까 봐 완전히 익힌 걸로 시켰어. 입맛에 맞는지 먹어봐.”유채연은 다 익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다 먹었는데, 이렇게 비싼 음식은 말할 것도 없어.’고개를 숙이고 먹으려고 할 때, 그래함이 휴지로 유채연의 입을 닦아주면서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먹기 싫으면, 먹지 말고 그냥 놔두고 다른 걸 먹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어. 나는 단지 당신이 즐겁게 식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래함이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
외삼촌은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부축했다.여전히 울고 있던 유채연이 일어나자, 그래함이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다.“얼른 가거라.” 외삼촌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함은 외삼촌을 한 번 본 뒤 유채연이 차에 타도록 부축해 주었다.유채연은 외삼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성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외삼촌이 몸을 돌릴 때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걸 봤지만, 유채연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이 옆에서 따라서 소리쳤다.“외삼촌, 제가 채연 언니하고 자주 돌아올 게요. 저는 외삼촌 가게 하드가 좋아요.”그제야 서둘러 눈물을 닦은 외삼촌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마.”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자, 창밖의 장면도 빠르게 바뀌었다.차에 앉아서도 유채연은 여전히 훌쩍거렸다.그래함은 유채연을 꼭 안고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채연아, 외삼촌이 보고싶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서 볼 수 있어. 내가 같이 올게.”“정말?” 그래함을 바라보는 유채연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물론이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다 해 줄게.” 예전에는 그래함도 뭘 해도 혼자였다.하지만 이제 유채연이 있으니 모두 달라졌다.그래함은 틀림없이 유채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어쩌면 유채연을 위해 정말 국내로 이주할 수도.“그런데 내가 없는데 외삼촌은 어떡하지? 자기 몸을 잘 추스릴까?” ‘예전에는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책임졌지.’‘지금 내가 떠났으니 외삼촌은 잘 수습할 수 있을지 몰라.’성연은 조수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성연은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아서 유채연과 그래함에게 공간을 내주었다.그 말을 듣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채연 언니, 외삼촌은 마음이 그렇게 섬세한 분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떠날 때 그래함은 외삼촌에게 체크카드를 남겨 두었다. 비밀번호도 쪽지에 써 두었다. 그 돈이면 외삼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편안하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