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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양보할 수 없어

야식을 먹은 후 방으로 돌아온 성연은 무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잠을 잤다.

일찍부터 졸렸던 성연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얌전하게 자는 성연의 얼굴을 보던 무진은 이가 근질근질했다.

‘아니, 저 혼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거 아냐? 화를 냈는데도 눈꼽 만큼도 신경을 안 써?’

무진이 다가가 성연의 얼굴을 꼬집었다.

얼굴이 하얀 성연의 볼이 금세 붉어지는 것을 본 무진의 눈에 한순간 허탈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마음속의 답답함은 희한하게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무진은 속으로 묵묵히 자신의 한계치를 하향 조정했다.

성연이 내일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건다면 용서해야지,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성연의 반사신경이 뛰어난 편이지만, 그 남자에게 이런 뜻이 있다해도 성연은 모를 것이다.

‘아마 진짜 친구이겠지.’

마음속으로 묵묵히 자신을 위로한 무진이 겨우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

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 시간, 먼저 일어난 무진이 식탁 앞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눈이 자꾸 위층을 향하고 있으니,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터.

하지만 어찌나 감쪽같이 위장을 했던지 집사와 비서 손건호도 모두 무진의 작은 동작들을 놓치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성연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평소처럼 성연이 자신에게 인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성연은 마치 그를 보지 못한 것처럼 앞을 쓰윽 지나가 버렸다. 그야말로 투명인간 취급을 한 것이다.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았더라면 젓가락을 떨어뜨릴 뻔한 무진이다. 그러나 성연은 아침식사 내내 무진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니 도대체 누가 잘못했는데? 어떻게 자신과 성연의 입장이 바뀐 것 같지?’

성연이 뜻밖에 화를 내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화를 내는 거냐고?

무진은 울화가 치밀며 가슴이 아플 정도로 답답했다.

조만간 성연 때문에 화가 나 죽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다 먹고 입을 닦은 성연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성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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