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ROSE레스토랑.성연이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마침 입구에서 무진에 만났다.두 사람이 함께 고개를 들어 보고 나서야 ROSE레스토랑이 뜻밖에도 커플식당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성연은 먼저 소리를 내어 농담했다.“어머, 아저씨 지금은 화가 안 나세요?”무진 고개를 돌렸다. “나는 화가 나지 않았어.”비록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의 말투는 오히려 많이 부드러워졌다.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성연은 무진과 드디어 화해한 셈이다.원래 싸울 필요도 없었기에 성연은 심리적 부담이 별로 없었다.홀가분하게 행동했다.그들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고, 가끔 성연이 농담을 몇 마디 하면 무진도 그녀의 농담을 받아주었다.이 커플식당은 한 빌딩의 22층에 위치해 있으며 사방이 다 유리창으로 되어 있으며 창가에 앉아 북성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전에 소지한이 예약한 그 식당보다 야경이 더 좋아 거의 북성 전체를 눈 밑에 덮을 수 있어 웅장하게 보인다.성연의 눈은 밖에서 찍힌 점점이 찍힌 불빛에 의해 눈에 마치 장식되어 원래 깨끗한 눈동자가 수정처럼 아름답게 보였다.성연은 바깥의 경치를 보고 있었고, 무진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성연이 이곳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이 식당은 일반 커플식당처럼 모두 분홍색으로 장식되어 있지 않아서 저속하지 않았다. 여기는 은은한 베이지색을 사용한다. 불빛과 함께 온 사람이 빛에 싸여 있는 것 같다. 사람에게 매우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여기 음식 또한 아주 정교하고 맛있게 보였다.성연은 참지 못하고 칭찬했다.“맛이 정말 좋네요.”무진은 성연이 진심으로 이곳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마음도 많이 즐거워졌다.‘이 레스토랑에 오길 잘 했어. 손건호가 드디어 제대로 된 일을 했군.’무진은 성연이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에 자기 앞에 있는 것도 성연 앞에 밀고 말했다.“맛있어!? 그럼 많이 먹어.”성연은 진짜 맛있게 먹고 있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아저씨는 안 먹어요?”“배고프지 않아.”무진이
무진이 대답하지 않고, 단지 웃는 듯 마는 듯 성연을 바라보았다.그는 경솔하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스스로 다정해 보였을 것이다.그런데 성연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럼요. 우린 이미 약혼했어요.”성연이 보기에는 이 일은 숨길 만한 것이 없었다.이런 레스토랑은 줄곧 고객의 정보를 잘 보호해서 직원도 자기들의 관계를 더욱 밖으로 소문이 내지 않을 것이다. 인정해도 상관없다.성연도 직원을 속일 의사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원래 약혼한 부부 사이였기 때문이다.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네.”그녀는 뒤에 있는 다른 직원이 들고 있는 쟁반에서 나무로 만든 상자를 꺼내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이 받았다. 직원이 간 후에야 송성연은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은색 팔찌가 들어 있었고, 손목과 밀착된 중앙에는 생동감 넘치는 돌고래 두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성연은 손을 놓지 않고 만졌는데 이 팔찌는 아주 정교하게 디자인되었다.성연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매우 마음에 들었다.가격은 그리 비싸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다.‘뭐, 이쁘고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누가 가격을 신경 쓰겠어?’성연 자신은 돈이 모든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마음에 들어?” 성연이 게임을 제외하고 무언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처음 본 무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네, 좋아요. 아저씨는 이 팔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말하면서 성연은 팔찌를 들고 무진 앞에서 흔들기도 했다.“꽤 괜찮네.” 무진은 성연의 손에 있는 팔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분명히 이 팔찌의 재질은 그리 좋지 않지만, 확실히 예쁘다.성연의 안목이 줄곧 매우 좋았다.성연은 상자 안의 팔찌를 꺼내 무진이 앞에 건네주었다.“자, 해주세요.”무진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성연이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이 팔찌를 채워달라고 했다.입가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무진은 성연 손에 있는 팔찌를 받은 후, 조심스럽게 성연에게 손목에 채웠다.이 팔찌는 마치 성연을 위해 맞춤 제작된 듯 사
저녁을 먹은 후, 성연과 무진은 식당에서 떠났다.성연은 때때로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길을 보지 않고 걷자 무진이 그녀를 감싸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주차장에 도착하자 무진이 물었다. “갈까?”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바로 가지 말고, 먼저 이 근처에서 산책 좀 해요. 소화도 시킬 겸.”모처럼 나왔는데 오늘 밤의 분위기도 마침 좋았다. 성연은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말하자면, 성연은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왔는데도 아직 이 도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무진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도 성연과 좀 더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그는 먼저 성연의 손을 잡았다.“어디로 가고 싶은데 있으면 말해 봐. 내가 데리고 갈게.”무진의 손바닥은 포근하고 따뜻해 성연을 안정감 있게 했다.그러나 성연은 이렇게 하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손을 빼려고 했다.무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함부로 움직이지 마. 여기 밤 길이라 어두컴컴해. 이따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갈 수도 있잖아. 그러다가 흩어져서 못 찾으면 어떻게 해.”성연은 생각해보니 일리도 있었다. 그때 흩어져 못 찾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순순히 무진에게 끌려 무진의 뒤를 따랐다.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여러 관광지와 유적지를 보았다.그중 성연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북성에 있는 이 산이었다.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따뜻한 불빛이 주위의 산길을 밝게 비추었다.길에는 아직도 많은 계수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지나갈 때는 계수나무 향기도 은은하게 맡을 수 있다.산꼭대기에 이르러 홀로 산속의 기운이 밀려와 사람의 마음을 씻어내는 느낌이 들어 들뜬 마음을 안정시켰다.돌아가는 도중에 줄지어 늘어선 계수나무 꽃을 보면서 성연은 다른 마음이 생겼다.그녀가 살펴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진의 귓가에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이곳의 계수나무 꽃을 좀 가져가고 싶은데 어떡하죠?”무진이 듣자마자 옆에 있는 계수나무 꽃을
성연은 무진을 따라 들어간 후 주위의 환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단번에 알았다.성연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학생을 이런 곳에 데려오는 것이 정말 잘 한 일일까요?”‘아무리 봐도 강무진은 청순한 고등학생을 유괴하는 나쁜 아저씨인 것 같았다.’무진은 성연의 마음속의 생각을 몰랐다.알면 그는 답답해서 피를 토할 것이다.그는 늘 자신이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는 달래는 듯 성연의 손을 잡았다.“내가 있잖아.”성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무진과 함께 룸에 들어갔다.도착한 후에 룸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진우현은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진우현은 오늘 주홍색 셔츠를 입고, 더구나 그 매력적인 얼굴 때문에 자웅을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준수하고, 아주 매혹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그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옷차림은 편해 보였지만 온몸이 다 명품의 귀공자이다.생김새가 요즘 인기가 많은 아이돌의 꽃미남 같은 스타일.이때 그는 소파에 건들건들 앉아서 전혀 똑바로 앉지 않았다.그가 바로 방금 무진에게 전화한 사람, 심재현이다.무진을 보자마자 그는 과장되게 달려들어 무진을 끌어안으려 했다.“무진 형, 오랜만이에요.”결국 무진 옆에 오기 전에 무진이 발에 차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다.성연은 호기심으로 심재현을 바라보았다.이때 심재현도 성연의 존재를 발견하였다.그는 순식간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살면서 오늘 처음으로 무진이형 곁에 여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니.’‘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고목에 꽃이 핀다고?’심재현은 성연을 훑어보는 동시에 손을 내밀어 열정적인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재현입니다.”“송성연입니다.” 성연이 손을 내밀려고 하자 맞은편 심재현의 손이 무진의 손바닥에 의해 튕겼다. “인사했잖아, 악수까지 할 필요는 없어.”심재현은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무진과 성연이 옆에 앉자 심재현이 비로소 반응했다.‘설마 강무진이 질투하는 거야?’‘
심재현은 즉시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너희들 모를 거야, 내가 거기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돼지밥과 별 차이가 없는 걸 먹고, 그리고 여자조차도 못 생겼다. 허허벌판에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어.”이 일은 언급할 수 없다. 언급하기만 하면 가슴 아픈 역사이다.비록 심재현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과장되지는 않았고, 그도 그렇게 갈증이 나지 않았지만, 친구를 만나면 자연히 하소연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그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렀는데,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진우현은 그가 연극처럼 말을 하니까, 상당히 침착했다. 그는 일찍이 심재현의 엄살에 익숙해 있었다.진우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너희 할아버지가 잘 하셨어. 네가 간 후에 우리는 몇 달 동안 편하고 조용히 지냈어.”심재현은 그들 몇 명 중에서 가장 소란을 잘 핀 사람이다.때때로 일을 좀 만들었고, 그렇지 않으면 그의 성격으로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심씨 집안에서는 심재현 외아들 하나밖에 없어서 어렸을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랐다.이것이야 말로 그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을 만들었다.무진도 진우현의 말에 매우 찬성했다.“네가 없으니까 우리 삶이 아주 조용하고 좋았는데.”심재현은 바로 화가 난 척하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흥, 너희들 마음이 변했구나!”성연은 그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사석에서 강무진이 친구과 지내는 것이 이런 모습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심재현 쪽을 쳐다보니 눈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있었다.무진의 웃음이 많이 가라앉자 그는 성연의 귓가에 옆머리를 얹고 물었다.“왜? 저런 스타일을 좋아해?”귓가에 열기가 스쳐 지나가자 성연의 차가운 귀밑이 간지러웠다.그러나 무진의 말이 별로 듣기 좋지 않았다.“아저씨가 허튼소리 하지 않는 게 어때요?”성연은 어떤 유형을 좋아하는지 정하지 않았다.실제로 만났을 때만 알 수 있으니까.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 사람이라고 확신했을 때. 틀림없이 그 사람이라고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귀를 기울여 들으며 묵묵히 음료수를 마셨다.무진은 성연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렸다.어린 여자애가 두 볼이 붉어지고 두 눈에 물기가 흐르며 두 눈이 촉촉하고 눈빛이 이미 아리송하여 곤드레만드레 취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그는 성연이 손에 들고 있는 컵을 한 번 보았다.성연에게 준 것은 단지 낮은 도수의 과실주일 뿐이었다.성연의 주량이 그렇게 약한 줄은 몰랐다.무진이 할 수 없이 손을 들어 대화를 중단했다.그는 성연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약간의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왜? 어지러워?”성연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른다.단지 음료수 두 잔을 마셨을 뿐인데, 앞에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흐릿하다.그녀와 이야기하는 무진조차도 두 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러나 앞에 있는 사람이 무진이라는 것을 알고 성연은 안심을 했다.그녀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지러워요, 돌아가서 자고 싶어요.”성연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렸고 머리도 어질어질했다.생각이 많이 무디어졌다.사고력을 잃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성연의 볼에 붙였다. 그녀의 볼은 약간 뜨거웠다.무진의 손바닥은 얼음처럼 차갑고, 성연은 꽤 편안함을 느꼈다.참지 못하고 그의 손바닥에 비볐다.무진이 성연의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집으로 가자.”이 말을 마치자 무진은 두말없이 사람을 가로질러 문밖으로 나갔다.“이 어린이가 술에 취해서, 먼저 일어날게. 너희들끼리 놀다 가.” 무진이 룸을 떠나 버렸다.심재현은 멍해졌다. 두 사람이 간 후, 심재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우현을 바라보았다.“우현아, 무슨 상황이야?”평소에 무진은 여자를 보면 마치 그녀들이 전염병이라도 있는 것처럼 멀리 피했다. 예전에 그도 무진에게 많은 여자들 소개했다.그러나 예외는 없었다. 무진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거나 여자가 귀찮다고 말했다.그때 심재현은 무진과 같은 목석이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왔다.성연은 정신이 흐물흐물해져 무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무진은 몸매가 크고 성연은 그의 품에 안겨 마치 정교한 인형처럼 그가 안는 데 조금도 힘이 들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갈 때 성연은 무진의 목을 안고 또박또박 말을 했다.“나 목욕하러 갈래, 목욕, 목욕…….”성연의 몸에는 특별한 향기가 나는데, 이때 좀 가까워지자 향기가 더 뚜렷해졌다.그녀는 무진의 목 옆에서 숨을 쉬며 그 설레임이 무진의 마음속에 들어갔다.지금 성연의 모습을 보니 무진은 아무것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달래며 말했다.“그래, 먼저 방으로 가자. 그럼 내가 목욕 물을 받아 줄게.”방 안에서 성연을 잘 내려준 후에 무진이 욕실에 가서 성연이 씻을 물을 받아 주었다.무진은 물이 욕조를 조금씩 채우는 것을 보고 있었다.무진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태까지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든 적은 없었다.생각만 해도 웃긴다.예전에 무진은 자신이 그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물 온도를 체크해 보고 적정온도가 된 후에야 무진이 침실로 돌아와 성연을 데리고 욕실로 갔다. “괜찮아? 혼자 할 수 있겠어?”성연은 취했지만 아직 정신이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당연하죠.”‘이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송성연의 사전에는 안 된다는 단어가 없어.’성연은 자신만만하게 내려갔지만 발걸음은 흔들렸다.심지어 걸어가다가 카펫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무진이 먼저 걸어가서 성연을 부축하자 곧 화가 나서 웃을 것 같았다.“이런 게 바로 네가 할 수 있다는 말이야?”성연이 자신을 부딪칠지 모르겠다.성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나 정말 할 수 있어요!”“아니면 나는…….”무진은 성연과 함께 들어갈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타이밍 아닐 것 같고, 성연도 이미 성인이 되었다.자신이 만약 따라 들어간다면 아마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응?” 무진의 말을 반만 듣자
노트북을 들고 침대에 앉아 업무를 보던 무진은 귀여운 술주정꾼 생각에 좀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고 신경이 쓰였다.밖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욕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하니 성연이 욕실에 들어간지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욕조에 물을 받고 목욕을 했어도 충분할 시간이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며 성연의 이름을 불렀다.“성연아, 송성연, 다 씻었어?”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결국 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욕실로 들어가니 욕조의 수면까지 미끄러져 내려간 성연의 긴 머리가 물 위를 부유하고 있었다.도대체 욕조 안에서 얼마나 몸을 담그고 있었는지.깜짝 놀란 무진이 황급히 다가가 손을 뻗어 성연을 붙잡아 올렸다.“콜록, 콜록.” 욕조 속에서 일으켜 앉힌 후 가슴을 압박하자, 성연이 입으로 물을 뱉어냈다. 욕실 안은 온통 성연의 기침 소리로 가득했다.드디어 성연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눈을 뜬 성연이 자신을 안고 있는 무진을 보고는 와락 밀어냈다.“아저씨…….”지금 알몸인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 탓이다.무진은 성연의 얼굴로 시선을 떨어뜨렸다.성연의 눈에서 화염이 쏟아지는 듯하다.“돌아서요!”수줍어하던 기색도 잠시,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었다.아무리 자신을 부르기 위해 들어왔다고 쳐도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강무진이라니.‘마치 색마 같잖아?’갸름한 성연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게 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무진은 끝까지 몸을 돌리지 않았다. 다만 시선을 성연의 얼굴 쪽으로 향한 채 턱 아래로 내리지 않았다.무진이 일부러 성연을 도발하듯이 말했다.“어차피 앞으로 다 볼 건데 뭘. 좀 일찍 보나 늦게 보나 매한가지 아니야?”“누가 보여준다고 그래요? 빨리 몸 돌려요. 안 그러면 정말 화 낼 거예요!”성연의 말투가 차가워지며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강무진이 보는 건
무진의 표정은 굳어졌고, 마음은 마치 무거운 망치에 맞은 것 같았다.성연은 멍한 표정이었다.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파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곧 순식간에 슬픔에 휩싸이면서 눈가에 눈물이 반짝였고, 곧 눈물이 비오듯이 쏟아졌다.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목현수의 눈도 순식간에 뿌옇게 변했다.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자, 이마에는 핏줄이 불거졌다.설사 모두 마음속으로는 이미 이런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끝내 작은 기대라도 품은 채 기적이 나타나기만 기다리는 듯했다.그러나 눈앞에서 스승님의 딸인 예민주가 직접 발표했으니, 모든 기회가 다 무너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불세출의 천재였던 예중천 스승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예민주는 비통하게 울었고, 성연은 자신의 목소리를 억누른 채 억지로 참았지만 끝내 흐느낌을 멈출 수가 없었다.성연의 곁으로 다가간 무진이 성연을 품에 안고 다독였다.“성연아, 너무 슬퍼하지 마! 스승님은 분명히 네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야!”무진이 조용히 말했다.실제로 예중천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도 마찬가지로 슬펐다. 한때 자신이 정말 닮고 싶었던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최고봉의 성과를 이룬 사람이었기에.비록 지금은 무진의 사업에서의 성과가 이미 예중천을 넘어섰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숭배했던 사람이다.목현수가 예민주를 위로하면서 어깨를 토닥거렸다.“막내 사매, 너무 슬퍼하지 마...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나하고 성연이가 너를 잘 돌볼게. 스승님은 반드시 네가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라실 거야!”비록 예민주가 목현수에게 처음에 준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 순간의 슬픔은 진실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목현수는 마음속으로 예민주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잠시 후 사람들의 감정이 비로소 좀 진정되었다.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눈물을 닦은 예민주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난 뒤 아버지의 과거를 다시 이야기했다.“
“성연아, 성연아, 일어나, 네 사형이 왔어!”무진이 가볍게 부르자,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성연이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무진의 목을 덥석 안았다.처음 깨어났을 때의 그 얼떨떨한 성연의 표정을 보고 있던 무진이 갑자기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뽀뽀하지 마요. 아직 양치질도 안 했는데!”성연이 큰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오랜만에 무진에게 애교를 부리자, 무진은 또 다시 살인미소를 지었다.일어나서 세수를 마친 성연은 아래층의 거실로 내려갔다.목현수는 이미 도착했고 손건호도 돌아와 있었다.목현수의 곁에 수줍은 듯이 조용히 앉아 있던 예민주는 성연을 보자 곧바로 인사를 했다.“언니, 일어났네요! 그래도 정말 여유롭네요.”“성연아, 너 다음에는 이렇게 무모하게 굴면 안 돼? 무진 씨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도 사람들을 데리고 유럽에서 너를 찾을 준비까지 다 마쳤어. 너는 그때 무진 씨의 말투를 모를 거야!”목현수가 곧바로 무진의 내막을 폭로하자, 무진은 헛기침을 하면서 난감한 상황을 완화시키려고 했다.그러나 그 말을 듣자, 성연은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정말 기뻤다.“사형, 알겠어요!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 그런데 샤넬은요? 왜 함께 오지 않았어요?”성연이 물었다.“어떻게 와?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져서 배가 수박만 해! 나는 이제 아빠가 된다고!” 목현수가 눈썹을 실룩거리면서 무진에게 한껏 자랑했다.무진이 썩소를 날리면서 성연을 힐끗 쳐다보자 성연도 따라서 썩소를 날렸다.부창부수인 이 젊은 부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린 목현수가 물었다.“설마... 너희들도 생긴 거야?”성연이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자, 무진은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그래! 어차피 내 아이가 너희 아이보다 일찍 태어날 거야. 너희 애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맏이가 되겠지!”목현수는 자신을 위로했다.지금 예민주는 확실히 모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다.예민주의 마음은 몹시 불편했다.게다가 목현수 사형이 자신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런 느낌은
깊은 밤, 저택의 서재.7명의 임원들과 전화 통화를 한 무진은 예민주의 말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7 명의 임원들은 확실히 곧 돌아올 것이다.마음이 안정되자 무진은 잠시 생각한 뒤 즉시 홍보부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밤 12시에 모든 인터넷 매체에 통보하도록 해. WS그룹 7명의 고위 임원들은 출국해서 비밀리에 현지 조사를 마친 뒤 돌아왔다.” “모든 소문은 일부 인사들의 악의적인 조작일 뿐이라고 말이야!”구체적인 통보 기준은 홍보 부장이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반드시 잘 처리할 테니 마음 놓으세요. 그럼 악의적인 비방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습니까?]“정도에 따라서 해. 너희 홍보팀에서 시행하도록 해. 만약 일부 네티즌들이 말을 와전했을 정도라면 그냥 놔 둬. 만약 누군가 엉큼한 심보를 품고 그랬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해!”[알겠습니다.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일찍 쉬시지요!]전화를 끊은 후, 무진이 깊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은 마침내 푹 잘 수 있겠어.’‘할머니와 고모는 이미 본가로 돌아가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시지 않게 내일 한 번 가서 소식을 전해드려야겠어.’마침 수프 그릇을 손에 든 성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무진 씨, 눈 밑에 이 다크서클 좀 봐요. 항상 밤을 새울 수는 없어요. 자, 이걸 마셔봐요. 정신을 안정시키고 두뇌를 보양하는 작용이 있어요!”성연의 수프는 그냥 끓이는 게 아니다. 매번 자신의 처방을 첨가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인이 끓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무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수프는 됐으니까 이리 와 봐. 우리 아기하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맞다, 할머니와 고모에게는 말씀드렸어?”자신의 배를 가볍게 어루만지는 무진의 손을 보자, 성연의 두 눈에는 달콤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아직요! 할머니와 고모님을 놀라게 하려고 했는데 임원들이 실종된 사건 때문에 걱정하셔서 나도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경사니까 언제 아시더라도 기뻐하
서한기는 정중하게 예민주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예민주 씨,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하세요. 제가 사람을 시켜서 적절하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예민주는 서한기도 준수하게 생긴 데다가 아주 강렬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걸 보고는, 마음속으로 좀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일부러 침대로 달려간 뒤 옆으로 누워서 요염한 자세를 취한 채 서한기를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본 서한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얼른 시선을 돌리고는 감히 예민주와 시선도 부딪치지 못했다.“저는 예민주라고 해요. 당신은요?” 예민주는 마치 어린 아가씨가 자신을 드러내듯이 조심하지 않으면서도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저는 서한기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여태까지 없었던 상황이 펼쳐지자 서한기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나를 이렇게 당황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어.’ ‘좀 이해가 안 되는데.’“안녕하세요, 한기 오빠! 이렇게 불러도 되겠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상대방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자, 예민주는 자신의 매력에 대해 그래도 만족스러웠다.‘그러나 이런 매력도 강무진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었어.’‘송성연은 도대체 어떻게 강무진을 꼬신 거야?’심장이 격렬하게 뛰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서한기가 급히 방에서 나오려고 했다.“한기 오빠, 잠깐만요. 성연 언니를 보면 제가 할 얘기가 있다고 오라고 전해주세요.”“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나는 갈 테니까 먼저 푹 쉬도록 해요.”말이 끝나자 서한기는 재빨리 방에서 나왔다. 크게 호흡을 하고 자신의 뺨을 때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내가 왜 이러지? 저 예민주에게 무슨 마력라도 있는 걸까?’30분 후, 성연이 방문을 두드리자 예민주가 대답했다.“들어오세요!”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성연이 다정한 모습으로 물었다.“사매, 어때, 이 방은 맘에 들어?”“괜찮아요. 아주 맘에 들어요! 언니, 정말 부러워요. 무진 오빠하고 결혼도 한 데다가 아
“무진 씨, 그 7명의 임원들은 곧 귀국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 임원들은 유럽의 한 클럽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곧바로 전용기로 데려간 거예요.”“그런데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모든 핸드폰을 수거하는 바람에 감쪽같이 실종된 걸로 변한 거예요.”차안에서 성연은 임원들의 일에 대해서 대충 설명했다.예민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성연이 완전히 자신이 주입한 지시에 따라서 말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클럽 얘기는 더욱 사실무근이었다.다 듣고 나서도 무진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예민주에게 물었다.“민주 씨는 발견한 다음에 왜 바로 내게 알리지 않고 성연이에게 알린 거야?”예민주의 눈빛에 교활함이 스쳐 지나가면서 일찌감치 마련해 둔 대답을 말했다.“무진 오빠, 오빠는 분명히 주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빠가 국내에 있을 때 주변에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에서 감시하는 첩자들이 있었어요.” “오빠가 하는 모든 행동은 상대방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제가 언니에게 아무도 모르게 유럽에 오라고 해서 저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했어요.”“그런데 그 클럽은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었던 거야?” 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성연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그 클럽은 원래 MS 가문과 관계가 있었던 걸로 추측이 돼요. 보복으로 그 7명의 임원들을 통해서 WS그룹을 파괴하려던 거지요.”“아니면 진교철일 수도 있어요. 내가 사매와 함께 7명의 임원들을 찾았을 때, 모두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면서 중간에 생겼던 일들의 이유도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그래서 지금은 추측할 수밖에 없어요!”미간을 짚은 채 생각하던 무진은 아내가 말한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고 인정했다.‘연계진은 결국 진교철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했어. 하지만 진교철이 도대체 뭘 계획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그러나 7 명의 임원들이 곧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자, 무진의 마음도 다소 홀가분해졌다.“무진 오빠, 또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 7 명의 임원들
마음속으로는 크게 충격을 받았지만 무진의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다.누가 뭐라고 해도 예전의 예중천은 명성이 자자했던 대단한 천재였다.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사업의 재질과 의학에서의 조예, 무학 수준도 아주 높았다. 심지어 국제 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우러러보던 존재이기도 했다.예중천이 감쪽같이 실종되자 놀란 주요 기관들이 전국과 전 세계를 샅샅이 뒤지면서 찾았다.그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그 예중천의 딸이 바로 무진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이다.예민주는 아주 잘 위장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남자가 본다면, 마치 이웃집 아가씨처럼 상큼 발랄하고 순박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예민주의 시선을 마주한 무진은 섬뜩했다. 그 짙은 남색의 눈동자는 마치 드넓은 심해처럼 사람을 삼키는 느낌이 들었다.‘신비로우면서도 뭔가 꺼림직해!’“안녕하세요, 당신이 바로 언니의 남편이신 강무진 씨인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예민주가 환한 표정으로 무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 예중천 선생님의 따님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무진도 예의 바르게 손을 뻗어 가볍게 악수했다.그러나 이렇게 악수만 했는데도 예민주는 마치 심장이 떨리는 듯했다.‘이 남자는 내가 꿈꾸던 훌륭한 남자가 분명해. 내게 어울리는 남자야!’무진과 성연의 대단했던 결혼식 동영상이 인터넷에 너무나 많이 퍼져 있었기에, 예민주도 본 적이 있었다.그때 예민주는 컴퓨터 화면을 부수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 마음속으로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할 뿐이었다. ‘강무진 같은 이런 남자가 어떻게 송성연에게 어울릴 수 있단 말이야?’‘오직 나만이 강무진의 곁에 있으면서 강무진의 모든 업적을 지켜볼 자격이 있어!’예민주는 심지어 이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보다도 더 빛날 것이라고 믿었다.“무진 오빠, 제 이름은 예민주고, 제 아버지
공항 입국 게이트.암담한 눈빛의 성연은 걸음도 부자연스러워서 똑바로 걷지도 못했다.이 상황을 본 예민주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약을 너무 많이 먹인 모양이네. 정신을 좀 차리게 해야겠어.’이렇게 생각하고 곧바로 은침으로 성연의 허리에 있는 혈을 찔렀다.순간 아픈 표정을 드러냈지만, 곧 눈빛이 되살아난 성연이 고개를 돌려 예민주를 바라보았다.“막내 사매? 여기가 어디야?”성연이 자신을 이렇게 부르는 걸 듣자 예민주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드러냈다.‘보아하니, 내가 연구해서 만든 독이 그래도 썩 효과가 좋은 것 같네.’사람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한 뒤 인식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이 독은, 여민주가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서 비로소 성공한 것이다.그 실험 대상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F국의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언니, 이제 귀국했으니까 곧 무진 오빠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무진 오빠가 보고싶죠?” 예민주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약은 성연이 무진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예민주의 계획은 전혀 시행할 수가 없다.‘그래, 한 걸음씩 차근차근 해야 해.’ 예민주의 인내심은 대단했다.“응, 무진 씨가 내 남편이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어. 무진씨가 잘해 줄 거야! 그러니 안심하고 운성시에서 살면 돼.” “더 이상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 스승님이 너를 잘 보호하라고 당부하셨어!”지금 성연은 더 이상 예전의 성연이 아니라 이미 완전히 변했다. 성연의 머릿속에는 이상한 기억들과 지시가 박혀 있었다.그래서 예민주에 대한 말투는 더없이 온화했다.“응, 언니가 정말 잘해 주시는 걸요! 언니가 외국에 와서 나를 찾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 거기에 갇혀 있었을 거예요. 언니가 제게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예요!”예민주는 마음속으로는 그야말로 통쾌하게 웃고 싶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주 선량한 척 가장하면서 묵묵히 성연의 기억을 강화하고 있었다.예민주가 설계한 기억 속에서 성연은 어제 오후 3시에
하룻밤 사이에 연운그룹은 완전히 무너졌다. 연계진 회장은 탈세 문제로 구속되었고, 많은 부문의 책임자들도 잇달아 사직했다. 인터넷의 여론이 폭발하면서, 주가는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또 다시 20%나 폭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회장 대행인 조수경도 이미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어서 도저히 국면을 만회할 수가 없었다. 진교철과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결국 진교철은 여전히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대리인을 시켜서 연운그룹에 한 투자마저 철회했다.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조수경도 재빨리 연운그룹과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수경은 오후에 바로 회장 대행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그룹 전체가 이미 완전히 끝장이 났다. 게다가 여러 여직원들의 고소에 직면해 있어서, 탈세 문제뿐만 아니라 성범죄 문제와도 엮여 있었다.이 보도를 접하면 당연히 즐거운 마음이 들어야 했지만, 지금 무진은 초조한 마음으로 커피만 연거푸 마시고 있었다.그 7 명의 임원들 사건이 무진을 이렇게 초조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그래함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이른 아침에 전화를 건 그래함은, 성연의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줄곧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래서 무슨 사고가 생길까 봐, 어젯밤에 성연과 짜고 거짓말을 했다고 무진에게 빨리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무진은 비로소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성연의 핸드폰으로 연달아 전화를 걸었지만 줄곧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소리만 들렸다.손건호와 서한기에게 반드시 단서를 찾으라고 지시한 뒤 지금 보고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곧 핸드폰이 울려서 보니 손건호의 전화였다.얼른 전화를 받은 무진이 다급하게 물었다.“소식이 있어?”[보스, 사모님의 종적을 찾았습니다. 어제 오후 3시 비행기로 F국 프로방스로 갔습니다!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추적하기 위해서 제가 이미 비행기표를 예약했습니다!]“그래, 어서 가.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보고하고. 하지만 반드시 은밀히 해야 해. 실혼전에서 틀림없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을 거야!” 무진은 당황
완전히 놀란성연은 멍한 상태가 되었다.실혼전의 캐서린을 마주해도 지금처럼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너 정말 예중천 스승님의 딸이 맞아? 왜, 왜 이렇게 하려는 거야?” 질문하는 것 같기도 했고 또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예민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수잔이 주는 커피를 받으면서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선배,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아버지가 언니에게 그렇게 많이 가르쳐 줬어요. 언니도 은혜에 보답해야 하지 않아요? “그러니 언니가 강무진 씨를 양보한다면, 아주 간단하게 은혜에 보답하는 게 되겠지요!”“웃기지 마!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안 돼!”이를 악문 성연의 눈빛에는 살기도 확고하게 배어 있었다.“언니는 안 죽어도 돼요! 그리고 언니가 죽는다면 소용이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언니가 순순히 양보하는 거예요! 나하고 강무진 씨가 행복해야 지내는 모습을 봐야지요.” “그리고 언니의 뱃속에 있는 아이도 언니가 키우게 할 수도 있어요. 내가 갑자기 아이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때 다시 내게 줘도 돼요.”예민주의 말투는 마치 농담을 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성연은 예민주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놀라서 가슴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수잔은 마치 로봇처럼 성연에게 홍차를 가져다주었다.“송성연 씨, 차 드세요!”“예민주, 네가 말한 계획들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 그 7명의 임원들이 없어도 내 남편이 충분히 조정할 수 있어.” “그리고 강씨 가문 사람들을 함부로 해치겠다는 그런 말을 하니 더 터무니가 없지.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 넌 스승님의 딸도 아니면서 왜 딸이라고 사칭한 거야?”성연의 거듭되는 질문에 갑자기 화가 난 예민주는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변했다.“나를 화나게 해서 더 많은 사실을 드러내게 만들겠다는 거지요! 좋아요, 그럼 내가 아예 말해 줄게요.” “예전에 강무진 씨 부모님 죽음은 우리 예씨 가문과 관계가 있어요. 강씨 가문이 우리 예씨 가문에게 빚진 거지요! 알겠어요?”“내가 강씨 가문의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