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도 고민하고 있었다. 비록 뒷모습만 나왔을 뿐인데도 강무진이 바로 알아보았다.그러니 무진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볼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특히 강운경과 안금여.만약 그들이 알았다면, 무진이 알게 된 것보다 분명 더 심각했을 것이다.한참을 생각한 끝에 결국 소지한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정했다.성연의 전화를 받았을 때 소지한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있었다.“송상연, 무슨 일인데 나한테 전화할 생각을 다 한 거야?”옆에 있던 로드매니저가 소지한의 말투를 듣고 참지 못하고 흘깃 곁눈질을 했다.소지한이 이렇게 부드러운 말투로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상대방에게 친근한 반말을 하고 있어.’‘그리고 여자인 것 같은데.’밖에서 떠들고 있는 ‘소지한 여자친구’를 생각하던 로드매니저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이 일이 생겼을 때 회사는 즉시 소지한을 불렀다.소지한에게 물었지만 시종 사진속의 여자애의 신분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소지한은 톱스타이고 신분도 신비로워 회사는 아주 조심스럽게 모시고 있는 형편이다. 그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은 당연히 감히 강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소지한의 통화를 듣고 있던 로드매니저의 마음은 온통 여러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매우 심각한 표정이었다.그러나 소지한은 경계심이 강했다.사람들이 자신의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한 그는 한적한 구석을 찾아 성연과 통화했다.성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나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언론에서 찾아오는 것은 더 싫어. 그 스캔들 너도 봤지? 네가 직접 해명해.]원래 아무 상관도 없었는데, 댓글에 남겨진 그 사람들이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였다.성연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알았어.” 소지한은 성연이 싫어하는 일은 당연히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성연은 소지한과 한 두 마디 잡담을 더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통화가 끝난 뒤 소지한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로
소지한의 해명이 나오자 또 각 큰 언론 매체 및 인터넷의 메인 뉴스를 차지했다.손건호가 들어와서 제일 먼저 무진에게 알려주었다.손건호는 성연의 일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고생하는 사람은 자기뿐만 아니라 온 회사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기사를 읽던 무진의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기분도 어쩐지 좋아진 것 같다.그러나 그는 그렇게 쉽게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큰 소리로 지시했다.“가서 조사해. 성연이 언제 소지한과 알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봐.”‘소지한의 얼굴이 상당히 말끔한 데다가 스타이니까 여자애들이 아주 잘 속아 넘어 갈 수 있어.’‘성연이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성연을 위해서라도 조사해야지.’무진은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핑계를 찾고 있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다.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가 질투하니까 정말 너무 무섭다.’무진의 심복으로서 무진의 신분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말을 해주고 싶었다.그러나 뒤에 자기 보스가 가까스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다.‘그때 왜 막으려 했지?’앞으로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보스의 능력이면 사람을 보호하는 건 문제가 안되니까.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자신이 무슨 걱정을 하겠는가?설사 앞으로 강무진과 송성연이 진짜 부부가 되더라도 자신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집으로 돌아갈 때 무진과 성연이 사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도록 손건호 자신이 중매자가 되여 아예 성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작은 사모님, 보스가 함께 ROSE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자고 하셨습니다.”성연은 이 문자를 보았을 때 마음속으로 좀 놀랐다.그러나 생각해보니, 아마도 무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어젯밤에 무리하게 소란을 피우는 것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히 자기한테 밥을 사주고 사과하려는 것 같았다.성연은 그렇게 쩨쩨하지 않았다.다만 무진이 자기한테 말을 하지 않을 뿐, 자신도 그를 상대하기 귀찮을 뿐이다.그러나 무진이 자기에게 체면을 세워준 이
그날 밤, ROSE레스토랑.성연이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마침 입구에서 무진에 만났다.두 사람이 함께 고개를 들어 보고 나서야 ROSE레스토랑이 뜻밖에도 커플식당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성연은 먼저 소리를 내어 농담했다.“어머, 아저씨 지금은 화가 안 나세요?”무진 고개를 돌렸다. “나는 화가 나지 않았어.”비록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의 말투는 오히려 많이 부드러워졌다.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성연은 무진과 드디어 화해한 셈이다.원래 싸울 필요도 없었기에 성연은 심리적 부담이 별로 없었다.홀가분하게 행동했다.그들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고, 가끔 성연이 농담을 몇 마디 하면 무진도 그녀의 농담을 받아주었다.이 커플식당은 한 빌딩의 22층에 위치해 있으며 사방이 다 유리창으로 되어 있으며 창가에 앉아 북성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전에 소지한이 예약한 그 식당보다 야경이 더 좋아 거의 북성 전체를 눈 밑에 덮을 수 있어 웅장하게 보인다.성연의 눈은 밖에서 찍힌 점점이 찍힌 불빛에 의해 눈에 마치 장식되어 원래 깨끗한 눈동자가 수정처럼 아름답게 보였다.성연은 바깥의 경치를 보고 있었고, 무진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성연이 이곳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이 식당은 일반 커플식당처럼 모두 분홍색으로 장식되어 있지 않아서 저속하지 않았다. 여기는 은은한 베이지색을 사용한다. 불빛과 함께 온 사람이 빛에 싸여 있는 것 같다. 사람에게 매우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여기 음식 또한 아주 정교하고 맛있게 보였다.성연은 참지 못하고 칭찬했다.“맛이 정말 좋네요.”무진은 성연이 진심으로 이곳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마음도 많이 즐거워졌다.‘이 레스토랑에 오길 잘 했어. 손건호가 드디어 제대로 된 일을 했군.’무진은 성연이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에 자기 앞에 있는 것도 성연 앞에 밀고 말했다.“맛있어!? 그럼 많이 먹어.”성연은 진짜 맛있게 먹고 있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아저씨는 안 먹어요?”“배고프지 않아.”무진이
무진이 대답하지 않고, 단지 웃는 듯 마는 듯 성연을 바라보았다.그는 경솔하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스스로 다정해 보였을 것이다.그런데 성연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럼요. 우린 이미 약혼했어요.”성연이 보기에는 이 일은 숨길 만한 것이 없었다.이런 레스토랑은 줄곧 고객의 정보를 잘 보호해서 직원도 자기들의 관계를 더욱 밖으로 소문이 내지 않을 것이다. 인정해도 상관없다.성연도 직원을 속일 의사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원래 약혼한 부부 사이였기 때문이다.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네.”그녀는 뒤에 있는 다른 직원이 들고 있는 쟁반에서 나무로 만든 상자를 꺼내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이 받았다. 직원이 간 후에야 송성연은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은색 팔찌가 들어 있었고, 손목과 밀착된 중앙에는 생동감 넘치는 돌고래 두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성연은 손을 놓지 않고 만졌는데 이 팔찌는 아주 정교하게 디자인되었다.성연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매우 마음에 들었다.가격은 그리 비싸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다.‘뭐, 이쁘고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누가 가격을 신경 쓰겠어?’성연 자신은 돈이 모든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마음에 들어?” 성연이 게임을 제외하고 무언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처음 본 무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네, 좋아요. 아저씨는 이 팔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말하면서 성연은 팔찌를 들고 무진 앞에서 흔들기도 했다.“꽤 괜찮네.” 무진은 성연의 손에 있는 팔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분명히 이 팔찌의 재질은 그리 좋지 않지만, 확실히 예쁘다.성연의 안목이 줄곧 매우 좋았다.성연은 상자 안의 팔찌를 꺼내 무진이 앞에 건네주었다.“자, 해주세요.”무진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성연이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이 팔찌를 채워달라고 했다.입가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무진은 성연 손에 있는 팔찌를 받은 후, 조심스럽게 성연에게 손목에 채웠다.이 팔찌는 마치 성연을 위해 맞춤 제작된 듯 사
저녁을 먹은 후, 성연과 무진은 식당에서 떠났다.성연은 때때로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길을 보지 않고 걷자 무진이 그녀를 감싸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주차장에 도착하자 무진이 물었다. “갈까?”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바로 가지 말고, 먼저 이 근처에서 산책 좀 해요. 소화도 시킬 겸.”모처럼 나왔는데 오늘 밤의 분위기도 마침 좋았다. 성연은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말하자면, 성연은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왔는데도 아직 이 도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무진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도 성연과 좀 더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그는 먼저 성연의 손을 잡았다.“어디로 가고 싶은데 있으면 말해 봐. 내가 데리고 갈게.”무진의 손바닥은 포근하고 따뜻해 성연을 안정감 있게 했다.그러나 성연은 이렇게 하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손을 빼려고 했다.무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함부로 움직이지 마. 여기 밤 길이라 어두컴컴해. 이따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갈 수도 있잖아. 그러다가 흩어져서 못 찾으면 어떻게 해.”성연은 생각해보니 일리도 있었다. 그때 흩어져 못 찾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순순히 무진에게 끌려 무진의 뒤를 따랐다.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여러 관광지와 유적지를 보았다.그중 성연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북성에 있는 이 산이었다.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따뜻한 불빛이 주위의 산길을 밝게 비추었다.길에는 아직도 많은 계수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지나갈 때는 계수나무 향기도 은은하게 맡을 수 있다.산꼭대기에 이르러 홀로 산속의 기운이 밀려와 사람의 마음을 씻어내는 느낌이 들어 들뜬 마음을 안정시켰다.돌아가는 도중에 줄지어 늘어선 계수나무 꽃을 보면서 성연은 다른 마음이 생겼다.그녀가 살펴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진의 귓가에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이곳의 계수나무 꽃을 좀 가져가고 싶은데 어떡하죠?”무진이 듣자마자 옆에 있는 계수나무 꽃을
성연은 무진을 따라 들어간 후 주위의 환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단번에 알았다.성연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학생을 이런 곳에 데려오는 것이 정말 잘 한 일일까요?”‘아무리 봐도 강무진은 청순한 고등학생을 유괴하는 나쁜 아저씨인 것 같았다.’무진은 성연의 마음속의 생각을 몰랐다.알면 그는 답답해서 피를 토할 것이다.그는 늘 자신이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는 달래는 듯 성연의 손을 잡았다.“내가 있잖아.”성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무진과 함께 룸에 들어갔다.도착한 후에 룸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진우현은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진우현은 오늘 주홍색 셔츠를 입고, 더구나 그 매력적인 얼굴 때문에 자웅을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준수하고, 아주 매혹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그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옷차림은 편해 보였지만 온몸이 다 명품의 귀공자이다.생김새가 요즘 인기가 많은 아이돌의 꽃미남 같은 스타일.이때 그는 소파에 건들건들 앉아서 전혀 똑바로 앉지 않았다.그가 바로 방금 무진에게 전화한 사람, 심재현이다.무진을 보자마자 그는 과장되게 달려들어 무진을 끌어안으려 했다.“무진 형, 오랜만이에요.”결국 무진 옆에 오기 전에 무진이 발에 차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다.성연은 호기심으로 심재현을 바라보았다.이때 심재현도 성연의 존재를 발견하였다.그는 순식간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살면서 오늘 처음으로 무진이형 곁에 여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니.’‘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고목에 꽃이 핀다고?’심재현은 성연을 훑어보는 동시에 손을 내밀어 열정적인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재현입니다.”“송성연입니다.” 성연이 손을 내밀려고 하자 맞은편 심재현의 손이 무진의 손바닥에 의해 튕겼다. “인사했잖아, 악수까지 할 필요는 없어.”심재현은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무진과 성연이 옆에 앉자 심재현이 비로소 반응했다.‘설마 강무진이 질투하는 거야?’‘
심재현은 즉시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너희들 모를 거야, 내가 거기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돼지밥과 별 차이가 없는 걸 먹고, 그리고 여자조차도 못 생겼다. 허허벌판에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어.”이 일은 언급할 수 없다. 언급하기만 하면 가슴 아픈 역사이다.비록 심재현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과장되지는 않았고, 그도 그렇게 갈증이 나지 않았지만, 친구를 만나면 자연히 하소연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그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렀는데,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진우현은 그가 연극처럼 말을 하니까, 상당히 침착했다. 그는 일찍이 심재현의 엄살에 익숙해 있었다.진우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너희 할아버지가 잘 하셨어. 네가 간 후에 우리는 몇 달 동안 편하고 조용히 지냈어.”심재현은 그들 몇 명 중에서 가장 소란을 잘 핀 사람이다.때때로 일을 좀 만들었고, 그렇지 않으면 그의 성격으로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심씨 집안에서는 심재현 외아들 하나밖에 없어서 어렸을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랐다.이것이야 말로 그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을 만들었다.무진도 진우현의 말에 매우 찬성했다.“네가 없으니까 우리 삶이 아주 조용하고 좋았는데.”심재현은 바로 화가 난 척하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흥, 너희들 마음이 변했구나!”성연은 그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사석에서 강무진이 친구과 지내는 것이 이런 모습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심재현 쪽을 쳐다보니 눈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있었다.무진의 웃음이 많이 가라앉자 그는 성연의 귓가에 옆머리를 얹고 물었다.“왜? 저런 스타일을 좋아해?”귓가에 열기가 스쳐 지나가자 성연의 차가운 귀밑이 간지러웠다.그러나 무진의 말이 별로 듣기 좋지 않았다.“아저씨가 허튼소리 하지 않는 게 어때요?”성연은 어떤 유형을 좋아하는지 정하지 않았다.실제로 만났을 때만 알 수 있으니까.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 사람이라고 확신했을 때. 틀림없이 그 사람이라고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귀를 기울여 들으며 묵묵히 음료수를 마셨다.무진은 성연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렸다.어린 여자애가 두 볼이 붉어지고 두 눈에 물기가 흐르며 두 눈이 촉촉하고 눈빛이 이미 아리송하여 곤드레만드레 취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그는 성연이 손에 들고 있는 컵을 한 번 보았다.성연에게 준 것은 단지 낮은 도수의 과실주일 뿐이었다.성연의 주량이 그렇게 약한 줄은 몰랐다.무진이 할 수 없이 손을 들어 대화를 중단했다.그는 성연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약간의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왜? 어지러워?”성연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른다.단지 음료수 두 잔을 마셨을 뿐인데, 앞에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흐릿하다.그녀와 이야기하는 무진조차도 두 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러나 앞에 있는 사람이 무진이라는 것을 알고 성연은 안심을 했다.그녀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지러워요, 돌아가서 자고 싶어요.”성연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렸고 머리도 어질어질했다.생각이 많이 무디어졌다.사고력을 잃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성연의 볼에 붙였다. 그녀의 볼은 약간 뜨거웠다.무진의 손바닥은 얼음처럼 차갑고, 성연은 꽤 편안함을 느꼈다.참지 못하고 그의 손바닥에 비볐다.무진이 성연의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집으로 가자.”이 말을 마치자 무진은 두말없이 사람을 가로질러 문밖으로 나갔다.“이 어린이가 술에 취해서, 먼저 일어날게. 너희들끼리 놀다 가.” 무진이 룸을 떠나 버렸다.심재현은 멍해졌다. 두 사람이 간 후, 심재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우현을 바라보았다.“우현아, 무슨 상황이야?”평소에 무진은 여자를 보면 마치 그녀들이 전염병이라도 있는 것처럼 멀리 피했다. 예전에 그도 무진에게 많은 여자들 소개했다.그러나 예외는 없었다. 무진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거나 여자가 귀찮다고 말했다.그때 심재현은 무진과 같은 목석이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
무진과 성연은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다.저녁이 되자 무진이 예약한 곳으로 가서 그래함과 유채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유채연을 본 무진은 정말 미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예쁜 여자들도 많지만.’‘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런 단순함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그래서 그래함이 좋아했구나.’무진은 유채연이 수줍게 그래함의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먼저 유채연에게 인사를 했다.“유채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약혼자인 강무진입니다.”유채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안녕하세요.”요리가 곧 나오자 무진이 말했다.“채연 언니, 사양하지 마시고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모두 친구인데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요.”성연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언니. 이 집의 생선 요리는 정말 잘 해요. 비린내도 하나도 없는 데다가 아주 신선해요. 빨리 먹어봐요.”말을 하면서 유채연의 접시에 듬뿍 집어 주었다.유채연은 약간 머뭇거렸다.이제야 자신과 그래함과의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이전에 자신은 넘볼 수 없었던 곳을 그래함은 마음대로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유채연은 이런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서 다소 불편했다.거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어주는 대로 먹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처럼 행동하면 그래함이 망신을 당하겠지.’그래함은 유채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스테이크를 썰어 유채연의 앞에 주면서 말했다.“당신이 낯선 음식을 잘 먹지 못할까 봐 완전히 익힌 걸로 시켰어. 입맛에 맞는지 먹어봐.”유채연은 다 익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다 먹었는데, 이렇게 비싼 음식은 말할 것도 없어.’고개를 숙이고 먹으려고 할 때, 그래함이 휴지로 유채연의 입을 닦아주면서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먹기 싫으면, 먹지 말고 그냥 놔두고 다른 걸 먹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어. 나는 단지 당신이 즐겁게 식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래함이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
외삼촌은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부축했다.여전히 울고 있던 유채연이 일어나자, 그래함이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다.“얼른 가거라.” 외삼촌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함은 외삼촌을 한 번 본 뒤 유채연이 차에 타도록 부축해 주었다.유채연은 외삼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성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외삼촌이 몸을 돌릴 때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걸 봤지만, 유채연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이 옆에서 따라서 소리쳤다.“외삼촌, 제가 채연 언니하고 자주 돌아올 게요. 저는 외삼촌 가게 하드가 좋아요.”그제야 서둘러 눈물을 닦은 외삼촌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마.”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자, 창밖의 장면도 빠르게 바뀌었다.차에 앉아서도 유채연은 여전히 훌쩍거렸다.그래함은 유채연을 꼭 안고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채연아, 외삼촌이 보고싶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서 볼 수 있어. 내가 같이 올게.”“정말?” 그래함을 바라보는 유채연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물론이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다 해 줄게.” 예전에는 그래함도 뭘 해도 혼자였다.하지만 이제 유채연이 있으니 모두 달라졌다.그래함은 틀림없이 유채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어쩌면 유채연을 위해 정말 국내로 이주할 수도.“그런데 내가 없는데 외삼촌은 어떡하지? 자기 몸을 잘 추스릴까?” ‘예전에는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책임졌지.’‘지금 내가 떠났으니 외삼촌은 잘 수습할 수 있을지 몰라.’성연은 조수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성연은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아서 유채연과 그래함에게 공간을 내주었다.그 말을 듣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채연 언니, 외삼촌은 마음이 그렇게 섬세한 분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떠날 때 그래함은 외삼촌에게 체크카드를 남겨 두었다. 비밀번호도 쪽지에 써 두었다. 그 돈이면 외삼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편안하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