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대충 알아보긴 목현수는 지체 없이 전화를 끊은 후 성연의 학교로 달려갔다.성연의 기숙사에 도착하니 성연이 방 안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기숙사 안으로 갑자기 한 남자가 들이닥치는 것을 본 송아연은 성연이 일부러 사람을 불러서 자신을 욕보이려는 줄 알았다.그러나 목현수의 얼굴을 본 송아연은 다시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을 바꾸었다.‘만약 진짜 이 남자라면, 내가 손해 보는 것도 아니...’만약 송아연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성연이 알았다면 아마 피를 토하지 않을까?어쨌든 유럽 명문귀족 가의 미스 샤넬도 거들떠보지 않는 목현수의 눈에송아연이 들어올 리가.“송성연, 너 뭘 어쩌려는 거야?”송아연이 물었다.“네가 실토하려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성연이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송아연을 바라보았다.송아연은 가식적으로 자신의 옷을 꽁꽁 여몄다.“내가 그런 방법을 쓸 거라 생각해? 내가 알려주지!”송아연의 동작을 보던 성연은 그녀가 착각하고 있음을 알고는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송아연, 정말이지 네 머리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그제야 자신이 성연의 뜻을 착각했음을 깨달은 송아연.그녀의 시선은 줄곧 목현수의 몸에 머물고 있었다.성연에게서 송씨 집안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송아연에 대한 일말의 호감은커녕 동정심도 없는 목현수.한 마디 말도 없이 미리 준비한 밧줄로 송아연의 손발을 묶은 후에 밖으로 끌고 나갔다.송아연이 바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송성연, 송성연, 너 뭐 하는 거야? 너 어떻게 이렇게 악랄한 거야? 나는 어쨌든 너와 같은 피가 흐르는 여동생이야.”성연은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더 하고 싶지 않았다.여동생 따위, 자신은 인정한 적도 없다.성연은 목현수의 뒤를 따라 나갔다.목현수는 보기에 그리 우람한 체격이 아니지만 힘이 셌다.송아연을 든 모습이 마치 종이 인형을 든 것 마냥 아주 가벼워 보였다.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자 송아연은 침묵할 수
성연과 목현수는 송아연을 버려진 폐공장으로 데려갔다.목현수의 별장에 데려가려고 했지만, 이런 인간 때문에 자신의 집을 더럽히기 싫어 이곳으로 데려온 것.송아연은 지금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송아연의 눈에는 원한에 맺힌 빛으로 가득했다.“송성연,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 너는 내게 통쾌하게 복수할 능력도 있으면서 왜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거야?”“안심해, 금방 할 거니까 조급하게 굴지 말고.” 성연이 느릿느릿 말했다.지금 시험하는 것은 바로 송아연의 심리다.그러나 송아연도 나름 큰일을 겪은 사람. 이곳에 와서도 자신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일러바칠 생각은 없다.‘보아하니 수단을 좀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성연은 전화를 걸어 서한기 일행을 불렀다.어차피 이미 신분이 많이 드러난 상태. 송아연이 알지 말아야 할 일들을 알게 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곧 목현수 일행이 왔다.검은색 제복을 통일해서 입고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위협적으로 보였다.서한기의 얼굴을 보자마자 송아연이 눈을 부릅떴다. “다, 당신...”과연 송아연은 학교 보건교사였던 서한기를 알아보았다.북성남고에 다닐 때.학교 보건의사는 아주 온화한 인상에 학생들과 자주 농담도 했던 기억이 났다.‘원래 평범한 보건 교사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송성연과 한패였어!’송아연은 자신이 거대한 철창에 갇힌 듯이 느껴졌다.애초에 성연과 맞서 싸울 수가 없는 거였다.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연 앞에 가지런히 서서 공손하게 소리쳤다.“보스.”송아연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본 서한기가 고개를 돌렸다. 바라보는 그 눈빛이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잘 벼린 칼날처럼 강렬한 살기를 띠었다.손에 피비린내를 묻힌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절대 이런 눈빛과 기운이 나오지 않는다.깜짝 놀 계속 뒤로 물러나는 송아연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성연이 손을 흔들자 서한기 일행은 뒤로 물러섰다.송아연의 표정을 본 성연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좋아, 그럼 말해봐.” 성연은 송아연의 배후에 누가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다만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지 못했을 뿐.지금 드디어 모든 진상이 밝혀질 참이다.송아연은 자백을 하고 나면 자신에게 결코 좋은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그러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결국 저 쇠몽둥이처럼 반으로 쪼개질 거니까.“소, 소지연 씨야...”마침내 송아연이 눈을 감은 채 한 사람의 이름을 토해 냈다.성연의 동공이 수축되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계속해.”“국내에 있을 때 소지연이 나를 찾아와 나와 손잡고 싶다고 했어. 돈을 주고 입학도 처리해주고 별장도 빌려주면서 나보고 너를 상대하라고 했어.”송아연은 울먹이며 여태까지의 일을 전부 똑똑히 자백했다.송아연의 말을 듣는 동안 성연의 눈에 분노가 가득 들어찼다.소지연을 아프리카로 보내면 행동을 좀 조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런데 오히려 더 심해지다니.’성연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차량 사고 또한 소지연과 관계가 있을 거라 추측했다. 아니, 소지연일 가능성이 높았다.‘소지연은 이 정도로 날 미워한다고?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정도로?’성연은 마음속에서 치미는 울분을 느꼈지만 방법이 없었다.앞으로 받은 것들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는!이번에는 비교적 착실하게 불고 있는 송아연. 성연이 재차 묻기도 전에 계속 말했다.“소지연이 나를 매수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어. 너희 학과의 그 교수도 마찬가지야.”그 말을 듣고도 놀랍지 않았다.‘어쩐지, 처음에 블레이크 교수가 다른 사람의 돈을 받고 나를 겨냥했다는 사실을 사형이 발견했지.’‘그리고 그 매수자는 여자였고.’‘바로 소지연이 맞았어.’‘내가 유럽에 왔을 때부터 온갖 방법을 썼는데, 그게 모두 소지연의 계획이라는 거지.’‘역시 수재다워. 생각하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수가 높네.’듣고 난 후에도 성연이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본 송아연이 조심스럽게 물
송아연은 비할 데 없이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그래, 만약 내가 나중에 또 그런다면, 나가서 물에 빠져 죽을 거야!”그러나 송아연은 마음속으로 어차피 말 한 마디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근본만 착실하게 갖춰져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송성연만 대충 넘기기만 하면 돼.’성연도 송아연을 어떻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송아연이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어떤 위협도 될 수 없기 때문.그녀는 결국 입을 다물고 송아연을 놓아주었다.“너는 돌아가. 네가 한 일을 모두 경찰에 똑똑히 밝히고.”‘국내 형법에 따라서만 송아연을 제재할 수 있어.’‘외국에서는 안 돼. 저들도 외국인의 일은 상관하지 않아.’성연은 도량이 그리 큰 사람이 아니다.송아연이 자신에게 그 많은 짓을 벌인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송아연을 놓아준다고?‘그건 절대로 불가능해.’‘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송아연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해.’송아연의 마음은 온통 성연에 대한 원망이었다.하지만 성연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송아연은 성연에게 너무 약했다. 송성연은 자신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송아연은 전혀 달갑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성연은 알아들었지만 관여하기 귀찮아서 고개를 돌려 서한기에게 말했다.“너희들의 임무는 저 여자를 국내로 데려가는 걸 책임지는 거야.”성연은 송아연이 서한기를 두려워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자신도 송아연이 뭘 할지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송아연은 그럴 배짱도 없기 때문이다.성연은 말을 끝낸 후 송아연을 바라보았다.“너는 귀국하거든 경찰서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성실하게 모든 일을 바른대로 자백해. 그리고 어떤 판결이 날 지 기다려.”송아연은 굴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들은 성연은, 서한기에게 송아연을 데려가라고 했다.아무래도 송아연을 빨리 돌려보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곧 폐창고에는 성연과 목현수 두 사람만 남았다.목현수는 그들 사이의 원한 관계를 몰랐다. 소지연이라는 사람
저녁에 성연은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고 목현수의 별장에서 묵었다.이곳은 목현수가 자주 오는 곳은 아니지만,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성연이 혼자 이곳에서 지내기에도 편리했다.그리고 걔도 안 무서워할 거야.목욕을 하고 나온 성연은 무진에게 영상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가기 무섭게 무진이 전화를 받았다.성연의 전화를 혹여 놓치기라도 할까 봐 성연의 전화나 메시지에 별도의 알람을 설정해 놓은 것.그래서 성연의 전화라는 걸 화면을 보지 않고도 알았다.“오늘 업무는 끝났어요?” 화면에 보이는 무진의 뒷배경을 보니 서재가 아니라 집의 침실이었다.“거의. 요즘 좀 피곤해서 쉬면서 게으름을 좀 피우려 했지.” 무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사실 최근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들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서 당분간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터였다.“그러는 게 당연히 맞죠. 일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니에요. 쉬어가며 일하는 게 건강에도 좋아요.” 성연은 무진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젠 혼자 쉴 생각도 하고 말이지.’“당연히 네 말이 옳아. 뭐든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무진이 성연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대답했다.“지금부터 무진 씨에게 한 가지 알려 줄 게 있어요. 그렇지만 무진 씨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성연이 먼저 무진을 안심시키기 위한 언질을 주었다.무진이 자신의 말을 듣자마자 회사 일도 내팽개치고 당장 날아올까 걱정이 된 것.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무슨 일인데?”성연은 오늘 송아연이 자신에게 말도 안되는 약을 먹이려 했던 일과 블레이크 교수가 자신을 모함하려 했던 일을 무진에게 모두 말했다.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을 사주한 이가 소지연이라는 것 상상할 수 있겠어요?”무진의 눈이 충격과 분노의 빛으로 가득 찼다.지난 번에 비서 손건호에게 유럽에 가서 소지연의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었다.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을뿐더러 소지연이 도대체
성연은 있었던 일을 무진에게 말했다.“송아연은 지금 강제 귀국시켰어요.”앞으로 학교에서 못된 짓을 할 송아연이 없으니 성연은? 지내는 게 훨씬 좋아질 것이다.고개를 끄덕이던 무진은 다시 생각해 봐도 성연을 유럽에 두는 것이 안심이 되지 않았다.“내가 가서 너를 좀 봐야겠어.”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무진 씨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요. 그냥 북성에 있어요. 왔다갔다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데, 무진 씨 몸이 감당하기 힘들어요. 나는 이미 괜찮아요.”“나중에 또 일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내가 최선을 다해 해결할 테니.”무진이 낮게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유럽에서 그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북성에서보다는 못하지만, 유럽에도 당연히 그의 수하들이 있어서 성연이 나쁜 일을 당하게 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알았어요. 이번 일은 너무 갑자기 일어난 거였어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무진 씨에게 전화를 할게요.” 성연이 웃으며 무진을 달랬다.‘오늘은 확실히 좀 위험하긴 했어.’성연도 그다지 자신이 없었던 차에 목현수가 별안간 들이닥쳤던 것이었다.“나도 유럽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무진의 말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그래도 마찬가지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말아요. 나 지금 별일 없잖아요? 그리고 내가 무진 씨에게 모든 걸 다 말했고요?” 성연은 무진이 마음속으로 자책하고 있음을 잘 알았다.그러나 이 일은 무진과는 그다지 큰 관계가 없다.더군다나 무진을 원망하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연애의 감정은 대등한 것. 성연은 무진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길 바라지 않았다.“내가 생각이 짧았어.” 화면으로 성연을 보던 무진은 갑자기 성연이 먼 유럽으로 대학 진학하게 한 것을 후회했다.지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안고 싶어도 안을 수가 없질 않은가? 무슨 일이 생겨도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잘 지내고 있어요. 방학이 되면 나도 무진 씨 보러 갈게요. 지금 송아연이
성연이 방문을 열었다. 역시 목현수였다.목현수는 성연을 혼자 이곳에 두는 게 여전히 불안했다. 오늘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보니 자연히 성연의 상황이 걱정된 것.“너 오늘 괜찮아? 마음이 진정됐어?” 목현수가 건네는 말에 깊은 걱정과 애정이 담겼다.성연이 걱정 말라는 듯 손을 저었다.“괜찮아요.”불쑥 뭔가 생각났는지 성연이 말했다.“사형, 잠깐만요.”방금 목현수에게 문을 열어 주는 동안 무진이 휴대폰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않았다.급하게 다시 방으로 뛰어들어간 성연은 무진이 이미 전화를 끊은 것을 보았다.성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무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보다 하고 추측할 뿐.‘그러니 무진 씨를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다시 거실로 돌아온 성연은 목현수의 건너편에 앉았다.“왜 그래?” 목현수가 물었다.“별일 아니에요.” 성연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무진과 목현수, 두 사람이 왜 서로 잘 안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마다 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그리고 사형도 무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 것 같고.그래서 되도록 두 사람 앞에서는 서로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차 마셔.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야?” 목현수는 성연의 생각을 물어보고 싶었다.그리고 어떻게든 성연을 도와줄 생각이었다.“송아연 쪽은 됐어요. 그에 맞는 벌을 받을 거예요. 그러나 소지연은 반드시 찾아내야 해요!” 성연은 당연히 소지연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다.소지연이 있는 한 위험이 항상 자신을 따를 것이기에.“내가 너를 위해 방법을 찾아 볼게.”목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잠시 생각하던 성연은 그간의 모든 일을 목현수에게 알려주었다.소지연은 줄곧 자신을 상대해왔다. 지난번의 차량 충돌, MS가문의 추격, 심지어 송아연의 음모, 블레이크 교수의 모함 등을 전부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마음속에 억눌러 두고 있던 여러 가지들을 말해 버리자 성연도 마음이 후련했다.지금은 목현수만
“어찌 되었든 사형에게 감사인사를 해야겠네요. 아직 시간이 이른데, 사형, 제가 밥 살게요.” 성연은 목현수가 이런 것들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목현수에게 감사를 표시해야 할 터.때로는 자신 때문에 목현수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그러나 이미 많은 일들을 처리해 온 목현수는 신경 쓰지 않을 게 뻔하다.그래서 성연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그래, 살면서 여동생이 사주는 밥을 먹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는 걸.”목현수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성연도 따라서 실소를 터뜨렸다.“사형, 그렇게 과장하지 말아 줄래요?”목현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두 사람은 목현수의 차를 타고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레스토랑은 당연히 성연이 알아서 고른 곳이다.예전에 앨리스와 같이 밥 먹으러 나왔다가 우연히 이 레스토랑을 발견했는데 아주 맛있었다.성연은 유럽의 환경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미식가인 앨리스는 주변 맛있는 음식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자연히 성연도 앨리스를 따라다니며 맛으로 유명한 음식점들 문을 꽤나 두드렸다.두 사람은 금세 레스토랑에 도착했다.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도 무척이나 아름다운데 반해 가격도 아주 높지는 않은 중간 정도.비교적 양심적인 식당인 셈이다.입구에 도착하자 종업원이 그들을 안내해서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두 분 고객님 따라오시죠.”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다.종업원이 그들을 안내한 자리는 2층의 창가 쪽 자리. 바깥의 조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로 성연이 선택한 자리였다.목현수는 성연이 처음 자신을 데리고 식사하러 온 곳을 이렇게 잘 선택한 것에 다소 놀랐다.“장소를 잘 골랐네.”목현수가 칭찬했다.“룸메이트 따라서 왔었어요.” 성연이 으쓱거림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네 룸메이트 취향이 꽤 괜찮은 것 같네.”목현수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당연하죠, 사형, 메뉴를 골라보세요. 뭘 드시고 싶으세요?” 성연은 목현수에게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