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과 무진은 손을 맞잡은 채 아주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막 학교 담당자를 찾아가서 입학 수속을 밟으려던 때.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일을 목격했다.비명에 이어 아이를 데리고 있던 동양 여성이 지나가던 차에 치였다.여성은 입에서 피를 토하고 손을 떨면서 아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아기, 내 아기...”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약해서 바짝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었다.여성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누워 있는 아이도 혼수상태였다.아이의 얼굴은 핏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백한 것이 부상이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운전자가 바로 차에서 내렸다. “아, 아주머니, 괜찮으세요?”당황한 운전자는 그저 바닥에 누운 여성과 아이를 바라만 보았다.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잇달아 모여들며 길에 쓰러진 모자를 동정했다.“빨리 구급차를 불러,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와서 처리하게 해.”“이렇게 어린 아이인데, 정말 불쌍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거야?”“제발 이들이 무사했으면 좋겠어요.”군중 속에 있던 누군가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렀다.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한 채 그저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무진은 제일 먼저 성연의 눈과 귀를 가렸다.성연이 이런 피로 범벅이 된 장면을 보고 무서워할까 봐.청력이 뛰어난 성연은 주위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음성을 들었다.성연이 무진의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무진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가만 있어. 아니야, 널 데리고 다른 데로 가야겠다.”이미 구급차를 불렀으니, 저들이 살아날 지는 이제 하늘에 맡길 수밖에.주위를 둘러싼 이들 모두 보통 사람들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도우려 해도 마음만 있을 뿐.“그러지 말아요, 무섭지 않아요.” 성연은 눈앞에 사고가 생겼음을 알고는 자신이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알았어.” 무진이
성연은 잠시 자리에 서서 여자와 아이의 상황을 관찰했다.충분히 관찰한 다음 성연은 앞으로 걸어갔다.이번에는 무진도 성연을 막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서서 지켜보았다.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성연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하는 게 싫었다.그러나 사람 생명과 관련된 일. 성연은 잠시 망설였지만 여전히 꿋꿋한 걸음으로 다가갔다.성연은 여자 옆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맥을 짚었다.옆에서 바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저 여자애 뭘 하려는 걸까?”“아마도 사람을 구하려는 거겠죠? 근데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진짜 구할 수 있을까요?”“그만 말해요. 이런 상황에 의학적 지식이 없다면 감히 앞에 나서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조용히 지켜보면 돼요.”그 말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은침을 꺼낸 성연은 여자의 몸에서 혈자리를 찾아 찌른 후 먼저 출혈을 막았다.그러나 여자의 상황은 생각보다 위급했다. 조금 전 맥을 짚던 성연은 여자의 간이 파열된 것을 알았다. 이런 심각한 상태는 성연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의료 기구가 있어야 치료할 수 있다.가볍게 놀러 나온 상황이라 성연은 은침 외에 가지고 있는 약도 없었다.그러나 다행히 은침으로 혈도를 막아서 과다출혈을 피할 수 있었다.이 모든 과정을 끝낸 후에 성연은 여자의 손을 톡톡 두드렸다.“몸을 움직이면 안돼요. 괜찮아요, 겁내지 마세요.”여자의 손이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성연은 조금도 꺼리지 않았다.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성연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입으로 계속 중얼거리기만 할 뿐. “아기, 내 아기, 내 아기 좀 살려주세요.” 이국 타향에서 마치 의지할 곳을 찾은 듯이 여자는 눈에 자그마한 희망을 빛을 담은 채 성연을 바라보았다.“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당신부터 보고 나서 아이도 살펴 볼게요.” 성연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자신이 모르는 증세가 있지는 않은 지 여자의 곁에 좀 더 머물렀다. 피가 멈추지 않는다
몇 분이 지나자 여자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았다.성연은 다시 아이의 머리를 살펴보러 갔다.아이의 머리는 아주 약하기 때문에 성연은 자연히 먼저 머리부터 살폈다.그러나 살펴보던 성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이의 머리는 차에 부딪히며 강한 충격을 받았다. 뇌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고 현재 아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호흡도 미약한데다 뇌출혈로 얼굴이 백지장처럼 투명한 상태였다.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역시 두부 손상이었다.뇌압이 증가하면 뇌졸중, 반신불수, 최악으로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었다.성연은 이왕 온 이상 최선을 다해 아이를 치료할 것이다.이렇게 어린 이 아이는 아직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한 번의 사고로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나서는 안 되었다.성연이 군중들이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니 무진이 보였다.성연이 무진을 향해 소리쳤다. “무진 씨, 이리 와봐요.”무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성연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왜 그래? 내가 도와줄 게 있어?”성연이 낮은 음성으로 그에게 말했다.“무진 씨 몸으로 날 좀 가려줘요.”“알았어.” 무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사람들에게 등을 졌다. 키가 큰 무진의 몸이 아이와 성연을 완전히 가렸다.성연은 먼저 아이의 몸을 똑바로 눕힌 후에 바로 특이한 압박법으로 아이의 옷을 풀어 호흡하기 편안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혈자리를 정확하게 찾은 성연이 천천히 아이의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봐도 잘 모르지만 무진은 바로 옆에서 입술을 오므린 채 성연을 지켜보았다.이런 상황에 쓸모도 없이 성연에게 아무런 도움도 못 주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희한하게도 성연의 압박하는 동안에 아이의 호흡이 점차 돌아왔다. 더 이상 조금 전처럼 미약하지 않았다.성연은 아이의 뇌에 고인 어혈을 제거했다.이런 특수 치료법은 사부님의 직계 제자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외부에 함부로 퍼트려서는 안된다.시행하는 동안 주의해야 할 점들이 무척 많아
갑자기 성연의 손목이 잡혔다.고개를 든 성연은 다소 의기소침해진 무진을 보고서는 순순히 그 뒤를 따랐다.“먼저 좀 씻자.” 머리 위로 무진의 음성이 들려왔다.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핀 성연은 그제야 무진이 자신을 화장실로 데려왔음을 알아차렸다.자신의 손에 핏자국이 가득했다.무진이 자신에 대해 알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성연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무진의 행동에 성연은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적어도 무진이 아직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 화가 많이 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닐까?손을 씻은 후, 무진은 다시 성연을 벤치로 데려가 앉혔다. 그리고 마음속의 의혹에 대해 물었다.“성연아, 넌 도대체 누구에게 의술을 배운 거야? 목현수의 능력도 너와 같아?”그건 성연이 속으로 내내 숨겨오던 비밀.그녀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 안에 관련된 게 너무 많았기에.그러나 지금 자신에게 묻고 있는 이는 무진이었다.다른 사람들처럼 바로 대답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성연도 두려웠다. 무진이 진짜 자신에게 화 났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 순간 성연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무진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조금도 무진에게 밀리지 않음을.그러나 이 일에 관해서는 정말이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성연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무진의 마음도 같이 가라앉았다.“말하고 싶지 않은 거야?”만약 성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무진.‘성연이만 내 옆에 있으면 돼.’고개를 든 성연은 무진의 눈에 스치는 실망감을 포착했다.성연도 따라서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결국 견디지 못한 성연은 일부분을 숨긴 채 조금 전 무진이 보았던 것에 대해 말했다.“무진 씨, 신의 고학중, 알고 있죠?” 성연이 물었다.“알아.” 무진은 한동안 조광증 때문에 고학중을 찾기도 했다.“내가 바로 그 고학중의 제자예요. 미안해요. 이제야 말해서.” 성연은 진심으로 무진에게 사과했다.어찌 되었든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무진을
성연의 말에 따라 무진은 많은 것들을 연결지었다.무진이 물었다.“그럼 할머니가 전에 위험에 처했을 때, 그때도 네가 손을 쓴 거야?”사실 그는 진작 짐작하고 있었다.안금여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의사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 뒤에 기적적으로 별일 없었다.무진은 원래 운이 좋았다고 치부했는데, 뜻밖에도 성연이 뒤에서 묵묵히 자신을 도우며 이 모든 상황을 지탱하고 있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할머니 안금여가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가? 할머니가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무진이 감탄하며 말했다. “성연아, 넌 정말 보물 같은 존재야.”만약 성연이 없었더라면 지금 할머니를 볼 수 없게 되었을 터.자신은 줄곧 고학중을 찾기 위해 애쓰다가 성연에게 치료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그가 찾고 싶은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어쩐지 성연이 그런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니, 알고 보니 성연이 바로 고학중의 직계 제자였다.성연은 무진의 신뢰에 속으로 엄청 기뻤다.성연이 감동에 차서 말했다.“내게 이런 능력이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무진 씨를 보호할 수 있어요.”아무튼, 자신은 무진을 해치는 일은 어떤 것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무진 자신도 잘 안다고 믿었다.무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손을 내밀어 성연을 품에 안았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자가 여자를 보호해 줘야지.”“나는 무진 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요. 무진 씨 뒤에 웅크린 채 보호를 받는 게 아니라요.” 성연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자신은 무진과 같은 곳에 서 있고 싶지, 무진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무진은 비록 자신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지만, 성연은 여전히 알고 있었다.“착하네.” 턱을 성연의 어깨에 내린 무진이 그녀의 상쾌한 향을 맡으며 마음이 부드러워졌다.부모님이 떠나신 후로 무진은 줄곧 심연에 갇힌 상태였다.스스로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에 이르기까지 힘들게 지내왔다.
무진과 성연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는 소지연.손톱이 살에 박히는 것도 상관없이 다섯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숲에 숨어 지켜보는 두 눈에 원한의 빛이 들어차 있다.‘내가 뭐 때문에 아프리카로 전출되었는데?’ ‘그런데 송성연은 멀쩡하게 내게 속한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는 거지?’‘강무진은 내 것이야. 강씨 집안 작은 사모님이라는 위치도 내 것이라고!’‘사람들에게 냉담한 강무진이 어떻게 저렇게 부드러워질 수 있는 거지?’소지연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이 때문에 소지연은 기분이 더 나빴다.강무진에게 저런 대우를 받는 사람은 자신이어야지 아무것도 아닌 송성연이 아니란 말이다!소지연은 무진에 의해 아프리카로 발령받았지만, 대번에 다시 몰래 유럽으로 도망쳤다.아무리 강무진이라도 24시간 사람을 보내 자신을 주시할 수는 없을 터.그녀는 바로 그 틈을 탔다.이곳은 소지연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MS가문의 홈그라운드였다. 여기에 있으면 반드시 송성연을 제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절대 송성연을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소지연은 무진과 성연이 있는 방향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 눈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조용히 물러나서 제이슨에게 연락했다.제이슨은 바로 사람을 보내 소지연을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다.여기서는 북성에 있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곳곳에 제이슨의 사람이 있어서 일을 하기도 좋았다.소지연이 다가오는 것을 본 제이슨이 바로 일어났다.“소지연 양, 왔군요. 아프리카는 어땠나요?”소지연은 다소곳하게 제이슨을 쳐다보았다.“미스터 제이슨, 저를 놀리지 마세요. 재미없어요.”어쨌든 그녀는 명문세가의 출신의 아가씨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호강하면 산 그녀가 아프리카 환경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오진 강무진만 자신을 그런 곳에 버릴 수 있을 터.“아이고, 강 대표도 참, 이런 미인을 두고 굳이 젖비린
소지연이 그 일을 언급하자 제이슨의 안색이 보기 싫게 변하며 말투도 아주 괴로워했다.“당연히 있지? 왜 없어? 안나를 보냈는데 실패했어. 송성연의 자료를 좀 빼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빼앗겼어. 다른 남자가 나타나서.”“남자?” 소지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도 모르게 송성연이 그 남자와 무슨 관계인데 그 남자가 송성연을 도와주지 하고 생각했다.“음.” 제이슨이 소지연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소지연은 사진을 받았다. 사진속의 남자는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생김새에 키가 무척 컸다. 강무진과 막상막하.사진을 본 소지연은 더 불만스러웠다.송성연은 분수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주변에 이렇게 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니.소지연은 잠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그녀는 턱을 가볍게 쓸며 이 남자가 왠지 낯이 익은 듯했다. 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제이슨은 소지연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소지연양, 빨리 강무진의 유럽 업무에 관한 모든 자료를 내게 넘겨주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에 설명하기 힘들어요.”소지연은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자료는 나에게서 많이 얻어가 놓고서, 일은 한 건도 제대로 성공 못했어요. 내게서 어떤 좋은 말을 듣고 싶으세요?”제이슨은 소지연을 달랬다.“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송성연 주변에 고수들이 적지 않아요. 우리는 방법을 강구할 겁니다. 우선은 바닥까지 탐색을 한다면 이후 대처하기가 훨씬 쉬울 겁니다.”소지연은 두 팔을 가슴으로 당겨 안은 채 눈에 경멸의 빛을 띄고 말했다.“미스터 제이슨, 우리 협력에 성의를 좀 보여야 헤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을 믿겠어요?”“소지연 양, 비록 결과가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리 가문은 당신을 도와 사람을 찾고, 당신에게 돈도 투자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송성연에 대한 우리 가문의 움직임도 여기까지입니다. 그때 가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은 터라 성연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무진과 근처 호텔을 찾아 묵었다.두 사람이 묵고 있는 곳은 전원풍의 호텔. 위생 상태도 아주 깨끗했고, 문을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성연은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객실 안에 그네가 하나 있었는데, 성연은 즉시 앉아서 무진에게 자신을 밀라고 시켰다.그네가 흔들흔들 움직이며 창밖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정말 최고의 즐거움이다.“배고파? 저녁은 뭐 먹고 싶어?” 무진이 몸을 숙이며 성연을 자신의 몸으로 덮었다.열기가 함께 성연의 귓가에 닿았다.“다 좋아요. 아무거나 시켜주세요.” 성연은 Y국에 오는 여정 내내 먹은 데다 아까 고성에서도 디저트를 먹었기에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다.“그럼 메뉴판에 뭐가 있는지 봐.”무진이 말하면서 침대 옆 테이블에 가서 호텔에 준비된 메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성연은 비록 아무거나라고 말했지만 무진이 음식을 주문할 때는 항상 성연이 좋아하는 음식과 입맛에 맞추었다.무진어 음식을 더 주문하려고 할 때, 휴대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발신자 표시를 보니 유럽 지사에서 온 전화였다.좀 이상했다. 설마 유럽 지사의 사람이 자신이 온 것을 알고 일부러 안부 전화를 걸어온 걸까?다만 무엇 때문인지 무진이 전화를 받았다.전화 맞은편에서 즉시 초조한 음성이 들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유럽 지사의 업무에 대해 갑자기 현지 관리 당국에서 조사를 나왔습니다. 많은 업무들에 대해 갑자기 중지하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지금 어떻게 할까요?”듣고 있던 무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갑자기 관리감독 대상이 되었다고?’분명히 누군가 움직였을 것이다.누군가의 계획적인 짓이 아니라면 무진이 이런 문제가 유럽 지사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일단 침착하세요. 마중할 사람을 보낼 테니 와서 같이 처리합시다.”무진이 전화기 맞은편에 대고 말했다.휴대폰 맞은편의 사람은 즉시 진정했다.강무진이 바로 자신들의 중심이었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