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스 샤넬은 목현수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고성에 남았다.목현수는 다시 차를 운전해서 무진과 성연을 학교까지 배웅했다.차 안에서 성연이 목현수를 놀렸다.“사형, 미스 샤넬은 사형의 여자사람 친구인가 보네요.”성연은 미스 샤넬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 집안이나 외모 같은 건 말할 것도 없다.다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던 사형에게 과연 어떤 미인이 어울릴지.목현수가 머리가 아픈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난 정말 생각 없어. 그녀 혼자 저러는 거야.”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무진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무진의 생각에 성연의 사형이라는 이 작자는 여자를 밝히는 바랑둥이가 분명했다.아니 왜 미스 샤넬이 찾아와서 저러겠는가? 목현수가 제대로 거절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물론 이건 무진의 일방적인 추측일 뿐, 사실이 어떻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어쨌든 껌처럼 달라붙어서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는 여자들도 있는 법.이런 일에 대해서라면 무진도 경험이 있으니까.성연은 턱을 괸 채 느물거리며 말했다.“내가 보기에 미스 샤넬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사형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던데, 사형은 미스 샤넬과 사귈 생각 없어요?”미스 샤넬처럼 도도한 사람이 쫓아다닌다는 것은 목현수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진심이라는 말이다.미스 샤넬에게 구애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텐데, 그런데도 그녀는 직접 목현수의 고성을 방문했다. 말하자면, 좋아하고 싫어함에 있어 아주 솔직한 사람인 것이다.목현수는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감정의 부분은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느낌이 없는 건 없는 거야. 미스 샤넬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당연하죠. 사형을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리 쉽게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미스 샤넬을 거들었다.이 일에 대해 성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갑갑했던 목현수.그래서 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어른들의 일이니 어린애는 신경 쓰지 마.”“누가
성연과 무진은 손을 맞잡은 채 아주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막 학교 담당자를 찾아가서 입학 수속을 밟으려던 때.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일을 목격했다.비명에 이어 아이를 데리고 있던 동양 여성이 지나가던 차에 치였다.여성은 입에서 피를 토하고 손을 떨면서 아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아기, 내 아기...”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약해서 바짝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었다.여성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누워 있는 아이도 혼수상태였다.아이의 얼굴은 핏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백한 것이 부상이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운전자가 바로 차에서 내렸다. “아, 아주머니, 괜찮으세요?”당황한 운전자는 그저 바닥에 누운 여성과 아이를 바라만 보았다.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잇달아 모여들며 길에 쓰러진 모자를 동정했다.“빨리 구급차를 불러,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와서 처리하게 해.”“이렇게 어린 아이인데, 정말 불쌍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거야?”“제발 이들이 무사했으면 좋겠어요.”군중 속에 있던 누군가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렀다.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한 채 그저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무진은 제일 먼저 성연의 눈과 귀를 가렸다.성연이 이런 피로 범벅이 된 장면을 보고 무서워할까 봐.청력이 뛰어난 성연은 주위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음성을 들었다.성연이 무진의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무진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가만 있어. 아니야, 널 데리고 다른 데로 가야겠다.”이미 구급차를 불렀으니, 저들이 살아날 지는 이제 하늘에 맡길 수밖에.주위를 둘러싼 이들 모두 보통 사람들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도우려 해도 마음만 있을 뿐.“그러지 말아요, 무섭지 않아요.” 성연은 눈앞에 사고가 생겼음을 알고는 자신이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알았어.” 무진이
성연은 잠시 자리에 서서 여자와 아이의 상황을 관찰했다.충분히 관찰한 다음 성연은 앞으로 걸어갔다.이번에는 무진도 성연을 막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서서 지켜보았다.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성연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하는 게 싫었다.그러나 사람 생명과 관련된 일. 성연은 잠시 망설였지만 여전히 꿋꿋한 걸음으로 다가갔다.성연은 여자 옆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맥을 짚었다.옆에서 바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저 여자애 뭘 하려는 걸까?”“아마도 사람을 구하려는 거겠죠? 근데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진짜 구할 수 있을까요?”“그만 말해요. 이런 상황에 의학적 지식이 없다면 감히 앞에 나서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조용히 지켜보면 돼요.”그 말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은침을 꺼낸 성연은 여자의 몸에서 혈자리를 찾아 찌른 후 먼저 출혈을 막았다.그러나 여자의 상황은 생각보다 위급했다. 조금 전 맥을 짚던 성연은 여자의 간이 파열된 것을 알았다. 이런 심각한 상태는 성연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의료 기구가 있어야 치료할 수 있다.가볍게 놀러 나온 상황이라 성연은 은침 외에 가지고 있는 약도 없었다.그러나 다행히 은침으로 혈도를 막아서 과다출혈을 피할 수 있었다.이 모든 과정을 끝낸 후에 성연은 여자의 손을 톡톡 두드렸다.“몸을 움직이면 안돼요. 괜찮아요, 겁내지 마세요.”여자의 손이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성연은 조금도 꺼리지 않았다.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성연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입으로 계속 중얼거리기만 할 뿐. “아기, 내 아기, 내 아기 좀 살려주세요.” 이국 타향에서 마치 의지할 곳을 찾은 듯이 여자는 눈에 자그마한 희망을 빛을 담은 채 성연을 바라보았다.“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당신부터 보고 나서 아이도 살펴 볼게요.” 성연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자신이 모르는 증세가 있지는 않은 지 여자의 곁에 좀 더 머물렀다. 피가 멈추지 않는다
몇 분이 지나자 여자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았다.성연은 다시 아이의 머리를 살펴보러 갔다.아이의 머리는 아주 약하기 때문에 성연은 자연히 먼저 머리부터 살폈다.그러나 살펴보던 성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이의 머리는 차에 부딪히며 강한 충격을 받았다. 뇌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고 현재 아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호흡도 미약한데다 뇌출혈로 얼굴이 백지장처럼 투명한 상태였다.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역시 두부 손상이었다.뇌압이 증가하면 뇌졸중, 반신불수, 최악으로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었다.성연은 이왕 온 이상 최선을 다해 아이를 치료할 것이다.이렇게 어린 이 아이는 아직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한 번의 사고로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나서는 안 되었다.성연이 군중들이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니 무진이 보였다.성연이 무진을 향해 소리쳤다. “무진 씨, 이리 와봐요.”무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성연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왜 그래? 내가 도와줄 게 있어?”성연이 낮은 음성으로 그에게 말했다.“무진 씨 몸으로 날 좀 가려줘요.”“알았어.” 무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사람들에게 등을 졌다. 키가 큰 무진의 몸이 아이와 성연을 완전히 가렸다.성연은 먼저 아이의 몸을 똑바로 눕힌 후에 바로 특이한 압박법으로 아이의 옷을 풀어 호흡하기 편안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혈자리를 정확하게 찾은 성연이 천천히 아이의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봐도 잘 모르지만 무진은 바로 옆에서 입술을 오므린 채 성연을 지켜보았다.이런 상황에 쓸모도 없이 성연에게 아무런 도움도 못 주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희한하게도 성연의 압박하는 동안에 아이의 호흡이 점차 돌아왔다. 더 이상 조금 전처럼 미약하지 않았다.성연은 아이의 뇌에 고인 어혈을 제거했다.이런 특수 치료법은 사부님의 직계 제자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외부에 함부로 퍼트려서는 안된다.시행하는 동안 주의해야 할 점들이 무척 많아
갑자기 성연의 손목이 잡혔다.고개를 든 성연은 다소 의기소침해진 무진을 보고서는 순순히 그 뒤를 따랐다.“먼저 좀 씻자.” 머리 위로 무진의 음성이 들려왔다.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핀 성연은 그제야 무진이 자신을 화장실로 데려왔음을 알아차렸다.자신의 손에 핏자국이 가득했다.무진이 자신에 대해 알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성연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무진의 행동에 성연은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적어도 무진이 아직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 화가 많이 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닐까?손을 씻은 후, 무진은 다시 성연을 벤치로 데려가 앉혔다. 그리고 마음속의 의혹에 대해 물었다.“성연아, 넌 도대체 누구에게 의술을 배운 거야? 목현수의 능력도 너와 같아?”그건 성연이 속으로 내내 숨겨오던 비밀.그녀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 안에 관련된 게 너무 많았기에.그러나 지금 자신에게 묻고 있는 이는 무진이었다.다른 사람들처럼 바로 대답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성연도 두려웠다. 무진이 진짜 자신에게 화 났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 순간 성연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무진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조금도 무진에게 밀리지 않음을.그러나 이 일에 관해서는 정말이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성연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무진의 마음도 같이 가라앉았다.“말하고 싶지 않은 거야?”만약 성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무진.‘성연이만 내 옆에 있으면 돼.’고개를 든 성연은 무진의 눈에 스치는 실망감을 포착했다.성연도 따라서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결국 견디지 못한 성연은 일부분을 숨긴 채 조금 전 무진이 보았던 것에 대해 말했다.“무진 씨, 신의 고학중, 알고 있죠?” 성연이 물었다.“알아.” 무진은 한동안 조광증 때문에 고학중을 찾기도 했다.“내가 바로 그 고학중의 제자예요. 미안해요. 이제야 말해서.” 성연은 진심으로 무진에게 사과했다.어찌 되었든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무진을
성연의 말에 따라 무진은 많은 것들을 연결지었다.무진이 물었다.“그럼 할머니가 전에 위험에 처했을 때, 그때도 네가 손을 쓴 거야?”사실 그는 진작 짐작하고 있었다.안금여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의사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 뒤에 기적적으로 별일 없었다.무진은 원래 운이 좋았다고 치부했는데, 뜻밖에도 성연이 뒤에서 묵묵히 자신을 도우며 이 모든 상황을 지탱하고 있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할머니 안금여가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가? 할머니가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무진이 감탄하며 말했다. “성연아, 넌 정말 보물 같은 존재야.”만약 성연이 없었더라면 지금 할머니를 볼 수 없게 되었을 터.자신은 줄곧 고학중을 찾기 위해 애쓰다가 성연에게 치료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그가 찾고 싶은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어쩐지 성연이 그런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니, 알고 보니 성연이 바로 고학중의 직계 제자였다.성연은 무진의 신뢰에 속으로 엄청 기뻤다.성연이 감동에 차서 말했다.“내게 이런 능력이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무진 씨를 보호할 수 있어요.”아무튼, 자신은 무진을 해치는 일은 어떤 것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무진 자신도 잘 안다고 믿었다.무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손을 내밀어 성연을 품에 안았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자가 여자를 보호해 줘야지.”“나는 무진 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요. 무진 씨 뒤에 웅크린 채 보호를 받는 게 아니라요.” 성연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자신은 무진과 같은 곳에 서 있고 싶지, 무진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무진은 비록 자신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지만, 성연은 여전히 알고 있었다.“착하네.” 턱을 성연의 어깨에 내린 무진이 그녀의 상쾌한 향을 맡으며 마음이 부드러워졌다.부모님이 떠나신 후로 무진은 줄곧 심연에 갇힌 상태였다.스스로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에 이르기까지 힘들게 지내왔다.
무진과 성연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는 소지연.손톱이 살에 박히는 것도 상관없이 다섯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숲에 숨어 지켜보는 두 눈에 원한의 빛이 들어차 있다.‘내가 뭐 때문에 아프리카로 전출되었는데?’ ‘그런데 송성연은 멀쩡하게 내게 속한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는 거지?’‘강무진은 내 것이야. 강씨 집안 작은 사모님이라는 위치도 내 것이라고!’‘사람들에게 냉담한 강무진이 어떻게 저렇게 부드러워질 수 있는 거지?’소지연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이 때문에 소지연은 기분이 더 나빴다.강무진에게 저런 대우를 받는 사람은 자신이어야지 아무것도 아닌 송성연이 아니란 말이다!소지연은 무진에 의해 아프리카로 발령받았지만, 대번에 다시 몰래 유럽으로 도망쳤다.아무리 강무진이라도 24시간 사람을 보내 자신을 주시할 수는 없을 터.그녀는 바로 그 틈을 탔다.이곳은 소지연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MS가문의 홈그라운드였다. 여기에 있으면 반드시 송성연을 제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절대 송성연을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소지연은 무진과 성연이 있는 방향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 눈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조용히 물러나서 제이슨에게 연락했다.제이슨은 바로 사람을 보내 소지연을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다.여기서는 북성에 있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곳곳에 제이슨의 사람이 있어서 일을 하기도 좋았다.소지연이 다가오는 것을 본 제이슨이 바로 일어났다.“소지연 양, 왔군요. 아프리카는 어땠나요?”소지연은 다소곳하게 제이슨을 쳐다보았다.“미스터 제이슨, 저를 놀리지 마세요. 재미없어요.”어쨌든 그녀는 명문세가의 출신의 아가씨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호강하면 산 그녀가 아프리카 환경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오진 강무진만 자신을 그런 곳에 버릴 수 있을 터.“아이고, 강 대표도 참, 이런 미인을 두고 굳이 젖비린
소지연이 그 일을 언급하자 제이슨의 안색이 보기 싫게 변하며 말투도 아주 괴로워했다.“당연히 있지? 왜 없어? 안나를 보냈는데 실패했어. 송성연의 자료를 좀 빼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시 빼앗겼어. 다른 남자가 나타나서.”“남자?” 소지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도 모르게 송성연이 그 남자와 무슨 관계인데 그 남자가 송성연을 도와주지 하고 생각했다.“음.” 제이슨이 소지연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소지연은 사진을 받았다. 사진속의 남자는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생김새에 키가 무척 컸다. 강무진과 막상막하.사진을 본 소지연은 더 불만스러웠다.송성연은 분수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주변에 이렇게 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니.소지연은 잠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그녀는 턱을 가볍게 쓸며 이 남자가 왠지 낯이 익은 듯했다. 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제이슨은 소지연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소지연양, 빨리 강무진의 유럽 업무에 관한 모든 자료를 내게 넘겨주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에 설명하기 힘들어요.”소지연은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자료는 나에게서 많이 얻어가 놓고서, 일은 한 건도 제대로 성공 못했어요. 내게서 어떤 좋은 말을 듣고 싶으세요?”제이슨은 소지연을 달랬다.“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송성연 주변에 고수들이 적지 않아요. 우리는 방법을 강구할 겁니다. 우선은 바닥까지 탐색을 한다면 이후 대처하기가 훨씬 쉬울 겁니다.”소지연은 두 팔을 가슴으로 당겨 안은 채 눈에 경멸의 빛을 띄고 말했다.“미스터 제이슨, 우리 협력에 성의를 좀 보여야 헤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을 믿겠어요?”“소지연 양, 비록 결과가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리 가문은 당신을 도와 사람을 찾고, 당신에게 돈도 투자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송성연에 대한 우리 가문의 움직임도 여기까지입니다. 그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