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말은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되지.” 성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목현수와 관계에 선을 그었다.두 사람의 선후배 관계를 저 여자가 어찌나 애매하게 말하는지.성연은 목현수가 기분 나쁠까 걱정이었다.목현수의 눈에 한 줄기 어두운 빛이 스쳐가며 은근한 시선으로 성연을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 자신을 속이지 마.” 안나는 목현수의 눈빛을 통해 간파했다. 성연이 못 알아봤다고 그녀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법.‘이 남자는 송성연을 후배로만 대하는 게 아니야.’성연은 이 여자의 허튼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안나와 MS가문이 결탁했다는 증거가 더 있는지 방 안을 돌아다니며 수색했다.성연이 저쪽으로 가자 안나는 더 거리낌 없는 눈빛을 하며 목현수에게 말했다.“인정해.”목현수는 냉기 가득한 눈빛으로 안나를 바라보았다.“입 닥쳐.”“아예 놀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저런 젖비린내 나는 계집애가 뭐가 좋다고. 나는 네 외모가 아주 마음에 드는데, 나랑 한번 해 볼래?”안나가 말하면서 유혹의 눈빛으로 목현수를 바라보았다.목현수는 두말없이 바로 은침을 꺼내 안나에게 날렸다.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입술도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통증을 느낀 안나는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안나를 바라보는 목현수의 눈빛은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듯하다.“감히 네가 그녀를 헐뜯는다고? 네가 뭔 자격으로!”이미 아파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안나는 목현수에게 경멸의 눈빛을 던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성연은 안나의 비명소리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다른 방에서 뛰어왔다.안나의 몸 혈자리들에 장침이 꽂혀 있었다. ‘이건 사형 목현수의 작품이 분명해.’목현수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성연에게 말했다.“물건을 찾았으면 가자.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 게 좋겠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목현수와 함께 별장을 떠났다.차에 탄 후에야 목현수가 성연에게 말했다.“내가
북성에서의 일을 아직 다 처리하지 못했지만, 무진은 정말이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가까스로 손에 들고 있던 리스트를 끝낸 즉시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성연을 방문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다.이날 성연은 아무리 해도 무진과 통화가 되지 않아 하루 종일 초조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상상하기도 두려운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혹시 무진에게 사고라도 났을까 무척 걱정스러웠다.휴대폰을 들고 손건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손건호 또한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입술을 씹고 있는 성연의 기분이 푹 가라앉았다. ‘강무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섣불리 할머니 안금여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무진이 정말 사고가 나지 않았다 해도 할머니는 마음속으로 감당할 수 없을 터였다.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침대에 앉아 기다리는 것뿐. 계속 무진과의 연락을 시도하며.똑똑똑-호텔 객실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성연은 미간을 좁혔다. 객실 서비스 시간은 지금 이때가 아님이 기억났다.그리고 음식을 주문하지도 않았다.심지환과 목현수라면 찾아오더라도 미리 알려주었을 터.그럼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안나라는 선례가 있어서 성연의 경계심이 높아졌다.은침을 꺼내며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에 섰던 사람이 와락 품에 끌어당겨 안았다.성연이 막 발버둥쳐 벗어나려던 순간 누구보다 익숙한 향이 났다.은침이 다시 천천히 소매 안으로 말려들어갔다. 성연이 고개를 들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누구보다 잘생긴,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성연의 마음은 놀람과 기쁨으로 가득찼다.“무진 씨 어떻게 왔어요?”“보고 싶어서 왔지.” 무진이 조금 뒤로 물러서며 성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무진은 성연의 이목구비 하나하나 뚫어져라 살폈다. 마치 아무리 봐도 부족한 듯이.무진의 시선에 성연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수줍은 마음에 볼이 연분홍으로 물들었다. 볼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성연의 볼을 바라보던 무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성연의 입술을 물었다.성연은 거절
무진이 금방 씻고 돌아오자 성연이 준비해 둔 드라이어로 무진의 머리를 말렸다.이리저리 바람 몇 번을 쇠어준 후 침대에 올라 간 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고서 성연에게서만 나는 청신한 약향을 맡았다. 그러자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결국 잠의 세계에 빠졌다.무진이 잠든 후에 숨소리도 점차 고르게 변했다.몸을 옆으로 굴린 성연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콧등을 살짝 눌렀다.그녀는 마음속으로 탄식했다.‘이 남자,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어쩌면 무진의 깊은 품속이 너무 편안했는 지도 모른다. 무진을 바라보던 성연 역시 졸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두 사람이 다시 깨어났을 때 밖은 이미 날이 밝은 상태.성연이 깨어났을 때 무진은 이미 눈을 뜨고 성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성연이 먼저 무진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얼른 일어나요. 오늘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요.”그 한마디가 무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평소 성연은 무슨 일이 생겨도 대부분 자신에게 감추고 먼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무진은 이것이 성연의 신분과 관련이 있음을 눈치챘다.성연에 대한 신뢰와 애정으로 어느 것도 따져 묻지 않았다.성연이 이렇게 진지한 모습으로 자기에게 사람을 소개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무진은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혹여 어른이 나와서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성연은 무진의 마음속 걱정을 알지 못한 채 먼저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욕실에서 나온 성연이 방으로 돌아오자, 무진이 이어서 세수하러 갔다.욕실 세면대 앞의 거울로 자신의 슈트를 한 번 더 점검했다. 옷차림이 부적절하지 않는지도 살폈다.성연이 소개하는 이라면 필시 성연에게 중요한 사람일 터.무진이 방으로 돌아오자 성연이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성연과 그들이 약속한 고급 레스토랑.도착했을 때 목현수는 이미 룸 안에 앉아 있었다.성연이 열정적으로 두 사람을 소개했다.“무진 씨, 여기는 제 사형 목현수예요.”성
식사를 마친 후에 목현수가 계산하러 나갔다. 무진도 화장실에 갈 생각으로 룸에서 나왔다.목현수는 아직 카운터에 가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무진이 나오길 기다렸던 듯하다.목현수는 기질이 온화한 편이지만 눈빛이 날카로워 마치 예리한 검처럼 웃으며 사람을 찌를 것 같았다.그리고 무진은 기질 자체가 서늘해서, 거기에 서 있기만 해도 말이 필요 없다. 눈빛 하나로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두 사람 모두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서로에게 지지 않았다.목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무진을 향해 먼저 입을 열고 담담하게 말했다.“WS그룹은 확실히 국내에서는 무척 대단하지요. 그러나 전 세계에서 본다면 그저 그런 수준이죠.”이 말은 분명 무진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무진의 체면을 전혀 생각지 않은 말이다.입술을 단단히 오므린 무진의 새카만 눈동자에서 짙은 냉기를 뿜어냈다.목현수는 무진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입술에 호선을 그었다.“당신은 나를 이길 수 없으니 허세를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그럼 목 선생은 똑똑히 알고 계셔야겠습니다. 당신 것이 아니었던 것은 영원히 당신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요.” 무진도 차가운 음성으로 받아쳤다.목현수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건 두고 볼 일이죠.”무진은 결국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성연의 사형이었다. 자신이 지나치게 말하는 것도 좋지 않을 터.그리고 자신과 성연 사이에는 깊은 신뢰와 애정이 있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목현수,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 보라지.자신은 여태껏 두려워 물러난 적이 없다.한 차례 설전을 벌인 두 사람은 서로가 눈에 거슬리자 헤어져 각자의 볼일을 봤다.화장실을 다녀오던 무진은 마침 계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목현수를 다시 만났다.목현수를 먼저 룸에 들여보낸 후에 무진도 따라 들어갔다.성연은 두 사람이 앞뒤로 나란히 들어오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어째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계산하러 나가면서 강 대표님과
밖으로 나오자 무진이 말했다.“여기 온 뒤로 놀기만 하는 거 아니야? 아직 학교에 안 가봤지? 마침 잘됐다. 내가 데려고 갈까?”무진은 성연의 의견을 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도 사심도 숨어 있었다. 자신이 직접 성연을 데리고 학교에 가면서 목현수를 떨궈내고 싶었다.누군가 그들 두 사람의 세계에 끼어 들어 방해하지 않도록.무진의 뜻대로 하고 싶지 않은 확실했던 목현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러는 건 어때? 마침 가는 길인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Y국에 가보는 건. 오늘 차를 직접 몰고 와서 바람도 쐴 겸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겠다. 학교는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성연은 이 제의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무진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우리 전용비행기를 타자. 그러면 빨리 갔다 올 수 있어.”그는 단 1분도 목현수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성연은 또 유럽을 좀 둘러보고 싶었다. 파리에서 Y국 사이에는 오래된 관광명소가 아주 많아서 한 번 구경하고 싶었다.그래서 성연이 대답했다.“급하지 않아요. 한 번 둘러보면서 바람 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거기 경치가 정말 아름답대요.”말하면서 성연은 무진의 소매를 잡아당겨 흔들기도 했다. 그 동작은 무의식적인 애교의 표현이었다.무진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언제든 성연 앞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무진.때로는 세상의 진귀한 모든 것들을 성연에게 주고 싶었다. 그런데 성연에게서 이런 눈빛을 언제 받아볼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자신이 거절할 수 없는 애교였다.“그렇게 오래 차를 타면 피곤하지 않아?” 무진이 친절하게 물었다.차를 잠깐 타는 건 괜찮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불편하다.무진이 성연을 개인 비행기에 태우려는 주된 이유다.물론 목현수와 동행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일부 있지만.“괜찮아요. 무진 씨도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거예요?” 성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알았어, 이따가 불편하면 말해줘.”
목현수는 앞에서 차를 몰았고, 무진과 성연은 뒷좌석에 앉았다.도중에 많은 아름다운 경치들을 구경하느라 성연은 심심하지 않았다. 마음에 든 풍경들을 모두 휴대폰으로 찍었다.간식을 먹으면서 창밖으로 풍경을 구경하는 게 무척 즐거웠다.무진이 수시로 옆에서 휴지를 건넨다, 음료수를 건넨다 하며 세심하게 성연을 살폈다.목현수는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강무진 같이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성연을 돌보고 있었다.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라 할 만했다.그리고 무진이 성연을 바라볼 때와 다른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차렸다.그 눈에 담긴 깊은 애정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성연도 그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북성에 있을 때부터 성연은 강무진에게서 늘 이런 보살핌을 받은 게 분명했다.목현수는 묵묵히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차를 몰았다.성연과 무진 사이에는 다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지금은 입을 열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님을 목현수도 알았다.이렇게 여기저기 둘러보며 그들 세 사람은 Y국, 옥스퍼드대학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막 Y국에 들어섰을 때 목현수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성연아, 너 내 저택에 놀러 가지 않을래? 여기에 부동산을 하나 장만했는데, 아주 아름다워. 네 마음에 들 거라 믿어.”성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무진이 먼저 거절했다.“아무래도 묵 선생을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 게 좋겠군요. 제가 성연일 데리고 가능한 빨리 입학 수속을 처리하겠습니다. 그 후에 학교를 둘러보는 게 이후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무진한 말들은 모두 이치에 합당했고 성연을 위한 고려가 돋보였다.목현수만이 성연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지 않은 무진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목현수가 다시 권했다.“오래는 걸리지 않아요. 반나절이면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습니다. 금방이죠.”그러면서 목현수가 성연을 쳐다보았다.“설마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
30분 가까이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성연은 차에서 내려 앞의 장면을 보고 좀 멍해졌다.눈 앞에 자리한 것은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예술적 향취가 배어 있는 고성이다.고성의 벽면은 담쟁이덩굴이 빼곡하게 뒤덮고 있었다. 중간중간 섞여 있는 이름 모를 들꽃이 청순하면서 예뻤다.목현수도 성연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들어가자.”“사형, 이... 이곳에 사는 거예요?” 성연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목현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에 두 사람을 데리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차는?” 성연은 입구에 세운 차를 가리키며 물었다. 설마 차를 그냥 두고 들어가는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이따가 사람이 와서 몰고 올 테니, 두 사람은 그냥 따라 들어와.” 목현수가 성 안으로 들어갔다.뒤에 서 있던 성연은 무진의 손을 잡고 따라 들어갔다.하지만 성연을 더 놀라게 할 게 아직 남아 있었다.두 사람이 막 안으로 들어섰을 때, 유럽 명문귀족 가문에서나 볼법한 복장을 한 10여명의 고용인들이 입구 양 옆에 줄지어 서서는 자신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깍듯하게 인사했다.목현수를 향한 성연의 동공이 충격으로 흔들렸다.“사형이 정말 성공하긴 했나 봐요. 와, 정말 대단하네, 대단해.”목현수는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용인들을 각자의 일을 하도록 제 자리로 돌려보낸 목현수가 성연에게 말했다.“내가 성 내부를 구경시켜 줄게.”성 내부를 둘러보면 볼수록 성연은 속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유럽 쪽의 저택은, 특히 이런 고성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어느 정도의 신분이나 지위가 없다면 이런 곳을 살 엄두도 못 낼 터.그리고 저택에 이렇게 많은 고용인들을 두고 부린다는 것은 그냥 사치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했다.고성 뒤편에는 라벤더로 뒤덮인 정원이 있었다.푸른 하늘과 푸른 나무를 배경으로 눈에 펼쳐진 보라색 향연이 무척 아름다웠다.산들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공기 중에 온통 라벤더 향이 가득했다.성연은 두 팔을 활짝
무진은 사실 목현수 같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약했다.어찌나 능숙하게 성연 앞에서는 전혀 드러내지 않는지, 완전 능구렁이가 따로 없다.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어쨌든 철저하게 대비해서 목현수가 빈틈을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없게 할 것이다.무진은 더 이상 알고 싶지도, 또 목현수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무진이 자리로 돌아가니 성연은 이미 케이크를 다 먹은 후였다.케익을 먹고 기운을 차린 성연은 고성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싶었다. 고성의 내부 구조에 대해 무척 흥미가 생겼던 것.무진은 성연과 같이 고성을 둘러보았다.두 사람이 정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성연이 호기심에 돌아보니, 화원 중앙에 급정거한 한정판 롤스로이스가 눈에 들어왔다.곧이어 차에서 아주 예쁜 금발 미녀가 내렸다.아름다운 몸매에 코가 오똑한데다 짙은 푸른 눈동자의 여자는 마치 요정 같았다.그런데 그녀를 돌아본 목현수의 안색이 일변하더니 몸을 돌려 내빼려 했다.금발의 미녀는 하이힐임에도 재빠른 걸음으로 목현수 앞으로 달려와 그의 진로를 막아섰다.“목현수, 왜 달아나요?”현행범으로 잡힌 모양이 되니 사랑하는 후배 앞에서 일순 난처해진 목현수.하지만 이미 당도한 사람 앞에서 실례를 범해서는 안 되는 법.성연은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재미있게 여겨졌다.사형 목현수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여태 본 적이 없었다.성연이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사형, 이 여성은 누구세요?”목현수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성연이 물으니 할 수 없이 소개했다.“이 여성은 미스 샤넬, 유럽에서 알게 된 지인이야.”“안녕하세요 미스 샤넬, 저는 송성연이라고 해요. 목현수 씨의 후배예요.” 성연이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미스 샤넬도 손을 내밀며 성연의 손끝을 살짝 스쳤다.“나는 샤넬이에요.”무진은 샤넬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강무진입니다.”미스 샤넬도 같이 턱을 까딱이며 인사했다.샤넬이라는 이 여성은 명문 귀족가문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