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는 무슨...”하은설은 어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건데요.”....마리아는 심유진이 이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심유진은 어쩔 수 없이 원래 아파트로 돌아가 그녀를 기다려야 했다.김욱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하은설의 차를 몰고 나왔다. 그는 아파트 아래 구석 쪽에서 자리를 잡았다.마리아는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심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심유진은 1층에서 잠시 시간을 때우다가 방금 나온 것처럼 연기했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채 총총걸음으로 달아나갔다.심유진이 차에 탄 후 마리아는 몸을 돌려 뒷좌석에서 M 로고가 찍힌 종이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 “너무 일찍 불러내서 아침밥도 못 먹었죠? 제가 오는 길에 먹을 것도 좀 사 왔어요.”심유진은 사양했다.“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이미 집에서 아침밥을 먹었어요.”심유진은 이런 출처가 불분명한 음식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네?”마리아는 얼떨떨해하더니 말했다.“조금 더 먹어요. 아직 따뜻한데! 아니면 커피라도 마실래요?”“진짜 괜찮아요.”심유진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거절했다.“저는 아침에 이미 많이 먹어서 배불러요.”“그래요.”마리아는 마지못해 음식을 다시 뒷좌석에 놓았다.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고는 심유진한테 물었다.“어떻게 가는지 알아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휴대폰을 꺼냈다.“내비게이션을 따라갈까요? 제가 사실 방향 감각이 좀 없어요.”마리아는 미리 말해두었다.“잠시 후에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서도 욕하지 말아줘요.”심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마도 마리아가 길을 잘못 들어설 계획인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아! 잘못 들어섰네!”마리아는 당황한 것처럼 소리쳤지만, 그녀의 손과 발은 일사불란했다.심유진은 김욱이 뒤따라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급해 하지 않았다.이내 내비게이션은 새 경로를 다시
심유진은 미처 마리아가 총을 지녔을 꺼라고 생각지 못했다.모든 가능성을 다 예측해 보았지만 결국 이 하나의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경찰 외에 총을 지닌 사람을 본 적 없었기에 더욱 예측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심유진은 자신이 총을 지니고 다녀도 합법인 나라에 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마리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심유진은 바로 휴대폰을 껐다.그럼에도 마리아는 만족하지 않았다.그녀는 옆좌석 창문을 열고 심유진한테 명령했다.“휴대폰을 내던져요.”이제 바꾼 지 한 달도 안 되는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지자니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하지만 눈 한번 찔끔 감고 휴대폰을 내던질 수 밖에 없었다.마리아는 인차 창문을 다시 닫았다.심유진은 차 뒷바퀴가 휴대폰을 밟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심유진은 마리아에게 물었다.“당신이 알아야 필요가 없어요.”마리아는 쉽게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저는 저희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심유진은 마리아를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친구?”마리아는 차갑게 웃었다.“친구라고 생각했다는 사람이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과 몰래 연애하고, 그들을 주선해 주는 척하면서 징그럽게 굴어요?”그녀의 말에 심유진은 어리둥절했다.“제가 언제 몰래 마리아 씨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했어요?”심유진의 추측이 맞다면 마리아가 좋아하는 사람은 김욱일 것이다.확실히 심유진도 그녀를 김욱과 주선해 주려고 한 적 있었다.아무래도 마리아가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설마 김욱 씨와 사귄 거 아니에요?”마리아는 씩씩거리며 물었다.“저 그런 적 없어요!”심유진은 바로 반박해 나섰다.“저도 눈이 있어요! 저 벌써 눈치챘다고요!”마리아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제가 블루 항공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근무했는데 김욱 씨가 여자한테 상냥하게 대한 적 한 번도 없어요. 유진 씨만 빼고요. 이래도 발뺌 할 거예요?”“저희 진
마리아의 웃음은 음산하고 약간 잔인해 보였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마리아는 고개를 돌려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조금만 일찍 알려줬어도 제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거예요. 제가 이 정도로 타락하지도 않았을 텐데...”마리아는 말하다가 멈춰버렸다.“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요?”심유진은 따졌다.마리아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마리아가 충동적인 상황이라 심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진정하세요.”심유진은 다시 한번 그녀를 설득하려고 시도했다.“아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아니에요. 만약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다면 오늘 일을 제 기억 속에서 지울게요.”“오늘은 없었던 거로 쳐요. 하지만 그 전의 일들은요? 제가 블루 항공의 기밀을 아빠한테 알려준 것도 없던 일로 쳐줄 수 있어요? 설령 유진 씨가 할 수 있다고 나서도 육 대표님은요? 김욱 씨는요?”마리아는 심유진을 놓아줄 생각이 추어도 없어 보였다.“어차피 이번 생은 김욱 씨의 마음을 얻을 수 없게 되었어요. 유진 씨가 제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꼭 유진 씨를 없애야겠어요. 유진 씨도 영원히 김욱 씨의 애인이 될 자격을 잃게 될 거예요!”마리아는 말하면서 점점 더 흥분했고 이미 반쯤 미쳐있었다.그녀는 각오가 되어 있는 듯했다. 자연스레 심유진도 뒤따라오는 김욱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차는 하염없이 달리다가 마침내 3층짜리 단독주택 앞에서 멈췄다.주택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산층이 사는 동네 같았다.“가만히 있어요.”마리아는 심유진에게 경고하며 그녀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차 앞쪽을 지나 조수석 문을 열어 심유진을 끌어내렸다.마리아의 손에 총을 쥐고 있어 심유진은 반항은커녕 얌전히 따라갈 수밖에 없다.마리아는 심유진을 끌고 문 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그녀가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그러자 왠지 낯익은 얼굴이 드러났다.“앨런 씨?"심유진은 깜짝 놀랐다.하지
한 번만 봐도 앨런이 무슨 꿍꿍이 인지 훤히 보였다.심유진은 벗어나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다. 드디어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심유진은 아픔을 견디며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다락방에서 탈출하기도 전에 앨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도망치지 마요.”앨런은 팔에 힘을 주어 조금씩 심유진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절망스러운 순간 아래층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심유진은 아래층에 분명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이 시간에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건 프레디뿐이었다.이게 심유진이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녀는 목청껏 소리쳤다.“프레디! 도와줘!”앨런이 입을 막으려 하자 심유진은 그의 손가락을 꽉 물었다.새빨간 피가 심유진의 이빨 사이사이에 묻었다. 하지만 그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마지막 희망을 프레디한테 걸었다.“프레디! 나 다락방에 있어! 프레디! 빨리 경찰에 신고해 줘!”드디어 피아노 소리가 멈췄다.다행히도 프레디가 심유진의 목소리를 들었다.하지만 앨런은 아랑곳하지 않고 심유진을 다락방 중앙으로 끌고 가 족쇄와 점점 가까워졌다.“가만히 있어요!”앨런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갔다. 그는 결국 커다란 손을 들어 올려 심유진의 뺨을 내리쳤다.1.9미터 되는 큰 키에 심유진보다 배가 큰 체격을 가진 앨런이 힘은 말할 것도 없었다.심유진은 뺨이 얼얼해 났다. 입안의 피비린내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워 나더니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 틈을 타 앨런은 재빨리 그녀에게 족쇄를 채웠다.“드디어...”그는 심유진의 발에 채워진 족쇄를 보고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다.“드디어 유진 씨 당신을 손에 넣었네요.”“유진 씨는 모를 거예요. 제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를.”그는 심유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며 말했다.옷을 사이에 두고 심유진은 앨런의 차갑고 매끄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사자 같았다.심유진
심유진의 인상 속에 앨런은 킹 호텔에서 일할 땐 엄숙하지만 사적으로는 세심한 상사였다.프레디 한테는 언제나 섬세하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앨런이 거친 욕을 하는 것을 본 적 없었다.심유진은 문득 프레디가 동안의 이상했던 점들과 지난번 가출했던 일이 떠올랐다.심유진은 몸이 파르르 떨렸다.프레디를 줄곧 학대하고 있었다니, 괴물이 따로 없었다.두 사람의 발걸음이 멀어지고 두 사람의 소리도 금세 줄어들었다.앨런이 문을 연 것 같았다.심유진은 문득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무슨 얘기하는지 들리지 않았다.조금 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유진아! 심유진!”한국어가 심유진의 귀에 뚜렷이 들려왔다.김욱이었다.드디어 김욱이 심유진을 데리러 온 것이다!심유진은 바닥에 엎드려 온 힘을 다해 바닥을 두드렸다. 그녀는 김욱의 주의를 끌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오빠! 나 여기 있어! 3층 다락방! 빨리 와서 구해줘!김욱의 다급한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급기야 다락방 아래에서 멈췄다“안에 누구예요?”한 남자가 영어로 물었다.앨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제 와이프에요.”심유진은 바로 영어로 아래층을 향해 소리쳤다.“저 이 사람 와이프가 아니에요! 저는 납치된 겁니다!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더욱 엄숙해졌다.“당장 다락방 문을 열어요!”“안에 여자분 진짜 저의 와이프예요. 약간의 부부 갈등이 있어서 괜히 거짓말하는 거예요.”앨런은 다급히 핑계를 둘러댔다.“못 믿으시겠다면 저의 아들한테 물어보시죠.”“프레디! 프레디! 이리 와봐.”앨런은 프레디를 불러냈다.“경찰 아저씨, 제 여동생이 다락방에 갇혔어요. 하지만 어떤 관계든 간에 이건 이미 학대 아닌가요?”당황해하는 앨런과 달리 김욱이 훨씬 침착해 보였다.“다락방 문을 열고 제 동생을 꺼내주세요. 아빠!”경찰도 굳은 표정으로 명령했다.“어서 문을 여세요!.”앨런은 여전히 나 몰라라 했다.“열
앨런은 다락방 열쇠를 뺏으려고 아득바득 애를 썼다. 하지만 이내 경찰이 그를 막아섰다.경찰은 허리춤에 준비해 둔 총을 만지작거리며 경고했다.“움직이지 마!”앨런은 총을 발견한 후에야 뒤로 물러섰다.앨런이 얌전히 물러나자 경찰은 수갑을 꺼내 그의 손에 채웠다.김욱은 그 틈을 타, 재빨리 다락방에 채워져 있는 자물쇠를 열었다.김욱이 문을 열자 미세한 불빛이 다락방에 비쳤다.다락방이 워낙 깜깜했던 지라 김욱은 허공을 대고 심유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유진아?”반면 김욱이 밝은 곳에 서있어서 심유진은 그를 한눈에 발견할 수 있었다.“오빠! 나 여기 있어!”눈앞이 여전히 깜깜했지만 김욱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드디어 심유진의 윤곽이 눈앞에 나타나자 김욱은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유진아!”“오빠!”심유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경찰은 소리를 듣고 물었다.“찾았어요?”김욱은 감격스러워 뒤돌아 말했다.“네! 제 동생이 여기 있어요!”그의 말을 듣고 경찰은 험악한 표정으로 앨런을 바라봤다.“다른 할 말 있어요?”앨런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고집을 부렸다.“제가 제 와이프랑 잠시 불화가 있었을 뿐인데 당신들이 뭔 상관이에요!”“와이프랑 불화가 있든 말든 제 알 바가 아니지만 폭력을 사용하면 위법이죠.”경찰은 전혀 그의 거짓말에 속지 않았다.“전 폭력을 행사한 적 없어요! 때린 적도 없다고요!”앨런은 점점 감정이 격해졌다.“신체검사해 보면 알겠네! 전 거짓말 한 적 없어요!”“앨런 씨가 저한테 폭력을 쓰지 않았어요.”심유진이 끼어들어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심유진은 발에 채워진 족쇄를 흔들며 그의 범행을 밝혔다.쇠사슬이 서로 부딪치는 찰랑이는 소리가 김욱의 귀에까지 전해졌다.“저를 노예처럼 쇠사슬로 붙잡아 두었으니 이건 명백한 납치죠.”김욱은 그제야 그녀의 발에 채워진 족쇄를 발견했다.이어서 그가 족쇄를 풀어보려 했지만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심유진은 슬그머니 귀띔해 줬다
김욱은 더 캐묻지 않고 경찰한테 눈길을 돌렸다.“경찰관님, 제 동생 족쇄를 풀 수 있게 사람을 좀 불러와도 될까요?”경찰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가능하죠.”그러고는 무전기를 꺼내 본사에 지원요청을 했다.“이놈은 제가 먼저 경찰서에 데려가겠습니다.”“네.”김욱은 대답하며 다른 경찰이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너희들이 뭔데 나를 데려가! 여긴 내 집이야! 너희들은 날 절대 데려갈 수 없어!”앨런은 격하게 반항했지만 경찰은 손쉽게 그를 제압했다.“총 쏘기 전에 순순히 따라와!”경찰도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잠시만요!”갑자기 다락방에서 심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든 이의 시선이 다락방으로 향했다.“프레디!”아직 발이 묶여 있는 심유진은 다락방에서 내려올 수 없어 허공에 대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프레디 그 아이를 함께 데려가 줘요! 경찰관님! 아무래도 프레디가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한 것 같아요. 만약 가능하시다면 프레디의 몸에 상처가 있는지 검사해 주세요!”경찰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아가.”경찰은 프레디를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이리 내 곁으로 와봐.”앨런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빨리 네 방으로 들어가!”프레디는 경찰과 앨런 사이에서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했다.“넌 입 다물어!”경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앨런에게 경고를 날린 뒤 부드러운 표정으로 프레디를 위로했다.“아가야, 무서워 하지 마. 아저씨가 널 지켜줄게.”경찰은 커다란 손을 프레디의 앞에 내밀었다. 프레디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경찰은 벅찬 마음으로 프레디를 칭찬했다.“그래, 아가! 넌 참 용감한 아이야.”프레디는 멀뚱히 경찰을 바라봤다.“혹시 아버지가 너를 학대했어? 경찰 아저씨한테 말해줘.”경찰은 프레디가 불안해할까 봐 부드러운 어조로 차근차근 물었다.프레디는 앨런의 냉혹한 눈빛에 무서워서 입을 열지 못했다.“이 아이를 잠시 돌봐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먼저
심유진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너무 두꺼웠던 탓에 한참 후에야 끊어낼 수 있었다.족쇄가 풀린 순간 심유진은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심유진은 족쇄를 푸느라 수고한 경찰한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다락방에서 탈출했다.프레디는 이미 경찰과 함께 집을 떠났다. 아래층에는 김욱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멍을 때리고 있었다.“오빠?”심유진은 그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김욱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심유진의 발로 눈길을 돌렸다.“다 됐어?”“응.”심유진은 후련한 듯 총총 뛰었다.“그럼 우리 경찰서로 가자.”김욱은 심유진을 데리고 집 밖을 나섰다.“어서 가서 진술해야 해. 그리고 마리아 씨...”김욱은 독기 가득해서 말했다.“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을 거야.”김욱의 입에서 마리아의 이름이 나오자 심유진은 마음이 무거워 났다.“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심유진은 팔꿈치로 김욱을 꾹꾹 찌르며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오빠가 그렇게 매력이 많지만 않았어도 내가 납치될 일은 없었잖아.”“이제 와서 내 탓 하는 거야?”김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유진을 탓했다.“네가 처음부터 너의 신분을 밝혔으면 될 일이었잖아. 사람들이 네가 내 동생인 걸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그는 경찰차에 타고 있는 앨런을 짚으며 말했다.“저 변태 놈 자식은 네가 붙여 온 거잖아! 이게 나랑 뭔 상관인데!”심유진은 김욱의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마침 앨런과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앨런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눈빛으로 심유진을 빤히 쳐다봤다.심유진은 재빨리 눈길을 돌렸다.잠시 후 그들은 경찰서로 향했다.김욱과 심유진은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경찰차의 뒤를 따랐다.“공범이 있어요.”조사하는 도중 심유진은 마리아를 거론했다.“마리아 씨는 총으로 저를 위협하고 앨런 씨의 집에 데려다 놓았어요.”앨런은 마리아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부인했고 이 사건은 납치 사건이 아니라고 했다.그는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