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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유리컵은 바닥에 떨어져 조각조각 부서졌다.

주스는 바닥에 쏟아졌고 심유진의 다리와 슬리퍼에도 주스가 튕겼다.

“너...”

김욱은 점점 가까이 흘러오는 주스를 보며 절망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절대 말하지 않았을 거다.

“왜! 왜! 무슨 일 있어?”

하은설은 부랴부랴 방에서 달려 나왔다. 그녀는 주방 안에 꼴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김욱은 기침이 멈추지 않아 곧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힘겹게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물...”

하은설은 단번에 뜻을 알아차리고 다급하게 물 한 잔을 따라서 김욱한테 건넸다.

그는 물 반 컵을 비운 후에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리아 씨가 스파이라고? 진짜야?”

심유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렇지만 마리아 씨는 블루 항공에서 근무한 지 오래됐잖아. 그전에도 회사의 기밀이 모어 항공에 넘어간 적 있어?”

“그전에는 없었지.”

한바탕 기침하고 나니 김욱은 어느새 목이 잠겼다.

“하지만 이미 증거를 확보했어.”

심유진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것 같았다.

“무슨 증거인데?”

“나 마리아 씨의 이력서를 확인했어.”

김욱은 물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축였다.

“마리아 씨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어. 그녀는 어릴 적부터 엄마 손에서 자랐지. 게다가 그녀의 어머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가정주부였어. 그 모녀는 보잘것없는 농촌에서 살았지만 생활이 풍족했대. 마리아 씨의 동창들도 그녀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옷, 가방과 화장품이 모두 명품이었대.”

“그 말은 즉, 마리아 씨가 후원받은 거라는 거야?”

심유진이 그의 말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김욱은 심유진을 째려보더니 한심한 듯 말했다.

“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참 궁금하네.”

“그럼, 그 돈이 다 어디서 난 건데?”

심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수상했단 말이야.”

김욱은 식탁을 탁탁 두드렸다.

“그래서 내가 해커를 통해 뒷조사를 해봤는데 마리아 씨가 블루 항공에서 근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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