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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레스토랑 문 앞에서 함께 있는 그 둘의 모습을 본 후로 심유진은 도통 잠이 오지를 않았다.

마리아와 앨런이 웃고 있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심유진은 그 웃음에 담긴 의미가 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 때문에 웃고 있는게 확실해 보였다.

...

일요일 아침.

심유진은 마리아한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유진 씨!”

전화기 너머로 마리아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어제 집으로 돌아간 후, 실수로 팔찌를 끊어뜨렸어요... 혹시 어디서 고칠 수 있는지 알아요?”

심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팔찌를 산 곳을 보내줬다.

“제가 보낸 주소로 찾아가면 돼요. 제가 미리 샵주한테 얘기해 놓을게요.”

“유진 씨, 저와 같이 가주면 안 돼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만약 샵주가 고쳐주지 않으면 어쩌죠?”

“사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심유진은 사실 그대로 말했다. 사실 그녀도 인터넷으로 팔찌를 구매하기는 처음이었다. 그 샵이 비교적 유명한 곳이라 한번 믿어보는 마음으로 산 것이었다.

“마음이 안놓이면 먼저 내버려두세요. 제가 나중에 믿을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봐 줄게요.”

“이 팔찌 유진 씨가 준 선물인데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둬요. 하루라도 빨리 고치고 싶어요.”

마리아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

“유진 씨, 제발요. 저랑 같이 가요. 네?”

심유진은 단호하게 거절하려던 찰나 주방으로 다가오고 있는 김욱을 발견했다.

“알겠어요.”

심유진은 바로 말을 바꿨다.

“저 지금 옷 갈아입고 나갈게요. 제가 집 앞으로 데리러 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요.”

김욱은 통화 소리를 듣고 심유진한테 뭔가 물어보려 했다.

심유진은 잽싸게 손가락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괜찮아요. 제가 신세를 지는 건데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요.”

마리아는 연신 거절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면 제가 유진 씨 데리러 갈게요.”

심유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래도 되죠.”

“그럼, 저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마리아는 그제야 흡족하게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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