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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점심시간, 마리아한테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유진 씨, 지금 뭐 해요?”

심유진은 입안에 밥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밥 먹고 있어요. 마리아 씨는요?”

“저도 밥 먹고 있죠.”

마리아의 목소리는 풀이 잔뜩 죽어있었다.

“유진 씨, 보고 싶어요. 유진 씨가 회사에 안 오니까 너무 외로워요. 같이 점심밥 먹어 줄 사람도 없고 출근 시간에 같이 농땡이 부릴 동료도 없어요. 휴...”

앞으로 마리아와 만날 기회가 적어진 걸 생각하니 심유진도 내심 아쉬웠다. 하지만 그녀마저도 우울해 하면 마리아가 더 침울해할 것을 고려해 감정을 숨긴 채 마리아를 타일렀다.

“다른 분과 밥을 먹으면 되죠.”

비록 대표실 직원을 다 바꿨다고 해도 마리아의 성격에 그들과 친해지는 게 힘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새로 온 직원 중 마리아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직원이 많았다. 마리아가 마음만 먹으면 공통된 언어를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분들이 유진 씨는 아니잖아요.”

마리아는 계속 시무룩해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마리아가 이토록 자신을 좋아하는지 심유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심유진은 회사를 떠난 후로부터 한 번도 마리아 생각을 한 적이 없어 미안했다.

“아니면... 우리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서 같이 밥 한 끼 먹을래요?”

심유진은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레 물었다.

심유진이 한국 갈 날이 머지않았고 이번에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가기 전 마리아와 밥 한 끼 먹으면서 작별 인사를 할 계획이었다.

“좋아요!”

마리아는 냉큼 승낙했다.

“뭘 먹을지는 유진 씨가 정해요! 전 뭐든지 좋아요!”

“네.”

심유진은 마리아를 다독이다가 전화를 끊었다.

...

김욱은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왔다.

같은 시각 심유진과 하은설은 거실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놀고 있었다. 그 둘은 문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놀라서 자리에서 튕겨 나가듯 일어섰다. 그러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현관 쪽을 바라봤다.

김욱의 두 손에는 큰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그는 거실 중앙에 꼿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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