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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마리아와 앨런은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는 관계라서 심유진은 굳이 둘을 소개해 줄 생각이 없었다.

“이쪽은 제가 킹 호텔에서 근무할 때 직속 상사였던 앨런이고 이쪽은 제 동료이자 친구인 마리아예요.”

앨런은 젠틀한 모습을 뽐내려고 먼저 마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앨런 씨.”

마리아는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녀는 앨런의 손을 살짝 잡으며 인사했다.

“제가 정정할게요. 저는 현재 유진 씨의 동료가 아니라 옛 동료예요.”

“네? 유진 씨, 또 이직했나요?”

“아니요.”

심유진은 애써 멋쩍게 웃음을 유지했다.

“저 지금은 백수예요.”

“무슨 말이에요?”

앨런의 눈에는 의혹으로 가득했다.

심유진이 킹 호텔에서 퇴사할 때 앨런한테 집에서 운영하는 회사로 이직할 거라고 말했었다. 그 때문에 심유진은 앨런 앞에서 차마 자신이 잘렸다는 거짓말 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잘렸다고 했다간 들통날 게 뻔했다. 게다가 마리한테 그녀의 정체를 들킬 수도 있었다.

심유진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마리아를 슬쩍 쳐다봤다.

“그냥 저랑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심유진은 마리아가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앨런한테 진실을 말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과연 마리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눈치를 챘다.

“네. 대표님이 유진 씨를 붙잡으려 온갖 노력을 다했어요. 그럼에도 유진 씨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우리 부서 동료들도 다 섭섭했어요.”

앨런은 그 둘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심유진의 업무 능력이 강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능력 있는 심유진이 잘린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없다면 킹 호텔로 돌아오는 건 어때요?”

앨런은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전 일단 좀 쉬고 싶어요.”

심유진은 그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래요. 어쩔 수 없죠.”

앨런은 굳이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일할 의향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거래처 고객이 아직 기다리고 있어 앨런은 이내 자리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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