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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저녁 식사는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했다.

이곳은 단골손님들의 예약만 받고 하루에 10테이블만 받는 핫플레이스 였다.

들어오기 전에 심유진은 호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지갑을 찾을 수 없었다.

“왜 그래요?”

안절부절못하는 심유진의 모습에 허태준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심유진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여형민과 나은희는 이미 가게에 도착해 룸에 자리를 잡았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들어섰다.

그 모습에 놀란 여형민은 눈을 반짝이며 마주잡은 두 손을 주시했다.

“두 분...”

여형민은 허태준과 심유진을 번갈아 보면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허태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히려 심유진은 부끄러워서 다급히 여형민의 시선을 피했다.

그때, 나은희는 여형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일깨워 준 후에야 부담스러운 눈빛을 거뒀다.

“빨리 시키죠!”

나은희는 메뉴판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 같아요.”

룸에는 대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원형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허태준은 여형민과 나은희의 맞은편에 심유진을 앉힌 뒤 그녀 옆에 앉았다.

그는 메뉴판을 심유진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뭐 먹고 싶은 것 있는지 봐요.”

“풉!”

여형민은 마시던 물을 내뿜자 허태준의 눈총을 받았다.

그는 급히 티슈를 꺼내 테이블 위에 튄 물을 깨끗이 닦았다.

“죄송합니다.”

여형민은 머쓱하게 웃으며 사과했다.

“전 그저... 두 분의 모습이 적응이 안 돼서요.”

곧이어 허태준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에게 경고했다.

심유진은 너무 부끄러웠던 나머지 허태준과 여형민 사이에 오가는 신경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유진은 메뉴판을 다시 나은희한테 건네며 말했다.

“나 대표님께서 주문하세요. 오늘은 대표님에게 밥을 사드리기 위해 준비한 자리입니다.”

“나 대표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게 낯서네요.”

나은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를 편안하게 ‘은희’라고 불러주세요. 편하게 ‘나으니’라고 부르셔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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