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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허태준의 얼굴은 가까이에 확대되었고 까만 눈동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블랙홀 같았다. 그 눈 안에는 심유진이 알 듯 말 듯한 정서가 담겨져 있었다.

심유진은 넋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발버둥 치려는 것조차 까먹었다.

허태준의 혀끝은 심유진의 입술을 파고들어 갔다. 한 손은 그녀의 고개를 받쳐 들면서 이 입맞춤을 더 깊게 했다.

심유진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두 손은 무의식적으로 허태준의 어깨에 대고 그를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허태준은 추호도 움직임이 없었다. 심유진은 혀끝이 저려났다. 허태준은 그제야 심유진을 놓아주었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턱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볼로 그녀의 목을 부비댔다.

찌릿찌릿한 전류가 심유진의 온몸에 전해졌다. 심유진은 손끝이 오그라들었다.

“그런 말 하지 마.”

허태준의 낮은 목소리에는 나약함이 섞여 있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마.”

무언가가 심장을 명중한 것같았다. 심유진은 아픔에 이불 시트를 부여잡았다.

“잘못을 많이 저질렀어.”

허태준은 고백했다.

“네가 날 용서하기를 바라지 않을게. 다만 기회를 줘. 너랑 별이한테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심유진의 마음은 쉽게 녹아내렸다.

허태준의 뉘우치는 모습은 또 한 번 심유진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나와 별이는 앞으로 미국에 살게 될 거예요.”

그녀의 가족,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는 다 그쪽에 있다. 허태준은 아직 심유진한테 그들을 버릴 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허태준 또한 심유진을 위해 자신이 건립한 상업제국을 포기할 리 없었다.

“우리는 이미 잘살고 있어요. 행복한걸요. 허태준씨가 더 잘해주지 않아도 돼요.”

몇 년간 심유진은 하은설의 도움하에 혼자 별이를 데리고 무탈히 보내왔다. 별이는 그들 옆에서 지내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못 받은 것 외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요즘 미국의 게임 회사와 인수합병을 할 계획에 대해 논하고 있어. 잘 되면 사업 중심을 그쪽에 옮기게 될 거야.”

허태준은 말했다.

육윤엽이 심유진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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