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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추측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심유진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끝도 없는 분노가 그녀를 덮쳤다. 심유진은 아랫입술을 꽉 물어서야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있었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기절한 척한 원인이 자신한테 그런 짓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허태준은 육 년을 참고 견뎌왔다. 이 육 년 동안 CY그룹이 무너진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사실상 CY의 수익은 날로 커졌으며 오히려 같은 자리에 서 있던 YT 그룹이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더니 파산 위기에 처해있었다.

심유진은 이 중에 허태준의 계략이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유진의 분노는 허태준이 기절한 척 한데에 있지 않았다. 심유진이 한을 품은 것은 허태준의 무책임한 행위로 하여 자신이 긴 시간 동안 집착하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아이를 하마터면 없애버리려 했어요. 알아요?”

억울함이 조금씩 밀려왔다. 심유진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목소리도 떨렸다.

허태준은 소리를 내려 하였지만 결국 의미가 없는 세글자만 튀어나왔다.

“미안해.”

심유진은 드라마 속의 남자주인공처럼 양아치 같은 말투로 마음속의 말을 했다.

“사과가 소용 있다면 경찰을 해서 뭐해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미안해 세글자가 또 나오려고 하자 허태준은 이를 악물었다. 주먹을 쥔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변했다.

심유진은 눈물을 닦아내면서 말했다.

“한평생 속여주길 바랬어요.”

심유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허태준의 마음을 심하게 타격했다.

“돌아가서 어떻게 별이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심유진은 별이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 별이가 맨날 버릇처럼 부르던 아빠가 진짜로 친부라는 얘기를.

“별이한테 가족을 이뤄주고 싶어.”

허태준의 목적은 간단하고 순수했다.

허태준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심유진을 한평생 모르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라는것을.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랜 시간 동안 지지부진하게 될 것이다.

허태준은 어영부영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평소 같이 속전속결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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