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져 진정할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 심장에서 드럼을 치는 것 같았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그의 신발에 고인 물을 바라보았다.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비가 많이 오던데..." 허태준이 재채기하는 바람에 그녀는 하려던 잔소리를 다시 삼켰다.허태준은 코를 막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수줍어서인지 그의 시선이 허공을 방황했다. 그러나 심유진과 마주 보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에 옅은 홍조가 띠었다.심유진은 모른 척 진 아주머니에게 휴지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허태준은 재빨리 등을 돌려 실수로 흘린 콧물을 닦아냈다."미안."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붉어 있었다, 다행히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침착해졌다.심유진은 그의 행동이 그다지 실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평소 화풍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인간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가 귀여워 보였다."얼른 가서 씻으세요!" 진 아주머니는 새 수건을 꺼내 허태준의 손에 넣었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으면 감기에 걸리고 열이 난단 말이에요!"그녀는 허태준을 욕실 쪽으로 밀면서 말했다.허태준은 그녀의 손이 자기 몸에 닿자 순간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심유진이 보고 있었기에 발작을 참으면서 터벅터벅 걸어가 아주머니와 거리를 뒀다.이런 미묘한 변화를 심유진은 모두 눈으로 보았다.사실 진 아주머니의 돌발 행동에 그녀도 진땀을 흘렸다.하지만 다행히 허태준이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진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3층에 가서 XL 사이즈 환자복 한 벌과 대형 사이즈의 일회용 팬티 한 벌을 사다 주세요."허태준의 옷은 안에서부터 밖까지 전부 흠뻑 젖었다. 밖에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있어서 그에게 새 옷을 사다 줄 수가 없었다. 다만 환자복과 환자 물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진 아주머니는 그녀가 허태준의 옷을 준비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아버님 옷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요? 또 사시게요?"육윤엽은 매일 심유진을 보기 위해 병
병원 안의 환자복의 디자인은 모두 똑같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그녀가 입었을 때도, 환자복 그 자체였다. 하지만 허태준이 입자, 명품 브랜드의 새 시즌 옷처럼, 값싼 옷감까지 아주 고급스러워졌다.진 아주머니는 2초 동안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정말 잘생기셨어요!" 심유진에게 말했다. "유진 씨가 정말 복이 많네요!""저희 아주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 심유진이 황급히 둘 사이를 부인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화로웠다. 게다가 그녀가 부인하는 모습에 살짝 실망한 것 같았다."예, 예. 알겠어요!" 진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자리를 피했다. "두 분이서 얘기 나누세요, 전 산책이나 하고 올게요."**심유진과 허태준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두 사람 어떤 주제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 채 눈치만 살폈다.결국 심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당신..."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연 것이다.두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해서 서로 바라보다가 곧 헛웃음을 지으며 양보했다. "먼저 말하세요.""먼저 말해."공기가 다시 한번 굳었다.심유진이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내가 먼저 말할게요."허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여기 어떻게 왔어요?" 심유진이 물었다. 허태준이 샤워를 하고 있을 무렵, 김욱이 전화를 걸어왔다. 시내 전역이 정전 때문에 교통 시스템이 마비되어 지하철을 탈 수 없다고, 오늘에 병원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해왔다.뉴스에서도 끊임없이 시내 곳곳의 실시간 화면을 방송하고 있는데, 폭우로 인한 침수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도로 위의 승용차 절반이 물에 잠겨 있고, 한 대 한 대 모두 시동이 꺼진 채 멈춰 있어 대부분 거리를 막았다. 관련 부서는 시민이 그 자체였다 집에 머물며 외출하지 말 것을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지만, 폭우로 실종된 시민들의 수는 계속 늘고 있었다.비록 허태준이 무사히 그녀
허태준은 순간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비록 이곳에 머무르려는 마음을 품고 오긴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선뜻 자고 가라고 대답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정신을 차린 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입술을 애써 누르며 무표정한 얼굴로 병실을 둘러보았다. "간이침대 하나밖에 없잖아, 아주머니는...""간호사에게 침대를 추가하라고 하면 돼요." 심유진이 침대 머리맡의 호출기에 닿을 정도로 손을 길게 뻗으며 말했다.'침대 추가'는 허태준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비록 같은 방에 같이 있더라도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어쨌든 그는 그녀와 함께할 수 있었다.특히 VIP 병실은 침대를 추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간호사가 침대를 밀어 오던 중 어슬렁거리다 돌아온 진 아주머니와 부딪혔다.진 아주머니가 급히 다가가 물었다. "뭐하는 거예요?"간호사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침대를 추가하는 중이예요.""침대는 왜요?" 진 아주머니는 순간, 허태준을 바라보더니 얼른 말했다."병실에 넣지 마요!" 그녀는 간호사를 붙잡고 말했다. "그냥 문 앞에 놔두세요!"간호사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왜요?""밖에서 자려고요!" 진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침대를 다시 밖으로 밀어냈다. "방이 이렇게 작은데 침대를 3개나 어떻게 놔요, 너무 비좁아요!"간호사는 상관이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침대를 제공했다. 심유진이 급히 목을 길게 빼고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아주머니, 안으로 들어오세요! 밖이 얼마나 추운데요!"밤에는 기온이 떨어진다. 병원 곳곳에 에어컨이 있지만, 복도는 병실보다 훨씬 따뜻하지 않다.진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됐어요! 제가 이불 단단히 덮으면 돼요!"그녀는 얼른 침대 두 개를 바꿨다. "이 침대 새 것이예요." 그녀는 허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새 것이니까 안심하고 쓰세요."허태준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진 아주머니는 허태준이 입고 온 더러운 옷을 안고 세탁실로 향했다. 병실에 또 두 사람
심장이 갑자기 뛰어놀란 심유진은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진정하며 드라마에 집중했다.허태준은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 '시간여행' 영화에 관한 촬영 프로젝트 기획안을 확인했다.'시간여행'은 번성이 지난해 출간한 소설로, 그의 전작 '웜홀'의 판매 기록을 깨고 각종 각색에 대한 판권이 CY 그룹으로 넘어갔다.'웜홀'과 달리 이번 '시간여행'에서는 CY 그룹이 번성 본인에게 직접 시나리오를 맡겼고, 시나리오가 완성되자 곧 캐스팅에 들어간다.'웜홀' 대성공으로 CY 그룹은 '시간여행'에도 매우 중시했다. 그래서 기획안을 한 번 바꿀 때마다 허태준에게 제출해 직접 그의 의견을 들었다.허태준은 심유진이 신경 쓰였던 나머지 아주 천천히 기획안을 훑어보았다.그렇다고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그는 카톡으로 촬영 총책임자를 찾아 물었다. "시간여행의 개봉 예상 시기가 전보다 1년 늦춰졌던데, 왜죠?"예정대로라면 영화 촬영과 제작에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공교롭게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개봉 시기가 내후년으로 바뀌었다.진작부터 그의 질문을 예상했는지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대표님, 사실 최근에 희열 엔터가 할리우드의 투자로 '마스 이미그레이션'을 먼저 촬영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희 촬영 스케줄과 겹칩니다. 업계에서 두 IP에 대한 평가 중 '마스 이미그레이션'이 '시간여행'보다 폭발적인 흥행을 할 거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웜홀'을 뛰어넘는 게 목표지만 '마스 이미그레이션'과 정면에서 승부를 볼 경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이룩할 것 같습니다."허아리의 납치 사건 이후, 허아리은 희열 엔터에 관한 관심이 CY 그룹을 넘어섰다. 그곳에 무슨 풍파가 생기면, 그는 제일 먼저 알 수 있다.심훈이 '마스 이미그레이션' 촬영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도 들었다."일정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허태준의 눈에 묘한 경멸감이 스쳐 지났다.그는 드림 파라다이스가 왜 희열 엔터와 협력하려고 하는지
김욱의 요구는 허태준한테 너무나도 쉬운 요구였다.“바람잡이를 좀 해줘야겠습니다—CY에서 올해 찍을 >은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할 예정이라구요.”CY가 >을 사들였을 때 기세가 상당하여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소문을 들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욱이 알게 된데에 대해 허태준은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더 의외인것은 김욱이 드림 파라다이스를 언급한 것이었다.허태준은 드림 파라다이스라는 회사에 대해 상당히 익숙하였다.>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 허태준은 후기 제작팀의 선정에 있어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물론 드림 파라다이스와 LY레전드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나중에 마침 LY레전드에서 제작한CG영화가 상영을 하면서 국내에서 흥행을 하였다.회사 경영진에서는 이참에 LY레전드로 확정을 지었다.쌍방은 유쾌하게 합작을 하였고 >도 또한번의 흥행을 거두면서 이번 >의 후기제작도 자연히 LY레전드에 맡겼다.“우리는 이미 LY레전드와 계약을 맺었습니다.”허태준은 난감해하면서 이마를 찌푸렸다.도움이 될수만 있다면 김욱이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해도 자연히 도울 것이다.다만...“진짜로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을 하라는것이 아닙니다.”김욱은 설명을 했다.“이렇게 말씀 드리죠—심훈이 당신들과 드림 파라다이스가 합작을 한다고 생각하게끔 하면 됩니다.”심훈?허태준은 이마를 더욱 찌푸렸다.그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희열엔터가 찍고 있는 >은 드림 파라다이스와의 합작을 앞두고 있는것 같았다. 김욱이 그렇게 하라고 하는것은 혹시 그 일을 무마시키려고?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LY레전드와 먼저 말을 맞춰야겠습니다.”허태준은 말했다.진짜가 아니라 해도 합작 파트너의 기분을 고려해야 했다. 상대방이 오해를 하게 되면 이쪽도 힘들어지게 된다.**LY레전드의 CEO는 말이 잘 통했다.허태준은 홍보에 필요하다고만 했는데 상대방은 그가 드림 파라다이스와 합작한다는 마케팅전략에 동
심유진은 더욱 화가 났다.“아니! 뭐라는거예요!”허태준의 입꼬리는 더 올라갔다.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그녀는 아직 그를 관심하고 있구나. 참 좋다.허태준이 문어구에 서있기에—그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서있기만 해도 심유진은 불편했다. 그래서 진아주머니더러 몸을 빨리 닦으라고 했다.밖의 번개와 우뢰는 드디어 조용해졌다. 비도 점점 작아졌다.하지만 전기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병원을 제외하고 근처의 빌딩은 불빛하나 없었다.허태준은 베란다와 욕실창문을 한번 검사하고 다 잠긴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심유진은 아직 티비를 보고 있었다. 티비를 제외하면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잘거예요?”그녀는 허태준한테 물었다.허태준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을 했다.“당신은?”“잘거예요.”심유진은 하품을 하고는 티비를 껐다.허태준은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편히 누울수 있게 침대를 내려줬다.“뭐 더 필요한거라도 있어?”그는 침대끝에서부터 침대머리쪽으로 다가가 침대의 펜스를 짚으면서 천천히 몸을 숙였다.심유진의 몸은 그의 접근에 점점 경직 되었다.“없어요. 고마워요.”그녀는 웃었지만 시선은 바쁘게 움직여 한시도 그의 얼굴에 머무르지 못했다.허태준도 그녀의 황급함을 주의하지 못한것은 아니다.그녀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억지로 진정한척 하는데 그 모습은 귀엽기만 했다. 그는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심유진.”그는 입을 열고 한숨을 쉬듯 몽롱하고 나른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심유진의 몸은 흠칫했다. 전전긍긍하면서 대답했다.“왜요?”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돌렸다. 그의 깊이를 가늠할수조차 없는 눈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마음속 깊이에서부터 난데없이 공포감이 올라왔다.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였다.“진짜로 필요한게 없어요. 빨리 가서 자요! 저도 피곤해서 먼저 잘게요.”연속 말을 뱉어내고 그녀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허태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이렇게 귀여워.”그의 눈속에서 흘러나오
심유진은 이 목소리가 얼마만인지 기억나지 않았다.매일 생각해서 환각이 생길 지경이었다.가끔 별이가 그녀의 귀에 대고 “엄마”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다. 밝은 목소리, 기쁜 목소리, 우울한 목소리, 슬픈 목소리...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다 허상이라는것을.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일하고 있어요?”별이는 의혹에 가득 찬 말투로 시험삼아 물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뚫어지게 보았다. 너무 노려보았는지 눈앞이 모호해졌다.“그럼.”허태준은 곁눈질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별이와 얘기하는 그 여느때처럼 부드러웠다.“아...”별이는 긴장하면서 말끝을 흐렸다.“그럼...나중에 또 걸게요~”별이는 매일 이시간에 허태준과 영상통화를 했다. 그래서 자연히 허태준이 지금도 한가할거라고 생각했다.“아니야.”허태준은 별이를 제지시켰다. 그리고 화제를 이끌었다.“오늘 유치원에서 재미있는 일이 없었어?”“오늘 주디선생님이 칭찬해 주셨어요!”별이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봐도 우쭐대는 모습이었다.허태준의 눈빛은 부드러워졌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물었다.“왜?”“날개를 다친 작은 새를 주었어요! 날지도 못해서 너무 불쌍했어요! 그래서 의무실에 데려가서 의사선생님더러 상처를 처리하게 하고 나무로 집도 만들어 줬어요! 주디선생님이 제가 착하다고 했고 제가 나무집도 예쁘게 만들었다고 했어요!”별이는 헤실거리면서 웃었다.“사진도 찍었는데 보여줄게요!”별이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허태준의 핸드폰은 진동하였다. 사진이 전송되었나보다.심유진의 마음은 간질거렸다. 그녀는 열심히 목을 늘려보려 했지만 너무 멀어 모호한 색깔밖에 볼수 없었다.“아빠, 보여요?”별이는 물었다.허태준의 입꼬리는 더욱 올라갔다.“봤어.”그는 별이가 보내준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예뻐요?”별이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허태준은 웃으면서 낮고 부드럽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별이가 만든건데 예쁘지 그럼.”별이는
그는 종이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보고싶으면 차라리 사실대로 얘기해주지 그래.”그러면 이렇게 숨길 필요없이 별이와 영상통화를 마음껏 할수 있을텐데.“안돼요.”심유진은 칼같이 거절했다.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다른 아이들은 차사고나 다리가 끊어졌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별이는 똑똑히 알고 있다.“저때문에 걱정하는게 싫어요.”그들은 바다를 두고 멀리 있었다. 그녀는 절때 하은설더러 별이를 데려오라고 할수 없다. 그래서 별이는 조급하기만 할뿐이다. 매일 그녀때문에 생각이 많아질수도 있다.그녀는 그렇게 되는것이 싫었다.그녀의 유일한 소망은 별이가 아무 생각없이 행복하고 유쾌하게 매일을 보내는것이다.허태준은 그녀의 외로움을 똑똑히 보았다.그는 하마트면 그녀를 미국의 병원으로 보내겠다고 말할뻔 했다.그는 전용기가 있어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이동하는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그녀가 그렇게 간다면 아예 돌아오지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기에 그는 그렇게 할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못보낸다. 6년전처럼 매일 그녀의 사진만 바라보면서 세월을 보낼수는 없다.그는 그녀가 옆에 있어야 했다. 살아있는 그대로, 온도가 있는 그대로.그래서 그는 한시라도 급히 그들사이에 있는 장애를 없애야 했고 그녀의 근심을 털어버려야 했다.심씨가족은...그 첫번째가 될것이다.“부탁 하나 해도 되나요?”심유진의 갑작스런 말소리는 허태준더러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얘기해.”“저녁에 별로 일이 없으면 병원에 와줄수 있나요? 별이와 통화할때...옆에서 듣고싶어요.”심유진은 애절한 눈빛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허태준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했다.“그래.”그는 지금의 심정을 말로 형용할수 없었다—제일 큰 감정은 기쁨이었고 걱정도 조금 있었다.앞으로 각종 핑계거리로 그녀를 찾아오지 않아도 되지만 매일 이리로 온다면 육윤엽이 그를 더 못마땅하게 생각할가봐 걱정이 되었다.**한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