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의 대답으로 인하여 허태준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그녀한테 기대가 있었다니, 그녀한테서 만류하는 말이 나오기를 바라다니.현실은 그에게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그럼, 내일에 하지.”허태준은 일부러 마음 편한척했다.이 관계는 더 일찍 끝났어야 했다.그럼 그도 그렇게 터무니없는 꿈을 꾸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그의 홀가분한 표정을 보자 심유진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좋아요.”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짓고 말했다.“돈은 필요 없어요.진짜 결혼을 한 것도 아니니 돈을 떼어가는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하지만...”그녀는 입술에 침을 묻히고 말했다.“제 초코를 돌려줄 수 있나요?”그녀의 비전한 자태를 보자 허태준의 마음은 찌릿해났다.눈앞에 형세때문에라도 또 그의 사심때문에라도 그는 고양이를 바꿔오기 싫었다.“안돼.”그는 굳은 얼굴을 하고 이 두 글자를 내뱉었다.예상속의 결과다.하지만 직접 들으니, 마음이 상했다.“그래요.”그녀는 강요하지 않았다.“돌아가서...잘게요.내일아침에 봐요.”허태준은 그녀먼저 고양이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굳게 닫힌 방문을 한참 바라보고 나서 심유진은 쩔뚝거리며 방으로 돌아왔다. **허태준은 반쯤 침대에 누웠다. 고양이는 그의 가슴에 엎드려 있었다.그는 손을 들어 눈부신 불빛을 가렸다.“심유진은...마음이라는게 없는 걸까?”그는 쓴웃음을 지었다.혼잣말을 하듯이,감기에 걸려 깨어나지 못한 고양이한테 얘기하듯 그는 말했다.“나는 눈이 멀고 속도 없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를 좋아했지.”“그녀를 좋아하고 싶지 않아.”“근데 그게 어렵네.”“너도 그래?”“너를 안좋아한다는것을 알면서,너한테 관심이 없다는것을 알면서 그녀 앞에 다가가서 주의를 끌고 마음을 얻으려 하고.”“불쌍한 놈.”허태준은 웃다가 점점 소리가 없어졌다.**심유진은 온밤을 지새웠다.큰 다크서클을 달고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허태준한테 들킬까 봐 얼굴에 두꺼운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전례 없는 짙은 화장을 하였
허태준과 심유진은 멍해있었다.예전 같았으면 허태준은 여형민의 이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 그더러 차를 타고 오라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그는 심유진을 곁눈질해 보았다.눈으로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공항으로 가요.”그녀가 이 한마디를 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숨이 놓였다.엘리베이터도 마침 도착했다.허태준은 물었다.“같이 갈래?”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녀가 경주로 온후 대구쪽 친구들과의 연락은 뜸해졌다.구정이 지나 여형민의 일도 바빠지기 시작했다.심유진은 그가 새벽 두시 세시까지 스토리에 안건을 보고 있다는 근황을 업데이트 한것을 자주 보았었다.그에게 폐가 될까봐 그를 찾은 적도 없었다.사실 그녀는 그가 보고 싶었다.여형민은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심유진과 같이 있어?”그는 허태준한테 물었다.허태준은 “응.”하고 대답했다.“같이 데리러 갈게.”“오늘 출근 안 한대?”여형민은 기뻤으나 의혹스러웠다.심유진은 다리가 다친 사실을 동네방네 소문내지 않았다. 허태준도 입이 빠른 사람이 아니라 여형민은 뉴스를 보고 그녀가 정현철한테 납치당했다는 것을 알뿐 납치한 디테일까지는 몰랐다.허태준은 또 “응.”하고 대답했다.“엘리베이터안 신호가 안 좋아.공항에 가서 전화할게.”**공항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들은 무서웠다.말을 꺼내면 상대방이 화제를 “이혼”으로 끌고 갈까 봐.그래서 마음을 졸이며 자기 생각만 하고 있었다.그들은 출근 시간을 피했으나,아직도 길이 막혔다.두시간이 걸려서야 공항에 도착했다.허태준은 여형민의 지시에 따라 금방 그를 찾아냈다.여형민은 보기에도 두껍지 않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어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드디어 왔네!”그는 짐을 트렁크에 던지고 습관적으로 뒷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그를 향해 웃고 있는 심유진을 보았다. 그는 멍해서 물었다.”왜 뒤에 앉아 있죠?”“다리가 끊어져서요.뒷좌석이 공간이 넓어요.”심유진은 대답했다.“그래서 트렁크에 휠체어도
심유진은 덤덤히 웃었다.”네.”허태준은 백미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맞다. 아직 안 물어봤네요.” 심유진은 화제를 돌렸다. “경주에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어머,태준이가 말을 안 해줬어요?” 여형민은 의혹스레 허태준을 보고는 돌아서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태준이의 친구가 이혼을 하는데 변호사가 갑자기 튀었다네요. 그래서 제가 왔어요.”허태준의 이혼하는 “친구”라고 하면,심유진은 정소월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만약 그녀도 그의 친구라면 그녀도 추가될 수 있겠다.“네.”심유진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들은 적이 있어요.”그녀의 기복이 없는 목소리를 듣자 허태준의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은 점점 조여왔다.“어디에 머무르세요?”심유진은 물었다.“우리 집에요!”여형민은 당연하다는듯이 대답했다.심유진은 바보 같은 질문을 한것 같았다.“유진씨 집 아래에 있어요. 대구에서 처럼요.”여형민은 말했다.심유진은 몰랐다.“하지만 오늘 유진씨네 집에 머물러야겠어요. 제방은 아직 정리가 안돼서 잘 수가 없어요.” 그는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는 장난스레 허태준한테 물었다. “나를 거두어 줄 거지 맞지?”허태준은 곁눈질로 그를 보고 차갑게 물었다. ”안된다면 갈 거니?”“아니!” 여형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여형민은 그들과 같이 집으로 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신대륙을 발견하듯이 소리 질렀다.“고양이를 기르다니!”소리는 높아 하늘을 찌를 기세다.“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해?”“사람은 물어?”“안고 좀 놀아도 돼?”“생채기 내지 않겠지?”“예방주사는 놓았어?”“전염병은 없겠지?”그는 케이지앞에 쪼그려 앉아 쉴 틈 없이 질문했다.허태준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그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참다못해 말했다. ”나가.”여형민은 쉽게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쪼그려 앉아 조심스레 고양이를 안았다.허태준은 아침에 약을 먹였다. 아기고양이의 상태는 어제보다 좋아졌다. 계속
여형민은 발견했다. 현재 허태준의 심정이 좋지가 않다는 것을.차에 오르자마자,그는 폭이 넓은 썬글라스를 끼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아우라를 풍겼다.“야!”여형민은 손가락으로 그의 팔을 찌르며 물었다.”유진씨랑 아무런 진전도 없어?”허태준은 입술을 더욱 굳게 닫았다. 썬글라스 아래 두 눈은 불쾌하게 실눈이 되었다.“유진이는 나를 안 좋아하는데 무슨 진전?”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여형민은 그의 목소리에서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유진씨는 너한테 호감이 있다고 말해줬잖아?”여형민은 한스럽게 바라보았다.“호감뿐이겠지.”좋아하는 것과는 달랐다.아니면 왜 번번이 그와 정소월을 끼워맞추려고 하는데?“호감을 좋아함으로 바뀌게 노력해야지!”여형민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절대로 몸을 낮춰 타인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을 것이다.다른 사람이 먼저 접근하기를 기다릴 뿐이다.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얼굴이지만 심유진은...아닐것이다.허태준도 부인은 하지 않았다.여형민은 “흥.”했다.” 이렇게 고상한척 하다가는 심유진씨가 너랑 이혼한다고 할걸!”이 말은 마침 허태준의 아픈 곳을 꿰뚫었다. 그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여형민은 아무런 준비도 없어 크게 앞으로 기울었다. 안전벨트가 아니었으면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을것이다.“내려!” 허태준은 선글라스를 뚫을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여형민은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차에 눌러앉았다. 하지만 더 이상 아까 화제를 계속하지는 않았다.허태준은 화가 났는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대꾸하지 않았다.몇번 말을 걸다가 여형민도 그만했다.그는 심심해서 여기저기 만져보았다. 조수석 앞에 저장소를 여니 두 개의 작은 책자가 떨어져 나와 그의 다리에 떨어졌다.여형민은 내려다 보았다.”결혼증?”허태준은 놀라 브레이크를 밟지 못할뻔했다. 그대로라면 빨간 불에도 지나갔을 것이다.차가 멈춤선에서 멈춘 후 그는 결혼증을 빼앗아 다시 저장소에 넣었다.“함부로 다치지 마!”그는 질책했다.
허태준은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엊저녁에 분명 큰 결심을 내리고 관계를 정리한다고 했는데 지금 또 물러서게 되었다.“하.”여형민도 냉소를 하였다.“날 얕잡아 보지 마! 요새 심유진과 잘 얘기해볼 테니 섣부르게 움직이지 마!”“됐어.”허태준은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이혼은 내가 먼저 제기한 거야. 두 삼촌이...요즘 또 움직이기 시작했어.”그의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여형민은 그의 집안 사정에 대해 빠삭하진 못해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의 얘기를 들으니 안절부절못했다.“아저씨들이 심유진한테 손을 댔어?”“허택양이 치근덕 거리긴 했는데 실패한 모양이야.”허태준은 말했다.“아니, 왜…”여형민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하였다.“그 사촌형제들은 좀 다른 수단으로 널 상대하면 안 된대? 매번 네 여자를 빼앗으려는 방법으로 상대하다니. 너무 저질이잖아!”허태준도 비웃듯이 웃었다.“돼지머리보다도 못하니 이런 저속한 수단밖에 생각하지 못하지.”“근데 이번에는 너한테 타격을 줬잖아. 아니야?”여형민이 허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동정이 가득했다.그는 허태준이 심유진한테 감정이 어느 만큼 깊어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웬만해서 허태준은 절대 먼저 이혼을 꺼내지 않을 것이다.“저번에는 너도 마음이 약해졌고 할아버지 얼굴을 봐서 두 아저씨를 봐줬는데. 이번에는 아예 싹을 잘라버려야 하지 않겠어?”허태준의 입꼬리는 더욱 올라갔다.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물론이지.”그는 대답했다.허태준은 여형민을 데리고 정소월의 새 거처로 갔다.“그래서 네가 말한 이혼중인 친구가 정소월이야?”정소월의 집아래에까지 와서야 여형민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응.”허태준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진짜야?”여형민은 믿기지 않았다.“그때 구구절절 허태서 없이는 못산다고, 사랑한다고 그랬잖아? 이제 몇 년이나 지났다고 이혼을 한대?”“허태서가 자기를 폭행한대.”허태준은 지나가듯이 말했다.“믿어?”여형민은 물었다.“믿어.”허태준은 대답했다.그는 정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줄게.”허태준은 익숙한 듯 비밀번호를 눌렀다.문이 딸깍하고 열리자 여형민은 깜짝 놀랐다.“네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아?”“정소월이 머무는 곳은 내 집이거든.”허태준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문을 여는 동작도 매우 자연스러웠다.“여긴 더 프라이빗하기에 허태서의 사람들이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거야.”저번 도촬사건도 조사한 바에 의하면 허태서가 사람을 시켜서 한 일이었다.허태준이 정소월을 이리로 이사 오게 한 것은 한쪽으론 그녀를 달래려는 목적이고 다른 한쪽으론 같은 일이 반복되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또 그의 어머니가 노발대발하지 않게.“네가 여기에 집이 있는 걸 나는 왜 몰랐지?”여형민은 궁금해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허태준은 그를 데리고 여기로 와본 적이 없었다.“너희 집 위층으로 이사하기전에 집을 여러 채 샀어.”허태준은 별일 아닌 듯이 말했다.그때는 그와 여형민이 같이 창업한 CY가 발전하기도 전이라 그는YT그룹에 집중을 했었다.그 시간은 허 씨 집안 파벌싸움이 제일 격렬할 때였다. 거의 정점을 찍었었다.그의 아버지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고 다른 두 가족이 그를 타겟으로 겨냥했다.그들은 갖가지 수단으로 심지어는 킬러까지 고용해 그를 제거하려 들었다.목숨을 부지하고자 그는 여러 곳에 십몇 채의 집을 사두었다. 누구도 그가 저녁에 어느 집으로 갈지를 몰랐다.나중에 CY가 YT그룹을 제치게 되자 그도 자본이 생겼고 그의 두 삼촌을 상대할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그들이 행동을 멈추자 그는 여형민과 같이 집을 사 안정을 취했다.여형민은 쯧쯧하고는 말했다.”지금 자랑하는 거냐?”허태준은 그를 힐끗 보고는 반박했다.“두 삼촌한테 추살을 당해 매일 거처를 옮겨 다녀야 하는 것을 자랑하겠냐?”여형민은 입을 다물었다.허태준은 정소월한테 온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집에 들어섰을 때 머리를 풀어헤치고 생얼 차림에 파자마를 입고 소파에 누워있는 정소월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크게 하품까지 했다.정소월
싸늘한 공기가 들어와 집안의 온도는 내려갔다. 기름진 냄새도 조금 빠졌다.여형민은 결벽이 없었다.하지만 결벽이 없다 해도 다른 사람이 먹다 남은 쓰레기를 치우기 싫었다.친한 친구면 모를까 하필이면 그가 혐오하는 정소월이었다.“안치워.”그는 쇼파에 털썩 앉고는 편안하게 말했다.“정소월 보고 직접 치우라고 해.”허태준은 그를 노려보았지만 강요하지는 않았다.정소월은 옷만 갈아입는다고 했는데 그녀가 안방에서 나올 때는 머리도 말렸고 화장도 완성 었다.여형민은 그녀가 왜 한시간 반이나 나오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무장을 마치자 정소월은 아까 보다 더 진정되었고 더 자신이 있어졌다.하지만 탁자위의 쓰레기를 보자 그녀는 또 당황했다.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빠른 속도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다른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시름을 놓고 허태준의 옆에 앉았다.“태준씨!”그녀는 애교를 부리면서 불렀다. 말투에는 탓하는 기색이 있었다.”이제 오면 미리 전화라도 줘요! 치우기라도 하게요! 아니면 창피하잖아요!”허태준은 담담히 대답했다.“그래.”정소월의 시선은 여형민한테 갔다.“변호사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그녀는 웃으면서 물었다.여형민은 대답했다.”여 변호사입니다.”친절하지도 차지도 않았다.정소월은 “네.”하고 오른손으로 자연스럽게 허태준의 다리에 놓여진 왼손을 잡았다.”태준씨한테서 들었어요. 여 변호사님은 이혼전문 변호사라면서요. 패한 적 한번도 없었다구요?”여형민은 맞잡은 두 손을 적나라하게 바라보았다. 욕이 나올 뻔한것을 참았다.이 여자는 담도 크지!하지만...그는 슬쩍 허태준을 바라보았다. 태연한 척하는 얼굴을 보니 흐뭇해졌다.뿌리는 대로 거둔다더니 속이 다 후련했다!“허대표님이 과찬을 해주셨네요.”여형민은 손사레를 쳤다.”진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 이긴 사례가 좀 많긴 하죠.”“그렇다니 다행이네요.”정소월은 시름을 놓은 것 같았다.”솔직히 제 상황
정소월은 허태준이 닫은 문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두 손은 주먹을 쥐었고 이빨이 부서질 듯 꽉 깨물었다.여형민은 그녀의 이런 행동을 보았다. 하지만 얼굴은 평온한 척하고 아무것도 못본 척하였다.“정 아가씨. 허 대표님이 아가씨께서 심한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하던데요?”그는 화제를 계속하려고 했다.“네.”허태준이 가자마자 정소월이 여형민에 대한 태도는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말할 때는 여형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여형민은 그녀의 행동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불편했으나 정소월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에 받아들이도록 했다.그는 생각했다. 정소월이 언젠가 그와 허태준이 제일 친한 친구라는 것을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전 변호사한테 제출했던 자료를 저한테도 주시겠어요?”여형민은 물었다.“지금은 저도 없는데요.”정소월은 바로 거절을 했다.”자료가 필요하시면 허 대표님을 찾으세요.”그리고는 여형민이 무슨 반응을 하건 일어나서 손님을 보냈다.”여 변호사님, 제가 지금 피곤해서 그러는데 다른 일이 없으시면 먼저 나가주세요. 이혼에 관해서 나중에 시간을 잡아 얘기하도록 하죠.”프로 변호사다운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여형민은 바로 반박을 했을 것이다.피곤해?매일 하는 것도 없이 소파에 누워 티비나 보고 배달이나 시켜 먹는 사람이 피곤하면 얼마나 피곤하다고?그는 마음속으로 욕을 했지만 얼굴에는 딱 좋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그래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그는 명함을 식탁위에 올려놓았다.”정 아가씨께서 이혼에 관해 얘기하고 싶거든 저한테 전화로 예약을 해주시면 됩니다.”“네.”정소월은 대충 얼버무렸다.여형민이 떠나려고 하는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조용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딱 애기 고양이 목소리였다.갑자기 그는 허태준의 집에서 본 그 랙돌 고양이가 생각났다.“아가씨도 고양이를 기르시나요?”그는 놀라웠다.“네.”정소월은 이마를 찌푸렸다. 거실을 한바퀴 돌아보아도 고양이의 흔적을 볼 수가 없었다.하지만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