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는 남는 의자가 더 이상 없었고, 소파는 또 너무 멀었기에 허태준은 대충 심유진의 침대 발치에 앉아 작은 자리를 차지했고, 그의 엉덩이는 그녀의 발바닥에 닿았다. 심유진은 깜짝 놀라며 불에 덴 것처럼 다리를 움츠렸다. 허태준은 그녀의 급격한 움직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어제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 유진이가 회복되어 퇴원하면 두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그는 마치 정말 심유진의 남자친구인 양 말했다. 심유진은 그의 ‘우리 유진이’ 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으며, 얼굴의 미소도 약간 부자연스러워졌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커플인 척할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에게 협조해야 했다. “맞아요, 두 분이 아니었으면 전 지금 중환자실에 있었을 거예요!” 장 씨와 그녀의 남편은 둘 다 매우 당황스러워했다."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무시하지 않을 거예요.”그러자 심유진이 반박했다.“그래도 당연한 일이 아니야.” 세상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그녀가 장 씨의 가족을 만난 것은 오직 그녀의 행운 덕분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는 죽지 않더라도 생명만 거의 유지할 수 있었을 거다. “굳이 말하자면 저희가 더 감사해야죠.”장 씨는 감격에 가득 찬 눈으로 허태준을 바라보았다."오늘 아침 일찍 인부 몇 명이 와서 저희 집 방범문을 바꿔 주고 가셨어요. 그 사람들은 유진이가 보냈다고 말했지만 저는 유진이가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할 여력이 없을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 분명 허 선생님께서 신경을 써주신 거겠죠?”허태준은 나서서 그의 공을 말하지는 않지만 일부러 숨기지도 않았다.“네.”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당연한 보상입니다.”심유진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장 씨가 말한 것처럼 생각할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닌 아예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었다. 그녀는
그녀는 허태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얼마예요?”허태준은 대답을 피하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별로 비싸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그러자 장 씨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부러워하며 말했다.“유진아, 허 선생님은 너무 친절하신 것 아니니!”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남편에게로 둔 채로 팔꿈치를 구부리고 그의 허리를 찔렀다.“당신도 좀 보고 배워!” 억울하게 연루된 장 씨의 남편은 조금 피곤해 보였고, 그는 애꿎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돈이 많아야지 보고 배우든가 하지!” 그러자 장 씨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당신은 말주변이 없어서 상사에게 아부할 줄도 모르잖아?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당신과 같이 회사에 입사한 사람들을 좀 봐, 그 사람들은 부장으로 승진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월급이 두 배로 올랐다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팀장으로 남아있는 사람은 당신 하나라고!” 장 씨의 남편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밖에서는 제발 내 체면도 생각해 주면 안 돼?” 장 씨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이때 허태준이 말을 꺼냈다.“실례지만 형님께서는 어느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계십니까?”장 씨의 남편은 이 씨로, 나이가 허태준보다 두 살 위였다. 장 씨의 남편이 대답했다.“YT 그룹 산하의 건축 설계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팔공산에 있는 그 성운 별장도 우리 팀이 설계한 거죠.”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가 성운 별장을 그가 성운 별장을 언급했을 때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1년 넘게 이웃으로 지내온 심유진은 직업이나 사생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YT 그룹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놀랐다. 허태준 또한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는 결코 많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내면의 감정 변화를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저도 얼마 전에 성운 별장에
심유진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장 씨와 그녀의 남편은 잠시 앉아 있다가 떠났고, 허태준은 그들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마중 나간 뒤 다시 돌아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심유진이 마치 새로운 종족을 발견한 듯 궁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허태준은 부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진 뒤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무슨 일인데?”“네?”심유진은 자신의 행동이 너무 티가 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재빨리 눈을 내리깔며 얼버무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단지... 조금 놀랐다.손님을 배웅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한 행동이며 반대로 손님을 배웅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허태준이 그 행동을 하자 심유진은 그가 매우 겸손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사실, 장 씨와 그의 남편이 이곳에 온 후 허태준이 한 모든 일은 그의 평소 성격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심유진은 심지어 허태준에게 알려지지 않은 쌍둥이 형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품었다.그렇지 않으면 그가 한 행동 중 어떤 것도 과학적 원리로 설명될 수 없다.허태준은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보고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았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그는 장 씨와 남편이 앉아 있던 의자를 구석에 놓은 뒤 심유진에게 물었다. "지금 샤워할 거야?”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 보니, 살갗의 상처가 여전히 끔찍해 보이기는 했지만 어제만큼 아프지는 않았다.그녀는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고, 두 발이 똑바로 땅에 닿은 후에야 허태준의 비스듬히 뻗은 손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녀를 부축하려 한 거겠지. “아……”심유진은 약간 괴로웠다, 그녀는 그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손바닥을 붙잡았다. "고마워요."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체리색 입술의 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눈동자는 파도의 물결처럼 흔들렸다. 그러자 허태준은 화들짝 놀라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입술이 메마
그 과정이 조금 더 힘들었지만 그를 알몸으로 마주하는 것보다는 나았다.허태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는 팔짱을 낀 채 문틀에 기대어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상의를 한 번 벗어봐 봐.” 그는 그녀가 혼자서 절대 옷을 벗을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심유진은 얼굴이 붉어지며 화를 내며 말했다. "태준 씨가 아직 여기에 있는데 어떻게 옷을 벗어요?” 그러자 허태준은 조용히 등을 돌렸다.“이제는 괜찮지?”그러자 심유진은 그가 엿보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한 후 그녀도 등을 돌렸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왼손으로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다행히 환자복의 단춧구멍이 커서 모든 과정에 많은 노력이 들지는 않았다.오른쪽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복을 평소보다 한 사이즈 크게 입었고, 왼쪽 옷깃을 뒤로 젖히자 소매 전체가 팔에서 떨어져 나갔다.그런 다음 오른쪽 소매를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고, 상의를 완전히 벗어냈다. 그러자 심유진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다 벗었어요.”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허태준이 언제 돌아섰는지 그 순간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악!”심유진은 비명을 지르며 벗은 상의로 몸을 가렸다. "변태! 빨리 나가요!” 그녀는 무심코 옆 선반에서 샤워젤인지 샴푸인지 알 수 없는 병을 집어 그에게 던졌다.하지만 허태준은 침착하게 그 병을 잡아냈고, 어두운 눈동자에는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는 단지 네가 혼자 옷을 벗는 게 힘들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한 건데, 게다가 넌 부끄럼이 많으니까 절대로 나한테 직접 부탁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물어봤을 뿐이야. 그리고……”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결백을 표시하면서 동시에 우스갯소리로 말했다."내가 정말로 뭔가를 하고 싶다면 이렇게 몰래 할 필요가 있을까? 네 체력은 나보다 훨씬 열등해. 또 넌 어깨를 다쳐서 저항할 힘도 없잖아.” 그의 표정은 너무나도 차분했고,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심유진의 마음은 점차 흔들렸다, 정말로 그를 오해한 걸까?"미안
3일 뒤, 심유진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허태준은 그녀의 퇴원 절차를 밟았다.사실 그날 밤 통증으로 쓰러지지만 않았다면 그녀의 몸에 있는 그 정도 상처로는 병원에 입원할 필요도 없었다. 심유진은 허태준에게 은행 계좌 번호를 물었고 지난 며칠 동안의 입원비와 치료비를 갚으려 했지만 그에 의해 거절당했다. 그때 허태준은 심유진의 집을 떠나려던 참이었고, 한 손은 이미 문고리를 잡고 있었고, 문고리를 살짝 내리자 대문에 미세한 틈이 생겼다.심유진의 말을 들은 그는 고개를 돌려 짙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렇게 많은 돈도 아니야.”그는 순간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드러냈다. "게다가 여자친구한테 돈 쓰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는 이 말을 가볍게 내뱉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문을 나섰고, 심유진은 멍하니 서 있었다.여자……친구? 그녀는 그가 ‘가짜’ 라는 단어를 놓친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얼굴을 붉혔다. 심유진은 며칠 더 집에서 쉬다가 오른팔을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된 후 휴가를 취소하기 위해 호텔로 돌아갔다.허태준은 여전히 매일 같은 시간에 그녀를 데려다주었지만 단지 더 이상 그녀에게 점심에 CY 그룹으로 달려와 점심을 배달하라고 요청하지 않았다.일은 산더미처럼 쌓였고, 심유진은 며칠 동안 바쁘게 지낸 후 마침내 시간을 내어 집의 자물쇠를 교체할 사람을 찾았다.그녀는 중개인에게 다시 연락해 그와 약속을 잡았고, 그에게 새 문 열쇠를 주고는 구매자를 데리고 집을 보러 가도록 요청하려 했다. 중개인은 구매자가 이미 마음을 정했고, 집을 보는 것도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그 자리에서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그 자리에 있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심유진은 확실히 이렇게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여 구매자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라고 요청했다.중개인은 자신의 성과와 커미션에 대해 매우 의욕이 넘쳤고 신속하게 날짜를 정했다. "이번 주 금요일 오전 어떠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장선생님은 차분하고 행동이 점잖아 보였다. 심유진은 그가 급히 집을 사러 온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집을 둘러보지 않고 그저 심유진을 따라 내내 걸었다. 예의를 갖추면서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심유진은 이분의 신분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왜 위치도 별로 좋지 않고 크지도 않은 이 집을 사려는 걸까? 궁금했으나 물어볼 수가 없었다. 겨우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 이유가 뭐가 됐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됐다. 집을 다 둘러보고 나서 장선생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마음에 드네요. 혹시 지금 계약해도 될까요?” 그는 심유진의 집문서라던지 신분증 같은 것들을 확인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 직원이 재빨리 미리 준비해 뒀던 계약서를 꺼냈다. 심유진은 계약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후 신중하게 서명을 했다. 하지만 장선생님은 달랐다. 그는 계약서를 받자마자 가장 뒷페이지를 펼치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욱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 넣었다. 심유진이 말했다. “계약서 검토 안 해보셔도 괜찮으시겠어요? 혹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장욱이 웃으면서 물었다. “있어요?” “어... 없긴 한데요...” 심유진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장욱도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손에 들린 계약서를 심유진 것과 바꾸며 다시 한번 서명했다. 이로써 계약이 성사되었다. 계약서는 두 사람과 부동산 측이 각각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했다. 장욱이 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혹시 이다음에 다른 일이 있으실까요?” “아니요. 왜 그러세요?” “그럼 오늘 바로 나머지 수속도 밟는 건 어떨까요?” “그래요.” 심유진도 이참에 계약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수속을 마무리 짓기 전 장욱은 심유진에게 일정한 금액을 먼저 지불해야 했다. 은행으로 가는 길에 장욱은 심유진에게 모든 금액을 이체해 줬다.
집을 살 계획이 생긴 다음부터 심유진은 한가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새집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체크해 뒀다가 전화를 걸어 더 자세히 알아봤다. 심연희가 심유진에게 선물을 건네주러 왔다가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언니, 집 사려고?” 심연희가 놀라서 물었다. 심유진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응.” “왜?” 심연희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대표님이랑 결혼할 거야?” “그게 아니라...” 심유진이 멈칫했다. 심연희한테 자기가 살 집이라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심연희가 분명 허태준과의 관계를 의심할 것이다. “투자하려고.” “그렇구나.” 심연희는 더는 의심하지 않고 그 말을 믿었다. “근데 정말 경주에는 안 돌아갈 거야?” “응.” 심유진은 더는 심연희와 이 화제를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뭐 마실래? 가져다줄게.” “난 물.” 심연희가 소파에 앉으면서 물었다. “언니, 나 저녁 먹고 가도 돼?” 심유진은 부상을 입은 후로 계속 허태준이랑 여형민과 함께 밥을 먹었다. 낮에 집에 있을 때면 허태준이 아줌마에게 부탁해 밥을 차려주곤 했다. 그래서 심연희의 이 부탁이 조금 곤란했다. 선물을 줬으니 밥 한 끼 같이 먹는 게 맞는 행동이겠지만 이건 심유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심유진은 한참 고민하다가 물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뭐 먹고 싶어? 우리 둘이 나가서 먹자.” 심연희는 생각만큼 기뻐하지 않았다. “어... 나 출근하고 나서부터는 항상 밖에서 먹어서 이젠 다 질렸어. 집밥 먹고 싶어.” “근데 사놓은 재료도 없어. 그리고...” 심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허태준에게서 온 전화였다. 당연히 밥 먹으러 오라고 건 전화일 것이다. “밥 다 됐어. 내려와서 먹어.”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심유진은 심연희를 힐끗 쳐다보고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연희가 선물을 가져와
심연희는 심유진 앞을 가로막고 들고 온 종이백을 쳐들었다. “안녕하세요, 이건 선물이에요.” 여형민은 갑자기 튀어 나온 심연희에 깜짝 놀랐지만 종이백을 받고 웃으며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식사하러 들어가시죠.” 허태준이 식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심연희는 심유진과 여형민을 제치고 그의 옆에 앉았다. “대표님,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심연희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종이백을 허태준에게 건넸다. “너무 귀중한 선물이네.” 허태준이 종이백을 심연희 쪽으로 밀어놨다. “심연희 씨 남자친구한테 주는 게 낫겠어.” 심연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남자친구 없는데요. 그리고 이건 대표님을 생각하면서 고른 거예요. 비싼 것도 아니고요.” 심연희가 머뭇거리며 해명했다. “이 브랜드는 웬만해서는 다 몇백만 원씩 할 텐데요. 아리 라이브에서 일하신다면서요. 월급도 높지 않으실 텐데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여형민이 돌직구를 날렸다. “괜찮아요, 이번달에 수입이 짭짤하거든요.” “아, 아리 라이브에서 1,2위를 한 bj들이 다 심연희 씨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죠? 광고도 받고 대형 행사에도 초대받았다면서요.” 여형민의 말에 심연희는 더욱 우쭐해졌다. “맞아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실적을 따내다니 대단한데요.” 여형민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심연희는 저도 모르게 허태준 쪽을 힐끔 바라봤다. 그에게서도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이 대화에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유진.” 허태준이 뻘쭘하게 옆에 서있던 심유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쪽으로 와.” 그 따뜻한 목소리와 다정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심연희는 질투가 나 이를 꽉 깨물었다. 여형민네 집의 식탁은 긴 장방형 모양이었고 양쪽에 의자가 세 개씩 있었다. 허태준은 가장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고 심연희가 그 옆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두 자리와 맞은쪽의 자리에만 수저가 세팅되어 있었고 밥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