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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경찰 앞에서 나는 전화를 끊고 바로 박찬호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경찰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 아빠에게 정말 안 보여 줄 거예요?”

내 목소리는 떨리고 갈라졌다.

“형사님이면 아이를 살인범에게 보여주겠어요?”

내가 희망이를 안고 비틀거리며 구급차에 오를 때, 의사가 말했다.

“아이는 추락사고로 죽은 게 아니에요.”

희망이는 내장 출혈로 고통받다가 죽었다. 죽기 전에 아마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는지 손으로 흙을 파내다가 손톱이 다 벗겨져 열 손가락은 모두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 그 아이는 절망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나는 안치소에서 밤새도록 앉아있었다. 해가 뜨자 의사는 나에게 아이를 빨리 묻어주라고 권했다.

나도 희망이가 차가운 안치소에 누워 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나는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그녀의 시신을 옮기고 그녀가 손에 쥔 가족 그림을 갖고 집으로 돌아와 장례를 준비하려고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바닥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장난감이 흩어져 있었고 벽에는 희망이가 그린 그림이 있었으며 탁자 위에는 희망이의 책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순간 그녀가 웃으며 뛰어와서 ‘엄마, 사랑해요!’라고 손짓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희망아, 너 엄마가 늙을 때까지 함께 있어 준다고 하지 않았어? 왜 먼저 간 거야?’

내가 소파에 앉아 장난감을 품에 안고 울고 있을 때 유수미가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내왔다.

[정말 행복해. 찬호는 아이를 진짜 잘 챙겨줘. 그가 좋은 아빠가 될 줄 알았다니까.]

배경에 그녀의 인생샷이 있는 걸 보니 사진은 그녀의 집에서 찍은 모양이었다. 박찬호는 품에 그녀의 딸 사랑이를 안고 식탁에 앉아 숟가락으로 밥을 먹이고 있었다.

이 따뜻한 장면은 내 눈을 아프게 찔렀다.

내가 희망이를 낳은 지 5년이 되었지만, 박찬호는 한 번도 밥을 먹여준 적이 없었다. 심지어 기저귀를 갈 거나 재워준 적도 없었다.

우리도 원래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도 희망이를 임신했을 땐 내 배에 입을 맞추면서 아기가 자신의 미래라면서 미래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희망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내가 분만하던 날, 유수미가 아이를 데리고 귀국했고 울면서 박찬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날 병원에서 떠난 뒤, 박찬호는 며칠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집에 돌아온 그는 희망에게 발성 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 말했다.

“임신 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 문제 있는 걸 보면 분명 네가 뭘 잘못 먹어서 그런 거야. 다 네 책임이야! 난 문제가 있는 애는 싫어. 애를 시골에 있는 네 부모님 집에 보내고 새로 낳자.”

희망이는 내가 열 달 품어 낳은 딸인데 어떻게 남에게 보낼 수 있겠는가.

나는 박찬호의 앞에 무릎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 제왕절개수술을 한 자리에서 피가 흘러 그 사람 신발을 붉게 물들여서야 그는 마지못해 희망이를 남겨두겠다고 했다.

[미안해. 하린 언니, 친구한테 보낼 사진을 실수로 보냈네.]

그 순간, 유수미의 문자가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그녀는 바로 그 사진을 삭제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바로 박찬호에게 전화를 걸어 왜 또 유수미와 함께 있는지 비굴하게 따져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딸이 떠났으니 내 마음도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나는 유수미의 문자에 답하지 않고 바로 차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찬호가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내 얼굴을 후려쳤다.

“네가 감히 내 전화를 무시하고 차단해? 누가 네게 그런 배짱을 줬어?! 수미는 그저 사진 한 장을 잘못 보냈을 뿐인데 그녀 딸은 죽어야 한다고 저주했다며? 너도 딸 가진 엄마인데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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