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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미안해.”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미안해.”

이번엔 몸을 돌려 희망에게 절을 했다.

“미안해.”

그는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다 내 탓이야. 죽어야 마땅한 놈은 나였어.”

“그러게. 왜 네가 죽지 않았을까?”

난 더 이상 그로 인해 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다시 눈물이 났다.

나는 박찬호를 20살 때 만났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고 그저 그에게 아이를 낳아주고 싶었다.

그는 예전에 수없이 나에게 말했다.

“하린아, 네가 딸을 낳아줬으면 좋겠어. 너같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 말이야. 너희가 공주 드레스를 패밀리룩으로 입으면 난 든든한 기사가 되어서 지켜줄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기꾼이었다.

나는 그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

사기꾼의 거짓말을 너무 쉽게 믿었던 탓에 나는 너무 잔인한 대가를 치렀다.

“찬호야,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 오늘 시간 되면 바로 구청 가서 끝내자.”

나는 땅을 고르고 난 뒤, 마지막으로 희망에게 입맞춤을 하고 돌아섰다.

박찬호는 비틀거리며 내 뒤를 쫓아왔다.

“하린아, 난 이혼 못 해...”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그도 멈춰 섰다.

그는 빨개진 눈으로 나와 거리를 두고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갑자기 대학 시절 연애하던 때가 떠올랐다. 매번 싸우면 그는 항상 이치에 맞는 말을 했고 나는 그만큼 말주변이 없어 그저 돌아서서 가버리곤 했다.

그러면 그는 내가 화가 난 걸 알고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면서 빨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나는 예전에 항상 자신에게 말하곤 했었다. 그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자고.

하지만 지금은 누가 나에게 기회를 주겠는가?

내가 희망이를 캠핑에 데려가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희망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죽어야 할 사람은 그뿐만 아니라 나도 있었다.

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가오려고 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를 제지했다.

“찬호야, 난 네 얼굴만 보면 희망이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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