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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장례식장에서 입관사는 희망에게 새 백설 공주 드레스를 입혀주었다.

희망이는 백설 공주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고 일곱 명의 친구가 있는 백설 공주가 참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말을 못 했고,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했다. 심지어 부모들마저도 아이들에게 ‘희망이랑 놀면 벙어리가 옮는다’라며 못 놀게 했다.

희망이는 늘 외톨이였다.

그런데 이젠 나도 외톨이가 되었다.

아침 첫 햇살이 희망이의 창백한 얼굴에 닿자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묘지로 데려왔다.

이곳은 평지라서 높은 산도 없고 절벽도 없고 들개도 없었다.

묻기 전, 나는 내가 준비해둔 인형을 희망의 품에 안기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희망아, 다음 생엔 날개가 있는 작은 동물로 태어나렴. 날아다닐 수 있는 동물로 태어나면 넘어지지 않잖아.”

내가 말을 마치자 온몸이 새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내 가슴에 내려앉았다.

마치 희망이가 돌아온 듯 나비는 날개를 파닥였다.

“엄마, 나 날개가 생겼어.”

“엄마,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마. 울지 마.”

그제야 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때 갑자기 등 뒤에서 박찬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린아! 희망이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무리 찾아도 애가 안 보이는데 넌 왜 묘지까지 와 있는 거야? 미쳤어?! 도대체 애를 어디에 숨긴 거야?!”

그는 내 멱살을 잡고 있는 힘껏 흔들었다.

나비는 날아갔다.

나는 나비가 사라지는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얀색이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찬호야. 여기 봐봐.”

나는 한발 물러서며 희망이의 사진이 새겨진 묘비를 가리켰다.

“보여? 네 딸은 이제 여기에 영원히 묻혔어.”

묘비에 새겨진 사진과 이름을 보자 박찬호의 얼굴은 핏기가 가시고 백지장같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미친 듯 묘비를 붙잡고 외쳤다.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난 분명히 집에 보냈어.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고! 그러니 죽을 리가 없어. 절대로 죽을 리가 없다고!”

희망이가 살았을 때 아빠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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