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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거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럼 왜 희망이를 산 아래까지 데려가지 않았어? 데려갔으면 누군가 그녀들을 봤을 수도 있고 그러면 희망이도...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잖아.”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찬호는 눈을 감고 말했다.

“희망이가 산 위의 나비가 너무 예쁘다고 좀 더 보고 싶다고 했거든.”

나는 묘지 위의 그 흰색 나비를 다시 떠올렸다.

이때 문밖에서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유수미의 목소리는 조금 초조했다.

“찬호 오빠, 나를 차단해서 오빠랑 연락이 안 되잖아. 문 좀 열어줘. 오빠 보러 사랑이도 데리고 왔단 말이야. 이제부터 사랑이를 오빠 친딸로 생각해. 오빠도 사랑이를 예뻐하잖아?”

나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박찬호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문 열어.”

내가 명령하자 박찬호는 내 말대로 문을 열었다.

순간 유수미가 그의 품에 안겨 왔지만, 그는 역겹다는 듯 제지했다.

“왜 그래?”

유수미가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가 슬프다는 걸 알아. 하지만...”

유수미는 거실에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태연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계속해.”

그녀는 민망한 표정으로 쑥스러운 듯 말했다.

“하린 언니도 있었네. 난 아직도 무덤에서 희망이랑 함께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유수미, 내 딸 죽음과 너 관련 있지?”

순간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

“하린 언니, 왜 나를 모함해? 나도 딸 키우는 사람이야. 희망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데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

그녀는 예전처럼 박찬호가 나서서 자신을 위해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오히려 내 앞으로 물러나서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미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묻는다. 그날 너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갔어?”

그의 말투는 너무 심각해서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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