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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사망 증명서. 글씨 못 읽어?”

나는 서류를 그에게서 낚아챘다. 그가 만진 흔적이 남은 것만으로도 역겨웠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묘한 눈빛을 띄웠다.

“하린아, 너 미친 거 아니야? 희망이는 네 친딸이야. 날 속이려고 이런 걸까지 위조한 거야?”

나의 눈물은 이미 다 말라버려서 더 이상 울 수 없었다.

“그래. 희망이는 내 딸이지. 너랑은 상관없어.”

내가 발걸음을 떼려는데 유수미가 갑자기 달려들어 내 손에서 서류를 낚아챘다.

그녀는 수상한 표정으로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사망 원인까지 놓치지 않고 읽어보던 그녀는 그제야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린 언니,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희망이도 분명 오빠 딸이잖아. 비록 언니가 내 딸을 저주했지만 그래도 나는 오빠의 딸이 무사하길 바라.”

그녀는 사망 증명서를 내 손에 쥐여주고 비웃듯 나를 한 번 쳐다봤다.

“네가 질투하는 건 알아. 근데 이젠 좀 그만해.”

“꺼져!”

나는 그를 세게 밀쳐내고 집을 나섰다.

그들이 있는 곳이라면 나는 구역질이 나왔다.

차에 올라타려는데 박찬호가 차 문을 막았다.

“하린아, 장난치지 마. 희망이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죽었어. 내가 산밑에서 발견했을 때 희망이는 이미 죽어있었어.”

나는 박찬호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한때는 정말 사랑했던 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눈을 도려내 땅에 묻어버리고 싶다.

“무슨 헛소리야?! 오늘 아침 캠핑 끝나고 출장 가야 해서 택시를 불러 집에 보냈어. 그런데 어떻게 산 아래에서 죽었다는 거야! 너 질투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애는 갖고 장난치지 마!”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나에게 소리쳤다.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미 다 알아봤다. 그는 분명 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그 차는 예약이 갑자기 취소돼서 희망이를 데리고 집에 올 수가 없었다.

내 말을 듣고 나서야 박찬호는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확실히 예약이 취소된 걸 보자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말도 안 돼. 택시가 안 왔으면 희망이는 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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