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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가족 사진
아빠의 가족 사진
작가: 슈그림빵

제1화

“높은 곳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것 같습니다...”

경찰이 내 앞에서 말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내 눈에 보이는 건 내 딸, 작고 사랑스러운 희망이 뿐이었다.

겨우 5살인 그녀는 천사처럼 귀여웠지만, 그녀의 반짝이는 큰 눈은 지금 영원히 감겨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상처투성이의 작은 손을 쥐었다. 아이에게 채워준 전화 시계는 이미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희망아, 눈 좀 뜨고 엄마 봐줄래? 엄마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사 왔어. 너 앞으로 날마다 안고 자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혼자 몰래 잠들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아무리 불러도 희망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희망의 손바닥을 펼쳐본 순간, 나는 그녀가 우리 세 식구를 그린 그림을 발견했고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었다.

지금은 새벽 3시, 한 시간 전에 나는 희망이와 아이의 아빠 박찬호가 캠핑하던 산기슭에서 그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어제 오후, 외출 전만 해도 활발하게 뛰어놀던 아이였고 내가 직접 희망이를 박찬호의 차 뒷좌석에 안아서 태웠다.

“희망아, 오늘 밤 아빠와 산에 가서 텐트에서 자는 거야. 신나지?”

희망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또 나에게 약간 두렵다는 손짓을 했다.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나는 아직도 그때 했던 말을 기억한다.

“희망아, 두려워하지 마. 아빠가 지켜줄 거야.”

희망이가 태어나서 다섯 해가 지났지만, 박찬호는 항상 핑계를 대며 그녀의 생일을 함께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내가 사전에 99번이나 부탁해서야 겨우 승낙을 받은 것이었다.

그는 차에 오르면서 나를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끝났어? 어두워지면 갈 필요도 없어.”

그는 희망이와 함께 캠핑하고 일몰을 보러 간다고 약속했지만 내가 함께 가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희망이는 아빠와 함께 생일을 보내고 싶어 했다. 작년 생일 소원이 바로 이것이었다.

“알았어. 다 됐어.”

문을 닫기 전, 나는 희망이의 전화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알겠지?”

비록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지만, 위험에 처하면 전화를 걸기로 약속했다.

나는 모든 준비가 완료된 줄 알았다.

그러나 차 창문에 비친 그 작은 얼굴이 내가 살아 있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순간일 줄은 몰랐다.

다음 날 아침에 박찬호는 희망이를 데려다주지 않았고 희망이도 혼자 돌아오지 않았다.

산으로 가서 찾았지만, 그곳엔 허름한 텐트와 쓰레기 더미만 남아 있었다.

나는 산에서 사람을 찾으며 박찬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밤늦게야 박찬호는 전화를 받았고 시작부터 욕설이 쏟아졌다.

“하린아, 너 미쳤어? 나 오늘 출장해서 이제 막 호텔에 도착했단 말이야! 온종일 전화하는 거 좀 그만해! 네가 쉬지 않아도 다른 사람은 쉬어야지!”

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는 거 깨워서 미안해. 근데 어떻게 출장에 희망이를 데려갔어?”

하지만 나의 비굴함에 돌아온 것은 박찬호의 코웃음이었다.

“진작에 집에 돌려보냈잖아. 네가 애를 잃어버리고 나를 탓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엄마 노릇 한 거야?! ...아, 알겠다. 하린이 너 내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일부러 거짓말하는 거지.”

“난 그저 수미와 걔 딸을 데리고 같이 캠핑 간 것뿐이야. 남편도 없이 불쌍한 애들을 내가 조금 챙겨주는 게 뭐가 어때서? 꼴사납게 왜 이렇게 민감하게 굴어!”

그의 SNS를 열어보니, 새로 올라온 사진이 보였다.

사진 속, 그와 유수미, 그리고 그녀의 딸은 마치 행복한 한 가족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사진은 내 딸 희망이가 직접 찍어준 것이었다.

그는 얼마나 소름 끼치게 잔인한 사람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순간까지도 나는 그가 자신의 친딸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다가 나는 산 밑에서 딸의 싸늘한 시신을 발견했다. 들개들이 손발을 물어뜯어 살점이 너덜너덜했고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부패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받으실래요?”

경찰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데려왔다.

나는 화면에 보이는 ‘남편’이라는 글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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