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혼은 왜 했어?”“둘은 항상 사이가 돈독했잖아. 게다가 동창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한 커플이고. 당시 취업만 아니었다면 결혼식에 무조건 참석했을 거야.”“희지 대체 왜 그런대? 어떻게 너랑 이혼할 생각 했지?”양희지가 기업을 이끄는 총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염무현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어쨌거나 대학교 시절부터 염무현은 모든 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예민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그는 친구들이 땡땡이를 치거나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이미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돈이 남아돌 지경이었다.따라서 대부분 학생보다 더 윤택한 생활을 누렸다.이에 비해 양희지는 외모가 예쁘장한 것을 제외하고 딱히 특출난 점은 없었다.다시 말해서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였다.사실상 시골 출신의 양희지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대학을 다니는 내내 염무현이 뒷바라지해 주었다.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 염무현은 오로지 자기 실력으로 한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았고 불과 몇 달 만에 손쉽게 첫 이익을 얻게 되었다.게다가 동창 중에서 처음으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집과 차를 사기도 했다.반면, 밑천도 인맥 관계도 썩 변변치 않은 양씨 가문이 대체 무슨 수로 단 몇 년 만에 성공을 거둬 억만장자가 되겠는가?따라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염무현의 덕분이라고 여겼다.그런 상황에서 양희지가 왜 이혼하겠냐는 말이다.“이미 지나간 일을 꺼내봤자 뭐 하겠어?”염무현이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는 마음을 넓게 가졌다. 어차피 이혼한 마당에 남몰래 전처의 흠을 들춰낼 생각도 딱히 없었다.설령 양씨 가문이 수많은 잘못을 저질러 이혼하게 되었을지언정 마찬가지였다.또한 개인의 사생활을 남에게 알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다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염무현이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아도 물고 늘어질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말은 누가 못해? 모르는 사람이 들었더라면 네가 아량이 넓어
“다시 말해서 양희지는 본인의 노력으로 차근차근 성공을 이룬 거야.”양소민이 맞장구를 쳤다.“이제 둘이 왜 이혼했는지 알겠어? 무책임한 쓰레기 같은 남자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남이 달성한 성과를 누리겠어? 나라도 이혼을 선택했을 거야. 이런 인간 말종을 상종할 이유가 없잖아.”이제 염무현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과 표정은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웃거나 심지어 조롱하고 경멸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대학교에 다닐 때 모든 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여자들의 관심과 남자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던 훈남이 이 지경까지 전락할 줄은 아무도 상상 못했다.박동하와 양소민은 이미 목적을 이루었다.그러나 누가 봐도 아직 양에 안 찼고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였으니까.“사실 이혼이 그렇게 큰일은 아니잖아. 우리 같은 사람에게 아주 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넘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지.”박동하는 일부러 관심하는 척 말했다.“참, 무현아, 여자친구랑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 계시는데? 얼른 데려와서 소개 좀 해줘.”양소민이 서둘러 말했다.“자기야, 장난이 심하네. 능력도 없고 심지어 전과까지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수로 여자를 만나?”“글쎄, 모르는 일이지. 어쨌거나 무현은 지금 리버타운의 수십억이 넘는 별장에 살고 있잖아. 여자친구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지.”박동하가 또다시 충격적인 소식을 터뜨렸다.친구들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억이 되는 호화 주택에 일반인이 어찌 입주하겠는가?그런 면에서 염무현은 패배자이기는커녕 동창회에 참석한 그 누구보다도 잘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무현이가 집을 대신 봐주고 있지, 별장 주인은 아니라는 소문이 있던데?”양소민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그렇군!친구들은 다시 한번 실망한 나머지 부러움은 순식간에 경멸로 바뀌었다.“미소야, 너 학교 다닐 때 무현을 좋아했잖아.”양소민이 한 여학생을 향해 말했다.“이제 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다 놀라고 말았다.입구에 서 있는 공혜리는 아우라를 풍기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블랙 원피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어깨 위에서 찰랑거리고 있는 긴 생머리와 크리스털 하이힐을 신은 가늘고 매끈한 두 다리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또렷한 이목구비와 달콤한 미소, 심상찮은 분위기까지 더해져 여느 여배우보다도 외모가 출중했다.숨이 막힐 정도로 예뻤다!그 미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공혜리가 나타나자마자 남자들은 두 눈이 반짝거렸고 여자들은 질투심을 느꼈다.사람들은 그녀가 누구를 찾으러 왔는지가 궁금했다.그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눈이 휘둥그레진 박동하였다.박동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함 때문이었다.왠지 어느 고급 장소에서 만난 것 같았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났는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남자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이런 예쁜 여자친구를 차지한 행운아가 누구인지 궁금했다.“난 아니야.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내 여자친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아쉽게도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이네.”“그러면 누구의 여자친구인 거야?”이들은 가장 인기 없고 못생긴 친구까지도 빠짐없이 물어보다 유일하게 염무현을 놓치고 말았다.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염무현과 아는 사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다음 순간,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혜리 씨, 어떻게 오셨어요?”염무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이 예쁜 여성분이 염무현과 아는 사이라고? 말도 안 돼! 이 와중에 염무현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이럴 수가!’공혜리가 달콤한 미소를 짓자, 전체 방 안의 분위기가 화사해졌다.남자들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자기야, 화내지 마. 내가 잘못했어.”공혜리는 기다란 다리로 모델 워킹을 하면서 염무현의 곁으로 걸어와 팔짱을 끼면서 애교부렸다.“자기가 약속 시간을 어기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알고 오늘 반 시간 전에 출발했단 말이야. 그런데
“네! 앉으세요!”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빈자리로 자리를 옮겼다.박동하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공혜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모두 다 물거품으로 되어버리고 말았다.“저기요. 혹시 저희 어디서 만나지 않았어요?”볼수록 익숙해서 분명 서해에서 만났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공혜리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콧방귀를 꼈다.“모르겠는데요?”박동하는 고백해서 차인 사람처럼 얼굴이 화끈해졌다.양소민이 눈알을 굴리더니 대뜸 물었다.“자기야, 정말 어디서 만났던 거 맞아?”“맞아!”박동하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양소민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양소민은 박동하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사람이었다.‘어디서 만났겠어? 술집에서 만났겠지!’양소민은 염무현이 허세 좀 부려보려고 돈을 들여 공혜리를 고용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저기요, 혹시 캐롤린과 블랑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요?”이 두 곳은 모두 서해시에서 이름있는 유흥업소였다.“익숙한데요?”공혜리가 웃으면서 말했다.캐롤린과 블랑쉬 중의 한 곳은 공씨 가문의 사업이었고 한 곳은 진경태의 사업이었다.공규석이 진경태의 양아들일 정도로 두 가문이 가깝게 지내면서 사업주식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공혜리가 사업을 맡아 하는 동안 캐롤린에 직접 갔던 적도 있었다.얼마 전 친한 친구이자 양 할머니인 고서은이 직접 캐롤린 공연에 초대했던 적도 있었다.“거봐요. 들통났죠?”양소민이 갑자기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술집 여자인 주제에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예쁘면 뭐 해. 몸매가 좋으면 뭐 해. 남자들사이에서 놀아나는 주제에. 난 너보다 훨씬 나아. 최소한 유흥업소에서 거지처럼 구걸할 일은 없잖아?’“염무현이 연기하라고 시킨 거죠? 얼마나 줬어요?”양소민이 눈을 부릅뜨며 질문했다.박동하는 의문이 가득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자기야. 딱 보면 모르겠
양희지의 시선은 공혜리에게 향하게 되었다.염무현이 이곳에 있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모양이다.바로 자신이 요구했던 대로기 때문이다.하지만 공혜리도 나타날 거라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요 며칠 양희지는 여러 인맥을 통해 공혜리와 염무현이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공씨 가문에서 염무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그가 공씨 가문을 도와줬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줬는지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그 둘이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그런데 같이 동창회에 참석하는 것도 모자라 무현이 옆자리에 앉은 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희지야, 너 이 분 알아?”양소민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양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지!”양소민은 양희지가 직접 사실을 밝혀내면 더욱 설득력 있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양소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러면 어떤 사람인지 빨리 말해 봐. 애들한테 알려줘야지.”양소민은 이미 공혜리를 짓밟을 준비를 마쳤다.‘염무현을 도와줘? 내가 아주 창피를 당하게 해주지.’공혜리는 적개심을 품고 양희지를 쳐다보았다.지난번 석연고 사건에서도 양희지를 봐줄 생각이 없었지만 염무현을 봐서 합작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공씨 가문에서도 더는 YH 그룹을 특별히 봐주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기로 했다.양희지도 달라진 대우를 느낄 수가 있었다.비록 자신이 빚은 결과였지만 공혜리한테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었다.양희지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이분은 바로 SJ 그룹 공혜리 회장님이셔.”“뭐라고?”양소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왜 내가 예상했던 거와 다르지?’“확실한 거 맞아?”“그럼. 비즈니스도 함께한 사이야.”양소민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공혜리에게 삿대질하면서 큰소리로 질문했다.“잘 봐봐. 어느 유흥업소 아가씨가 아니고?”짝!양소민은 뺨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양소민은 억울한지 얼굴을 부여잡고
양희지는 공혜리한테 잘 보이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재력을 보든, 사회적 지위, 경험을 보든 공혜리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양희지가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미모였지만 공혜리는 더 젊고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다.아무리 봐도 공혜리의 상대가 아니었다.사람을 보는 안목에서도 공혜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정도였다.염무현을 대하는 태도를 봐도 한참 모자랐다.양희지 눈에는 염무현이 아무 쓸모도 없는 병신이었지만 공혜리는 그런 그를 보물처럼 대했다.결과를 보면 공혜리가 맞았다.이때 한 남학생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버벅거렸다.“서해시 제1 미녀 회장이 염무현 여자친구였다니! 설마 그래서 양 얼짱이랑 이혼했던 거야?”제1 미녀 회장이 제1 미녀 대표의 결혼생활에 훼방 놓다?동창생들은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막장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제가 무현 씨를 만났을 때는 이미 이혼한 상태였습니다.”공혜리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래서 양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요. 양 대표님께서 이렇게 좋은 남자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저한테 기회가 왔을까요?”공혜리는 일부러 소유권을 주장하듯이 염무현의 팔짱을 꼈다.반박할 수가 없는 양희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심이 타올랐다.그녀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염무현과 재혼하려던 것이었다.굳이 동창회에서 이러려는 목적은 바로 염무현이 분위기를 이기지 못해 등 떠밀려 재혼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양희지는 염무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성이 착해서 자기 체면을 꼭 세워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가 체면 때문에 억지로 대답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염무현이 흔쾌히 재혼을 받아들일 거라는 자신이 있었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공혜리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특히나 공혜리가 하는 행동 때문에 침착할 수가 없었다.결국 공혜리의 거짓말을 들춰내기로 했다.‘감히 본처 앞에서 여자친구인 척 연기해? 건방지긴!’“작은 회
“뭐라고?”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염무현과 양희지의 이혼 소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학찰 시절, 이 둘은 그야말로 선남선녀에 가장 먼저 결혼한 한 쌍이기도 했다.그런데 갑자기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깜짝 놀랐다.박동하와 양소민이 설명해 줘서야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했다.염무현이 잘못이라면 예전에 너무나 잘나갔던 것이 잘못이었다.예전에는 염무현을 질투하고 부러워했던 염무현보다도 못한 녀석들이 지금은 그가 감옥생활을 마치고 이혼까지 당했다고 해서 속으로 깨 고소했다.‘공부를 잘했으면 뭐 해? 잘생기면 뭐 해? 우리보다도 못한 전과자인 주제에 이미 인생을 망친 것 같은데.’하지만 이들이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공혜리가 나타나 모든 것을 깨버리고 말았다.이렇게 보면 운명은 타고난 것이다.이혼했으면 뭐?더 훌륭하고, 더 착하고, 더 예쁜 마누라를 얻으면 되지.이들은 왜 하느님이 미인을 염무현한테만 주는지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양희지가 나타나면서 전 부인과 현 여자친구 사이에 살벌한 신경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양희지가 먼저 염무현에게 사과하면서 용서 빌 줄은 몰랐다.그것도 모자라 먼저 주동적으로 재혼하자고 하다니!박동하는 어안이 벙벙했다.양희지를 초대한 이유는 그녀의 입을 빌어 염무현이 얼마나 실패한 사람인지, 얼마나 쓸모없는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랐다!공혜리는 염무현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불안했다.그동안 염무현과 알고 지내면서 그가 정도 많고 책임감이 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자친구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결국엔 가짜 여자친구였다.공혜리는 염무현의 결정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염무현이 양희지를 용서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양희지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한순간, 공혜리는 속이 타들어 갔다.염무현은 양희지의 부드러운 공격에도 끄
염무현을 다시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면 공혜리는 물론 전체 공씨 가문에서 예의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공혜리도 전혀 지지 않으면서 말했다.“양희지 씨, 먼저 이혼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말하세요. 이혼한 마당에 무슨 부부예요.”사람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왜 상상했던 시나리오와 다른 거지?’“난 할 말 다 했어.”염무현은 냉랭하게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하지만 양희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나랑 재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왜 동창회에 참석했어?”“오해야. 난 동창회에 참석할 생각이 없었어.”염무현의 말에 양희지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거짓말! 그러면 왜 이곳에 나타난 건데? 난 아직도 네가 마음속에 나를 품고 있다는 거 알아! 아니면 골드파트너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서운범과 서경철 손에서 날 살려주고, 나를 위해 고진성 씨한테 약을 부탁했을 리가 없잖아! 백초당 소송을 해결해 준 것도 너잖아. 설마 이게 다 가짜라고? 내가 잘못을 되돌리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억지 부리지 말고 다음 월요일에 나랑 혼인 신고하러 가!”염무현은 인내심이 바닥이 나 차갑게 말했다.“재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양희지는 아무 이유나 대충 에둘러대려고 했지만 염무현이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았다.“결혼식장에서 성희롱당했다고 거짓말해서 너의 남동생 대신 감옥에 간 걸 봐서?”염무현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네가 남도훈의 용서를 받으려고 사죄의 의미로 신혼집을 팔아서 줬다고 거짓말을 해서? 너희 부모님이 우리 현민이 아저씨 일가를 속여서 쫄딱 망할뻔한 걸 봐서? 아니면 내가 출소하던 날 이혼해달라고 협박한 걸 봐서? 양심에 손 얹고 생각해 봐. 내가 너희 양씨 가문에 잘못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염무현이 한가지 한가지 들춰낼수록 양희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심지어 양희지 자신마저도 염무현한테 이렇게나 많이 미안한 짓을 했는지 몰랐다.사실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이다.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