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쩍 뛰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서아란의 모습은 길거리에서 막무가내로 욕하는 미친 여자 같았고, 우악스럽고 억척스러운 이미지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빨간 원피스 여자는 고개를 번쩍 들어 걱정이 역력한 눈빛으로 김범식을 바라보았다.그는 무덤덤한 얼굴로 아무 말도 안 했다.“하하하, 드디어 쫀 거야?”양준우가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거만하게 말했다.“아까 나한테 손찌검한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도망갈 생각하지 마. 그리고 너!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고 대단한 줄 아나 본데, 그쪽이랑 우리 누나의 뒷심이 얼마나 차이가 큰지 이제 알겠지? 눈뜬장님이 따로 없는 자식들, 우리 누나가 YH 그룹의 대표라고 했어? 안 했어? 그때는 안중에도 없더니 이 지경이 된 건 결국 다 자업자득이야. 젠장! 얼른 날 놓아주지 않고 멍해서 뭐 하는 거야? 그리고 넌 와서 내 술 시중이나 들어.”김범식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두 눈에 살기가 피어올랐다.감히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의 여자를 희롱하다니?만약 평소였더라면 양준우는 이미 갈기갈기 찢어지고도 남았을 텐데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아가씨가 온다고 한 이상 그녀가 명확한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차마 경거망동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이때, 바 문이 다시 열리고 검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공혜리가 나타났다. 안 그래도 늘씬한 몸매의 그녀는 글래머한 체형이 더욱 돋보였다.백옥 같은 피부와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 덕분에 허리가 더욱 잘록하게 느껴졌고, 원피스 아래로 쭉 뻗은 두 다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다. 그리고 하이힐을 신은 채 세계적인 슈퍼모델에 버금가는 캣워크로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보게 된다면 부러움에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조각처럼 예쁜 어깨까지 늘어뜨린 새끼만 생머리, 우월한 이목구비와 범상치 않은 분위기는 바에 있는 여자들을 단번에 압도했다.이는 누가 봐도 정성껏 꾸민 모습이다.메이크업과 분위기,
“물론 확실해! 난 저 년이 재가 되어도 알아본다니까.”서아란은 계속하여 욕설을 퍼부었다.“이 여자는 염무현 이 자식 내연녀라니까. 욕정에 눈이 멀어 범죄자와도 붙어먹는 천한 여자라고.”“엄마, 그만해!”양희지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나 아직 말 다 못 했어. 계속할 거야.”“제발 그 입 좀 다물어. 됐다니까.”“희지야, 넌 대체 누구 편이야?”서아란은 눈을 부릅뜨고 양희지를 나무라며 언성을 높였다.양희지는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아 이를 꽉 악물었다.“이분이 바로 공 대표님이라고.”“뭐?!”서아란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 사람... 이 사람이 공 대표라고?”양준우 역시 누군가에게 얻어맞기라도 한 듯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염무현이 들인 내연녀가 공씨 그룹의 공주 공혜리라니?이건 말도 안 돼!양씨 집안도 무시하는 범죄자를 공혜리가 왜? 그렇다면 공혜리는 대체 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그를 곁에 둔단 말인가?“왜요? 당신들 내 이름 몰라?”“그때 히스턴 호텔에서 당신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명령했을 때 난 분명 내 이름을 말해줬었는데 기억 안 나요?”사실 공혜리도 이에 대해 매우 의심스러웠다.이토록 큰 원한에도 양희지는 단 한 번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공혜리는 줄곧 양희지가 골드 파트너의 신분을 손에 얻기 위해 이를 덮고 언급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공혜리는 양희지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듯하다.당시 그들 모녀는 독설을 퍼붓는 데 정신이 팔려 공혜리의 자아 소개는 듣지 못했었다.그들은 공혜리를 단순히 염무현의 내연녀라고 확신해왔었다.그러니 복수를 하고 싶다면 염무현을 찾아가면 그만이다.그렇다면 이 여자의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작은 회장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양희지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그러자 공혜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되물었다.“정말 모르세요?”“전 아무것도 몰라요.”양희지는 마치 탬버린처럼 연신 고
양희지는 마음이 착잡해졌다.그녀는 갑자기 염무현에 대한 자신의 원한이 모두 잘못된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과거 양희지는 줄곧 남도훈이 좋은 사람이고 염무현은 진취심이 없고, 오만하며 폭력적인 쓰레기 같은 남자로서 정말 아무런 쓸모도 없다고 생각했었다.매번 오직 남도훈만이 그녀를 묵묵히 돕고 응원해주었으며 염무현은 옆에서 비아냥거리거나 뻔뻔스럽게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그와 이혼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하지만 곧 남도훈이야말로 진정한 쓰레기라는 것이 밝혀졌고 염무현이 옳았다.물론 이혼이 잘못됐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하여 염무현이 엄마와 동생을 다치게 했다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이 한 가지만으로도 양희지는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다.그러나 이제 이 유일한 이유조차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고 말았다.설마 내가 정말 틀렸단 말인가?서아란과 양준우 두 사람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원래 공 대표를 통해 인생역전을 할 생각이었지만 그들에게 찾아온 것이 이런 결과일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오자마자 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정면으로 욕을 퍼부었고 그들을 난처하게 만들었으니...망했다. 이번엔 완전히 망했다.“양 대표님, 더 물어볼 게 있나요?”공혜리가 묻자 양희지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아... 아니요. 이제 없어요.”그때, 하지연과 우예원 등 동료들이 술집에 들어섰다.그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유리 파편을 보며 의문을 품었다.“무슨 일이예요? 멀리서 음악이 멈추는 소리를 들었는데 바닥에 널린 이 많은 유리 조각은 또 어떻게 된 거고?”“헐. 이 정도면 그냥 블루오션 바를 뜯은 거 아니에요?”“뭐라고? 어떤 무식한 놈이 블루오션 바가 SJ 그룹 계열의 사업이라는 것을 모르고 이 짓을 한 거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우예원은 양희지를 보자마자 분노와 혐오의 감정을 전혀 감추지 않았고 그녀의 두 눈에는 적개심이 가득했다.그리고 공혜리를 보자 비록 질투
물론 공혜리가 양씨 가문의 편을 들고 서로 더 이상 따지지 말라고 한다고 할지라도 김범식은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그녀의 말을 따를 것이다.양희지는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무현 님, 어떻게 생각하세요?”겉으로는 그의 조언을 구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염무현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결정할 신분은 아니었기에 감히 나서지 못했다.사실 공혜리는 김범식과 같은 심리상태다.정의를 지키고 싶기도 했으나 혹여나 귀인의 미움이라도 살까 봐 걱정도 되었다.공혜리의 본심은 양준우를 엄하게 벌하는 것이다.한 번 얻어맞았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 이런 놈은 아직 덜 맞은 것이다.하지만 염무현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다고 하면 공혜리도 즉석에서 승낙할 것이다.그리고 개인적으로 김범식을 달래주고 보상해줄 것이다.“홍자 씨, 맞으시죠?”염무현은 홍자를 바라보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홍자는 염무현의 총애에 황급히 답했다.“홍자 씨라뇨.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염무현은 싱긋 웃으며 계속하여 물었다.“방금 양준우가 어느 손으로 당신을 성추행했나요?”“오른손입니다.”염무현의 의도는 파악할 수가 없었지만 일단 그의 물음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럼 양준우는 또 어느 손으로 사람을 때리고 어느 손으로 물건을 부쉈습니까?”“두 손을... 다 썼습니다.”홍자의 말을 들은 염무현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그럼 둘 다 부러뜨리죠.”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 마땅히 손을 절단해야지. 이는 당연한 도리이다.염무현은 양준우가 그의 처남이었다고 해서 그를 봐주지 않는다.솔직히 말해서 양준우 같은 배은망덕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은 용서받을 가치가 없다.그 순간, 양씨네 네 식구가 동시에 두 눈을 부릅떴다.그들은 마지막 결정자가 염무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못 들었나. 무현 님께서 지령을 내리셨잖니.”공혜리는 화색이 되어 김범식한테 말을 꺼냈다.“김 팀장이 직접 나서서 양 대표 체면을 세워줘
“준휘 오빠!”양희지의 얼굴에 순식간에 화색이 돌았다.김준휘의 등장에 서아란도 감격에 겨워 이리저리 외쳐댔다.“하하, 우리 구원병이 왔네!”양준우는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울먹이며 김준휘를 반겼다.“준휘 형님, 때마침 잘 왔어요...”“이놈들이 글쎄 나를 때린 것도 모자라 내 두 손을 부러뜨리려 해요. 준휘 형님이 나 대신 혼내 주세요!”김준휘는 그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왔고 그 뒤에는 네 명의 수행원들이 따랐다.네 사람 몸에서는 모두 막강한 무인의 풍기가 나는데 그중에서도 둥근 얼굴의 중년의 기세가 가장 강하다.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위세가 압박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희지야, 그리고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저 김준휘가 있으니 누구도 준우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김준휘는 마치 천하를 장악한 왕이라도 된 듯 오만했다.그때, 공혜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성이 김씨예요?”“그래. 금원 그룹 도련님 김준휘가 바로 나다.”이 말이 나오자 주위에서는 여기저기 숨을 훅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하느님 맙소사, 금원 그룹이라니! 대한민국 사람이 외국에서 세운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라고.”“금원 그룹 도련님은 인터폴에서 요직을 맡고 계신 데다 금원 그룹의 막강한 재력까지 합치면 화하 상업그룹까지 체면을 세워준다고 들었다니까요.”“김씨 가문은 줄곧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그들이 돌아오면 서해시는 물론이고 허원 지역 전체의 구도를 재편성해야 할 겁니다.”“김씨 집안은 강 용이고, 공씨 집안은 땅 뱀이니, 이제 볼거리가 생겼네요.”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저마다 이론이 분분했다.공혜리의 안색이 약간 변한 것을 보면 그녀 역시 금원 그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듯하다.사실, 북파 두목 서씨 가문이 멸망하기 훨씬 전부터 이 금원 그룹은 서해시를 점령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그들은 몇 번이나 시도하였지만 결국 공씨 가문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현재 금원 그룹의 큰 도련님이 직접 서해시에 온 걸 보니 아
김범식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바꿔서 그의 공격에 맞섰고 두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혔다.이윽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빠르게 떨어져 나가면서 양준우는 겨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염무현은 눈도 돌리지 않고 오직 곁눈질로 그 사람을 주시하였다.이놈이 바로 전에 서경철을 따라다니던 군사, 그리고 천하 빌딩 사건 중 유일하게 놓친 범인이다.사실 염무현은 천하 빌딩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이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결국, 남자는 운이 좋아서 도망쳐 목숨을 건진 게 아니라 염무현이 일부러 놓아준 것이다.목적은 간단했다.긴 낚싯줄로 대어를 낚으려던 것뿐이다.서경철은 비록 세력이 크지만 금사 고독을 쓸 줄 아는 고수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하여 염무현은 서씨 집안의 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단정했다.지금 김준휘 옆에 군사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것이 설명됐다.군사들은 스스로 잘 숨었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염무현 앞에 드러나지 않았기에 마음 놓고 김준휘를 따라나섰을 것이다.진작에 탄로 났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김씨 집안의 목적은 원래 서경철을 도와 공씨 가문을 대체하는 동시에 서해시의 흑백 두 무리를 장악하는 것이었다.결국, 성공하지 못했지만 공씨 가문과의 갈등은 여전했다.사건을 일으켜 마땅한 이유를 찾아 공씨 가문에게 손을 쓰는 것이 김준휘의 서해시에서의 임무 중 하나였다.그래서 양준우가 블루오션 바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김준휘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진해서 찾아왔을 뿐 아니라 부랴부랴 일손까지 모았다.“내가 말했잖아. 누구도 준우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고.”김준휘의 표정은 점점 더 거만해졌다.그는 이미 술집에서 싸움에 가장 능한 사람은 김범식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리고 그가 데려온 네 명의 수행원은 실력이 가장 낮은 사람도 쉽게 김범식을 잡을 수 있다.김범식이 데리고 다니는 그 수십 명의 부하는 결국 땅강아지와 개미들일 뿐 그에 비하면 완전 볼품없었다.“하, 어이없네.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
“툭!”둔탁한 소리와 함께 김범식은 마치 질주하는 트럭에 치인 듯 거꾸로 날아갔다.그는 공중에서 심하게 나뒹굴다가 입에서 연속하여 피를 내뿜었다.“으악!”김범식은 날아가다가 떨어지자 테이블 세 개가 연속하여 부서졌고 그는 폐허 더미에 묻혔다.“여보!”홍자는 재빨리 달려가서 손과 발로 김범식을 폐허 더미에서 파냈다.그의 얼굴이 피투성이인 모습을 보고 홍자는 울음을 터뜨렸다.모든 사람이 놀라서 입을 떡하니 벌렸다.김범식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두가 다 아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상대의 단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하고 중상을 입을 줄은 몰랐다.맙소사!정말 외모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었다. 이 키 작은 뚱보의 실력은 몹시 강했다.김범식의 부하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양준우는 그 틈을 타서 절뚝이며 김준휘의 곁으로 달려갔다.그는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개처럼 아부했다.“준휘 형님, 저분은 정말 대단하네요!”“빨리 계속해야죠. 저들을 모두 쓰러뜨려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양씨 부부도 똑같이 흥분해서 콧구멍이 하늘로 치솟을 지경이었다. 그들이 호가호위하는 모습은 정말 구역질이 났다.그러자 김준휘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뭐가 그리 급해. 천천히 놀아야 더 재밌지.”“그래요. 천천히 놀면서 저들을 죽여버려요!”양준우는 시원하게 한풀이하는 것 같았다.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으면 바로 먹지 않고 놀다가 한입에 물어 죽이는 식이었다.어쩌면 정신을 괴롭히는 것이 목숨을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했다.상대방이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는 그 느낌은 말할 것도 없이 김준휘를 흥분케 했다.김준휘는 그런 과정을 무척이나 즐겼고 그의 변태 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도록 괴롭혔다.“무현 님, 제가 실망하게 해드렸어요.”김범식은 죄송한 표정이었고 입가에 피가 줄줄 흘렀다.“아가씨, 빨리 홍자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세요. 상대는 실력이 막강하고 그들이 아마 만단의 준비하고 온 것이 분명해요. 여기에 계속 있
“무슨 수로 은침 몇 대 놓으면 된다고 헛소리 쳐요? 당신이 저 자식을 치료할 수 있다면 전 염무현 씨 성을 따르겠어요!”그러자 염무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그럴 자격이 없어요. 우리 염씨 집안에는 당신과 같은 불효한 사람은 없어요.”“이런 X발! 감히 우리 준휘 형님을 모욕해.”양준우는 또 한 번 우쭐거렸다.그는 자기 부모와 함께 호가호위하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한 가족처럼 똑같았다.몇몇 부하들은 시키는 대로 김범식을 테이블 위에 놓았고 염무현은 침을 놓기 시작했다.조명 아래에서 비친 그의 현란한 손놀림은 사람들을 경탄하게 했다.“이 자식이, 정말 침을 놓을 줄 알아?”양준우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엄마, 저 자식이 지금 쓰는 침이 지난번에 우리가 히스턴 호텔에서 본 것과 같은 거예요?”서아란은 딸이 히스턴 호텔 이름을 들을까 봐 안색이 급히 나빠졌고 아들을 나무랐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양준우는 못마땅해하며 계속 지껄였다.“난 못 믿겠어요. 정말 치료할 수 있다면 이건 의학과 과학에 어긋나는 일이에요...”하지만 그는 바로 할 말을 잃었다.수많은 놀란 표정 속에서 창백하던 김범수의 얼굴에는 다시 생기가 가득했다.그리고 그의 정신 상태도 엄청나게 큰 변화가 나타났다.겨우 숨을 쉬던 사람이 순식간에 씩씩하게 변했다.그의 찢긴 옷과 얼굴의 핏자국이 없었다면 아무도 그가 방금 중상을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심지어 김범수 본인도 믿어지지 않았다.가슴과 배 사이에 있던 고통스러운 기운이 가라앉더니 이내 통증이 사라졌고 그 뒤로 온몸에 힘이 넘쳐 올랐다.‘이건... 너무 신기해!’“입을 벌리세요.”염무현이 명령을 내리자 김범식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그는 녹색 알약 한 알을 김범식의 입에 집어넣었다.김범식이 반응하기도 전에 알약은 즙이 되어버렸다.이빨로 씹을 필요도 없이 이미 그의 위에 들어갔다.김범식이 감탄하려고 했을 때 약 즙은 그의 위에서 따뜻한 물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