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진도하는 경기장 구석에 기대어 노도윤을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원래 이 상황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지만 노도윤은 너무 지나쳤다.노도윤은 오히려 기뻐하며 물었다.“네가 진도하야?”“맞아.”“난 곧 널 짓밟고 올라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네가 괴물로 불릴 자격이 없다는 걸 보여주겠어. 그리고 나 노도윤이야말로 동세대 중 가장 강한 자라는 걸 증명할 거야.”노도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흐흐...”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말한 대로 되길 바라.”진도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덧붙였다.“하지만 선발이 시작되면 난 네가 첫 번째로 떨어질 거라고 확신해. 아마도 10초도 못 버티고 말이지.”그러자 노도윤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실제로 보여줘! 누가 더 강한지 확인해 보자!”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입으로만 떠드는 건 너 아니야?”진도하가 한마디 던지자 주위의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가 노도윤을 조롱하는 듯했다.“그러고 보니 노도윤이 항상 그러는 것 같아.”주위의 사람들이 덧붙였다.노도윤의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그는 주위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며 말했다.“잠시 후에 내가 당신들을 어떻게 혼내주는지 두고 봐요!”그러고는 다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진도하, 나와 내기 할래?”진도하는 노도윤을 흘끔 쳐다본 후 말없이 있었다. 그는 노도윤이 그와 내기를 할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노도윤은 진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둘이 경기장에서 모든 참가자를 떨어뜨려야만 선발에 통과하는 내기야. 할 수 있겠어?”사람들은 모두 진도하를 쳐다보았다. 노도윤의 말은 그가 진도하와 함께 경기장에서 모든 참가자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으로 즉 통과의 난이도를 더 높인 것이다.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표정은 여전히 무관심했다.“왜, 대답도 못 하겠어?”노도윤이 다그
하지만 노도윤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될 수 있기에 그는 곧 대답했다.“좋아. 그렇게 하지, 뭐!”원하는 대답을 들은 진도하는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여러분, 들으셨죠? 이건 저와 노도윤이 건 내기입니다.”그는 노도윤에게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주위 사람들도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요. 이 일은 우리가 증인으로 나설 겁니다!”그때 남궁 장로가 말했다.“자, 이제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경기장에서 모든 사람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만약 마지막에 경기장에 단 한 사람이 남으면 그 사람은 열 명의 시험 명단에 바로 포함될 것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혼전을 진행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같은 규칙이 적용됩니다.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치명적인 공격을 해서는 안 되며 연합해서는 안 됩니다. 이해했어요?”“이해했습니다!”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남궁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선발 시험은 총 5분 동안 진행됩니다. 5분 동안 경기장에서 떨어지지 않는 자는 다음 라운드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자, 이제 선발을 시작하겠습니다!”남궁 장로는 말을 마치자마자 경기장 위에서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은 남궁 장로가 어떻게 떠났는지 알지 못했다.띵.남궁 장로가 경기장을 떠나는 순간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참가자는 그곳에서 5분을 버텨야만 했다. 오직 5분을 견뎌낸 자만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몸놀림이 빠른 이들이 항상 유리한 법이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이었다.진도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를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 특히 태초서원의 사람들은 더더욱 그를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진도하의 실력을 목격한 바 있어 그를 피하기도 바빴다. 어찌 감히 먼저 공격할 생
이렇게 생각하자 진도하는 깊이 감동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가 일부러 약한 척하며 경기장에서 밀려나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신뢰해 준 사실에 감동한 것이다.만약 자신이 모든 사람을 경기장에서 내쫓지 못한다면, 은소혜와 독고 청의는 2차전 진출의 기회를 잃게 되고 결국 시험에 참가할 기회도 놓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행동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다.그들은 진도하가 반드시 모두를 경기장에서 내쫓을 것이라 믿었고 주저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나 진도하가 승리한 후에 다시 혼전에 참여할 생각이었다.그 생각에 진도하는 속으로 다짐했다.‘소혜야, 청의 씨,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모든 사람을 경기장에서 내보낼 거야.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그 순간 진도하의 불타오르는 투지가 절정에 달했다.그는 무심한 눈빛으로 경기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대략 백여 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1대1로 맞붙었고 나머지는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시간을 끌려 했다.진도하의 시선은 노도윤에게로 옮겨졌다. 노도윤은 거만하지만 그럴 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단 몇 초 만에 세, 네 명을 경기장에서 쫓아냈고 한 방에 끝내버렸다. 두 번째 공격이 필요하지도 않았다.그러다 곧 추기훈과 맞닥뜨렸다.퍽. 퍽. 퍽짧은 몇 초 동안 두 사람은 수십 차례 주고받았다. 일시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진도하의 눈에는 노도윤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기훈이 경기장에서 밀려날 것은 분명해 보였다.그 순간에도 또다시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떨어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과 동시에 후회의 빛이 역력했다.그러나 잠시 후 그들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진도하나 노도윤이 5분 안에 모두를 경기장에서 내쫓는다면 그 둘 중 한 명이 시험에 참가할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한번 5분간의 혼전을 치를 기회를 얻게 될 터였다.이 생각에 경기장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모두
추기훈이 경기장에서 떨어지는 순간 무상파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하하! 봤지? 내가 뭐랬어? 추기훈이 바로 떨어졌잖아!”“그러게. 태초서원 정말 약하구나!”무상파의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쳤다.“추기훈은 태초서원 신입생 중 실력이 상위 3위라며? 그런데 그 상위 3위가 고작 2분도 못 버텼네?”독고 청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반박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추기훈이 정말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고 청의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이따가 너희 도윤 선배가 떨어지면 그때도 웃을 수 있을지 보자고.”그렇게 말한 후 그는 더 이상 무상파의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고 다시 경기장을 주시했다.진도하의 감각은 매우 예리했다. 경기장에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서 있었지만 사실은 그는 경기장의 상황을 항상 주시하고 있었고 무상파 사람들의 비웃음도 고스란히 들었다.“하하...”진도하의 입꼬리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특히 무상파 사람들이 태초서원을 깎아내리는 말을 들었을 때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늘 내가 태초서원을 대표해 너희에게 우리 태초서원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어.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태초서원은 4대 서원 중 최고일 거야!’그렇게 마음먹은 진도하는 몸속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환허보를 발휘해 빠르게 앞으로 돌진했다.“천자제일권!”그는 예전에 봤던 서화에서 깨달은 권법을 사용했다.퍽.그러자 진도하 앞에 있던 사람은 그의 주먹에 맞아 그대로 경기장에서 날아갔다.이어서 진도하는 또다시 환허보로 이동해 두 번째 상대에게 다가갔다.퍽. 또 한 번 주먹을 날리자 두 번째 사람도 한 방에 떨어졌다.세 번째, 네 번째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진도하의 상대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대에서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른 채 경기장에서 추락했으며 떨어지면서도 자신을 누가 공격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경기장 밖의 관중들은 흥분했다.그들은 진도하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조용했지만 일단 나서자 이토록 압도적인 모
“당연하지!”노도윤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지금... 선발 시간이 1분 30초 남았어. 네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나를 무대 아래로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그는 말을 마치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진도하를 흘끗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넌 못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어!”진도하는 노도윤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실소를 터뜨렸다.“확실해? 넌 할 수 있고 내가 못 한다고?”노도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진도하를 흘끗 보고 대답 대신 다시 물었다.“이제 1분 남았어.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진도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노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한 번 해볼까?”노도윤은 멈칫했다.눈에 살기가 스쳐갔지만 곧 감추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좋아! 한 번 해보자! 내가 무상파를 어떻게 부흥시킬지 너에게 똑똑히 보여주겠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노도윤은 진도하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장법은 마치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하게 진도하를 향해 몰아쳤다.그러나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겁을 먹어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는 건가? 이거 너무 약한데?’노도윤은 진도하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하지만 그 순간 그의 장법이 진도하에게 닿기 직전에 진도하가 움직였다.퍽.진도하의 몸을 감싼 보호 기능 기운이 갑자기 커졌다.그러자 노도윤의 장법은 마치 솜을 때리는 것처럼 허공에 흩어졌다.첫 번째 공격이 실패하자 노도윤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진도하를 향해 공격했지만 이번에도 진도하의 보호 기운에 막혀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진도하는 냉담하게 노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겨우 이 정도야?”노도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그는 자신이 연속으로 두 번이나 공격했는데도 진도하에게 아무런 상처를 입히지 못한 것에 놀랐다.‘설마 나와 진도하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건가?’이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는 곧 그 생각을 부정했다.몇 달 전 진도하가 태초서원 앞에서 고풍서원의 사람들
온 경기장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그중 독고 청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심지어 남궁 장로도 눈가에 미소를 띠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좋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대부경 4단계까지 도달했으니 용골을 쓴 게 헛되지 않았군.”태초서원의 다른 사람들도 격하게 기뻐했다. 비록 그들은 경기장 위에 서 있지는 않았지만 경기장에 서 있는 진도하가 바로 자신들의 동료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환호가 가라앉은 후 독고 청의는 무상파 쪽을 돌아보며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까 뭐라고 했더라? 내가 깜빡했네. 한 번 더 말해 줄래?”독고 청의의 표정을 보고 무상파 사람들은 속으로 이를 갈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노도윤이 이미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으니 무슨 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더군다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들을 비웃는 듯 쏟아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더욱 부끄러움을 느꼈다.결국 그들은 억지로 화를 삼키며 말했다.“그냥 운 좋게 우리 도윤 선배를 이겼을 뿐이잖아. 그게 뭐 자랑이라고 그래?”“다시 한번 붙으면 누가 이길지 몰라!”그러자 독고 청의는 웃으며 말했다.“하하... 아직도 쎈 척이야? 너희 무상파는 입만 살았나 보네?”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더욱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심지어 청풍각과 현광문의 사람들까지도 웃음을 터뜨렸다.경기장에 누가 살아남았든 상관없이 그들에게는 혼전 기회가 한 번 더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 상황을 즐기며 구경했다.무상파 사람들은 억지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한편 경기장 아래로 떨어진 노도윤은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는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속삭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어떻게 질 수 있지?”그는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자신이 진도하에게 패배했다는 것, 그리고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다.노도윤의 마음은 혼란 그 자체였다.그때 남궁 장로가 경기장 위로 올라왔다.“다들 조용히 하세요.”남궁 장로
진도하는 남궁 장로의 말을 듣고 신속하게 환허보를 사용해 순식간에 경기장 아래로 내려와 자리를 비켜주었다.경기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격양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경기장 위로 뛰어올랐다.독고 청의와 은소혜도 진도하에게 인사를 건넨 후 마지막으로 경기장에 올랐다.남궁 장로는 모든 참가자들이 경기장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이제 선발전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남궁 장로님, 잠시만요!”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 목소리의 출처로 향했다.그곳엔 무상파의 수장인 범도성이 일어서 있었다.남궁 장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범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범 수장, 무슨 일입니까?”범도성은 잠시 망설인 후에 입을 열었다.“남궁 장로님, 저를 봐서라도 도윤이 다시 한번 선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남궁 장로는 전혀 놀란 기색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범 수장. 아시다시피 노도윤은 조금 전에 도하와 선발전 전에 개인적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경기장에서 밀려나면 시험에 참여할 기회를 잃기로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맞습니다. 우리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경기장에 있던 사람들 중 무상파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범도성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는 진도하와 노도윤 사이의 약속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체면을 무릅쓰고 나선 이유가 남궁 장로가 자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노도윤에게 기회를 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시험은 비록 사망률이 높지만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막대했다.범도성은 자신의 제자인 노도윤이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남궁 장로님, 보셨다시피 도윤이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는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예요. 진도하에게는 밀렸을지 몰라도 청룡성에서는 같은 세대 중 두 번째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단지 도윤이의 자만 때문에 시험 기회를
“시험은 더 강한 젊은 세대가 참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윤이가 그 자격이 없다는 말입니까?”범도성의 말은 점점 더 격앙되었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남궁 장로님, 만약 도윤이가 선발전에 참여하지 못하게 계속 고집하신다면 우리 무상파는 모두 이 선발전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태초서원의 불공정한 선발제도에 대한 불만을 표할 것입니다!”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범도성이 노련하게 남궁 장로의 약점을 꿰뚫었음을 깨달았다.남궁 장로는 무엇보다도 문파들 간의 단결을 중요시했다. 특히 이번 선발전은 각 문파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중요한 행사였기에 무상파가 퇴장을 강행한다면 남궁 장로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컸다.역시나 남궁 장로는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때 청풍각의 각주인 조진평이 나서서 말했다.“남궁 장로님, 제 생각에도 범 수장께 이번 한 번은 양보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범 수장이 애써 키운 제자가 개인적인 약속 하나로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무상파뿐만 아니라 청룡성 전체에 손해일 테니까요.”조진평은 말을 마치고 범도성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분명 자신이 나서서 도와준 걸 꼭 기억하고 빚을 갚으라는 뜻이었다.범도성 역시 그 의도를 잘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남궁 장로는 그 둘의 교감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범도성의 요구를 거절할 수만은 없었다.만약 그렇게 한다면 태초서원과 무상파 사이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악화될 것이었다.바로 그때 은소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남궁 장로님, 제 생각에도 그 노... 뭐시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남궁 장로는 은소혜의 뜻밖의 발언에 잠시 멈칫했지만 은소혜가 눈을 찡긋하며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내자 그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그 순간 남궁 장로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범도성을 응시했다.“좋습니다, 범 수장. 이번 한 번만 노도윤에게 기회를 주겠어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