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진도하는 경기장 구석에 기대어 노도윤을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원래 이 상황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지만 노도윤은 너무 지나쳤다.노도윤은 오히려 기뻐하며 물었다.“네가 진도하야?”“맞아.”“난 곧 널 짓밟고 올라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네가 괴물로 불릴 자격이 없다는 걸 보여주겠어. 그리고 나 노도윤이야말로 동세대 중 가장 강한 자라는 걸 증명할 거야.”노도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흐흐...”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말한 대로 되길 바라.”진도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덧붙였다.“하지만 선발이 시작되면 난 네가 첫 번째로 떨어질 거라고 확신해. 아마도 10초도 못 버티고 말이지.”그러자 노도윤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실제로 보여줘! 누가 더 강한지 확인해 보자!”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입으로만 떠드는 건 너 아니야?”진도하가 한마디 던지자 주위의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가 노도윤을 조롱하는 듯했다.“그러고 보니 노도윤이 항상 그러는 것 같아.”주위의 사람들이 덧붙였다.노도윤의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그는 주위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며 말했다.“잠시 후에 내가 당신들을 어떻게 혼내주는지 두고 봐요!”그러고는 다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진도하, 나와 내기 할래?”진도하는 노도윤을 흘끔 쳐다본 후 말없이 있었다. 그는 노도윤이 그와 내기를 할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노도윤은 진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둘이 경기장에서 모든 참가자를 떨어뜨려야만 선발에 통과하는 내기야. 할 수 있겠어?”사람들은 모두 진도하를 쳐다보았다. 노도윤의 말은 그가 진도하와 함께 경기장에서 모든 참가자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으로 즉 통과의 난이도를 더 높인 것이다.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표정은 여전히 무관심했다.“왜, 대답도 못 하겠어?”노도윤이 다그
하지만 노도윤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될 수 있기에 그는 곧 대답했다.“좋아. 그렇게 하지, 뭐!”원하는 대답을 들은 진도하는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여러분, 들으셨죠? 이건 저와 노도윤이 건 내기입니다.”그는 노도윤에게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주위 사람들도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요. 이 일은 우리가 증인으로 나설 겁니다!”그때 남궁 장로가 말했다.“자, 이제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경기장에서 모든 사람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만약 마지막에 경기장에 단 한 사람이 남으면 그 사람은 열 명의 시험 명단에 바로 포함될 것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혼전을 진행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같은 규칙이 적용됩니다.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치명적인 공격을 해서는 안 되며 연합해서는 안 됩니다. 이해했어요?”“이해했습니다!”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남궁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선발 시험은 총 5분 동안 진행됩니다. 5분 동안 경기장에서 떨어지지 않는 자는 다음 라운드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자, 이제 선발을 시작하겠습니다!”남궁 장로는 말을 마치자마자 경기장 위에서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은 남궁 장로가 어떻게 떠났는지 알지 못했다.띵.남궁 장로가 경기장을 떠나는 순간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참가자는 그곳에서 5분을 버텨야만 했다. 오직 5분을 견뎌낸 자만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몸놀림이 빠른 이들이 항상 유리한 법이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이었다.진도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를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 특히 태초서원의 사람들은 더더욱 그를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진도하의 실력을 목격한 바 있어 그를 피하기도 바빴다. 어찌 감히 먼저 공격할 생
이렇게 생각하자 진도하는 깊이 감동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가 일부러 약한 척하며 경기장에서 밀려나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신뢰해 준 사실에 감동한 것이다.만약 자신이 모든 사람을 경기장에서 내쫓지 못한다면, 은소혜와 독고 청의는 2차전 진출의 기회를 잃게 되고 결국 시험에 참가할 기회도 놓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행동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다.그들은 진도하가 반드시 모두를 경기장에서 내쫓을 것이라 믿었고 주저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나 진도하가 승리한 후에 다시 혼전에 참여할 생각이었다.그 생각에 진도하는 속으로 다짐했다.‘소혜야, 청의 씨,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모든 사람을 경기장에서 내보낼 거야.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그 순간 진도하의 불타오르는 투지가 절정에 달했다.그는 무심한 눈빛으로 경기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대략 백여 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1대1로 맞붙었고 나머지는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시간을 끌려 했다.진도하의 시선은 노도윤에게로 옮겨졌다. 노도윤은 거만하지만 그럴 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단 몇 초 만에 세, 네 명을 경기장에서 쫓아냈고 한 방에 끝내버렸다. 두 번째 공격이 필요하지도 않았다.그러다 곧 추기훈과 맞닥뜨렸다.퍽. 퍽. 퍽짧은 몇 초 동안 두 사람은 수십 차례 주고받았다. 일시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진도하의 눈에는 노도윤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기훈이 경기장에서 밀려날 것은 분명해 보였다.그 순간에도 또다시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떨어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과 동시에 후회의 빛이 역력했다.그러나 잠시 후 그들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진도하나 노도윤이 5분 안에 모두를 경기장에서 내쫓는다면 그 둘 중 한 명이 시험에 참가할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한번 5분간의 혼전을 치를 기회를 얻게 될 터였다.이 생각에 경기장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모두
추기훈이 경기장에서 떨어지는 순간 무상파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하하! 봤지? 내가 뭐랬어? 추기훈이 바로 떨어졌잖아!”“그러게. 태초서원 정말 약하구나!”무상파의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쳤다.“추기훈은 태초서원 신입생 중 실력이 상위 3위라며? 그런데 그 상위 3위가 고작 2분도 못 버텼네?”독고 청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반박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추기훈이 정말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고 청의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이따가 너희 도윤 선배가 떨어지면 그때도 웃을 수 있을지 보자고.”그렇게 말한 후 그는 더 이상 무상파의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고 다시 경기장을 주시했다.진도하의 감각은 매우 예리했다. 경기장에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서 있었지만 사실은 그는 경기장의 상황을 항상 주시하고 있었고 무상파 사람들의 비웃음도 고스란히 들었다.“하하...”진도하의 입꼬리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특히 무상파 사람들이 태초서원을 깎아내리는 말을 들었을 때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늘 내가 태초서원을 대표해 너희에게 우리 태초서원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어.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태초서원은 4대 서원 중 최고일 거야!’그렇게 마음먹은 진도하는 몸속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환허보를 발휘해 빠르게 앞으로 돌진했다.“천자제일권!”그는 예전에 봤던 서화에서 깨달은 권법을 사용했다.퍽.그러자 진도하 앞에 있던 사람은 그의 주먹에 맞아 그대로 경기장에서 날아갔다.이어서 진도하는 또다시 환허보로 이동해 두 번째 상대에게 다가갔다.퍽. 또 한 번 주먹을 날리자 두 번째 사람도 한 방에 떨어졌다.세 번째, 네 번째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진도하의 상대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대에서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른 채 경기장에서 추락했으며 떨어지면서도 자신을 누가 공격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경기장 밖의 관중들은 흥분했다.그들은 진도하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조용했지만 일단 나서자 이토록 압도적인 모
“당연하지!”노도윤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지금... 선발 시간이 1분 30초 남았어. 네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나를 무대 아래로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그는 말을 마치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진도하를 흘끗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넌 못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어!”진도하는 노도윤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실소를 터뜨렸다.“확실해? 넌 할 수 있고 내가 못 한다고?”노도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진도하를 흘끗 보고 대답 대신 다시 물었다.“이제 1분 남았어.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진도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노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한 번 해볼까?”노도윤은 멈칫했다.눈에 살기가 스쳐갔지만 곧 감추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좋아! 한 번 해보자! 내가 무상파를 어떻게 부흥시킬지 너에게 똑똑히 보여주겠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노도윤은 진도하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장법은 마치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하게 진도하를 향해 몰아쳤다.그러나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겁을 먹어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는 건가? 이거 너무 약한데?’노도윤은 진도하가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하지만 그 순간 그의 장법이 진도하에게 닿기 직전에 진도하가 움직였다.퍽.진도하의 몸을 감싼 보호 기능 기운이 갑자기 커졌다.그러자 노도윤의 장법은 마치 솜을 때리는 것처럼 허공에 흩어졌다.첫 번째 공격이 실패하자 노도윤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진도하를 향해 공격했지만 이번에도 진도하의 보호 기운에 막혀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진도하는 냉담하게 노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겨우 이 정도야?”노도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그는 자신이 연속으로 두 번이나 공격했는데도 진도하에게 아무런 상처를 입히지 못한 것에 놀랐다.‘설마 나와 진도하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건가?’이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는 곧 그 생각을 부정했다.몇 달 전 진도하가 태초서원 앞에서 고풍서원의 사람들
온 경기장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그중 독고 청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심지어 남궁 장로도 눈가에 미소를 띠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좋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대부경 4단계까지 도달했으니 용골을 쓴 게 헛되지 않았군.”태초서원의 다른 사람들도 격하게 기뻐했다. 비록 그들은 경기장 위에 서 있지는 않았지만 경기장에 서 있는 진도하가 바로 자신들의 동료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환호가 가라앉은 후 독고 청의는 무상파 쪽을 돌아보며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까 뭐라고 했더라? 내가 깜빡했네. 한 번 더 말해 줄래?”독고 청의의 표정을 보고 무상파 사람들은 속으로 이를 갈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노도윤이 이미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으니 무슨 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더군다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들을 비웃는 듯 쏟아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더욱 부끄러움을 느꼈다.결국 그들은 억지로 화를 삼키며 말했다.“그냥 운 좋게 우리 도윤 선배를 이겼을 뿐이잖아. 그게 뭐 자랑이라고 그래?”“다시 한번 붙으면 누가 이길지 몰라!”그러자 독고 청의는 웃으며 말했다.“하하... 아직도 쎈 척이야? 너희 무상파는 입만 살았나 보네?”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더욱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심지어 청풍각과 현광문의 사람들까지도 웃음을 터뜨렸다.경기장에 누가 살아남았든 상관없이 그들에게는 혼전 기회가 한 번 더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 상황을 즐기며 구경했다.무상파 사람들은 억지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한편 경기장 아래로 떨어진 노도윤은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는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속삭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 어떻게 질 수 있지?”그는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자신이 진도하에게 패배했다는 것, 그리고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다.노도윤의 마음은 혼란 그 자체였다.그때 남궁 장로가 경기장 위로 올라왔다.“다들 조용히 하세요.”남궁 장로
진도하는 남궁 장로의 말을 듣고 신속하게 환허보를 사용해 순식간에 경기장 아래로 내려와 자리를 비켜주었다.경기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격양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경기장 위로 뛰어올랐다.독고 청의와 은소혜도 진도하에게 인사를 건넨 후 마지막으로 경기장에 올랐다.남궁 장로는 모든 참가자들이 경기장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이제 선발전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남궁 장로님, 잠시만요!”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 목소리의 출처로 향했다.그곳엔 무상파의 수장인 범도성이 일어서 있었다.남궁 장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범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범 수장, 무슨 일입니까?”범도성은 잠시 망설인 후에 입을 열었다.“남궁 장로님, 저를 봐서라도 도윤이 다시 한번 선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남궁 장로는 전혀 놀란 기색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범 수장. 아시다시피 노도윤은 조금 전에 도하와 선발전 전에 개인적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경기장에서 밀려나면 시험에 참여할 기회를 잃기로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맞습니다. 우리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경기장에 있던 사람들 중 무상파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범도성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는 진도하와 노도윤 사이의 약속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체면을 무릅쓰고 나선 이유가 남궁 장로가 자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노도윤에게 기회를 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시험은 비록 사망률이 높지만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막대했다.범도성은 자신의 제자인 노도윤이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남궁 장로님, 보셨다시피 도윤이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는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예요. 진도하에게는 밀렸을지 몰라도 청룡성에서는 같은 세대 중 두 번째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단지 도윤이의 자만 때문에 시험 기회를
“시험은 더 강한 젊은 세대가 참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윤이가 그 자격이 없다는 말입니까?”범도성의 말은 점점 더 격앙되었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남궁 장로님, 만약 도윤이가 선발전에 참여하지 못하게 계속 고집하신다면 우리 무상파는 모두 이 선발전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태초서원의 불공정한 선발제도에 대한 불만을 표할 것입니다!”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범도성이 노련하게 남궁 장로의 약점을 꿰뚫었음을 깨달았다.남궁 장로는 무엇보다도 문파들 간의 단결을 중요시했다. 특히 이번 선발전은 각 문파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중요한 행사였기에 무상파가 퇴장을 강행한다면 남궁 장로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컸다.역시나 남궁 장로는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때 청풍각의 각주인 조진평이 나서서 말했다.“남궁 장로님, 제 생각에도 범 수장께 이번 한 번은 양보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범 수장이 애써 키운 제자가 개인적인 약속 하나로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무상파뿐만 아니라 청룡성 전체에 손해일 테니까요.”조진평은 말을 마치고 범도성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분명 자신이 나서서 도와준 걸 꼭 기억하고 빚을 갚으라는 뜻이었다.범도성 역시 그 의도를 잘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남궁 장로는 그 둘의 교감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범도성의 요구를 거절할 수만은 없었다.만약 그렇게 한다면 태초서원과 무상파 사이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악화될 것이었다.바로 그때 은소혜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남궁 장로님, 제 생각에도 그 노... 뭐시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남궁 장로는 은소혜의 뜻밖의 발언에 잠시 멈칫했지만 은소혜가 눈을 찡긋하며 의미 있는 신호를 보내자 그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그 순간 남궁 장로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범도성을 응시했다.“좋습니다, 범 수장. 이번 한 번만 노도윤에게 기회를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