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귀한 거잖아요.”현지수는 서둘러 손에 든 약병을 다시 진도하에게 돌려주었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냥 받아요. 단약을 복용하고 빨리 수련해야죠. 이 세계는 지수 씨 생각만큼 평온하지 않아요.”진도하는 현지수가 기를 모으는 단약을 받아 하루빨리 원아경을 돌파하고 나아가 원만한 경지까지 이르러 다른 세계로 순간이동하여 수련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렇게 하면 25년 후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용천섬으로 돌아왔을 때 현지수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현지수는 진도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현지수는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수련 잘해서 꼭 도하 씨를 따라잡을게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현지수는 말을 마치며 얼굴이 붉어졌다.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말이지만 사실 다른 뜻이 있었는데 현지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동굴로 돌아간 후 현지수도 수련을 시작했다.진도하의 돌파가 그녀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다. 자신의 경지가 정체되어 있으면 조만간 진도하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고 진도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다른 동굴에서.현지수가 떠난 후 진도하는 합도경의 힘이 어떤지 보려고 하지 않고, 대신 링의 공간으로 들어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러고는 몸의 기운을 동원하기 시작했다.링 안은 바깥보다 시간이 느려서 진도하의 수련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링 안의 공간에서 보내는 하루는 밖에서는 단 1분에 불과했다.그렇다면 한 달 동안 수련을 한다면 현실에서는 30분밖에 되지 않으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이렇게 진도하는 3년 넘게 링 안에 앉아 있었다. 실제로는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다.진도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수련하기 전보다 열 배, 백 배는 더 무서운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순간 진도하는 형언할 수 없는 기세를 드러냈다.진도하가 막
현지수의 충격 받은 표정을 보자 진도하 역시 당황했다.“내 실력이 어떤데요?”현지수는 긴 숨을 내쉬더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제보다 열 배, 아니 백 배는 더 강해졌네요.” 현지수의 말을 듣고 진도하가 오히려 더 놀랐다.자신의 실력을 숨겼는데 현지수가 알아차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수련자의 세계에서 실력이 약한 자는 실력이 강한 자의 실제 실력을 알 수 없지만, 현지수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운 듯했다.현지수는 이어서 말했다.“도하 씨는 실력을 감추고 있지만, 우리 한빛궁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진정한 실력을 알 수 있는 비법이 있어요. 물론 이건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까지 한정된 거고 그것보다 더 높은 경지를 돌파하면 우리 한빛궁의 비법으로도 알 수 없어요.”진도하는 그제야 깨닫고 현지수에게 물었다.“그러면 계속 알고 있었던 거예요?”“그건 아니에요.”현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용천섬에서 돌아온 뒤에야 이 비법을 터득했어요.”“그랬군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지수 옆에 다가가 앉았다.현지수는 진도하에게 젓가락을 건네주며 호기심에 물었다.“어떻게 한 거예요?”진도하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도,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하루 만에 전보다 열 배, 백 배 이상 강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도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정도의 실력이 나오기까지 3년 동안 수련했다는 걸 알면 놀라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현지수에게 그렇게는 알려주지 못하고 대신 말했다.“글쎄요. 이제 막 합도경을 돌파해서 그런지 실력을 키우는 속도가 빨라진 거 같아요.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모자라서 다시 이렇게 빨리 실력을 키우기는 힘들 것 같어요.”현지수에게 손에 낀 반지가 시간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환상이에게 절대 반지의 존재를 노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현지수를 아무리 믿어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겠네요.”
진도하는 현지수를 도와 정리를 마친 후 다시 동굴로 돌아왔다.동굴에 도착한 후 5분 동안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링으로 들어가 다리를 꼬고 앉아 수련을 계속했다. 몸에서 기운이 격렬하게 흐르고 있었다.이렇게 진도하와 현지수 두 사람은 이곳에서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그들은 가끔 식사를 하러 나오거나 산에 올라가 별과 달을 보러 가기도 했다.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에는 쉬지 않고 수련했다.서정식이 정제한 단약 덕분에 현지수는 빠르게 원아경을 돌파한 후 합도경을 목표로 수련하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계속 링에 머물렀다. 실제로는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 동안 링에 머물렀던 것처럼 느꼈다.마음도 점점 더 단단해지고 눈빛도 매우 깊어졌으며 실력은 더없이 강해져서 다시 소원을 만나면 손쉽게 그를 짓밟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물론 이것은 진도하의 실력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의 심경도 긴 백 년 동안 더욱 성숙하고 안정되었다.마치 이미 삶과 죽음을 꿰뚫어보고 경험한 것 같았다.진도하는 자신의 마음이 지쳤다고 느꼈다.그러나 링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진도하의 마음은 차분해졌고 더 이상 그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어떤 일이 닥쳐도 무표정한 얼굴로 맞서거나 심장도 빨리 뛰지 않을 것 같았다.백 년 동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고 링에서 나오는 순간에도 진도하는 무아지경에 빠져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한 달 정도 지났는지, 아니면 백 년 정도 지났는지도 몰랐다.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다.강유진을 생각할 때만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지고 평범한 사람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었다.동굴에서 나온 현지수는 진도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초췌해 보이는 거예요?”현지수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진도하는 의아해했다.“내가 초췌해 보여요?”그러고는 몸을 움직여 보며 말했다.“나는 모르겠는데요?”그러나 현지수가 말했다.“아니요. 정말 허약해진 것 같아 보여요. 거울 좀 봐요.”이렇게
진도하는 다급하게 위로했다.“울지 마요. 내가 죽은 것도 아닌데.”그리고 이를 드러내며 현지수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봐요... 나 아직 멀쩡해요.”현지수는 진도하의 이렇게 웃기고 털털한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웃다가 눈물이 났다.현지수는 진도하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수련하는 과정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 아니에요?”“그건 아닐 거예요.”진도하 역시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마음속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워낙 성격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편이라 현지수를 먼저 위로하는 쪽을 택했다.“그럼 왜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현지수가 말했다.그러나 말을 마치자마자 현지수는 진도하의 머리카락이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발견했다.현지수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진도하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도하 씨...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있어요.”진도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하지만 손으로 만져봐도 머리카락 색깔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황급히 거울을 들고 다시 한 번 살펴봤다.진도하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울고 싶었다.원래는 새까맣던 머리카락이 이제는 온통 하얗게 변했고 심지어 빛이 날 정도였다.그런 머리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 진도하는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하지만 다행히 진도하의 마음은 단단했다. 진도하는 마음속의 불안을 애써 참으며 현지수에게 말했다.“난 일단 수련하러 갈게요. 이따가 다시 나오면 봐요.”진도하는 재빨리 동굴 안으로 들어가 겨드랑이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진도하는 긴 숨을 내쉬고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완전히 안도했다.점차 감정이 안정된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얼굴이 이렇게 변한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혹시... 링 안의 공간에서 시간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라진 것일까? 진도하는 링에서 백 년을 보냈고 현실에서는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정말 백 년을 보낸 거라면 일찍 늙어 버린
진도하가 나오는 것을 본 현지수는 물었다.“어때요? 수련은 잘 됐어요?”“효과 없어요.”진도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직까지 정상적으로 수련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노화가 진행 중이었다.“수련하는 것도 효과 없으면 어떻게 해요? 치료할 수 있는 단약이 있을까요?”현지수는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하지만 진도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이미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단약이나 의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진도하를 보며 현지수는 불안해하며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도하 씨가 이렇게 계속 늙어가게 놔둘 순 없잖아요! 우리 수련자들이 일반인보다 수명이 길다고 해도 이대로 가다가는 분명 생명력을 많이 잃을 거예요. 그러다가 조만간...”이때 현지수는 말실수한 것 같아서 잠시 말을 멈췄다.진도하는 그녀를 진정시켰다.“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수련할 때 한눈을 팔아서 그런 거니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는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았다.“정말요?”현지수는 진도하의 말을 믿지 못했다.“그럼요!”진도하는 현지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별일 아닐 거예요. 게다가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진도하의 말은 사실이었지만 현지수는 여전히 의심했다. 현지수는 진도하가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도하의 표정만 봐 서는 알 수가 없었다.현지수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면 같이 한빛궁으로 가요. 우리 사부님이 계시면 사부님께 도하 씨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여쭤봐요. 사부님은 경험이 많으시니 도움을 주실 거예요.”하지만 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왜요?”현지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진도하는 한빛궁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도하 씨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진도하가 말했다.“이런 일로 지수 씨 사부님을 귀찮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며칠만 기다리면 괜
“한 달이요?”현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도하 씨가 재능이 뛰어나고 기회가 많은 건 알지만 합도경에서 원만한 경지로 넘어가려면 한 달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적어도 3년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진도하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현지수는 자신에게 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현실에서 한 달이 지나면 링 안에서는 백 년을 머무는 것과 같다.백 년을 더 수련하면 재능이 평범하더라도 반드시 돌파할 수 있지 않겠는가?현지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많은 천재들이 합도경에서 막혀서 죽을 때까지 원만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 했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가 넘쳐났겠죠. 그리고 지금처럼 원아경 수련자들이 50년 동안 천하를 지배하지는 않았겠죠.”진도하는 현지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현지수를 안심시켰다.“나만의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진도하의 말을 들은 현지수는 멈칫하고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뻐끔거렸다가 다시 말을 삼켰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현지수가 말했다.“좋아요. 도하 씨가 괜찮다고 생각되면 해봐요. 저는 다른 동굴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필요하면 불러요. 당장 달려갈게요.”“그래요.”진도하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더니 현지수에게 말했다.“앞으로 며칠 동안 밥은 하지 않아도 돼요. 나도 내가 언제까지 폐관 수련할지 모르겠어요.”“네. 알겠어요.”현지수는 손을 흔들었다.“서둘러 가서 수련해요. 생명력을 낭비하지 말고요.”“알았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동굴로 돌아갔다.동굴로 돌아온 진도하는 곧바로 링 내부로 들어갔다.그의 말대로 노화가 계속되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만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하지만 과연 자신이 원만한 경지로 돌파할 수 있을까?진도하 역시 확신할 수 없었다.링에서 백 년 동안 수련해서 몸속의 기운은 막 합도경을 돌파했을 때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풍부했지만... 여전
이렇게 또 30년을 수련했다.30년이 지나자 진도하의 몸에는 기운이 가득 찼고 진도하는 자신이 원만한 경지에 도달하는 문턱에 닿았다고 느꼈다.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하면 완전히 원만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그러다가 진도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원만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원만한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육체적 수양을 의미할까? 아니면 내면의 깊이를 의미할까?둘 다 아니면...진도하는 답을 찾지 못한 채 한참을 생각했다.이때 문득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만약 이대로 원만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이렇게 죽는 걸까?이렇게 죽으면 두렵지 않을까, 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까?이런 질문들이 진도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진도하는 고민할 필요가 없이 자신이 당연히 후회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링에서 100년 넘게, 현실에서는 3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정작 자신이 한 것도, 경험한 것도 없는 것 같았다.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시간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해저 감옥에 갇혀서 수련을 배우고 남진에서 5년을 보낸 후 성운시로 온 것이 전부였다. 이 모든 시간 동안 그는 매우 바빴던 것 같다.그러나 진도하는 무엇 때문에 바빴던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그 순간 진도하는 자신이 실패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자신이 죽어서는 안 되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다.이때 진도하는 양부모를 떠올렸다.평범한 사람으로서 고단한 삶을 살면서 자신을 키우셨던 분들, 그분들은 삶에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일은 없었을까?그러다 진도하는 또 자신의 친부모를 떠올렸다.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적들에게 쫓기던 시절 자신을 버렸던 부모님은 후회할까? 그들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일은 없었을까?그러다 진도하는 자신의 미스터리 스승을 떠올렸다.스승은 해저 감옥에서 자신에게 수련을 가
진도하는 정답을 몰랐다. 다만 삶과 죽음 앞에서 인생은 짧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래야 죽음을 맞이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예를 들어 진도하의 양부모는 그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보면 돌아가실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미스터리 스승, 친부모, 진씨 가문에서 희생한 3백여 명, 그리고 진씨 가문의 조상인 진혁수, 그들이 이 세계가 아직 온전하고 다른 세계가 이 세계를 약탈하지 못하며 이 세계의 수련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선경으로 날아갈 수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느끼지 않을 것이며 죽음 앞에서도 매우 초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진도하는 마음속에 답이 떠올랐다.자신은 이미 수련자가 되었으니 더 이상 평범한 사람처럼 살 수 없다. 진씨 가문의 죽은 3백여 명 사람들처럼 용천섬을 지켜야 한다.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실종된 부모님처럼, 평생을 묵묵히 이 세계를 지켜온 스승처럼 되고 싶었다. 또한 이 세계의 평안을 지키고 이 세계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어떤 경지에 도달한 조상 진혁수처럼 되고 싶었다.마음속에 답이 떠오른 순간, 진도하는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죽음, 두려울 게 뭐가 있어? 나는 부모님처럼, 스승님처럼, 진씨 가문 사람들처럼, 진씨 가문 조상처럼 되고 싶어!’그 순간 진도하는 양부모가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심어준 교육이 떠올랐다. 그는 양부모의 교육이 자신에게 조용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이때 진도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고 의욕이 생겼다.우르릉 쾅쾅!큰 소리가 났고 진도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천지가 변하고 비바람이 불며 번개가 쳤다.쏴아아!폭우가 쏟아졌다.하늘에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순간, 진도하는 몸속의 기운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원래는 어둡고 빛이 없던 단전 안의 작은 남자는 이 순간 봄바람과 같았다. 봄바람이 지나간 후 작은 남자는 다시 금빛으로 뒤덮였다.이때 망가지기 직전이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