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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말을 마친 뒤 진여훈은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바라봤다.

“난 나유와 한재욱 씨 일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나유가 한씨 노부인이 키운 사교계의 꽃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강성연은 할 말이 없었다.

나유는 어쩌면 한씨 노부인의 계획에 따라 킬러가 되고 자신을 팔았을 것이다. 그녀는 한씨 노부인을 위해 목숨까지 걸면서 단 한 번도 결과 같은 건 신경 써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 나유는 나쁜 사람이 맞았다. 한태군의 납치 사건을 계획한 것도, 크리스마스 날 강해신이 사고를 당할 뻔한 것도, 그녀가 한 모든 일은 그저 명령에 복종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나유가 진짜 철저히 나쁜 사람일까? 아니다. 그녀는 그저 한씨 노부인의 칼이 되었을 뿐이다. 그녀가 정말 철두철미하게 나쁜 사람이었다면 진여훈에게 사실을 고백하지 않았을 것이고 심지어 진여훈을 이용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

그녀는 달콤한 말들로 남자들의 환심을 샀지만 진여훈의 진심은 거절했다. 무정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선택한 길에서는 감정이라는 게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섣달그믐날 밤, 온 가족이 모여 떠들썩하게 저녁을 먹었다. 아이들은 마당으로 나가 불꽃놀이를 했고 그곳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날이 점차 저물면서 네온사인이 켜지기 시작했다. 마당의 불꽃놀이는 어둠 속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강성연과 반지훈은 마당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강성연은 반지훈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고 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반지훈은 긴 팔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오늘 진여훈이랑 마당에서 무슨 얘기 했어?”

“당연히...”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반지훈을 보며 웃었다.

“비밀이죠.”

반지훈은 강성연의 코끝을 꼬집었다.

“나한테 숨기는 거야?”

강성연은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흘러넘쳤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아서 당신을 만나게 됐는지 그 얘기 했어요.”

반지훈은 시선을 내려뜨리며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그래? 너 처음엔 나 엄청나게 싫어했잖아.”

강성연은 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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