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고개를 숙여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들어와.”강성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고, 반지훈은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어 마셨다. 시선은 계속 서류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당연히 연희승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강성연은 테이블을 돌아 그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손을 뻗었고, 반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반지훈은 그녀를 보고는 품에 안고 앉혔다. 그녀의 콧등을 간지럽히며 말했다. “깜짝 서프라이즈?”강성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당신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나인 줄 몰랐나 봐요.” 그녀가그에게 밀착했다. “혹시 내가 연희승 씨인 줄 안거예요?” 그는 웃었다. “만약 연희승이었으면, 바로 아프리카로 보내버리려 했지.” 강성연의 손끝이 그의 뺨을 스쳤고,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했다. “성연이가 또 나를 녹이려고 온건가?” 강성연은 그의 품에서 일어나 그의 뒤로 가 그를 안았다. “머리 속이 꽃밭이네요. 남편한테 이메일 계정 좀 알아봐 달라고 온 거예요.” 반지훈은 강성연에게 이메일 주소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녀는 옆에서 그가 이메일 계정의 IP 주소를 알아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순간 그녀는 당황했다. “사립 초등학교? 시언이랑 유이네 학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반지훈은 그녀를 끌어안고 앉았다. “남편한테 상 안 줄 거야?” 그가 그녀의 귀를 물자, 강성연은 간지러워 웃으며 그를 피했다. “장난치지 마요, 나 진지해요.” 반지훈은 그녀에게 키스하며 괴롭혔다. “난 성연이한테 진지한데.” 강성연은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그는 순간 숨이 막혔고, 그녀는 그의 목에서 머물러 있었다. 손은 정장을 탐하고 있었고, 반지훈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표정을 숨겼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연이 정말 나빴네.” 그녀의 이름이 불리자 그녀는 일어나 그를 힐끗 보고는 눈썹을 움직였다. “아 그래요? 그럼 혼자 놀고 있어요.” 반지훈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강성연이 도망갔다. 그는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송아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조훈을 가장 친한 친구, 심지어 가장 친한 남사친 정도로 생각했었다. 조훈이 그녀를 이해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훈이 자신을 이해해 준 것이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일 거라고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왜 나한테 말 안 해줬을까?” 송아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성연은 찻잔을 들었고, 출렁이는 찻물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우정에 금이 가서 한 쪽에서 마음을 품으면, 다시 원래대로는 못 돌아온다고 하잖아. 친구 사이로도 돌아갈 수 없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아영을 보았다. “너도 만약 그 애가 갑자기 너에게 고백했을 때, 놀라지 않고 그걸 이유로 거리를 두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송아영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조훈이 그녀에게 고백했다면, 그녀는 어떻게 했을까… 강성연의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도 너가 조훈을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는 걸 알지만, 이 일은 어쨌든 네가 나서서 해결해야해.” “어?” 송아영은 잠시 당황하다 입을 오므렸다. “근데 만약 오해한거면…” “만약 오해한 거면 내가 직접 찾아가 사과할게. 아영아, 만약 조훈과의 우정을 망치기 싫은거면, 직접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놔. 만약 계속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다면 좋은 거고, 친구로조차 지낼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강성연은 잠시 멈칫하다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 “어떤 일은 빨리 말해둬야 하는 거야.” 강성연이 떠난 뒤, 송아영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입을 다문 뒤, 휴대전화를 꺼내 연락처에서 “조훈”을 검색했다. 점심. 조훈은 수업이 끝난 후, 송아영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고등학교 근처 공원이었다. 조훈이 차에서 내렸고, 송아영은 그네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네를 타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익숙하지만 낯선
송아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뗐다. “훈아, 하지만 난 정말 너를 친한 친구로 생각해. 난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조훈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순간 송아영은 그가 낯설게 느껴졌다. “너…” “아영아, 너가 육예찬한테 시집 가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그건 그냥 집안끼리의 약속일 뿐이라고…” 조훈이 그녀의 차가운 뺨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때 병원에서 너가 그 놈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내가 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 그녀는 조훈의 손을 떼어내고 정색했다. “조훈, 그 사진을 보낸 것도 너지?” 그는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맞다면?” 송아영은 어깨를 떨었다.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너 왜 그런 짓을… 난 훈이 너를 믿었어. 성연이가 너라고 했을 때도 믿지 않았다고. 난 성연이가 잘못 짚은거라고 생각했어.”조훈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실었고,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난 너가 그 사람을 떠나길 바랬어.”송아영의 몸이 굳었고,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조훈의 소유욕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조훈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한때 축복해 줄까도 생각했는데, 내가 할 수 없다고 느꼈어. 미안해 아영아, 내 이기심을 용서해 줘.” 그가 키스를 하려고 하자, 송아영은 그를 밀쳐냈다. “훈아, 나는 이럴 수 없어!” 그는 멍해 있다가 이내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힘껏 움켜쥐었다. “너 그 놈을 사랑하는거야?”“난…난…” 송아영은 그 질문에 당황했다. 그녀가 육예찬을 사랑하는 걸까?육예찬과 전에 있었던 다툼들을 떠올리면 화가 났지만, 그녀는 분명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가 잠시 생각에 빠졌을 때, 그의 입술이 순식간에 다가와 그녀의 호흡을 단숨에 앗아갔다.송아영은 깜짝 놀라 강하게 저항했고, 힘껏 그를 밀어보았지만, 그는 오히려 강하게 압박했다. “짝!” 뺨소리가 울려퍼졌다.조훈의 얼굴 한편에는 빨간 손자국이 남았고, 송아영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온몸을 떨고
송아영이 몸을 떨고 있는 걸 본 육예찬은 곧장 그녀의 앞으로 달려가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아그녀의 차갑고 온기 없는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인거야?” 강성연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아영은 무너지듯 눈물을 보였다. “미안해…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두려웠고, 불안했다. 그녀의 감정이 폭발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육예찬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녀는 떨며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성연이 뭔가를 알아차렸을 때,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와 물었다. “어느 분이 조훈 씨 가족이시죠?” 송아영은 울음을 참고 육예찬을 밀쳤다. 그녀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제…제가 훈이의 친구예요.” 의사가 다가왔다. “아는 가족이 있으세요?” 송아영은 말을 잇지 못했고, 강성연이 의사 앞으로 다가가 답했다. “제가 가족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무슨 일 있는건가요?” 의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어요.” 천둥이 쳤다. 이 말은 청천벽력처럼 송아영과 강성연의 뇌리에 박혔다. 강성연은 얼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송아영은 비틀거리며 몸에 힘이 빠진 듯 눈빛이 공허해졌다. 그녀가 쓰러지자, 육예찬이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아영아!” 그녀를 안아 올린 채 응급실로 향했다. 구천광과 김아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반지훈은 강성연 뒤에 서있다가 걸음을 옮겨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송아영은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는 예전 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꿈을 꿨다. “아영아, 오늘 뭐 먹고 싶어?” “아영아, 너 오늘 숙제 안 했지? 가져가, 똑같이 쓰진 말고. 담임이 눈치 챌 거야.” “아영아, 주말에 보고 싶은 영화나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쏠게.” “진실을 듣고 싶은거야?” “쭉 널 좋아했어.” 장면은 졸업식 당일로
강성연은 병실 앞에 도착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송아영은 여전히 허망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보호자용 의자에 앉았다. “아영아, 7일 후면 훈이의 추모식이야.” 조훈이 언급되자, 그녀는 비로소 반응을 보였고, 손가락을 떨었다. 강성연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알아, 네가 자신을 탓하고 있다는 걸. 내가 그 날 너랑 같이 갔어야 했어. 훈이는 너를 구하기 위해서였어. 이건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일거야, 그래서 너가 훈이에게 미안해 하는거고.” 송아영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내 잘못이야… 내가 훈이를 죽인거야. 원래 죽어야 할 사람은 난데…” “아영아, 누가 틀렸다, 맞다 할 수 없어. 그 애가 너를 구한 게 너를 평생 고통스럽게하기 위해서였을까?” 송아영은 눈물을 흘렸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난…” “됐어, 그만 해.” 강성연은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너도 잘못 없고, 훈이도 잘못 없어. 훈이는 너를 좋아해. 비록 나쁜 방식으로 너를 빼앗으려 했지만, 결국 훈이는 몸을 던져 너를 구했어. 사랑을 위해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갖고 묵묵히 베풀고, 어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이 통해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지. 하지만, 삼각관계에서는 그게 잔인할지라도 한 사람이 물러나야 해.” 강성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그 애가 너를 밀어냈을 때 조금의 후회라도 했을까?” 송아영의 눈빛이 흔들렸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우정을 지키려고 했고,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우정이 깨질까 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거고. 그 애도 한번 깨진 우정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훈이는 몸을 던지는 순간, 그 어떤 후회도 하지 않았을 거야.” 송아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강성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아이의 마음을 너의 마음속에 간직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만약 그 애가 네가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제
조 부인은 이 말을 하며 마치 조훈이 살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가장슬프고 고통스러울 때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한다. 도망쳐야지만이 환상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연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의 일상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그러나 계속 말하다, 그녀는 웃으며 울기 시작했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송아영이 걸어왔고, 그녀는 낡은 상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강성연이 그녀를 보았다. 송아영은 조 부인의 앞에 멈춰섰다. 송아영은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상자를 건네주었다. “아주머니, 이 안에 든 건 훈이가 예전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준 책들이에요. 제가 훈이 괴롭힌다고 한 번도 돌려주지 않았거든요. 학교 도서관 책이 자꾸 사라지니까, 담임선생님이 훈이를 불러서 물어보셨고, 결국 훈이가 도서관에 못 들어가게 됐어요.” 그녀는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었지만, 어째서인지 웃는 게 우는 것보다 가슴 아파 보였다. 조 부인도 따라 웃었다. 그녀가 그 상자를 받아들자, 두 사람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송아영은 앞으로 나와 조 부인을 껴안았다. “죄송해요 아주머니, 모두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해질녘 노을이 복도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며 아픔과 슬픔을 달랬다. 한 달 후. 구천광은 김아린과 함께 웨딩샵에 가 웨딩드레스를 피팅해 보았고, 강성연과 반지훈이 동행했다. 웨딩샵 전체가 대절되었는데, 그들 네 명의 손님만이 있었다. 점장 매니저는 직접 그들을 접대할 정도로 서비스에 있어 열정적이었다. 김아린이 고른 드레스는 허리가 묶여있는 디자인이었고, 강성연은 이를 보고 부적절하다 생각했다. “아기가 있는데 허리가 묶인 디자인은 별로지.” “근데 예쁘잖아.” 김아린은 손에 있는 드레스를 애지중지했다. 강성연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점장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매니저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자,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가능하시죠.” 매니저는 김아린에게 다가갔다. “사모님
구천광이 고개를 돌렸고, 반지훈과 강성연은 벌써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웃었다. “사람 어디?” 김아린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구천광은 고개를 숙인 채 키스했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안았다. 두 사람은 뜨거운 백색 조명 아래 아름다운 그림 한 폭처럼 보였다. 그 시각, 주차장.반지훈은 차 앞에서 강성연에게 열렬히 키스했고, 그의 손은 입술에서 목덜미까지 미끄러져 내려왔다. 강성연은 그의 뺨을 받쳐들었고, 순간 이성을 되찾았다. “잠깐만, 여긴 집이 아니에요!” 그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손끝에 키스했다. “그럼 집으로 가자.” 블루 오션 별장으로 돌아와, 두 사람은 현관에 들어서자 다시 키스하기 시작했다. 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돌아서서 테이블로 가 그녀를 앉혔다. 그는 넥타이를 풀며 그녀를 응시했다. “넌 이제 못 도망가.” 두 사람은 이성을 잃었고, 격하게 뒤엉켰다. 그녀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성연아, 나를 불러 줘.”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 “지훈 씨.”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녀는 크게 외쳤다. “지훈 씨!” 그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강성연은 그를 꼭 껴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 오빠.” 그는 낮게 웃었다.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땀이 흘렀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다시 오빠라고 불러 줘.” 그녀는 밤새도록 지훈 오빠를 불렀다. 다음 날. 강성연이 깨어났을 때, 눈에 비친 것은 반지훈의 잠든 얼굴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그의 눈썹을 스쳐 콧등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갔고, 입술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그가 물었다. “아!” 강성연은 깜짝 놀랐고, 반지훈은 몸을 뒤척이며 그녀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복수다.” 강성연은 화를 내며 그를 밀쳤다. “회사에 못 가게 하려는 거예요?” 반지훈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가야지, 어떻게 못 가게 해.”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앉았다. “얼른 가서 씻어.” 강성연은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턱을 어깨에 얹
“괜찮으세요?” 그녀가 일어나 사과하려고 할 때, 그 남자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이율은 눈앞에 서있는 청초하고 잘생긴 남자를 보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회사에 이렇게 잘생긴 오빠가 있었나? 강현은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저, 괜…괜찮으세요?” “아…아 죄송합니다.” 이율은 일어나 치마를 털며 웃었다. “전 괜찮아요.”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 옆으로 지나갔다. 이율은 아직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그가 사무실로 가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혹시 대표님의 지인인가? 강성연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들어오세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를 보곤 어리둥절해했다. “누구시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강현이잖아.” 강성연은 일어서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강현?” 그녀가 다가갔다. “너 성형했어?” 강현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아니거든.” “흠.” 강성연은 그의 곁을 한 바퀴 돌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요란하던 노랑머리 자르고 머리짧게 하니까 전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옷 스타일도 깔끔하고 심플하니, 훨씬 보기 좋네.” 강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두 팔을 감싸 안은 채 소파를 바라보았다. “저기 앉아.”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곤 걸어가 앉았다. 그러자 강성연은 그에게 물 한 잔을 따라 주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서울엔 어쩐 일이야?”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일자리 알아보러.” 강성연은 멈칫하였다. 그녀의 기억 속 강현은 줄곧 반항적이었고, 남아 선호사상이 짙은 강 노부의 총애를 받는 철부지 손자에 불과했다. 그에게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잘못된 사랑방식에 기고만장하고 경솔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사실인 걸까, 지금 그의 눈빛에는 과거처럼 경솔하고 교만한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반년 전의 그 일이 그에게 현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