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조훈을 가장 친한 친구, 심지어 가장 친한 남사친 정도로 생각했었다. 조훈이 그녀를 이해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훈이 자신을 이해해 준 것이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일 거라고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왜 나한테 말 안 해줬을까?” 송아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성연은 찻잔을 들었고, 출렁이는 찻물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우정에 금이 가서 한 쪽에서 마음을 품으면, 다시 원래대로는 못 돌아온다고 하잖아. 친구 사이로도 돌아갈 수 없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아영을 보았다. “너도 만약 그 애가 갑자기 너에게 고백했을 때, 놀라지 않고 그걸 이유로 거리를 두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송아영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조훈이 그녀에게 고백했다면, 그녀는 어떻게 했을까… 강성연의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도 너가 조훈을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는 걸 알지만, 이 일은 어쨌든 네가 나서서 해결해야해.” “어?” 송아영은 잠시 당황하다 입을 오므렸다. “근데 만약 오해한거면…” “만약 오해한 거면 내가 직접 찾아가 사과할게. 아영아, 만약 조훈과의 우정을 망치기 싫은거면, 직접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놔. 만약 계속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다면 좋은 거고, 친구로조차 지낼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강성연은 잠시 멈칫하다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 “어떤 일은 빨리 말해둬야 하는 거야.” 강성연이 떠난 뒤, 송아영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입을 다문 뒤, 휴대전화를 꺼내 연락처에서 “조훈”을 검색했다. 점심. 조훈은 수업이 끝난 후, 송아영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고등학교 근처 공원이었다. 조훈이 차에서 내렸고, 송아영은 그네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네를 타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익숙하지만 낯선
송아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뗐다. “훈아, 하지만 난 정말 너를 친한 친구로 생각해. 난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조훈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순간 송아영은 그가 낯설게 느껴졌다. “너…” “아영아, 너가 육예찬한테 시집 가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그건 그냥 집안끼리의 약속일 뿐이라고…” 조훈이 그녀의 차가운 뺨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때 병원에서 너가 그 놈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내가 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 그녀는 조훈의 손을 떼어내고 정색했다. “조훈, 그 사진을 보낸 것도 너지?” 그는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맞다면?” 송아영은 어깨를 떨었다.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너 왜 그런 짓을… 난 훈이 너를 믿었어. 성연이가 너라고 했을 때도 믿지 않았다고. 난 성연이가 잘못 짚은거라고 생각했어.”조훈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실었고,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난 너가 그 사람을 떠나길 바랬어.”송아영의 몸이 굳었고,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조훈의 소유욕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조훈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한때 축복해 줄까도 생각했는데, 내가 할 수 없다고 느꼈어. 미안해 아영아, 내 이기심을 용서해 줘.” 그가 키스를 하려고 하자, 송아영은 그를 밀쳐냈다. “훈아, 나는 이럴 수 없어!” 그는 멍해 있다가 이내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힘껏 움켜쥐었다. “너 그 놈을 사랑하는거야?”“난…난…” 송아영은 그 질문에 당황했다. 그녀가 육예찬을 사랑하는 걸까?육예찬과 전에 있었던 다툼들을 떠올리면 화가 났지만, 그녀는 분명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가 잠시 생각에 빠졌을 때, 그의 입술이 순식간에 다가와 그녀의 호흡을 단숨에 앗아갔다.송아영은 깜짝 놀라 강하게 저항했고, 힘껏 그를 밀어보았지만, 그는 오히려 강하게 압박했다. “짝!” 뺨소리가 울려퍼졌다.조훈의 얼굴 한편에는 빨간 손자국이 남았고, 송아영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온몸을 떨고
송아영이 몸을 떨고 있는 걸 본 육예찬은 곧장 그녀의 앞으로 달려가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아그녀의 차갑고 온기 없는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인거야?” 강성연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아영은 무너지듯 눈물을 보였다. “미안해…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두려웠고, 불안했다. 그녀의 감정이 폭발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육예찬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녀는 떨며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성연이 뭔가를 알아차렸을 때,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와 물었다. “어느 분이 조훈 씨 가족이시죠?” 송아영은 울음을 참고 육예찬을 밀쳤다. 그녀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제…제가 훈이의 친구예요.” 의사가 다가왔다. “아는 가족이 있으세요?” 송아영은 말을 잇지 못했고, 강성연이 의사 앞으로 다가가 답했다. “제가 가족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무슨 일 있는건가요?” 의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어요.” 천둥이 쳤다. 이 말은 청천벽력처럼 송아영과 강성연의 뇌리에 박혔다. 강성연은 얼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송아영은 비틀거리며 몸에 힘이 빠진 듯 눈빛이 공허해졌다. 그녀가 쓰러지자, 육예찬이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아영아!” 그녀를 안아 올린 채 응급실로 향했다. 구천광과 김아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반지훈은 강성연 뒤에 서있다가 걸음을 옮겨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송아영은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는 예전 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꿈을 꿨다. “아영아, 오늘 뭐 먹고 싶어?” “아영아, 너 오늘 숙제 안 했지? 가져가, 똑같이 쓰진 말고. 담임이 눈치 챌 거야.” “아영아, 주말에 보고 싶은 영화나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쏠게.” “진실을 듣고 싶은거야?” “쭉 널 좋아했어.” 장면은 졸업식 당일로
강성연은 병실 앞에 도착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송아영은 여전히 허망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보호자용 의자에 앉았다. “아영아, 7일 후면 훈이의 추모식이야.” 조훈이 언급되자, 그녀는 비로소 반응을 보였고, 손가락을 떨었다. 강성연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알아, 네가 자신을 탓하고 있다는 걸. 내가 그 날 너랑 같이 갔어야 했어. 훈이는 너를 구하기 위해서였어. 이건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일거야, 그래서 너가 훈이에게 미안해 하는거고.” 송아영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내 잘못이야… 내가 훈이를 죽인거야. 원래 죽어야 할 사람은 난데…” “아영아, 누가 틀렸다, 맞다 할 수 없어. 그 애가 너를 구한 게 너를 평생 고통스럽게하기 위해서였을까?” 송아영은 눈물을 흘렸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난…” “됐어, 그만 해.” 강성연은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너도 잘못 없고, 훈이도 잘못 없어. 훈이는 너를 좋아해. 비록 나쁜 방식으로 너를 빼앗으려 했지만, 결국 훈이는 몸을 던져 너를 구했어. 사랑을 위해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갖고 묵묵히 베풀고, 어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이 통해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지. 하지만, 삼각관계에서는 그게 잔인할지라도 한 사람이 물러나야 해.” 강성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그 애가 너를 밀어냈을 때 조금의 후회라도 했을까?” 송아영의 눈빛이 흔들렸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우정을 지키려고 했고,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우정이 깨질까 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거고. 그 애도 한번 깨진 우정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훈이는 몸을 던지는 순간, 그 어떤 후회도 하지 않았을 거야.” 송아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강성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아이의 마음을 너의 마음속에 간직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만약 그 애가 네가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제
조 부인은 이 말을 하며 마치 조훈이 살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가장슬프고 고통스러울 때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한다. 도망쳐야지만이 환상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연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의 일상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그러나 계속 말하다, 그녀는 웃으며 울기 시작했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송아영이 걸어왔고, 그녀는 낡은 상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강성연이 그녀를 보았다. 송아영은 조 부인의 앞에 멈춰섰다. 송아영은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상자를 건네주었다. “아주머니, 이 안에 든 건 훈이가 예전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준 책들이에요. 제가 훈이 괴롭힌다고 한 번도 돌려주지 않았거든요. 학교 도서관 책이 자꾸 사라지니까, 담임선생님이 훈이를 불러서 물어보셨고, 결국 훈이가 도서관에 못 들어가게 됐어요.” 그녀는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었지만, 어째서인지 웃는 게 우는 것보다 가슴 아파 보였다. 조 부인도 따라 웃었다. 그녀가 그 상자를 받아들자, 두 사람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송아영은 앞으로 나와 조 부인을 껴안았다. “죄송해요 아주머니, 모두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해질녘 노을이 복도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며 아픔과 슬픔을 달랬다. 한 달 후. 구천광은 김아린과 함께 웨딩샵에 가 웨딩드레스를 피팅해 보았고, 강성연과 반지훈이 동행했다. 웨딩샵 전체가 대절되었는데, 그들 네 명의 손님만이 있었다. 점장 매니저는 직접 그들을 접대할 정도로 서비스에 있어 열정적이었다. 김아린이 고른 드레스는 허리가 묶여있는 디자인이었고, 강성연은 이를 보고 부적절하다 생각했다. “아기가 있는데 허리가 묶인 디자인은 별로지.” “근데 예쁘잖아.” 김아린은 손에 있는 드레스를 애지중지했다. 강성연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점장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매니저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자,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가능하시죠.” 매니저는 김아린에게 다가갔다. “사모님
구천광이 고개를 돌렸고, 반지훈과 강성연은 벌써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웃었다. “사람 어디?” 김아린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구천광은 고개를 숙인 채 키스했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안았다. 두 사람은 뜨거운 백색 조명 아래 아름다운 그림 한 폭처럼 보였다. 그 시각, 주차장.반지훈은 차 앞에서 강성연에게 열렬히 키스했고, 그의 손은 입술에서 목덜미까지 미끄러져 내려왔다. 강성연은 그의 뺨을 받쳐들었고, 순간 이성을 되찾았다. “잠깐만, 여긴 집이 아니에요!” 그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손끝에 키스했다. “그럼 집으로 가자.” 블루 오션 별장으로 돌아와, 두 사람은 현관에 들어서자 다시 키스하기 시작했다. 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돌아서서 테이블로 가 그녀를 앉혔다. 그는 넥타이를 풀며 그녀를 응시했다. “넌 이제 못 도망가.” 두 사람은 이성을 잃었고, 격하게 뒤엉켰다. 그녀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성연아, 나를 불러 줘.”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 “지훈 씨.”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녀는 크게 외쳤다. “지훈 씨!” 그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강성연은 그를 꼭 껴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 오빠.” 그는 낮게 웃었다.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땀이 흘렀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다시 오빠라고 불러 줘.” 그녀는 밤새도록 지훈 오빠를 불렀다. 다음 날. 강성연이 깨어났을 때, 눈에 비친 것은 반지훈의 잠든 얼굴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그의 눈썹을 스쳐 콧등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갔고, 입술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그가 물었다. “아!” 강성연은 깜짝 놀랐고, 반지훈은 몸을 뒤척이며 그녀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복수다.” 강성연은 화를 내며 그를 밀쳤다. “회사에 못 가게 하려는 거예요?” 반지훈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가야지, 어떻게 못 가게 해.”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앉았다. “얼른 가서 씻어.” 강성연은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턱을 어깨에 얹
“괜찮으세요?” 그녀가 일어나 사과하려고 할 때, 그 남자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이율은 눈앞에 서있는 청초하고 잘생긴 남자를 보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회사에 이렇게 잘생긴 오빠가 있었나? 강현은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저, 괜…괜찮으세요?” “아…아 죄송합니다.” 이율은 일어나 치마를 털며 웃었다. “전 괜찮아요.”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 옆으로 지나갔다. 이율은 아직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그가 사무실로 가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혹시 대표님의 지인인가? 강성연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들어오세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를 보곤 어리둥절해했다. “누구시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강현이잖아.” 강성연은 일어서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강현?” 그녀가 다가갔다. “너 성형했어?” 강현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아니거든.” “흠.” 강성연은 그의 곁을 한 바퀴 돌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요란하던 노랑머리 자르고 머리짧게 하니까 전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옷 스타일도 깔끔하고 심플하니, 훨씬 보기 좋네.” 강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두 팔을 감싸 안은 채 소파를 바라보았다. “저기 앉아.”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곤 걸어가 앉았다. 그러자 강성연은 그에게 물 한 잔을 따라 주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서울엔 어쩐 일이야?”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일자리 알아보러.” 강성연은 멈칫하였다. 그녀의 기억 속 강현은 줄곧 반항적이었고, 남아 선호사상이 짙은 강 노부의 총애를 받는 철부지 손자에 불과했다. 그에게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잘못된 사랑방식에 기고만장하고 경솔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사실인 걸까, 지금 그의 눈빛에는 과거처럼 경솔하고 교만한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반년 전의 그 일이 그에게 현실
몇 몇 여직원이 피식 웃었다. 강성연은 그녀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하면 잘생긴 남자 불러줄게요.” “사장님, 사랑합니다!” 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이율을 보았다. “이 애 데리고 다니면서 케어해 줘,” 이율은 멍하니 강현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연은 돌아서서 손을 강현 어깨 위에 올렸다. “잘 해.” 강성연이 떠난 후, 이율은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제가 자리 먼저 알려드릴게요. 내부 구경시켜드릴테니 일단 숙지해 보실래요?”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오후, 강성연과 리비어가 식당에서 식사자리를 가졌고, 내친김에 그녀가 외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했다.연혁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흰머리가 적지 않게 나 있었다. 외모도 많이 변했으며, 반신에 마비가 와 감각을 잃고 병간호를 받고 있었다.강성연은 눈시울을 붉힌 채 웃었다. “할아버지, 잘 지내세요?” 연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걱정하지 마라.” 말을 마친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미안하다 얘야, 외할아버지가 일부러 숨기려고 한 게 아니다.” “살아 계시니 다행이에요.” 강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시간 나면 뵈러 갈게요.” “그러렴.” 연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그 어린 세 외손자는 다 컸니?” 강성연은 웃었다. “네, 모두 꽤 컸어요. 시언이는 곧 개학이에요. 나중에 s국으로 돌아가면 찾아뵈라고 말해둘게요.” 연혁은 활짝 웃었다. 눈꼬리에 주름이 깊어졌다. “그래.” 영상통화가 끝난 후, 리비어는 화면을 닫았다. “이제 걱정 안되지?”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리비어 아저씨, 감사해요.”“나한테 감사는 뭘. 몇 년 동안 널 내 딸로 생각했잖아. 비록 딸이 좀 귀찮긴 했지만.”강성연은 웃었다. “제가 귀찮게 했다뇨.” 리비어 아저씨는 차를 따랐다. “몇일 후에 난 m국으로 돌아간다.” 그녀가 물었다. “또 돌아가시려고요?” 리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는 찻잔을 들고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