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를 떠올렸다. “그래도 나는 시언이가 너네 할아버지처럼 무정한 사람이 안됐으면 한다. 그 아이는 네 할아버지에게 늑대 같은 성질을 훈련받았고, 성격도 너보다 더 네 할아버지를 닮았으니, 성격이 너무 불 같으면 감당할 수 없을거야.” 반지훈은 웃었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불 같으셔도 할머니 앞에서는 애완동물처럼 얌전해지시잖아요?” 큰 어르신이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았다. “아 맞다, 아버지.” 반지훈이 뭔가를 떠올리고 말했다. “세 아이들을 호적에 올려준 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어요.” “3년 전에는 일이 너무 많고, 3년 후에는 네놈이 또 기억을 다 잃었잖냐.” 큰 어르신은 콧방귀를 꼈다. “말을 안 하길래 나는 네가 잊어버린 줄 알았다.” 반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큰 어르신은 턱을 만지며 고민했다. “유이 이름은 참 예뻐. 여자아이 이름으로 딱이야. 근데 해신이랑 시언이 이름이 걸린단 말이지.” 두 아이의 이름은 강성연이 작명소에 부탁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급히 지은 이름이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시니, 좋은 이름 지어주세요.” 반지훈이 그를 바라보았다. 큰 어르신이 바둑판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반재신, 반재언 어떠냐?” 반지훈은 손끝으로 흑돌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큰 어르신은 크게 기뻐했다. “정말? 잘됐구나. 아이고, 드디어 내가 손자한테 이름을 지어줄 날이 오다니.” 다행히 그의 이름은 그의 어머니가 지어주셨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아버지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셨을 거고, 그는 지금쯤 개명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훈은 흑돌을 내려놓았다. “아버지, 상의드릴 게 두 가지 있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냐?”“첫 번째 일은 연 가의 일입니다. 연혁은 슬하에 후계자가 없어서 성연이한테 상속권을 넘겼어요. 시간이 지나고 세 아이들이 자식이 생기면 저는 그 아이 성을 연씨로 하고 싶어요. 비록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요.” 큰 어르신
강성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닌데요.” 두 사람이 다가갔고, 마침 이율이 보였다. 강성연과 반크는 인파를 헤집고 들어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오늘 손님 참 많죠?!” 강성연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려다 고개를 들어 강현이 젊은 여성 손님에게 직접 목걸이를 걸어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잘생긴 연하남 직원이 간판으로 있고, 대신하여 제품을 추천하고 직접 목에 걸어주기까지 하니, 서비스가 더할나위 없이 친절했다. 젊은 여성 고객 중 누가 이를 좋아하지 않겠나? 강성연은 순간 멍해졌다. 반크가 이율에게 말했다. “언제 신입을 뽑은 거야?” 이율이 대답했다. “사장님이 데려오신 분이세요.” 강성연은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웃으며 반크에게 말했다. “변화가 꽤 크죠? 저 아이는 강현이에요.” 반크는 확신이 서지 않아 두 눈을 비비며 깜짝 놀랐다. “진짜 그 애야?” 강현은 격식 있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그때처럼 날라리 같은 모습은 일찌감치 찾아볼 수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머리까지 잘라내고 정상적인 스타일을 유지했다. 강현은 확실히 짧은 머리가 어울렸다. 긴 머리는 그와 안 어울렸고, 꽤 느끼해 보였다. 머리를 자르고 스타일을 바꾼 강현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라고 할 수 있었다. 강 노부에게 총애를 받으며 날뛰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때 한 여성 고객이 핑크색 크리스털 팔찌를 들고 자신이 착용해도 괜찮은지 물었고,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대부분 판매원이라면 실적을 위해 능청스럽게 칭찬하고 고객을 치켜세워 줄 것이다. 고객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니까. 강성연은 강현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았다.강현은 그녀를 몇 번 훑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객님은 핑크색이 안 어울리세요.”여성 고객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강현이 빠르게 설명했다. “저는 입에 발린 말을 하지않습니다. 고객님이
그도 다른색이 아까 그 여성 고객에게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여성 고객은 피부색이 어두운 편이기 때문에, 핑크색은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고 피부가 더 어두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강현이 추천한 색은 시각적으로 피부 색과 충돌되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피부가 어두운 경우에는 핑크색, 빨간색, 보라색과 같은 화려하고 짙은 색이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강성연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마치 무슨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보아하니 강현에게 재능이 있었다. 두 시간 후, 강현의 바쁜 일이 마침내 끝났고, 그가 사무실로 돌아오자 몇몇 여직원들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녀들은 그에게 몰려와 이것저것 조언을 구했다. “정말 일 잘하시네요. 다음에 제가 주얼리 판매할 때 오셔서 도와주실래요?” “저는 진짜 선택 장애에요. 제 눈에는 다 예뻐 보이는데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어떤 피부색에는 무슨 색이 잘 어울리는지 다음에는 저도 좀 알려줘요. 제가 이걸 진짜 못하거든요.” “......” “흠흠.” 강성연의 기침소리에 재잘거리던 몇 명의 여직원들이 말을 멈추었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강성연이 강현을 바라보았다. “내 사무실로 와.” 강현은 그녀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고, 강성연은 여러 개의 주얼리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액세서리로 가득 차 있었다. 강현이 의아해했다. “누나, 이걸로 뭘 하려는 거야?” “테스트.” 강성연이 말을 마쳤고, 반크에게 이율을 들여보내라고 했다. 이율도 자신이 뭘 해야하는지 몰랐고, 강성연은 그저 이율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이율은 영문도 모른 채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강성연이 강현에게 말했다. “안에 있는 것 중에 저 아이한테 어울리는걸 골라봐.” 이율이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고르라 하다니?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약간 흥분되었다. 그녀도 알고
강성연은 웃으며 일어났다. “반크 아저씨가 괜히 유명 인사인게 아니네요.” 반크는 미소지었다. “주얼리 업을 하려면 남다른 안목이 필요하긴 하지. 패션 업계와 주얼리 업계는 떼레야 뗄 수 없잖아. 만약 수준 높은 안목 없이 모두가 같은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패션계도 죽을거야.” 이율은 초조하게 앉아 강현의 선택을 기다렸다. 강현은 기품있는 태슬 귀걸이를 골랐다. 강성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걸 골랐지?” 이율도 궁금했다. 강현은 잠시 고민했다. “얼굴이 많이 마른 편은 아니니 얼굴형을 보완하려면 이런 롱 태슬 디자인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 이율은 자신도 모르게 포동한 얼굴을 감쌌다. “저 뚱뚱해 보여요?” 강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연은 손바닥으로 그의 뒤통수를 쳤다. “뚱뚱해 보이긴 무슨. 이율 씨, 얼굴형이 둥글고 젖살이 있어서 그래. 이율 씨가 손님이었으면 넌 죽었어.” 그는 뒤통수를 매만졌다. “알았어, 난 여자 얼굴형 구분 못해. 어쨌든 잘 어울리면 된 거잖아.” 이율이 피식 웃었다. 강성연은 이율에게 착용해 보라고 했다. 그녀가 착용하고 거울을 보더니 마음에 들어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반크가 웃었다. “둥근 얼굴에는 긴 태슬 귀걸이가 잘 어울려. 이런 귀걸이는 둥근 얼굴을 가진 아가씨에게는 시각적으로 얼굴을 길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지. 그에 비해 둥근 모양과 네모난 모양의 귀걸이는 둥근 얼굴을 더 넓어 보이게 하거든.” 강성연은 강현의 머리를 문질렀다. “됐어, 안목이 꽤 괜찮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의 잠재력이 있어.”“내가?” 강현이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그녀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강현아, 안목도 너의 재능 중 하나야. 특히 미적인 방면에서,남자는 여자랑 보는 눈이 달라. 너는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정확히 분간해 내잖아. 디자이너를 안 하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이야.”“난 디자인도, 화장도 못하는데.” 강현이 입을 삐죽거렸다. 강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
TG그룹. 연희승은 태블릿 화면을 조작하며 책상 앞에 서서 업무 보고를 하였다. 반지훈은 커피잔을 들고 입에 가져갔으나 마시지 않았다. 손가락 끝으로 계속 책상을 두드리며 정신이 다른 데에 팔려있었다. 연희승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대표님?” 반지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요즘 soul 주얼리 핫한 거 같더라.” 연희승이 미소를 지었다. “사모님 브랜드가 잘되는 건 좋은 거 아닌가요?” 반지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잘생긴 신입이 들어왔다며?” 대표가 신경 쓰는 게 이거였다고? 반지훈은 커피를 내려놓았고, 표정은 어두웠다. “그 자식 밀어 주려고 애쓴다던데.” 연희승은 입을 삐죽거렸다. “사모님 회사에 훌륭한 인재가 많을수록 좋죠.” 반지훈은 고개를 들었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신입 키운다고 난 안중에도 없고, 전화도 안하잖아. 설마 내가 매력이 없나?” 연희승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그런 이상한 추측은 보통 여성분들이 하는건데 대표님이 어쩌다 이렇게까지…”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후, 그는 몸을 일으켜 등받이에 놓인 외투를 집어 들었다. “대표님 어디 가세요?” “맘이 놓이지가 않아, 가서 봐야겠어.” 반지훈은 외투를 입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연희승은 멍하니 서있었다. ...... 롤스로이스가 soul 주얼리 건물 앞에 멈췄다. 반지훈은 내리지 않고 그저 로비를 드나드는 고객들을 바라봤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문을 반쯤 내렸다. 그때 그의 차 옆을 지나던 젊은 두 남자들 중 한 사람이 불만을 얘기했다.“난 앞으로 절대 여자친구가 이 매장에 오지 못하게 할 거야.”“왜?” “왜긴 왜야, 여자친구가 여기 와서 액세서리 하나 사 간 적이 있는데, 사고 오는 길에 내 얼굴이 매장 직원만도 못하다고 하는 거야. 내 앞에서 그 직원이 잘생겼는데 인품까지 좋다고 칭찬을 어찌니 하는지, 참을수가 있어야지.” “야 야, 진정해. 가서 술이나 마시자, 내가 쏠게.” 두 사람이 멀어졌고,
이율은 반지훈이 들어오는 걸 보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그는 앞에 서서 손으로 책상을 지탱하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회사에 신인이 들어오니 남편도 잊은 거야? 마음이 변했네.”반지훈의 진지한 말투에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풋 웃었다.“여보,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강성연은 그의 입술에 입술을 맞추더니 방긋 웃었다.“그럼 이따 같이 백화점에 가서 쇼핑하는 게 어때요? 그다음 지낼 곳도 찾아줘야 하거든요.” 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그 정도로 챙겨주는 거야?”강성연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반지훈의 어두워진 눈빛을 보며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겼다.“같이 보러 갈래요?”반지훈은 넥타이를 빼앗았다.“싫어.”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강성연은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안돼요, 만나야 해요.”반지훈이 지그시 바라보자 강성연은 깔깔 웃었다.누군가가 노크했고 강성연은 그쪽에 시선을 돌렸다.“들어오세요.”문을 열고 들어온 강현과 반지훈과 눈을 맞췄다.강현은 좀 의아했다.좀 눈에 익은 얼굴이네, 하지만 왜 날 노려보는 거지?강성연은 강현 곁으로 걸어가더니 어깨동무를 했다.“전에 매형 만난 적이 없지? 인사해.”반지훈과 강현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매형?”그는 비록 반지훈을 본 적이 없지만 들어본 적은 있었다.강현은 곧 반지훈을 향해 머리를 끄덕였다.“매형, 안녕하세요.”반지훈은 대꾸하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요즘은 남동생을 함부로 만드는 거야?”강성연과 강현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반지훈이 정말 오해한 걸 눈치챈 강성연은 재빨리 다가가 그와 팔짱을 꼈다.“진짜 남동생이에요. 지훈 씨, 자세히 봐봐요! 강현이잖아요.”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반지훈은 강현을 다시 살펴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예전 강현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잖아?”강성연은 풉 웃음을 터뜨리더니 반지훈의 볼을 감싸며 말했다.“정말 놀랍죠? 나
강현은 반지훈이 차가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강성연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는 최대한 말을 아꼈고, 반지훈이 먼저 말을 걸어줄 걸 예상하지 못했다.강현은 머리를 긁적였다.“그저 예전처럼 지내고 싶지 않아서요.”반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전방을 주시했다.“스스로 변하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 거야.”반지훈의 차는 지역에서 가장 큰 백화점 밖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강현은 반지훈 뒤를 졸졸 따라갔고 백화점에 들어서자 사장과 관리층들이 웃으면서 맞이해줬다.“반지훈 대표님.”반지훈은 강현을 앞으로 밀었다.“이 아이한테 어울릴 옷 몇 벌 골라줘. 마음에 들어 하면 모두 포장하고.”강성연은 반지훈과 강현이 돌아오는 걸 보고 멍해졌다. 행정부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렸다.강현이 입고 있는 양복은 반지훈이 고른 건데 스포츠머리에 양복을 입으니 정말 느낌 있었다. 역시 남자가 남자를 더 잘 아는 거였다.반지훈은 그녀 앞에 멈춰 서더니 강현을 흘깃 보며 물었다.“어때?”그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잘했어요.”처음 양복을 입어본 강현은 매우 어색해 보였다.강성연은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앞으로 이렇게 입고 다녀. 반크 아저씨가 너에게 사람들을 소개해줄 거야, 내가 이미 부탁해놨거든. 앞으로 그분들한테 배우면 돼.”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사무실로 돌아온 강성연은 반지훈을 와락 끌어안더니 속삭였다.“지훈 오빠, 정말 보는 눈이 있는걸요?”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소파로 갔다. 강성연은 그의 무릎에 앉아 그의 목을 꽉 그러안았다.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더니 입술 가까이로 다가갔다.“내가 보는 눈이 없었던 적 있어?”강성연은 그의 턱과 목젖에 입을 맞췄다. 반지훈이 그녀를 꽉 그러안으며 키스를 퍼부으려고 할 때 그녀는 고의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여보, 여기는 사무실이에요.”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날 죽이고 싶은 거야?”재미를 본 강성연은 그
강성연이 물었다.“왜 그래요?”“음...... 강현 씨가 정말 대표님의 남동생이었어요?”직원들은 강현이 대표님 친척일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진짜 남동생일 줄은 몰랐다.강현이 한 번도 맞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갑자기 여직원들이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대표님, 또 다른 남동생이 있나요?”“남동생분 친구도 괜찮아요.”“......”회사에 훈남 몇 명을 더 채용해야겠어, 직원들이 남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네.Y국, 한인 거리.송아영은 큰 광장에 서서 조각상과 비둘기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들었다.금발머리 소녀가 다가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송아영이 고개를 숙이자 소녀는 그녀에게 장미 한 송이를 건네주었고 뒤쪽을 가리켰다.고개를 돌린 송아영은 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육예찬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리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조훈이 그녀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송아영은 외국에 나와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육예찬도 그녀에게 시간을 줬다.그들은 한 달 반, 42일 동안 만나지 못했다.Z국에서 Y국까지 찾아온 육예찬을 본 송아영은 장미를 들고 다가갔다.그의 앞에 멈춰선 송아영은 그제야 환각이 아니란 걸 발견하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당신은 어떻게...... 왔어?”육예찬은 그녀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보지 못한 동안 살 좀 빠진 것 같네.” 송아영은 울먹거렸다.“외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쌀도 맛없어.”육예찬은 눈물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그래서 굶고 다닌 거야?”“아니거든.”송아영은 눈물을 훔쳤지만 주체할 수없이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에 결국 육예찬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육예찬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등을 두드렸다.“한 달 동안 당신이 어디로 팔려가지는 않을까, 굶고 다니진 않을까 항상 걱정했어.”그는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괴며 꽉 그러안았다.“그리고 당신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었어.”송아영은 멈칫하더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