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를 떠올렸다. “그래도 나는 시언이가 너네 할아버지처럼 무정한 사람이 안됐으면 한다. 그 아이는 네 할아버지에게 늑대 같은 성질을 훈련받았고, 성격도 너보다 더 네 할아버지를 닮았으니, 성격이 너무 불 같으면 감당할 수 없을거야.” 반지훈은 웃었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불 같으셔도 할머니 앞에서는 애완동물처럼 얌전해지시잖아요?” 큰 어르신이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았다. “아 맞다, 아버지.” 반지훈이 뭔가를 떠올리고 말했다. “세 아이들을 호적에 올려준 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어요.” “3년 전에는 일이 너무 많고, 3년 후에는 네놈이 또 기억을 다 잃었잖냐.” 큰 어르신은 콧방귀를 꼈다. “말을 안 하길래 나는 네가 잊어버린 줄 알았다.” 반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큰 어르신은 턱을 만지며 고민했다. “유이 이름은 참 예뻐. 여자아이 이름으로 딱이야. 근데 해신이랑 시언이 이름이 걸린단 말이지.” 두 아이의 이름은 강성연이 작명소에 부탁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급히 지은 이름이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시니, 좋은 이름 지어주세요.” 반지훈이 그를 바라보았다. 큰 어르신이 바둑판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반재신, 반재언 어떠냐?” 반지훈은 손끝으로 흑돌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큰 어르신은 크게 기뻐했다. “정말? 잘됐구나. 아이고, 드디어 내가 손자한테 이름을 지어줄 날이 오다니.” 다행히 그의 이름은 그의 어머니가 지어주셨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아버지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셨을 거고, 그는 지금쯤 개명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훈은 흑돌을 내려놓았다. “아버지, 상의드릴 게 두 가지 있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냐?”“첫 번째 일은 연 가의 일입니다. 연혁은 슬하에 후계자가 없어서 성연이한테 상속권을 넘겼어요. 시간이 지나고 세 아이들이 자식이 생기면 저는 그 아이 성을 연씨로 하고 싶어요. 비록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요.” 큰 어르신
강성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닌데요.” 두 사람이 다가갔고, 마침 이율이 보였다. 강성연과 반크는 인파를 헤집고 들어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오늘 손님 참 많죠?!” 강성연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려다 고개를 들어 강현이 젊은 여성 손님에게 직접 목걸이를 걸어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잘생긴 연하남 직원이 간판으로 있고, 대신하여 제품을 추천하고 직접 목에 걸어주기까지 하니, 서비스가 더할나위 없이 친절했다. 젊은 여성 고객 중 누가 이를 좋아하지 않겠나? 강성연은 순간 멍해졌다. 반크가 이율에게 말했다. “언제 신입을 뽑은 거야?” 이율이 대답했다. “사장님이 데려오신 분이세요.” 강성연은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웃으며 반크에게 말했다. “변화가 꽤 크죠? 저 아이는 강현이에요.” 반크는 확신이 서지 않아 두 눈을 비비며 깜짝 놀랐다. “진짜 그 애야?” 강현은 격식 있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그때처럼 날라리 같은 모습은 일찌감치 찾아볼 수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머리까지 잘라내고 정상적인 스타일을 유지했다. 강현은 확실히 짧은 머리가 어울렸다. 긴 머리는 그와 안 어울렸고, 꽤 느끼해 보였다. 머리를 자르고 스타일을 바꾼 강현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라고 할 수 있었다. 강 노부에게 총애를 받으며 날뛰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때 한 여성 고객이 핑크색 크리스털 팔찌를 들고 자신이 착용해도 괜찮은지 물었고,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대부분 판매원이라면 실적을 위해 능청스럽게 칭찬하고 고객을 치켜세워 줄 것이다. 고객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니까. 강성연은 강현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았다.강현은 그녀를 몇 번 훑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객님은 핑크색이 안 어울리세요.”여성 고객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강현이 빠르게 설명했다. “저는 입에 발린 말을 하지않습니다. 고객님이
그도 다른색이 아까 그 여성 고객에게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여성 고객은 피부색이 어두운 편이기 때문에, 핑크색은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고 피부가 더 어두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강현이 추천한 색은 시각적으로 피부 색과 충돌되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피부가 어두운 경우에는 핑크색, 빨간색, 보라색과 같은 화려하고 짙은 색이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강성연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마치 무슨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보아하니 강현에게 재능이 있었다. 두 시간 후, 강현의 바쁜 일이 마침내 끝났고, 그가 사무실로 돌아오자 몇몇 여직원들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녀들은 그에게 몰려와 이것저것 조언을 구했다. “정말 일 잘하시네요. 다음에 제가 주얼리 판매할 때 오셔서 도와주실래요?” “저는 진짜 선택 장애에요. 제 눈에는 다 예뻐 보이는데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어떤 피부색에는 무슨 색이 잘 어울리는지 다음에는 저도 좀 알려줘요. 제가 이걸 진짜 못하거든요.” “......” “흠흠.” 강성연의 기침소리에 재잘거리던 몇 명의 여직원들이 말을 멈추었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강성연이 강현을 바라보았다. “내 사무실로 와.” 강현은 그녀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고, 강성연은 여러 개의 주얼리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액세서리로 가득 차 있었다. 강현이 의아해했다. “누나, 이걸로 뭘 하려는 거야?” “테스트.” 강성연이 말을 마쳤고, 반크에게 이율을 들여보내라고 했다. 이율도 자신이 뭘 해야하는지 몰랐고, 강성연은 그저 이율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이율은 영문도 모른 채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강성연이 강현에게 말했다. “안에 있는 것 중에 저 아이한테 어울리는걸 골라봐.” 이율이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고르라 하다니?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약간 흥분되었다. 그녀도 알고
강성연은 웃으며 일어났다. “반크 아저씨가 괜히 유명 인사인게 아니네요.” 반크는 미소지었다. “주얼리 업을 하려면 남다른 안목이 필요하긴 하지. 패션 업계와 주얼리 업계는 떼레야 뗄 수 없잖아. 만약 수준 높은 안목 없이 모두가 같은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패션계도 죽을거야.” 이율은 초조하게 앉아 강현의 선택을 기다렸다. 강현은 기품있는 태슬 귀걸이를 골랐다. 강성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걸 골랐지?” 이율도 궁금했다. 강현은 잠시 고민했다. “얼굴이 많이 마른 편은 아니니 얼굴형을 보완하려면 이런 롱 태슬 디자인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 이율은 자신도 모르게 포동한 얼굴을 감쌌다. “저 뚱뚱해 보여요?” 강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연은 손바닥으로 그의 뒤통수를 쳤다. “뚱뚱해 보이긴 무슨. 이율 씨, 얼굴형이 둥글고 젖살이 있어서 그래. 이율 씨가 손님이었으면 넌 죽었어.” 그는 뒤통수를 매만졌다. “알았어, 난 여자 얼굴형 구분 못해. 어쨌든 잘 어울리면 된 거잖아.” 이율이 피식 웃었다. 강성연은 이율에게 착용해 보라고 했다. 그녀가 착용하고 거울을 보더니 마음에 들어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반크가 웃었다. “둥근 얼굴에는 긴 태슬 귀걸이가 잘 어울려. 이런 귀걸이는 둥근 얼굴을 가진 아가씨에게는 시각적으로 얼굴을 길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지. 그에 비해 둥근 모양과 네모난 모양의 귀걸이는 둥근 얼굴을 더 넓어 보이게 하거든.” 강성연은 강현의 머리를 문질렀다. “됐어, 안목이 꽤 괜찮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의 잠재력이 있어.”“내가?” 강현이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그녀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강현아, 안목도 너의 재능 중 하나야. 특히 미적인 방면에서,남자는 여자랑 보는 눈이 달라. 너는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정확히 분간해 내잖아. 디자이너를 안 하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이야.”“난 디자인도, 화장도 못하는데.” 강현이 입을 삐죽거렸다. 강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
TG그룹. 연희승은 태블릿 화면을 조작하며 책상 앞에 서서 업무 보고를 하였다. 반지훈은 커피잔을 들고 입에 가져갔으나 마시지 않았다. 손가락 끝으로 계속 책상을 두드리며 정신이 다른 데에 팔려있었다. 연희승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대표님?” 반지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요즘 soul 주얼리 핫한 거 같더라.” 연희승이 미소를 지었다. “사모님 브랜드가 잘되는 건 좋은 거 아닌가요?” 반지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잘생긴 신입이 들어왔다며?” 대표가 신경 쓰는 게 이거였다고? 반지훈은 커피를 내려놓았고, 표정은 어두웠다. “그 자식 밀어 주려고 애쓴다던데.” 연희승은 입을 삐죽거렸다. “사모님 회사에 훌륭한 인재가 많을수록 좋죠.” 반지훈은 고개를 들었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신입 키운다고 난 안중에도 없고, 전화도 안하잖아. 설마 내가 매력이 없나?” 연희승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그런 이상한 추측은 보통 여성분들이 하는건데 대표님이 어쩌다 이렇게까지…”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후, 그는 몸을 일으켜 등받이에 놓인 외투를 집어 들었다. “대표님 어디 가세요?” “맘이 놓이지가 않아, 가서 봐야겠어.” 반지훈은 외투를 입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연희승은 멍하니 서있었다. ...... 롤스로이스가 soul 주얼리 건물 앞에 멈췄다. 반지훈은 내리지 않고 그저 로비를 드나드는 고객들을 바라봤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문을 반쯤 내렸다. 그때 그의 차 옆을 지나던 젊은 두 남자들 중 한 사람이 불만을 얘기했다.“난 앞으로 절대 여자친구가 이 매장에 오지 못하게 할 거야.”“왜?” “왜긴 왜야, 여자친구가 여기 와서 액세서리 하나 사 간 적이 있는데, 사고 오는 길에 내 얼굴이 매장 직원만도 못하다고 하는 거야. 내 앞에서 그 직원이 잘생겼는데 인품까지 좋다고 칭찬을 어찌니 하는지, 참을수가 있어야지.” “야 야, 진정해. 가서 술이나 마시자, 내가 쏠게.” 두 사람이 멀어졌고,
이율은 반지훈이 들어오는 걸 보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그는 앞에 서서 손으로 책상을 지탱하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회사에 신인이 들어오니 남편도 잊은 거야? 마음이 변했네.”반지훈의 진지한 말투에 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풋 웃었다.“여보,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강성연은 그의 입술에 입술을 맞추더니 방긋 웃었다.“그럼 이따 같이 백화점에 가서 쇼핑하는 게 어때요? 그다음 지낼 곳도 찾아줘야 하거든요.” 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그 정도로 챙겨주는 거야?”강성연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반지훈의 어두워진 눈빛을 보며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겼다.“같이 보러 갈래요?”반지훈은 넥타이를 빼앗았다.“싫어.”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강성연은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안돼요, 만나야 해요.”반지훈이 지그시 바라보자 강성연은 깔깔 웃었다.누군가가 노크했고 강성연은 그쪽에 시선을 돌렸다.“들어오세요.”문을 열고 들어온 강현과 반지훈과 눈을 맞췄다.강현은 좀 의아했다.좀 눈에 익은 얼굴이네, 하지만 왜 날 노려보는 거지?강성연은 강현 곁으로 걸어가더니 어깨동무를 했다.“전에 매형 만난 적이 없지? 인사해.”반지훈과 강현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매형?”그는 비록 반지훈을 본 적이 없지만 들어본 적은 있었다.강현은 곧 반지훈을 향해 머리를 끄덕였다.“매형, 안녕하세요.”반지훈은 대꾸하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요즘은 남동생을 함부로 만드는 거야?”강성연과 강현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반지훈이 정말 오해한 걸 눈치챈 강성연은 재빨리 다가가 그와 팔짱을 꼈다.“진짜 남동생이에요. 지훈 씨, 자세히 봐봐요! 강현이잖아요.”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반지훈은 강현을 다시 살펴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예전 강현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잖아?”강성연은 풉 웃음을 터뜨리더니 반지훈의 볼을 감싸며 말했다.“정말 놀랍죠? 나
강현은 반지훈이 차가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강성연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는 최대한 말을 아꼈고, 반지훈이 먼저 말을 걸어줄 걸 예상하지 못했다.강현은 머리를 긁적였다.“그저 예전처럼 지내고 싶지 않아서요.”반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전방을 주시했다.“스스로 변하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 거야.”반지훈의 차는 지역에서 가장 큰 백화점 밖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강현은 반지훈 뒤를 졸졸 따라갔고 백화점에 들어서자 사장과 관리층들이 웃으면서 맞이해줬다.“반지훈 대표님.”반지훈은 강현을 앞으로 밀었다.“이 아이한테 어울릴 옷 몇 벌 골라줘. 마음에 들어 하면 모두 포장하고.”강성연은 반지훈과 강현이 돌아오는 걸 보고 멍해졌다. 행정부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렸다.강현이 입고 있는 양복은 반지훈이 고른 건데 스포츠머리에 양복을 입으니 정말 느낌 있었다. 역시 남자가 남자를 더 잘 아는 거였다.반지훈은 그녀 앞에 멈춰 서더니 강현을 흘깃 보며 물었다.“어때?”그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잘했어요.”처음 양복을 입어본 강현은 매우 어색해 보였다.강성연은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앞으로 이렇게 입고 다녀. 반크 아저씨가 너에게 사람들을 소개해줄 거야, 내가 이미 부탁해놨거든. 앞으로 그분들한테 배우면 돼.”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사무실로 돌아온 강성연은 반지훈을 와락 끌어안더니 속삭였다.“지훈 오빠, 정말 보는 눈이 있는걸요?”반지훈은 그녀를 안고 소파로 갔다. 강성연은 그의 무릎에 앉아 그의 목을 꽉 그러안았다.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더니 입술 가까이로 다가갔다.“내가 보는 눈이 없었던 적 있어?”강성연은 그의 턱과 목젖에 입을 맞췄다. 반지훈이 그녀를 꽉 그러안으며 키스를 퍼부으려고 할 때 그녀는 고의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여보, 여기는 사무실이에요.”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날 죽이고 싶은 거야?”재미를 본 강성연은 그
강성연이 물었다.“왜 그래요?”“음...... 강현 씨가 정말 대표님의 남동생이었어요?”직원들은 강현이 대표님 친척일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진짜 남동생일 줄은 몰랐다.강현이 한 번도 맞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갑자기 여직원들이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대표님, 또 다른 남동생이 있나요?”“남동생분 친구도 괜찮아요.”“......”회사에 훈남 몇 명을 더 채용해야겠어, 직원들이 남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네.Y국, 한인 거리.송아영은 큰 광장에 서서 조각상과 비둘기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들었다.금발머리 소녀가 다가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송아영이 고개를 숙이자 소녀는 그녀에게 장미 한 송이를 건네주었고 뒤쪽을 가리켰다.고개를 돌린 송아영은 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육예찬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리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조훈이 그녀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송아영은 외국에 나와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육예찬도 그녀에게 시간을 줬다.그들은 한 달 반, 42일 동안 만나지 못했다.Z국에서 Y국까지 찾아온 육예찬을 본 송아영은 장미를 들고 다가갔다.그의 앞에 멈춰선 송아영은 그제야 환각이 아니란 걸 발견하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당신은 어떻게...... 왔어?”육예찬은 그녀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보지 못한 동안 살 좀 빠진 것 같네.” 송아영은 울먹거렸다.“외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쌀도 맛없어.”육예찬은 눈물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그래서 굶고 다닌 거야?”“아니거든.”송아영은 눈물을 훔쳤지만 주체할 수없이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에 결국 육예찬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육예찬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등을 두드렸다.“한 달 동안 당신이 어디로 팔려가지는 않을까, 굶고 다니진 않을까 항상 걱정했어.”그는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괴며 꽉 그러안았다.“그리고 당신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었어.”송아영은 멈칫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