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뒤 명승희는 강성연을 보았다.“그래서 그날 감독님이 그들을 초대했어요.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나눈 뒤 우강인 선배가 우리를 콘서트로 초대했고 콘서트를 다 본 뒤 우강인 선배랑 감독님이 밥을 사주셨어요. 밥을 먹을 때 우강인 선배가 내 옆에 앉아있었고 난 육예찬이랑 대화만 했고요. 촬영할 때 육예찬이 내게 음악에 관한 지식을 알려줬거든요.”명승희는 말하면서 웃었다.“육예찬이 송아영 씨를 선택하고 나서 난 우리 둘 사이에 더는 가능성이 없다는 걸 확인했어요. 저번에 나랑 같이 회식했을 때도 그냥 친구라서 도와준 것뿐이에요. 그리고 육예찬은 이미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진짜 아내면 몰라도 제삼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강성연은 상황을 알게 되었다. 공적인 일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같이 촬영했으니 말이다.하지만...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은 제작진이 일부러 편집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누군가 사진을 찍은 뒤 송아영에게 보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송아영을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제삼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 걸 보면 명승희는 인성에 문제가 없었다. 사진을 보낸 것이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라면 누가 그런 걸까?송씨 저택.송아영은 양반다리를 하고 침대에 앉아 게임을 하면서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육예찬이 문을 열고 들어왔으나 송아영은 곁눈질로 힐끗거릴 뿐이었다.“왜 왔어?”육예찬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누가 또 화나게 했어?”송아영은 눈을 흘겼다.“나 화나게 한 사람은 너 아냐?”게임에서 지자 송아영은 휴대전화를 한쪽으로 치운 뒤 몸을 돌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려고 했다.육예찬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내 웃으면서 이불을 잡아당겼다.“내가 뭘 했길래 화가 났어?”송아영은 대꾸하지 않았다.육예찬은 그녀에게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자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 송아영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걸 본 육예찬은 그녀의 뺨을 부여잡고 말했다.“아영아,
그녀는 그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못 믿는게 아니라…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육예찬이 돌아서서 떠나려 할 때, 마침 강성연이 문 앞에 기대어 있었다. “어디가?” 송아영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뒤척였다. 매우 억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성연아…” 강성연은 힐끗 그녀를 보고 육예찬 앞으로 다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명승희한테 가서 따질려고?” 육예찬은 코를 문지르며 답했다. “그냥 물어보러 가는거야…” “사진은 그 여자 짓이 아니야.” 강성연은 그를 지나쳐 송아영에게 갔다. 그는 당황했다. 송아영 역시 어리둥절했다. 강성연은 송아영이 코를 흘리며 운 것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야, 예찬 오빠가 이 일 때문에 명승희를 찾아가려는 거 안 보여? 나 안 왔으면 일이 더 커질뻔했네.” 송아영은 약간 의심했다. “성연아, 너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육예찬이 다가오다가 방금 그녀의 말에 멈춰섰다. “무슨 사진?” 강성연이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건네주었고, 그는 이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송아영이 그녀의 팔을 끌었다. “성연아, 무슨 일인데?” 강성연이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를 밀었다. “앞으로 잘 알아본 뒤에 울어. 네가 몇 살인데 내가 이렇게 엄마처럼 돌봐줘야 해? 강유이도 아니고.” 송아영이 주저하며 말했다. “그럼 내가 지훈 씨를 아빠라고 불러야하나?” 강성연이 질색했다. “그 사람도 너 같이 바보 같은 딸은 싫대.” 이어 육예찬을 향해 말했다. “내가 명승희를 찾아가 물어봤어. 당신들이 음악영화 예고편을 찍고 있었고, 당시 제작진들이랑 우강인 선배도 현장에 있었다며.” 육예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사진은 그때 촬영 기간에 찍힌 거야. 하지만 사진처럼 이러지는 않았어. 이 사진은…포토샵의 흔적이 보여. 그때 내 옆에는 우강인 선배도 있었거든.” 우강인 선배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편집된 채, 마치 둘만의 '데이트' 현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송아영은
반지훈은 고개를 숙여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들어와.”강성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고, 반지훈은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어 마셨다. 시선은 계속 서류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당연히 연희승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강성연은 테이블을 돌아 그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손을 뻗었고, 반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반지훈은 그녀를 보고는 품에 안고 앉혔다. 그녀의 콧등을 간지럽히며 말했다. “깜짝 서프라이즈?”강성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당신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나인 줄 몰랐나 봐요.” 그녀가그에게 밀착했다. “혹시 내가 연희승 씨인 줄 안거예요?” 그는 웃었다. “만약 연희승이었으면, 바로 아프리카로 보내버리려 했지.” 강성연의 손끝이 그의 뺨을 스쳤고,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했다. “성연이가 또 나를 녹이려고 온건가?” 강성연은 그의 품에서 일어나 그의 뒤로 가 그를 안았다. “머리 속이 꽃밭이네요. 남편한테 이메일 계정 좀 알아봐 달라고 온 거예요.” 반지훈은 강성연에게 이메일 주소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녀는 옆에서 그가 이메일 계정의 IP 주소를 알아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순간 그녀는 당황했다. “사립 초등학교? 시언이랑 유이네 학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반지훈은 그녀를 끌어안고 앉았다. “남편한테 상 안 줄 거야?” 그가 그녀의 귀를 물자, 강성연은 간지러워 웃으며 그를 피했다. “장난치지 마요, 나 진지해요.” 반지훈은 그녀에게 키스하며 괴롭혔다. “난 성연이한테 진지한데.” 강성연은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그는 순간 숨이 막혔고, 그녀는 그의 목에서 머물러 있었다. 손은 정장을 탐하고 있었고, 반지훈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표정을 숨겼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연이 정말 나빴네.” 그녀의 이름이 불리자 그녀는 일어나 그를 힐끗 보고는 눈썹을 움직였다. “아 그래요? 그럼 혼자 놀고 있어요.” 반지훈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강성연이 도망갔다. 그는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송아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조훈을 가장 친한 친구, 심지어 가장 친한 남사친 정도로 생각했었다. 조훈이 그녀를 이해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훈이 자신을 이해해 준 것이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일 거라고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왜 나한테 말 안 해줬을까?” 송아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성연은 찻잔을 들었고, 출렁이는 찻물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우정에 금이 가서 한 쪽에서 마음을 품으면, 다시 원래대로는 못 돌아온다고 하잖아. 친구 사이로도 돌아갈 수 없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아영을 보았다. “너도 만약 그 애가 갑자기 너에게 고백했을 때, 놀라지 않고 그걸 이유로 거리를 두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송아영은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조훈이 그녀에게 고백했다면, 그녀는 어떻게 했을까… 강성연의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도 너가 조훈을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는 걸 알지만, 이 일은 어쨌든 네가 나서서 해결해야해.” “어?” 송아영은 잠시 당황하다 입을 오므렸다. “근데 만약 오해한거면…” “만약 오해한 거면 내가 직접 찾아가 사과할게. 아영아, 만약 조훈과의 우정을 망치기 싫은거면, 직접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놔. 만약 계속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다면 좋은 거고, 친구로조차 지낼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강성연은 잠시 멈칫하다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천천히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 “어떤 일은 빨리 말해둬야 하는 거야.” 강성연이 떠난 뒤, 송아영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입을 다문 뒤, 휴대전화를 꺼내 연락처에서 “조훈”을 검색했다. 점심. 조훈은 수업이 끝난 후, 송아영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고등학교 근처 공원이었다. 조훈이 차에서 내렸고, 송아영은 그네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네를 타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익숙하지만 낯선
송아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뗐다. “훈아, 하지만 난 정말 너를 친한 친구로 생각해. 난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조훈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순간 송아영은 그가 낯설게 느껴졌다. “너…” “아영아, 너가 육예찬한테 시집 가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그건 그냥 집안끼리의 약속일 뿐이라고…” 조훈이 그녀의 차가운 뺨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때 병원에서 너가 그 놈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내가 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 그녀는 조훈의 손을 떼어내고 정색했다. “조훈, 그 사진을 보낸 것도 너지?” 그는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맞다면?” 송아영은 어깨를 떨었다.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너 왜 그런 짓을… 난 훈이 너를 믿었어. 성연이가 너라고 했을 때도 믿지 않았다고. 난 성연이가 잘못 짚은거라고 생각했어.”조훈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실었고,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난 너가 그 사람을 떠나길 바랬어.”송아영의 몸이 굳었고,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조훈의 소유욕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조훈은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한때 축복해 줄까도 생각했는데, 내가 할 수 없다고 느꼈어. 미안해 아영아, 내 이기심을 용서해 줘.” 그가 키스를 하려고 하자, 송아영은 그를 밀쳐냈다. “훈아, 나는 이럴 수 없어!” 그는 멍해 있다가 이내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힘껏 움켜쥐었다. “너 그 놈을 사랑하는거야?”“난…난…” 송아영은 그 질문에 당황했다. 그녀가 육예찬을 사랑하는 걸까?육예찬과 전에 있었던 다툼들을 떠올리면 화가 났지만, 그녀는 분명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녀가 잠시 생각에 빠졌을 때, 그의 입술이 순식간에 다가와 그녀의 호흡을 단숨에 앗아갔다.송아영은 깜짝 놀라 강하게 저항했고, 힘껏 그를 밀어보았지만, 그는 오히려 강하게 압박했다. “짝!” 뺨소리가 울려퍼졌다.조훈의 얼굴 한편에는 빨간 손자국이 남았고, 송아영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온몸을 떨고
송아영이 몸을 떨고 있는 걸 본 육예찬은 곧장 그녀의 앞으로 달려가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아그녀의 차갑고 온기 없는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인거야?” 강성연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아영은 무너지듯 눈물을 보였다. “미안해…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두려웠고, 불안했다. 그녀의 감정이 폭발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육예찬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녀는 떨며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성연이 뭔가를 알아차렸을 때,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와 물었다. “어느 분이 조훈 씨 가족이시죠?” 송아영은 울음을 참고 육예찬을 밀쳤다. 그녀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제…제가 훈이의 친구예요.” 의사가 다가왔다. “아는 가족이 있으세요?” 송아영은 말을 잇지 못했고, 강성연이 의사 앞으로 다가가 답했다. “제가 가족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무슨 일 있는건가요?” 의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어요.” 천둥이 쳤다. 이 말은 청천벽력처럼 송아영과 강성연의 뇌리에 박혔다. 강성연은 얼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송아영은 비틀거리며 몸에 힘이 빠진 듯 눈빛이 공허해졌다. 그녀가 쓰러지자, 육예찬이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아영아!” 그녀를 안아 올린 채 응급실로 향했다. 구천광과 김아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반지훈은 강성연 뒤에 서있다가 걸음을 옮겨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송아영은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는 예전 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꿈을 꿨다. “아영아, 오늘 뭐 먹고 싶어?” “아영아, 너 오늘 숙제 안 했지? 가져가, 똑같이 쓰진 말고. 담임이 눈치 챌 거야.” “아영아, 주말에 보고 싶은 영화나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쏠게.” “진실을 듣고 싶은거야?” “쭉 널 좋아했어.” 장면은 졸업식 당일로
강성연은 병실 앞에 도착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송아영은 여전히 허망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보호자용 의자에 앉았다. “아영아, 7일 후면 훈이의 추모식이야.” 조훈이 언급되자, 그녀는 비로소 반응을 보였고, 손가락을 떨었다. 강성연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알아, 네가 자신을 탓하고 있다는 걸. 내가 그 날 너랑 같이 갔어야 했어. 훈이는 너를 구하기 위해서였어. 이건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일거야, 그래서 너가 훈이에게 미안해 하는거고.” 송아영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내 잘못이야… 내가 훈이를 죽인거야. 원래 죽어야 할 사람은 난데…” “아영아, 누가 틀렸다, 맞다 할 수 없어. 그 애가 너를 구한 게 너를 평생 고통스럽게하기 위해서였을까?” 송아영은 눈물을 흘렸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난…” “됐어, 그만 해.” 강성연은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너도 잘못 없고, 훈이도 잘못 없어. 훈이는 너를 좋아해. 비록 나쁜 방식으로 너를 빼앗으려 했지만, 결국 훈이는 몸을 던져 너를 구했어. 사랑을 위해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갖고 묵묵히 베풀고, 어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이 통해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지. 하지만, 삼각관계에서는 그게 잔인할지라도 한 사람이 물러나야 해.” 강성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그 애가 너를 밀어냈을 때 조금의 후회라도 했을까?” 송아영의 눈빛이 흔들렸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우정을 지키려고 했고,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우정이 깨질까 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거고. 그 애도 한번 깨진 우정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훈이는 몸을 던지는 순간, 그 어떤 후회도 하지 않았을 거야.” 송아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강성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아이의 마음을 너의 마음속에 간직해.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만약 그 애가 네가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제
조 부인은 이 말을 하며 마치 조훈이 살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가장슬프고 고통스러울 때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한다. 도망쳐야지만이 환상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연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의 일상에 대한 얘기를 하였다. 그러나 계속 말하다, 그녀는 웃으며 울기 시작했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송아영이 걸어왔고, 그녀는 낡은 상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강성연이 그녀를 보았다. 송아영은 조 부인의 앞에 멈춰섰다. 송아영은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상자를 건네주었다. “아주머니, 이 안에 든 건 훈이가 예전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준 책들이에요. 제가 훈이 괴롭힌다고 한 번도 돌려주지 않았거든요. 학교 도서관 책이 자꾸 사라지니까, 담임선생님이 훈이를 불러서 물어보셨고, 결국 훈이가 도서관에 못 들어가게 됐어요.” 그녀는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었지만, 어째서인지 웃는 게 우는 것보다 가슴 아파 보였다. 조 부인도 따라 웃었다. 그녀가 그 상자를 받아들자, 두 사람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송아영은 앞으로 나와 조 부인을 껴안았다. “죄송해요 아주머니, 모두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해질녘 노을이 복도로 들어왔고,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며 아픔과 슬픔을 달랬다. 한 달 후. 구천광은 김아린과 함께 웨딩샵에 가 웨딩드레스를 피팅해 보았고, 강성연과 반지훈이 동행했다. 웨딩샵 전체가 대절되었는데, 그들 네 명의 손님만이 있었다. 점장 매니저는 직접 그들을 접대할 정도로 서비스에 있어 열정적이었다. 김아린이 고른 드레스는 허리가 묶여있는 디자인이었고, 강성연은 이를 보고 부적절하다 생각했다. “아기가 있는데 허리가 묶인 디자인은 별로지.” “근데 예쁘잖아.” 김아린은 손에 있는 드레스를 애지중지했다. 강성연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점장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매니저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자,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가능하시죠.” 매니저는 김아린에게 다가갔다. “사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