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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진여훈이 서울시에 머무르는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성연은 문득 레스토랑 밖에서 나유를 마주쳤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 나유는 친구를 만난다고 했었다.

“그날 나유 씨가 레스토랑에서 만난 친구가 너야?”

진여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왜?”

강성연은 팔짱을 낀 채로 아무 말 없다가 말을 보탰다.

“나유는 한씨 노부인이 한재욱 씨 곁에 보낸 사람이야. 너 설마... 모르고 있었어?”

강성연은 이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넌 한씨 집안 일에 개입하지 않았지. 나유 씨가 네 차를 빌릴 때 너한테 뭘 하려는 건지 알려주지 않았을 수도 있어. 물론 네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넌 네 차를 나유 씨한테 이유를 묻지도 않고 빌려줬어. 그건 두 사람 사이가 엄청나게 가깝다는 걸 의미하지.”

일반적으로 차를 빌려주는 건 상대방을 믿을 수 있거나 사이가 아주 가까울 때만 가능했다. 사이가 별로라면 어떻게 자기 차를 상대방에게 빌려주겠는가?

진여훈은 코웃음 치면서 웃었다.

“너 경찰이야?”

강성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이 바람에 떨어졌다. 진여훈은 잠깐 침묵하다가 자신과 나유의 일을 먼저 입 밖으로 꺼냈다.

진여훈은 당시 학교에서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뚱보였다. 서울시 고등학교에서 3년을 다녔을 때도 Y대를 다닐 때도, 성적은 좋았지만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공부에만 몰두하고 친구를 사귈 생각은 없었다.

강성연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신경 쓰지 않았냐고 물었다.

진여훈은 진씨 집안에 규칙 하나가 있다고 했다. 기준에 부합하는 후계자가 되려면 16살이 되기 전에 집안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목숨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그 어떤 어려움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 규칙은 남자가 16살이 되면 자신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진씨 집안도 자수성가한 부잣집이라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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