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성연이 서명한 이혼합의서를 들었다. 손에는 힘이 들어가 합의서의 한 쪽 귀퉁이를 구길 뻔하였다. 그의 성연이 정말 떠났다. 다시는 그녀를 찾을 수 없다…. 지금 신문에는 지훈이 일주일 전 사고가 난 차 앞에서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는 소식이 가득했고, 언론에서는 대표의 부인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숨겨져 있던 세 아이들은 반가 저택으로 달려가 방으로 들어갔다. 시언은 지훈에게 다가와 소리쳤다. "엄마는요?" 지훈은 시종일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고, 시언은 땅에 떨어진 이혼 합의서를 보았다. 큰 어르신은 김 집사와 함께 문 앞에 섰다. 이 세 아이를 보고 잠시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시언은 이혼 합의서를 지훈에게 내던졌다. "우리 엄마 돌려줘!" 유이와 해신 역시 시언의 행동에 놀랐다. 하지만 이내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들은 엄마가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시언아, 이건 아빠의 잘못이 아니야” 큰 어르신은 자신의 손자가 꾸지람을 듣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고, 이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나 때문이다” 시언은 매섭게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다 미워!” 큰 어르신은 당황했다. 시언은 이미 방을 뛰쳐나간 후였다. 큰 어르신은 엄하게 소리쳤다. “막아!” 경호원은 시언을 막아섰고, 시언은 그들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며 세게 물었지만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큰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시언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너희 엄마를 보호할 능력이 있었다면 너희 엄마는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야!" 그의 한마디에, 시언은 멍해졌다. 작은 그림자에는 쓸쓸함과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맞다. 그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 그에게는 힘이 없다. 그는 엄마를 지키는 것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마를 괴롭혔던 것이다! 시언은 돌아서서 큰 어르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독기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언젠가는 나도 강해
성연이 못 알아 듣는다는 것만 믿고 그녀들은 마음 놓고 제멋대로 떠들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열을 올리며 떠들고 있을 때, 그녀들의 뒤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이 화 내시기 전에 입 다무는 편이 좋을거야” 그 하녀들은 몸을 떨며 말을 멈추었고, 뒤돌아 매기 집사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물러났다. 여집사는 안경테를 밀고 성연의 뒤로 다가갔다. “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어르신이 찾으십니다” 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매기는 한궁의 집사였고, 나이도 30~40세 정도였다. 옷차림은 단정하고 빈틈이 없었다. 매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성연은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예쁜 눈동자는 여전히 어두웠다. "날 데려다 줘요" 매기는 그녀를 서재로 데려갔고, 서재 문 밖에는 경호원 두 명이 대기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드넓은 흰 서재는 복고적이고 우아하게 꾸며져 있었고, 책장에는 갖가지 책들이 가득했다. 고전 의서들도 수없이 많았다. X는 샹들리에 아래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책상은 매우 깔끔했다. 컴퓨터 한 대, 펜 한 자루, 그리고 지구본과 몇 장의 서류. 유일한 장식이라 하면 아마도 녹색 숲으로 꾸며진 유리 하우스에서 사육중인 녹색 이구아나일 것이다. 발자국 소리를 듣고 X는 책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직 적응이 안되었니?"성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천천히 적응하고 있어요" X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랍에서 낡은 일기장 한 권을 꺼냈다. "이건 네 엄마가 남긴 노트야. 볼래?" 잔물결 없던 담담한 눈동자에 약간의 파동이 생긴 성연은 이미 표지가 누렇게 되어 거칠어진 일기장을 받아들었지만, 도저히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X도 부드럽게 웃기만 했다. "보고 싶지 않으면 그냥 가져가, 보고 싶을 때 봐도 늦지 않아" “X 삼촌” 성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저희 엄마는 행복했나요? 감염됐을
X는 웃었다. “지금 네 능력으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니?” 성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비어가 너에게 그런 얘기를 안 하는 이유는 너가 혼자서는 그 사람들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S국의 사고는 단지 시작에 불과해” “알고 계세요?” 성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보며 약간 의아해 했다. X는 두 손을 탁자에 마주 잡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모르는 일은 없어. 너와 반가의 일을 포함해서" 성연의 표정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그녀도 리비어 아저씨가 그에게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비어 아저씨는 종종 말하길, 그가 그녀에게 많은 일을 알려주지 않는 건 다 그녀를 위해서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가 대처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s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녀의 사고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성연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항체 개발하셨죠. 바이러스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왜 리비어 아저씨가 바이러스를 인위적인 거라고 한거죠?" X도 숨길 생각은 없었다. "바이러스의 성공 사례가 너였어. 너는 어릴 때부터 병에 걸린 적이 없었을 거다. 암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지. 네 몸에 있는 성과가 바로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거다" 성연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심지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X는 그녀에게 말했다. 무증상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났을 때 1년의 잠복기 동안 감염자는 병에 걸리지 않고 심지어 암 투병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니의 사건 이후 누군가가 암암리에 무증상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귀족들은 감히 자신들에게 사용하지 못하고 실험해 볼 사람을 찾았는데, 처음에는 빈민가에서 실험했다. 그들의 눈에는 빈민가의 사람들이야 죽든 살든 그들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일부
** 3년 후. z국의 수도, 밤이 깊었다. 육예찬은 술집에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았고, 시선은 술집에 있는 여자에게로 향했다. 그는 바로 그녀가 송아영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아영에게 다가가 그녀가 들고 있던 술잔을 가져갔고, 아영은 술에 취한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야는 흐릿해 사람이 겹쳐보였다. “당신 뭐야? 술 마실 거면 당신 걸 마셔, 왜 내 잔을 뺏어?” 아영이 비틀거리며 손을 내밀자, 육예찬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성연 씨가 없으니까 3년 동안 아주 멋있어 졌네요. 하루종일 부어라 마셔라?” 성연을 언급하자, 아영은 시선을 돌렸다. "저를 왜 찾으시죠?" 육예찬은 술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최근 3년동안 성연 씨에게 연락한 적 있어요?” 3년 전, 성연은 사고를 당한 후 행방불명이 되었고, 육씨 집안과 연씨 집안은 멘붕에 빠졌다. 성연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영은 성연의 절친으로, 그들이 연락을 안 했을 리가 없었다. 아영은 하하하 웃었다. "대표님께서 물어보시라고 하셨어요?" 그녀는 완전히 취한 채 육예찬을 바라보며 그를 가리켰다. "애초에 그 사람이 성연이에게 어떻게 했는데, 너희 이 뻔뻔한 자식들 모두 제정신 아닌거지?” "내가 알려주마, 나는 연락한 적도 없고, 성연이가 나에게 연락한 적도 없으니, 능력이 있으면 너희들 스스로 찾아봐!" 그녀는 손을 흔들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떠나려 했다. 육예찬이 그녀를 덥석 잡아당기자, 아영은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손을 들어 밀쳤다. "뭐 하는 거야, 날 어떻게 해 볼려고?" 육예찬은 씩 웃었다. “내가 당신을?” "그럼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아영이 트림을 하며 물었다. “대표도 사람을 보내 당신에게 물어봤습니까?” 육예찬은 분명 놀랐다, 3년 동안 지훈은 언론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지훈의 병이 심각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쨌든 온갖 종류의 소문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 그 사람들이 그가 정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육가, 연가 모두 성연을 찾고 있는데, 지훈만 성연의 행방을 알고도 찾지 않으니,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감히 가지 못하는 것이다. 지훈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 아영은 두통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눈부신 햇살이 그녀의 손을 들어 눈을 가리게 했다. 눈을 뜨고는 무언가가 떠올라 몸을 일으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어젯밤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깼어요?"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아영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경악하며 고개를 돌렸다. 육예찬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어두운 얼굴을 하곤 짜증 섞인 눈빛으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푹 주무셨네요” "육예찬 씨, 왜 우리 집에 있어요?!” 아영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얼른 이불을 들춰 자신의 떨어진 옷을 바라보고는 식겁했다. “당신…제,제,제 옷을 갈아 입힌 거예요?” 육예찬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까짓 몸매 뭐 볼 거 있다고" “이 나쁜 놈아!” 베개를 그에게 던지자, 그는 손을 들어 잡고는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섰다. "어젯밤 당신이 내 몸에 토했어요. 당신 때문이 아니라 내 표면상 약혼녀만 아니었다면, 나는 진작에 당신을 길에 버렸을 것입니다" 그는 침대 곁으로 가서 베개를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내 친척동생의 행방” 마치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아영은 가만히 앉아 눈썹을 찡그렸다. "그것 때문에 꼬박 하루동안 일부러 우리집 소파에서 잔 거예요?" 육예찬은 말이 없었다. 그녀는 허허 웃었다. "당신들은 내가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뒤이어 웃음기를 거두었다. "모르겠어요" 육예찬은 잠시 그녀를 노려보다가 손목시계를 보고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제 외투는 씻으실 필요 없어요. 그냥 버리시면 돼요” 말을 끝내고,
강성연은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그는 해고당했지만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으며, 살아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강성연은 휴대폰을 꺼내 송아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3년 동안 그녀는 은밀하게 송아영과 연락을 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송아영은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고 그저 외국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송아영은 그녀에게 육 씨 가문과 외할아버지가 모두 그녀를 찾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반 씨 가문에서 잘 지내고 있었으며 강시언은 반 씨 가문의 후계자로써 큰어르신의 곁에 있었다.하지만 강성연은 반지훈의 일에 대해 감히 묻지 못했다.왜 시언이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 반지훈을 대신하여 후계자가 되었을까? 왜 반 씨 가문은 갑자기 아이들을 배양하기 시작했을까......강성연은 사진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3년 동안 M국에서 지내면서 한 번도 대중들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M국 매체들은 그녀의 얼굴을 모르고 있었으며 그저 헨리에게 "앨리스"라는 딸이 생겼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한궁의 직원을 이용해 그녀를 몰래 촬영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누군가가 눈치챈 건가?반지훈일까?강성연이 서재를 향해 걸어가자 서재 앞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 두 명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서재의 문을 열었고 서재에서 X는 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남자 고개를 돌리자 강성연은 멍해졌다."리비어 아저씨?"리비어는 몸을 일으키면서 빙긋 웃었다."오랜만이야."X도 자리에서 일어섰다."마침 너에게 리비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려고 했어."강성연은 방긋 웃으면서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제가 아빠와 리이버 아저씨를 방해한 건 아니겠죠?"X는 귀엽다는 눈빛으로 강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연히 아니지. 리비어가 돌아왔으니 둘이 먼저 이야기를 나눠. 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X는 정장 외투 단추를 잠근 후 서재에서 나왔다.리비어는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서영유를 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아요."서영유라는 이름도 3년 동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강성연이 여태껏 암암리에 사람을 보내 조사해봤지만 S국에서도 그녀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리비어는 잔을 내려놓더니 호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일년 전에 난 이 사진을 받았었어. 나더러 조사를 하라는 것이겠지."강성연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고 현장 인파 속에서 나타난 여자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체형이 서영유와 매우 비슷했다!강성연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리비어 아저씨, 이 사고 현장의 사진은 누가 아저씨에게 보내준 거예요?"리비어는 "그 사람"이라고 대답했다.강성연은 캐묻지 않았지만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녀는 반지훈이 아직까지도 3년 전의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리비어는 결국 그녀에게 한 마디 물었다."성연아, 그 사람을 미워해?"미워하냐고?강성연도 사실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반지훈은 그녀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성연은 그저 그가 식언한 것에 대해, 3년 동안 한 번도 자신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하고 있었다.누군가가 자신을 몰래 촬영해도, 누군가가 몰래 그녀의 신분을 조사해도 강성연은 배후의 사람이 "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필경 육 씨 가문 사람이거나 외할아버지 부하일 수도 있었다.만약 그였다면 일찍부터 나타났을 것이고 그녀가 M국에 있다고 의심했다면 일찍부터 왔을 것이다. 하지만 3년 동안 반지훈은 M국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왜 계속 3년 전의 일을 계속 조사하고 있을까? 희영 때문에?그랬다. 연희승은 여동생을 잃었으니 그가 조사하지 않아도 연희승이 꼭 조사할 것이다.강성연의 어두워진 눈빛 속의 슬픔과 미련을 보면서 리비어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가능성이 없는
“네가 직접 물어보면 그가 대답해줄 수도 있어.”리비어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하지만 지금 너의 신분으로 예전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있어? 지금 반지훈은 약골이 되어 몇 년 살지 못할 거야.""그리고 반지훈이 먼저 이혼하자고 했잖아. 돌아갈 거야?"그 말에 강성연은 멍하니 앉아있었으며 불안하던 마음이 낭떠러지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듯하였다.**송아영은 아직도 원래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침에 손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송아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어서 오세요. 주문을 도와드릴까요?""라떼 한 잔 줘요."송아영은 그 목소리를 듣고 손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육예찬인 것을 보고 빙긋 웃었다."당신은 왜 또 온 거예요?""전 커피도 마시지 못해요?"육예찬은 미간을 찌푸렸다.송아영은 주문을 마쳤다."마셔요, 실컷 마셔요."그녀는 몸을 돌려 커피를 만들었고 육예찬 테이블에 라떼를 놓았다."당신의 라떼요."육예찬은 담담하게 말했다."테이크 아웃."송아영이 테이크 아웃 잔으로 커피를 담자 육예찬은 테이블에 기대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연락한 적이 없어요?"육예찬의 물음에 송아영은 좀 짜증을 내면서 포장을 마친 커피를 그에게 건네주었다."없어요."육예찬은 한참 뒤에서야 커피를 받았고 몸을 돌리려다가 테이블에 올려진 송아영 휴대폰에 메시지가 뜨는 것을 발견했다.송아영은 다급히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그를 노려보았다."뭐 하는 거예요? 왜 남의 휴대폰을 훔쳐봐요?"육예찬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왜 그렇게 긴장하는 거예요? 당신과 같은 사람도 추종자가 있나요?"송아영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죄송한데요, 요즘 확실히 어리고 귀여운 동생이 저에게 구애를 하고 있답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메시지를 확인했다.육예찬은 그녀를 흘깃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그 사람과 교제하고 싶으면 먼저 우리 약혼부터 취소해요."그녀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좋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