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래서 예지 씨를 찾아갔어?"이때 카페 직원이 커피를 갖고 왔고 진여훈이 받아 들면서 말했다."예지 씨 아버지가 나한테 관심을 보이더라고. 그래서 찾아가 물어봤지."강성연이 미간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그럼 넌 예지 씨한테 관심 없다는 뜻이네?""예지 씨도 나한테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거든. 그리고 난 예지 씨한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을 거야."강성연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래?""..."강성연은 턱을 괴면서 말했다."네가 그렇게 마음먹었다면 나도 안심할 수 있겠어. 그리고 마침 너한테 도움받을 일도 있고."...진여훈과 안예지의 연애 소식은 업계에서 순식간에 퍼졌다. 이는 뒤늦게 알게 된 안지성조차 놀랄 만한 소식이었다.안지성은 소식의 진상을 묻기 위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고, 안예지는 식탁에 앉아 밥 먹고 있다가 머리를 들며 물었다."아빠, 왔어요?""그래."안지성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밥상 앞에 앉았다."예지야, 너 진여훈 씨랑은 어떻게 갑자기..."안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빠도 원하던 일이잖아요."비록 서로의 수요에 의해 가짜로 사귀는 것이기는 하지만 안예지는 안지성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안지성은 약간 멈칫했다. 그는 확실히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안예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예지야, 너 진여훈 씨를 좋아해?"안예지는 한참 고민하다가 이렇게 물었다."아빠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시집 보낼 거예요?"안지성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그럴 리가, 나는 언제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를 좋아하지 않는걸요. 이제는 누구와 만나든 상관없어졌어요."안예지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밥을 채 먹지도 않고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안지성은 가만히 앉아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이 과연 맞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구의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예지는 표정을 숨기기 위해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여전히 구의범처럼 냉정할 수 없었다."다른 할 말 없으면 이만 가볼게."안예지가 마침내 몸을 돌렸을 때, 구의범이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잠깐, 물어볼 게 있어."안예지는 심호흡하며 머리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뭔데?""너 진여훈을 좋아해?""..."안예지는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한참 침묵하다가 손목을 빼내며 말했다."신경 꺼."구의범은 안예지의 몸을 억지로 돌리며 말했다."진여훈을 좋아하냐고 묻잖아!"안예지는 구의범이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구의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리고 너 나 안 좋아한다며? 왜 갑자기 참견질인데?"안예지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구의범의 충격받은 표정을 보니 마치 극악무도한 짓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구의범은 한참 지난 후에야 몸을 돌리며 말했다."안 회장님 말씀이 맞았네. 넌 애초부터 연애의 감정에 대해 몰랐고 더 신선한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따라갈 거였어."안예지는 넋을 잃었다."지... 지금 뭐라고 했어...?"구의범은 모자를 다시 쓰고 머리도 돌리지 않고 지하로 내려갔다. 안예지는 뒤늦게 정신 차리고 쫓아갔다."구의범!"안예지는 손을 뻗어 그를 잡았다."너 다시 말해.""못 들었어?"구의범은 자신의 손을 빼내면서 머리를 돌렸다."헤어지자마자 다른 사람이랑 만나는 게 그 증거가 아닌가?""아..."안예지는 가슴이 아팠다."아니야!""연기 좀 그만해."구의범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모자를 꾹 눌러 쓰며 자신의 눈빛을 가렸다."네 마음이 그냥 이 정도밖에 안됬던 거였어."구의범은 몸을 돌려 멀어졌다. 안예지는 그의 뒤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그럼 넌? 넌 나를 좋아하기나 했어?"구의범은 계단 아래에 멈춰서서 가만히 있었다.안예지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네가 만약 나를 진심으
구의범은 흠칫 하더니 안예지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그는 최선을 다해 안예지를 끌어안았지만 마음속은 무기력하기만 했다."예지야, 나도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넌 다른 여자랑 달라. 그래서 내가 아는 방식으로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어."구의범은 그녀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진작에 이럴 줄 알았으면 너한테 가까이 가지도 않았을 텐데."안예지는 눈초리를 파르르 떨며 아무 말도 못 했다. 구의범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닦아줬다."나는 너처럼 좋은 사람한테 어울리지 않아."구의범이 몸을 돌린 순간 안예지가 또다시 그를 끌어안았다. 그는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예지야...""잠깐만 이러고 있자."안예지는 눈을 감고 그의 온기를 마지막으로 느꼈다.얼마 후, 안예지는 손을 빼면서 말했다."너도 나를 좋아한다면 됐어."구의범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머리도 돌리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머리를 돌릴 만한 용기가 없었다. 혹시라도 안예지에게 자신의 붉은 눈시울을 들킬까 봐서 말이다.며칠 후."약혼이요?"안예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진여훈을 바라봤다."지금... 장난하는 거죠?"두 사람은 가짜로 사귀는 사이였기에 안예지는 약혼 얘기가 나올 줄 전혀 몰랐다.진여훈은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허울뿐인 약혼 말이에요."진여훈은 컵을 내려놓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그냥 소문만 내고 약혼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어요."안예지는 이해가 안 됐다."혹시 이것도 여훈 씨 할아버지를 속이기 위해 하는 건가요?""그런 셈이죠."진여훈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리고 구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이 이 소식을 듣고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하지 않아요?"안예지는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녀도 약혼 소식을 들은 구의범이 축하할지 질투할지 궁금했다."우리 내기할래요?"안예지는 머뭇거리며 물었다."뭘요?"진여훈은 웃으면서 말했다."구의범 씨가 약혼을 막을지 말지요."안예지는 시선을 떨구며 주먹을 꼭 쥐었다. 만
"어쩌면 그게 바로 문제일 지도 모르겠어."강성연은 김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안 회장님이 구의범 씨를 반대하는 이유가 예전의 방탕한 생활 때문이잖아. 카사노바였던 사람을 어떻게 함부로 믿겠어? 내가 안 회장님이라고 해도 연애 한번 한 적 없는 백지장 같은 딸을 구의범 씨랑 만나도록 내버려 두지 못할 것 같아."김아린은 멈칫하다가 말했다."그래도! 의범 씨는 이미 충분히 많은 노력을 했어!"강성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지만 구의범 씨 본인이 예지 씨의 행복을 보장 못 한다잖아. 예지 씨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한때 카사노바로서 이토록 순진한 여자를 지켜내기 쉽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포기한다고 해도 나는 이해할 수 있어."강성연의 말에 김아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도 나는 너무 답답해."강성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만약 예지 씨의 약혼 소식을 알고 나서도 도망간다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지."*진여훈은 안예지와 함께 드레스를 고르러 왔다. 직원은 친절하게 신상 드레스를 꺼내 안예지에게 보여줬다.진여훈은 휴대전화를 들고 말했다."예지 씨, 먼저 고르고 있어요. 저 통화 하나만 하고 올게요."안예지는 머리를 끄덕였다. 진여훈이 나간 다음 그녀는 연보라 드레스 하나를 대충 골라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드레스를 갈아입은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롱 드레스는 몸매를 완전히 드러냈고 소매의 레이스와 치맛자락의 레이스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단아함을 강조했다.안예지가 거울을 보며 멍때리고 있을 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진여훈이 돌아온 줄 알고 머리를 돌렸는데 점점 멀어져가는 익숙한 뒷모습에 흠칫 놀라며 달려갔다. 텅 빈 복도로 나온 안예지는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원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예지 씨."진여훈이 따라 나와서 물었다."왜 그래요?"안예지는 몸을 돌리며 머리를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요.""네."진여훈은 안예지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고는 비상계단 쪽을 힐
"만약 이미 알고 있다면요?"진여훈이 되물었다. 그는 구의범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의범 씨가 예지 씨한테 무슨 말을 하든 상관 없어요. 예지 씨는 자의로 저와 약혼하는 것이고 저는 한번도 강요한 적 없어요."진여훈은 구의범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구의범은 차가운 표정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요."구의범은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진여훈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무래도 장작을 더 넣어야겠어.'...이튿날 점심, 레스토랑에 도착한 안예지는 텅 빈 곳에 혼자 앉아있는 진여훈을 발견하고 얼른 걸어가 앉았다. 그러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여훈 씨, 이렇게까지 할 것 없는데...""괜찮아요. 제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해서 그래요."진여훈은 술 한 잔 따르며 물었다."술 마실 줄 알아요?"안예지는 멈칫하다가 답했다."조금이라면 괜찮아요."진여훈은 안예지에게도 술을 따라줬다."저 어제 구의범 씨랑 만났어요."안예지는 손을 흠칫 떨며 술잔을 받아 들더니 시선을 떨구고 입술을 깨물었다."만나서 무슨 얘기 했는데요?""아무래도 우리 약혼이 마음에 걸리나 봐요."안예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어제 본 사람이 구의범이 맞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왜 자신을 피하고 진여훈을 찾아갔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그렇다고 해도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진여훈은 술잔을 든 채로 안예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누군가가 떠올랐는지 생각에 잠겼다.레스토랑 직원은 음식을 올리다 말고 실수로 술잔을 건드렸다. 술잔은 안예지를 향해 기울여졌고 빨간 와인이 옷에 쏟아지고 말았다."아... 죄송해요!"직원은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휴지를 꺼내 닦으려고 했다.안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닦을게요."안예지는 휴지를 건네받아 와인 자국을 닦았다.호텔 매니저가 황급히 걸어와 직원에게 한마디 했
문을 연 안예지는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머릿속이 창백해진 채로 넋이 나가버렸다.구의범은 안예지의 옷차림과 방금 전 자신을 부르던 말을 떠올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안예지는 뒤늦게 정신 차리고 말했다."네가 어떻게..."구의범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방 안으로 밀치고는 묻을 닫아 버렸다. 침대 위에 장미 꽃잎이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여훈을 기다리고 있었어?"안예지가 되물었다."뭐?""스위트 룸에서 샤워가운까지 입었으면 말 다 했지."구의범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둘이 벌써 그 단계까지 갔어?"'스위트 룸?'안예지는 여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구의범은 그녀에게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벽 쪽으로 밀더니 아무런 예고도 없이 키스했다.안예지는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구의범의 키스는 아주 난폭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안예지는 그를 살짝 밀었지만 그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고 더 깊게 파고들었다.점점 뜨거워지는 숨결과 함께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구의범은 입술을 떼더니 안예지의 목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몸을 흠칫 떨더니 완전히 힘이 풀린 채로 구의범에게 기댔다."의범아..."안예지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녀는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약혼은 왜 했어?"구의범은 동작을 멈추더니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진여훈은 진심이 아니야."안예지는 넋을 잃었다. 두 사람은 어차피 가짜로 사귀고 가짜로 약혼했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약혼하는 게... 싫어?"구의범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더니 이마를 맞대며 말했다."내가 싫다면 약혼 안 할 거야?"안예지는 머리를 숙였다. 속도 모르고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에 그녀는 또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아니, 할 거야. 네가 나를 속상하게 한 만큼 똑같이 되갚아 줄 거야. 게다가 우리는 이미 헤어졌어. 내가 누구랑 약혼하든 너랑 무슨 상관...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군.'진여훈은 천천히 술을 마셨다. 술잔은 어느덧 텅 비어버렸다. 자신의 처지가 갑자기 떠오른 그는 허공에 대고 피식 웃었다.'이번에는 진짜 남 좋은 일만 했네. 이렇게 유치한 짓은 왜 벌였나 몰라. 내가 언제부터 오지랖이 넓었다고...'이때 밥상 위에 올려놨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 온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수락 버튼을 눌렀다."할아버지."진철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너 이틀 안에 당장 집으로 와."진여훈은 미간을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가짜 약혼이 진철에게 들킨 모양이다....안예지는 구의범의 품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코 앞에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몰래 앞으로 다가가 입술에 뽀뽀했다. 그러자 구의범은 손을 뻗어 그녀를 확 끌어안았다.몰래 뽀뽀하다가 들킨 안예지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어... 언제 깼어?""아까 깼거든."구의범은 머리를 짚고 몸을 일으키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근데 네가 나한테 뭘 할지 궁금해서 자는 척하고 있었지."안예지는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구의범은 피식 웃으며 이불을 끌어 내렸다."숨 막혀 죽을 작정이야?"안예지의 시선은 풀어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구의범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그녀는 순간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구의범은 그녀를 더 꼭 끌어안았다."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부끄러워하면 어떡해?"안예지는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아무것도 안 하긴! 포옹도 하고, 키스도 했으면서..."구의범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 정도는 익숙해져야지. 앞으로 더 한 일도 할 텐데."'더 한 일이라면 혹시...'안예지는 또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커플 사이에 당연한 일이니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했다. 하지만 구의범은...안예지의 생각을 읽었는지 구의범은 머리를 숙여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난
안지성은 눈을 내리뜨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안예지와 진여훈의 약혼 소식에 적잖이 놀랐었다. 두 아이는 알고 지낸 시간도 짧은데 갑자기 약혼이라니, 정말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구의범이 그녀한테 이별을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그는 너무나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다고 섣부른 행동을 할 수는 없었기에 반지훈을 찾아갔었다. 반지훈과 진 씨 집안은 친척 사이였으니까 뭐라도 알까 싶어서.결국 반지훈한테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진여훈과 자신의 딸이 가짜 약혼을 했다는 것을. 심지어 그에게는 이미 약혼녀도 있었다. 상대는 카지노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자의 딸이었는데 이미 두 집안끼리 혼담이 이루어진 상태였다.진여훈과 그의 딸이 이런 가짜 약혼을 발표한 건 구의범의 속내를 떠보기 위함이었다. 안지성은 진실을 알고 화가 나긴 했지만 딸아이가 진여훈한테 속아 넘어간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아빠.”안예지가 안지성의 곁에 앉으며 그의 팔을 껴안았다.“의범 씨 저한테 진심이에요. 저희 두 사람 허락해 주세요.”안지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미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통보하는 거니? 너 이제는 이 아빠가 안중에도 없구나.”안예지가 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댔다.“잘못했어요. 하지만 저 진짜 그 사람 좋아해요. 물론 그 사람도 저랑 같은 마음이고요.”김수혜가 과일이 담긴 접시를 들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미소 지었다.“어르신 아가씨도 이젠 다 컸는걸요. 아가씨가 원하는 행복을 찾아갈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제가 봐도 구씨 집안 그 둘째 도련님이 우리 아가씨한테 진심인 게 알리던데요.”안지성이 정색하며 물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김수혜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밖에서 저렇게 오랫동안 서서 기다리는 걸 보면 당연히 알게 되죠. 진심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추운 날씨에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겠어요?”안예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 사람이 밖에 있다고요?”그녀가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나갔다. 서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