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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구의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예지는 표정을 숨기기 위해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여전히 구의범처럼 냉정할 수 없었다.

"다른 할 말 없으면 이만 가볼게."

안예지가 마침내 몸을 돌렸을 때, 구의범이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잠깐, 물어볼 게 있어."

안예지는 심호흡하며 머리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뭔데?"

"너 진여훈을 좋아해?"

"..."

안예지는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한참 침묵하다가 손목을 빼내며 말했다.

"신경 꺼."

구의범은 안예지의 몸을 억지로 돌리며 말했다.

"진여훈을 좋아하냐고 묻잖아!"

안예지는 구의범이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구의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리고 너 나 안 좋아한다며? 왜 갑자기 참견질인데?"

안예지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구의범의 충격받은 표정을 보니 마치 극악무도한 짓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구의범은 한참 지난 후에야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안 회장님 말씀이 맞았네. 넌 애초부터 연애의 감정에 대해 몰랐고 더 신선한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따라갈 거였어."

안예지는 넋을 잃었다.

"지... 지금 뭐라고 했어...?"

구의범은 모자를 다시 쓰고 머리도 돌리지 않고 지하로 내려갔다. 안예지는 뒤늦게 정신 차리고 쫓아갔다.

"구의범!"

안예지는 손을 뻗어 그를 잡았다.

"너 다시 말해."

"못 들었어?"

구의범은 자신의 손을 빼내면서 머리를 돌렸다.

"헤어지자마자 다른 사람이랑 만나는 게 그 증거가 아닌가?"

"아..."

안예지는 가슴이 아팠다.

"아니야!"

"연기 좀 그만해."

구의범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모자를 꾹 눌러 쓰며 자신의 눈빛을 가렸다.

"네 마음이 그냥 이 정도밖에 안됬던 거였어."

구의범은 몸을 돌려 멀어졌다. 안예지는 그의 뒤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럼 넌? 넌 나를 좋아하기나 했어?"

구의범은 계단 아래에 멈춰서서 가만히 있었다.

안예지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네가 만약 나를 진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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