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그녀와 김신걸, 그리고 세 아이가 이곳에서 연을 날린 적이 있는 것 같았다.왜 여기에서 연을 날렸지?놀러 왔었나?이따금 떠오르는 기억 조각은 아름답고 조화로웠다.하지만 왠지 그녀는 항상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때 김신걸은 윤설의 약혼자였나?그녀는 알 수 없었다…….원유희는 정원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자 위층으로 돌아갔다.열쇠로 문 열고 둘러봤는데 지난번에 청소한 덕에 더럽지 않았다.발코니로 가서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5층까지 계단으로 다니는 곳이었다.자신의 이전 생활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혼자서 아이 셋을 데리고 생활하는데 어떻게 쉬울 수 있었겠는가.원유희는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또 김신걸이 생각났다.‘지금 바쁘게 보내고 있는 걸까? 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원유희는 휴대전화를 쥐고 망설이며, 이리저리 생각했다. 그녀는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동네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고, 그에게 언제 끝나냐고 묻고 나서 회사에 가면 그녀를 볼 수 없을 거라 말하고 싶었다…….그녀는 전화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생각해 뒀다…….전화를 걸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연결음이 세 번 울리고 전화를 받자, 원유희가 황급히 물었다.“밥 먹었어?”“먹고 있는데 넌 다 먹었어?”“어, 먹었어. 그럼 먹고 있어, 난 별일 없어…….”원유희는 그가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로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와 몇 마디 더 하고 싶었다.“너 다 먹고나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설의 목소리가 들렸다.‘신걸 씨, 음식이 다 나왔어요. 와서 먹어요.’원유희는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지금 윤설과 함께 있다…….“가서 먹어, 전화 끊을게.”“돌아갈 거야?”김신걸이 물었다.“그래, 그럴지도, 끊자.”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떨고 있었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김신걸은 통화를 마치고 돌아서서 검은 눈동자로 차갑게 윤설
“나 기억 안 나지? 잘 들어. 난 윤설의 엄마이자 신걸의 장모야. 알았니?”‘정말 원수였구나…….’“기억나지 않는 이상 너 네 엄마도 유명한 세컨드였던걸 모르겠지?”장미선은 원유희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옛날의 일들을 가지고 그녀를 모욕했다. “그래서 너란 천한ㄴ 을 낳은 거야!”“우리 엄마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뭐?”장미선은 비웃으며 말했다.“설마 네 엄마가 신걸부모의 결혼을 망쳤다는 걸 아직도 몰랐단 말이야?”원유희는 손예인에게 이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결국 네 엄마가 비참하게 죽었어 세컨드 됐기 때문에.”장미선이 말했다.“그리고 너도 신걸에게 버림받고 비참하게 죽을 거야!”원유희는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세컨드일까? 김신걸과 윤설을 갈라놓고……“네가 몰래 신걸의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신걸이 너랑 결혼할 수 있겠냐? 너 같은 꽃뱀한테 관심 갖지 않았을 거야!”장미선이 했던 말은 듣기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네가 뭔데 우리 딸을 건드려? 신걸이 정말 불쌍해. 너 같은 재수없는 여자에 시달려서. 네가 기억을 잃었을 때 얼마나 염치가 없었는지 알아? 진짜 재수없어!”원유희는 거의 서 있을 수 없었다.‘내가 이런 사람이었을까?’‘내가 세컨드일까?’‘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경고하는데 당장 신걸과 이혼하고 꺼져!”장미선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이혼…….”원유희는 중얼거렸다.생각만 해도 마음이 괴로웠다.“네가 우리 딸과 비할 수 없지만, 꽃뱀이니까 여전히 남자 꼬실 수 있어. 신걸한테 징그럽게 굴지 말고.”장미선은 조롱했다.“근데…… 제가 아이가 있어서 이혼할 수 없어요. 저 이혼 못해요…….”원유희는 원하지 않았다.만약 김신걸이랑 헤어지면,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랐다.원유희는 무너질 것이었다…….“또 핑계를 대. 여기서 아이가 왜 나와? 이유 좀 바꿀 수 없나? 나 진짜 토할 것 같아!”장미선은 원유희에게 침을 뱉었으며 그녀가 미처 피하지 못했다.장미
원유희는 여기가 자기 집이든 아니든 고려하지 않고 도망가려고 할 뿐이었다.‘그녀는 왜 칼까지 꺼냈지? 더 늦으면 나를 죽이려는 거야?’원유희는 계단에 급하게 내려가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가드레일을 꽉 잡은 덕분에 굴러가지 않았다.3층에 도착했을 때 원유희는 다리가 나른해져서 걸을 수가 없었다.원유희는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벽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진짜 무섭다!’원유희는 윤설의 어머니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그런데 원유희는 정말 그런 사람일까?원유희는 그런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아래로 걷다가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놀란 가슴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원유희는 온몸이 나른해져 계단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장미선이 쫓아오는 줄 알고 급히 아래층으로 뛰어갔다.2층으로 뛰어갔을 때, 원유희는 사람들이 다 밖으로 뛰어나가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았다.“아이구, 누가 떨어졌네!”“어디에서 떨어져? 설마 죽는 거 아니겠지?“큰 소리가 났는데 느낌이 안 좋네요!”구경하는 것은 역시 사람의 천성이었다.이 시간은 젊은이들은 모두 출근하고 여기는 거의 노인들이었다.2층의 사람이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구경을 할 뿐만 아니라 3층의 사람도 아래로 뛰어갔다.“아까 위층에서 누가 싸우는 것 같은데?”“그렇지. 나는 4층에 살아, 잘 들려, 싸운 소리가 5층에서 나왔어.”“부부인가요?”“5층에 사람이 없는데? 설마 최근에 이사 온 부부가 싸우고 아내가 아예 뛰어내리는 건 아니겠지?”“아마 그럴걸?”‘5층?’원유희는 멍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잘못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5층에서는 확실히 큰 소리 있었지만 부부도 아니고 떨어진 사람도 윤설의 어머니가 아닐 거야.’원유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많은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를 들었다.경찰에 빨리 신고하라는 사람도 있었다.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원유희는 안의 장면을 볼 수 없어서 그녀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그냥 떠나면 된다고 생각했
사람들이 다 이쪽으로 와서 원유희를 돌아싸고 마침 한 공간이 드러났다. 원유희는 바닥에 엎드려 등에 칼을 꽂아 얼굴이 이쪽을 향하고 눈이 크게 뜨이고 내장이 튀어 있는 장미선을 보았다. “아!”원유희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입을 막았다.‘어떻게…….’원유희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예쁘게 생겼는데 마음이 이렇게 독한 줄 몰랐네!”“그래서 인심을 헤아리기 어렵다니까!”원유희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서둘러 설명했다.“저 아니에요. 제가 죽인거 아니에요!”“뭔 소리야? 너희들이 싸운거 누가 봤거든!”“아가씨, 감옥에세 죽지 않도록 경찰이 오면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좋을 거같은데!”“안타깝네. 이렇게 잘 생겼는데 살인범이라니!”……원유희는 그들이 씌우는 것을 듣고 놀라서 더 이상 여기에 머물지 못하고 물래 떠나고 싶었다.“어딜 도망가? 사람을 죽였으니 자수해야지!”“그니까. 사람을 죽였으면 자수해야 돼. 네가 도망가도 잡혀 달할거야!”“저 아니에요. 제가 죽인거 아니에요…….”원유희는 간청하게 말했다.“제발 보내줘.집에 가게 해주세요…….”그러나 원유희는 아무리 부탁해도 그들은 여전히 원유희를 경찰이 올 때까지가지 못하게 막았다.경찰은 즉시 경계선을 당겨 피해자를 살폈다.경찰이 심문하기 전에 사람들은 원유희를 지목했다.“그녀가 죽였어. 이 사람은 살인자야. 그녀는 도망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막혔어.”맞은편 할머니가 말했다.“그래. 그들은 정말 심하게 싸웠어! 그리고 그 아줌마가 위에서 떨어졌어! 아이구, 정말 무서워!”지목된 원유희는 얼굴이 창백해 순식간에 놀라 기절할 것 같았다.경찰이 다가오자 원유희는 손을 흔들며 부인했다.“제가 죽인 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원봉은 그녀를 훑어보았는데 옷차림이 간단해 보이지만 품격이 아주 좋았다.무엇보다 당황한 표정과 눈빛이 반짝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이름이 뭐에요? 피해자와 무슨 관계입니까?”원봉이 물었다.“저…… 저는 원유희라고 합니다.
“원유희 씨, 당신을 살인 사건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원봉이 말했다.원유희의 심장은 거의 멈추었다.“저…… 저 아니에요…….”“그거야 심문해봐야 알죠. 데려가.”원봉이 동료들에게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말했다.원유희는 경찰서로 끌려갔다.그녀는 취조실에 앉아 방금 만났던 경찰하고 기록원과 마주하고 있었다.원유희는 자신이 앉은 곳을 바라보며 마치 잠긴 범인인 것 같았다.“원유희 씨 당신은 5층에 산다고 들었습니다.”원봉이 말했다.“당신과 피해자는 어떤 관계입니까?”원유희는 눈물을 머금며 너무 긴장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감옥에 갈 까봐 무서워했다……“원유희 씨,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묻는 대로 대답해 주세요.”원봉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소할 예정입니다!”마치 지금 단지 형식적인 심문인 것 같았다.“안돼요! 저…… 제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어요. 그 여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 여자가 찾아와서 자기가 윤설의 엄마라고 말했고, 나보고 내 남편을 윤설에게 돌려주라고 했어요.”“당신은 싫다고 해서 피해자를 죽였어요.”원봉이 말했다.“그런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제 방에 있는 물건을 다 부쉈다고요. 제가 무서워서 그냥…… 도망갔고 거의 3층에 도착했을 때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다 아래로 뛰어가는 걸 보고 나서 알았어요. 누가 떨어졌다고…… 전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원유희가 말했다.“그 집이 비운 지 오래 됐다는 걸 들었는데, 맞죠?”원봉이 물었다.“예.”“혹시 당신이 피해자한테 만나자고 했어요?”“아니요.”“그럼 그 곳에 가서 뭐 하세요? 우리 수사관이 올라가서 검사했는데, 안에 먼지가 별로 없어 누가 청소한 것 같던데요?”“예, 제가 며칠 전에 청소하러 갔었어요.”“살인 준비 하려고요?”“아니에요!”원유희는 급히 부인했다.“제가 기억을 잃었서 다시 찾으려고 거기에 갔어요. 혹시나 해서 기억나는 거 있을지…… 저는 윤설의 어
원봉의 상사가 바로 와서 그를 막았다.“그만해…….”원봉은 여전히 그대로 말했다.“미안합니다. 저는 법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게 조사할 겁니다.”김신걸은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당신 원봉이라고 했죠?”원봉은 이 사람의 강한 기운을 느끼며 여전히 당당했다.“네. 김선생님이 이 사건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피해자의 이름은 장미선인데 당신과 그녀의 딸이 서로 친하다고 해서 잘 조사하는 거 더 낫지 않을까요?”“간섭하다고요?”김신걸은 몸을 돌려 원유희를 향해 걸어갔고 그녀 곁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나도 장미선이 도대체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 알고 싶어요.”원유희는 김신걸의 옆얼굴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처음에 김신걸을 봐서 아까처럼 무섭지 않았는데 그 사람의 마지막 말을 듣고 그다지 확실하지 않았다.“김선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원봉이 말했다.“그냥 하라고요.”김신걸이 냉시하며 말했다.원봉의 상사는 화가 나서 기절할 뻔 하고 원봉을 밀치고 목소리를 낮추었으며 말했다.“빨리 해, 귀찮하게 굴지 말고!”원봉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심문했으며 어쩌면 김신걸은 덮어줄 수 없게 할지도 몰랐다고 생각했다.“예전에 당신과 장미선의 관계는 어땠습니까?”원봉은 앉아서 물었다.관계가 어떨까? 원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는 김신걸을 바라보았다.“괜찮아.”김신걸은 그녀를 위로했다.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저는 기억을 잃어서 몰랐어요…….”“당신들이 싸운 걸 보니 관계가 좋지 않을뿐만 아니라 거의 원수인데 왠지 아세요?”원봉이 또 물었다.원유희는 알고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그녀의 곁에 있었다.“형사님, 기억을 잃었다고 말했는데, 못 알아들어요?”김신걸은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차가웠다.원봉은 짜증을 참으면서 심문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다른 형사가 서류를 가지고 들어와 원봉에게 건네었다.“이건 검증 결과입니다.”원봉은 서류를 보고 엄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듣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윤설의 엄마가 죽고 내가 용의자가 되었는데 과연 날 가만둘 수 있을까?’불안한 원유희는 김신걸의 팔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떨었다.“가지 마, 날 혼자 여기에 두지 마. 무섭단 말이야…….”김신걸은 원유희의 작은 손을 쥐고 말했다.“괜찮아, 밖에 조금 있다가 올 거야.”“가지 마…….”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안 가. 그리고 오늘 널 꼭 데리고 떠날 거야.”김신걸의 묵직한 한마디는 취조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귀에 들어갔다. 원유희의 창백한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김신걸은 입을 열었다.“착하지, 말 들어, 곧 올 거야.”‘말 들어’ 라는 한 마디는 마치 무슨 징크스처럼 원유희의 심장을 단번에 찔렀다. 그러다가 김신걸을 잡고 있던 손이 풀어지고 원유희는 김신걸의 옷이라도 잡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손은 이미 뻣뻣해져서 손가락을 필 수조차 없게 되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취조실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유일한 희망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한순간에 어둠 속에 홀로 남기게 되었다.‘다시 돌아올까? 왜 윤설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나갔을까? 난 그냥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원유희를 찾아야겠어! 원유희 어딨어! 당장 만날 거야…….”밖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던 윤설은 안에서 걸어 나온 김신걸을 보자 급히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다.“신걸 씨, 우리 엄마가 죽었어, 원유희가 죽였다고. 제발 도와줘!”“유희가 죽인 게 아니야.”“아니라고?”윤설이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이미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음을 뜻한다.“목격자가 있다잖아. 흉기에 원유희 지문까지 있다잖아. 신걸 씨, 쟤랑 결혼했다고 이렇게 편들면 안 되지! 우리 십몇년지기 우정을 봐서라도, 내가 한때 자기 약혼녀라는 거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되지…….”“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 조사가 끝나면 소식 전해줄게.”김신걸은 이 말만 남기고 뒤돌아서서 취조실로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자 윤설은 다
원유희는 겁을 먹고 김신걸의 손을 꼭 잡았다.“나 여기에 있기 싫어. 김신걸, 날 믿어 줘. 나 정말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정말이야…….”“알아.”“날 데리고 가, 나 여기에 싫단 말이야. 김신걸…….”“하룻밤만, 내가 다 처리해 줄게. 겁낼 필요 없어, 응?”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뚝뚝 흘렸으며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원봉이 들어와 재촉했다.“원유희 씨, 저희랑 함께 가시죠.”“싫어……김신걸, 나 가기 싫어…….”원유희는 울었다.“말 들어, 여기에 있어도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왜 자꾸 말 들으라고 하는 건데, 말 들어야만 날 버리지 않을 거야?’원유희의 촉촉해진 눈초리는 아래로 향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일어나 원봉을 따라 취조실에서 나갔다.밖에 나가자 문 앞에 서서 흉악한 눈빛으로 자기를 쏘아죽일 것만 같은 윤설을 보게 되었다.원유희의 가슴은 아파 났고 숨쉬기 어려웠다.‘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어떻게 윤설이 나타나자마자 말을 바꾸고 날 이대로 버릴 수가 있어? 안 죽였다니까…….’원유희는 유치장에 갇혔고 뒤의 철문은 쾅 소리를 내며 닫히자 원유희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뒤돌아서 보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경찰만 보였고 김신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엄마를 잃은 윤설을 위로하러 갔겠지…….’원유희는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는데,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다시 일어섰다.‘어떡하지? 정말 여기서 하룻밤 자야 되는 걸까?’그곳은 아주 조용했는바 간혹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인기척을 들을 때마다 원유희는 김신걸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문 쪽에 달아가 확인했다.하지만 매번 실망하곤 다시 돌아갔다. 자꾸 실망을 하자 원유희는 차라리 기대를 품지 않았고 몸을 웅크린 채로 침대에 누웠다. 불안하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자세였다.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철문 사이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흐르면 흘러갈 수록 원유희는 감히 자지 못하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