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녀가 이혼한다면, 외롭게 혼자 남을 것이다.회사가 있지만 자기기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김신걸의 권세는 한 남자 스타보다 더 큰데, 그녀가 그를 떠나서 남는 게 뭐가 있겠는가?아이를 떠나고 김신걸을 떠날 생각을 하니 그녀는 마음이 쓰라려 견딜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척 김신걸과 아이와 함께 이렇게 화목한 가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걸까?원유희는 사무실로 돌아와 진영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내 모든 자산을 확인해 줄 수 있어요?”“그건 조사할 필요가 없이 제가 잘 알고 있어요. 예전에 윤회장님께서 유언장을 작성했을 때,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거든요. 이따 정리해서 가져다 드릴게요.”몇 분 후에 진영이 서류를 들고 나타났다.모두 원유희 명의로 된 자산으로서 부동산도 포함했다.원유희는 줄곧 자신의 기억상실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김신걸 주위를 맴돌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아는 것이 매우 적었다.자신의 자산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기억의 조각들을 회복할 수 있을까?오전에 원유희는그 동네에 있는 집 번호를 찾아갔다.그녀는 자신이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전문 센터에 연락해 시켜 문을 열게 했다.집에 들어서자 방안이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가구에 먼지가 묻어 있었다.원유희는 캐비닛에서 수건을 찾아 탁자 위의 먼지를 닦았다.곧 그녀는 세쌍둥이가 쓰던 물건과 장난감을 캐비닛, 서랍 등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귀국 후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생활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김신걸은 아이들을 이런 작은 곳에서 살게 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청소를 마친 후, 원유희는 구석구석까지 만져보았지만, 여기와 관련된 사소한 것들이 생각나지 않았다.그 후, 그녀는 아버지가 그녀에게 준 아파트로 다시 찾아갔다.여전히 청소하는 사람이 없고, 안에는 물건이 정연하게 있었다.그녀의 물건이 없는걸 보아하니 그녀는
어쩐지…… 그녀와 김신걸, 그리고 세 아이가 이곳에서 연을 날린 적이 있는 것 같았다.왜 여기에서 연을 날렸지?놀러 왔었나?이따금 떠오르는 기억 조각은 아름답고 조화로웠다.하지만 왠지 그녀는 항상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때 김신걸은 윤설의 약혼자였나?그녀는 알 수 없었다…….원유희는 정원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자 위층으로 돌아갔다.열쇠로 문 열고 둘러봤는데 지난번에 청소한 덕에 더럽지 않았다.발코니로 가서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5층까지 계단으로 다니는 곳이었다.자신의 이전 생활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혼자서 아이 셋을 데리고 생활하는데 어떻게 쉬울 수 있었겠는가.원유희는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또 김신걸이 생각났다.‘지금 바쁘게 보내고 있는 걸까? 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원유희는 휴대전화를 쥐고 망설이며, 이리저리 생각했다. 그녀는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동네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고, 그에게 언제 끝나냐고 묻고 나서 회사에 가면 그녀를 볼 수 없을 거라 말하고 싶었다…….그녀는 전화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생각해 뒀다…….전화를 걸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연결음이 세 번 울리고 전화를 받자, 원유희가 황급히 물었다.“밥 먹었어?”“먹고 있는데 넌 다 먹었어?”“어, 먹었어. 그럼 먹고 있어, 난 별일 없어…….”원유희는 그가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로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와 몇 마디 더 하고 싶었다.“너 다 먹고나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설의 목소리가 들렸다.‘신걸 씨, 음식이 다 나왔어요. 와서 먹어요.’원유희는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지금 윤설과 함께 있다…….“가서 먹어, 전화 끊을게.”“돌아갈 거야?”김신걸이 물었다.“그래, 그럴지도, 끊자.”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떨고 있었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김신걸은 통화를 마치고 돌아서서 검은 눈동자로 차갑게 윤설
“나 기억 안 나지? 잘 들어. 난 윤설의 엄마이자 신걸의 장모야. 알았니?”‘정말 원수였구나…….’“기억나지 않는 이상 너 네 엄마도 유명한 세컨드였던걸 모르겠지?”장미선은 원유희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옛날의 일들을 가지고 그녀를 모욕했다. “그래서 너란 천한ㄴ 을 낳은 거야!”“우리 엄마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뭐?”장미선은 비웃으며 말했다.“설마 네 엄마가 신걸부모의 결혼을 망쳤다는 걸 아직도 몰랐단 말이야?”원유희는 손예인에게 이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결국 네 엄마가 비참하게 죽었어 세컨드 됐기 때문에.”장미선이 말했다.“그리고 너도 신걸에게 버림받고 비참하게 죽을 거야!”원유희는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세컨드일까? 김신걸과 윤설을 갈라놓고……“네가 몰래 신걸의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신걸이 너랑 결혼할 수 있겠냐? 너 같은 꽃뱀한테 관심 갖지 않았을 거야!”장미선이 했던 말은 듣기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네가 뭔데 우리 딸을 건드려? 신걸이 정말 불쌍해. 너 같은 재수없는 여자에 시달려서. 네가 기억을 잃었을 때 얼마나 염치가 없었는지 알아? 진짜 재수없어!”원유희는 거의 서 있을 수 없었다.‘내가 이런 사람이었을까?’‘내가 세컨드일까?’‘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경고하는데 당장 신걸과 이혼하고 꺼져!”장미선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이혼…….”원유희는 중얼거렸다.생각만 해도 마음이 괴로웠다.“네가 우리 딸과 비할 수 없지만, 꽃뱀이니까 여전히 남자 꼬실 수 있어. 신걸한테 징그럽게 굴지 말고.”장미선은 조롱했다.“근데…… 제가 아이가 있어서 이혼할 수 없어요. 저 이혼 못해요…….”원유희는 원하지 않았다.만약 김신걸이랑 헤어지면,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랐다.원유희는 무너질 것이었다…….“또 핑계를 대. 여기서 아이가 왜 나와? 이유 좀 바꿀 수 없나? 나 진짜 토할 것 같아!”장미선은 원유희에게 침을 뱉었으며 그녀가 미처 피하지 못했다.장미
원유희는 여기가 자기 집이든 아니든 고려하지 않고 도망가려고 할 뿐이었다.‘그녀는 왜 칼까지 꺼냈지? 더 늦으면 나를 죽이려는 거야?’원유희는 계단에 급하게 내려가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가드레일을 꽉 잡은 덕분에 굴러가지 않았다.3층에 도착했을 때 원유희는 다리가 나른해져서 걸을 수가 없었다.원유희는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벽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진짜 무섭다!’원유희는 윤설의 어머니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그런데 원유희는 정말 그런 사람일까?원유희는 그런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아래로 걷다가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놀란 가슴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원유희는 온몸이 나른해져 계단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장미선이 쫓아오는 줄 알고 급히 아래층으로 뛰어갔다.2층으로 뛰어갔을 때, 원유희는 사람들이 다 밖으로 뛰어나가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았다.“아이구, 누가 떨어졌네!”“어디에서 떨어져? 설마 죽는 거 아니겠지?“큰 소리가 났는데 느낌이 안 좋네요!”구경하는 것은 역시 사람의 천성이었다.이 시간은 젊은이들은 모두 출근하고 여기는 거의 노인들이었다.2층의 사람이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구경을 할 뿐만 아니라 3층의 사람도 아래로 뛰어갔다.“아까 위층에서 누가 싸우는 것 같은데?”“그렇지. 나는 4층에 살아, 잘 들려, 싸운 소리가 5층에서 나왔어.”“부부인가요?”“5층에 사람이 없는데? 설마 최근에 이사 온 부부가 싸우고 아내가 아예 뛰어내리는 건 아니겠지?”“아마 그럴걸?”‘5층?’원유희는 멍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잘못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5층에서는 확실히 큰 소리 있었지만 부부도 아니고 떨어진 사람도 윤설의 어머니가 아닐 거야.’원유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많은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를 들었다.경찰에 빨리 신고하라는 사람도 있었다.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원유희는 안의 장면을 볼 수 없어서 그녀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그냥 떠나면 된다고 생각했
사람들이 다 이쪽으로 와서 원유희를 돌아싸고 마침 한 공간이 드러났다. 원유희는 바닥에 엎드려 등에 칼을 꽂아 얼굴이 이쪽을 향하고 눈이 크게 뜨이고 내장이 튀어 있는 장미선을 보았다. “아!”원유희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입을 막았다.‘어떻게…….’원유희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예쁘게 생겼는데 마음이 이렇게 독한 줄 몰랐네!”“그래서 인심을 헤아리기 어렵다니까!”원유희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서둘러 설명했다.“저 아니에요. 제가 죽인거 아니에요!”“뭔 소리야? 너희들이 싸운거 누가 봤거든!”“아가씨, 감옥에세 죽지 않도록 경찰이 오면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좋을 거같은데!”“안타깝네. 이렇게 잘 생겼는데 살인범이라니!”……원유희는 그들이 씌우는 것을 듣고 놀라서 더 이상 여기에 머물지 못하고 물래 떠나고 싶었다.“어딜 도망가? 사람을 죽였으니 자수해야지!”“그니까. 사람을 죽였으면 자수해야 돼. 네가 도망가도 잡혀 달할거야!”“저 아니에요. 제가 죽인거 아니에요…….”원유희는 간청하게 말했다.“제발 보내줘.집에 가게 해주세요…….”그러나 원유희는 아무리 부탁해도 그들은 여전히 원유희를 경찰이 올 때까지가지 못하게 막았다.경찰은 즉시 경계선을 당겨 피해자를 살폈다.경찰이 심문하기 전에 사람들은 원유희를 지목했다.“그녀가 죽였어. 이 사람은 살인자야. 그녀는 도망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막혔어.”맞은편 할머니가 말했다.“그래. 그들은 정말 심하게 싸웠어! 그리고 그 아줌마가 위에서 떨어졌어! 아이구, 정말 무서워!”지목된 원유희는 얼굴이 창백해 순식간에 놀라 기절할 것 같았다.경찰이 다가오자 원유희는 손을 흔들며 부인했다.“제가 죽인 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원봉은 그녀를 훑어보았는데 옷차림이 간단해 보이지만 품격이 아주 좋았다.무엇보다 당황한 표정과 눈빛이 반짝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이름이 뭐에요? 피해자와 무슨 관계입니까?”원봉이 물었다.“저…… 저는 원유희라고 합니다.
“원유희 씨, 당신을 살인 사건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원봉이 말했다.원유희의 심장은 거의 멈추었다.“저…… 저 아니에요…….”“그거야 심문해봐야 알죠. 데려가.”원봉이 동료들에게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말했다.원유희는 경찰서로 끌려갔다.그녀는 취조실에 앉아 방금 만났던 경찰하고 기록원과 마주하고 있었다.원유희는 자신이 앉은 곳을 바라보며 마치 잠긴 범인인 것 같았다.“원유희 씨 당신은 5층에 산다고 들었습니다.”원봉이 말했다.“당신과 피해자는 어떤 관계입니까?”원유희는 눈물을 머금며 너무 긴장돼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감옥에 갈 까봐 무서워했다……“원유희 씨,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묻는 대로 대답해 주세요.”원봉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소할 예정입니다!”마치 지금 단지 형식적인 심문인 것 같았다.“안돼요! 저…… 제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어요. 그 여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 여자가 찾아와서 자기가 윤설의 엄마라고 말했고, 나보고 내 남편을 윤설에게 돌려주라고 했어요.”“당신은 싫다고 해서 피해자를 죽였어요.”원봉이 말했다.“그런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제 방에 있는 물건을 다 부쉈다고요. 제가 무서워서 그냥…… 도망갔고 거의 3층에 도착했을 때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다 아래로 뛰어가는 걸 보고 나서 알았어요. 누가 떨어졌다고…… 전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원유희가 말했다.“그 집이 비운 지 오래 됐다는 걸 들었는데, 맞죠?”원봉이 물었다.“예.”“혹시 당신이 피해자한테 만나자고 했어요?”“아니요.”“그럼 그 곳에 가서 뭐 하세요? 우리 수사관이 올라가서 검사했는데, 안에 먼지가 별로 없어 누가 청소한 것 같던데요?”“예, 제가 며칠 전에 청소하러 갔었어요.”“살인 준비 하려고요?”“아니에요!”원유희는 급히 부인했다.“제가 기억을 잃었서 다시 찾으려고 거기에 갔어요. 혹시나 해서 기억나는 거 있을지…… 저는 윤설의 어
원봉의 상사가 바로 와서 그를 막았다.“그만해…….”원봉은 여전히 그대로 말했다.“미안합니다. 저는 법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게 조사할 겁니다.”김신걸은 화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당신 원봉이라고 했죠?”원봉은 이 사람의 강한 기운을 느끼며 여전히 당당했다.“네. 김선생님이 이 사건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피해자의 이름은 장미선인데 당신과 그녀의 딸이 서로 친하다고 해서 잘 조사하는 거 더 낫지 않을까요?”“간섭하다고요?”김신걸은 몸을 돌려 원유희를 향해 걸어갔고 그녀 곁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나도 장미선이 도대체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 알고 싶어요.”원유희는 김신걸의 옆얼굴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처음에 김신걸을 봐서 아까처럼 무섭지 않았는데 그 사람의 마지막 말을 듣고 그다지 확실하지 않았다.“김선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원봉이 말했다.“그냥 하라고요.”김신걸이 냉시하며 말했다.원봉의 상사는 화가 나서 기절할 뻔 하고 원봉을 밀치고 목소리를 낮추었으며 말했다.“빨리 해, 귀찮하게 굴지 말고!”원봉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심문했으며 어쩌면 김신걸은 덮어줄 수 없게 할지도 몰랐다고 생각했다.“예전에 당신과 장미선의 관계는 어땠습니까?”원봉은 앉아서 물었다.관계가 어떨까? 원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는 김신걸을 바라보았다.“괜찮아.”김신걸은 그녀를 위로했다.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저는 기억을 잃어서 몰랐어요…….”“당신들이 싸운 걸 보니 관계가 좋지 않을뿐만 아니라 거의 원수인데 왠지 아세요?”원봉이 또 물었다.원유희는 알고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그녀의 곁에 있었다.“형사님, 기억을 잃었다고 말했는데, 못 알아들어요?”김신걸은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차가웠다.원봉은 짜증을 참으면서 심문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다른 형사가 서류를 가지고 들어와 원봉에게 건네었다.“이건 검증 결과입니다.”원봉은 서류를 보고 엄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듣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윤설의 엄마가 죽고 내가 용의자가 되었는데 과연 날 가만둘 수 있을까?’불안한 원유희는 김신걸의 팔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떨었다.“가지 마, 날 혼자 여기에 두지 마. 무섭단 말이야…….”김신걸은 원유희의 작은 손을 쥐고 말했다.“괜찮아, 밖에 조금 있다가 올 거야.”“가지 마…….”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안 가. 그리고 오늘 널 꼭 데리고 떠날 거야.”김신걸의 묵직한 한마디는 취조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귀에 들어갔다. 원유희의 창백한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김신걸은 입을 열었다.“착하지, 말 들어, 곧 올 거야.”‘말 들어’ 라는 한 마디는 마치 무슨 징크스처럼 원유희의 심장을 단번에 찔렀다. 그러다가 김신걸을 잡고 있던 손이 풀어지고 원유희는 김신걸의 옷이라도 잡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손은 이미 뻣뻣해져서 손가락을 필 수조차 없게 되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취조실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유일한 희망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한순간에 어둠 속에 홀로 남기게 되었다.‘다시 돌아올까? 왜 윤설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나갔을까? 난 그냥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원유희를 찾아야겠어! 원유희 어딨어! 당장 만날 거야…….”밖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던 윤설은 안에서 걸어 나온 김신걸을 보자 급히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다.“신걸 씨, 우리 엄마가 죽었어, 원유희가 죽였다고. 제발 도와줘!”“유희가 죽인 게 아니야.”“아니라고?”윤설이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이미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음을 뜻한다.“목격자가 있다잖아. 흉기에 원유희 지문까지 있다잖아. 신걸 씨, 쟤랑 결혼했다고 이렇게 편들면 안 되지! 우리 십몇년지기 우정을 봐서라도, 내가 한때 자기 약혼녀라는 거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되지…….”“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 조사가 끝나면 소식 전해줄게.”김신걸은 이 말만 남기고 뒤돌아서서 취조실로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자 윤설은 다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