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위로 돌려 흰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았다. 더더욱 원유희 스타일이 아니었다.원유희는 줄곤 깔끔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해서 액세서리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반지를 약지에 꼈는데 뭘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놔요!”원유희는 힘껏 뿌리쳤다.“누구시죠? 왜 제 사무실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죠?”김명화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원유희의 눈빛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날 몰라?”원유희는 순간 멍해졌고 곧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니면 이렇게 함부로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교통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어요. 혹시 제……친구인가요?”원유희는 떠보며 물었다.‘근데 무슨 친구가 이렇게 매너가 없어?’김명화는 원유희가 기억을 잃을거라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머리를 다쳐서 그런가 싶었다.김명화가 원유희 앞으로 걸어가자 원유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사무실 문을 바라보았다. 사람을 부를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았다.“손으로 계속 가리는 게 힘들지도 않아? 내가 보면 뭐 어떻다고.”김명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아니나 다를까 팔을 계속 들고 있어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원유희는 잠깐 고민하더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손을 내렸다. 어차피 흉터도 다 본 마당에 이렇게 가리는 건 의미가 없었다.김명화는 그 흉터를 보자 가슴이 아파 났다.“아직도 아파?”원유희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아직 누군지 안 알려줬잖아?’“김신걸이 네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틈을 타서 이렇게 너를 속였어?”김명화가 물었다.“시계 팔찌, 걔 예전에 널 위해 돈 한 푼도 안 썼는데 웬일로 이런대? 반지는 또 무슨 상황이야? 걔 너랑 뭐라고 얘기했어?”“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난 그쪽이 누군지도 모른다고요.”“김명화야, 김신걸 사촌 동생. 어릴 때 네가 김신걸 집에 있을 때 걔 괴롭힘을 받았는데 내가 널 도와줬어. 작은오빠라고 부르면 돼.”원유희는 순간 멍해졌다.‘그러니까 친구가 아니고 오빠라고
“교통사고요? 그냥 길을 건널 때 조심하지 않아서…….”원유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명화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아니야! 네가 김신걸 곁에서 도망치려다가 생긴 거야. 김신걸은 네 트라우마였고 넌 걔 곁에서 계속 도망치고 싶었어!”김명화는 너무 절박해서 하마터면 고함을 지를 뻔했다.‘어떻게 김신걸의 얘기를 믿을 수 있어?’원유희는 분노를 꾹 참고 있는 김명화를 보면서 어리둥절했다.‘뭐라는 거야? 내 트라우마라고? 그럴 리가?’그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기억은 그녀와 아이들이 김신걸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그런 사람이 내 트라우마라니?’“유희야, 날 믿…….”김명화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닫혔던 사무실 문이 다시 예고 없이 열렸다.김신걸은 한 손으로 문을 열고 음산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올 줄은 몰랐는데, 두 사람은 별로 사이가 좋은 것 같지 않았다.‘사촌 형제라더니…….’김명화는 김신걸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김신걸, 이 나쁜 놈!’쾅-!김신걸의 얼굴을 때리지 못하고 옆에 있던 의자를 때리게 되었다. 화가 난 김명화는 의자를 뻥- 차버렸다.놀란 원유희는 의자가 굴러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죽어!”김명화는 소리를 지르며 김신걸에게 달려들었다. 김신걸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이었고 싸우면 피를 보는 사람이었다. 어차피 화난 마당에 그는 김명화랑 주먹 다툼을 하기 시작했다.주먹에 맞는 사람은 원유희가 아니었지만 원유희는 보기만 해도 몸이 아파 났다.사무실 안은 그녀의 테이블 주위만 안전했고 다른 곳은 이미 다 엉망진창이 되었다.경호원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김신걸에게 쫓겨났다.급해 난 원유희는 발을 동동 굴렀다.“싸우지 마! 싸우지 마! 김신걸!”김신걸은 마지막으로 김명화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매섭게 날렸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김명화는 온몸이 테이블 위에 넘어졌다.원유희는 바닥에 넘어진 김명화가 몸부림치더니 입가 피가 흐르는
롤스로이스에 오르자 차는 주차장을 떠나 도로로 올라갔다.“피 났어?”원유희는 김신걸의 손등에 묻은 피를 보고 걱정했다."내 피가 아니야." 김신걸은 손을 쭉 펴고 아무런 통증도 없었다.원유희는 수건을 찾아내 그의 손등의 피를 닦아줬다. 깨끗이 닦은 후에 보니 확실히 상처가 없었다.비록 김명화가 심하게 맞았지만, 김신걸도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볼과 입가에 멍이 들어 있었다.“아파?”원유희의 손가락이 그의 볼을 가볍게 건드리며 물었다.김신걸은 원유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궁금한 거 없어?”원유희는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듯은 눈을 자기를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믿으라며?”김신걸의 눈빛이 흔들렸고 점점 더 집착하기 시작했다.“그래, 나만 믿으면 돼.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널 다치지 않게 할 사람이 나야.”“날 속였다면, 절대로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원유희는 입술을 깨물었다.김신걸은 원유희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래."김명화는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마음속에는 김신걸을 어떻게 죽일지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찼다.김명화는 원유희가 기억을 잃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왜 그래요?”라인은 들어가자마자 김명화의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것을 보고 급히 다가가 그의 얼굴을 만졌다.하지만 김명화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괜찮아!”라인은 그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 몰랐고 손등이 아파 나기 시작했다. 그녀도 원유희를 건드리는 것은 좀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무슨 일이에요? 도와드릴까요?"침착해진 김명화가 입을 열었다.“요즘 조용하게 있는 게 좋을 거야. 김명화가 지금 널 노리고 있어.”“뭐 계속 그랬잖아요? 괜찮아요, 저 그렇게 쉽게 약점 잡히지 않을 거예요.”김명화는 곁눈질로 라인을 보았다.“너 설마 나 몰래 무슨 짓을 한 거 아니야?”“아뇨, 분부한 일만 했죠.
“……세 번이요.”라인은 김명화에게 들킨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조심해, 난 경고했어.”라인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김명화의 뒷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엄청나게 언짢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행동을 아예 반대한다는 건 아니란 말이지?’라인은 김명화가 할 수 없는 일을 다 대신 해주려고 생각했다.원유희는 오전에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별일 없자 차를 타고 드래곤 그룹에 갔다. 김신걸이 있는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나가자 멀지 않은 곳에 김신걸이 있었는데 원유희를 등지고 있었고 그 앞에는 윤설이 있었다.이어서 윤설이 김신걸 품에 안기는 것을 보았다.“신걸 씨, 나 정말 아파…….”윤설은 굳어진 원유희를 보고 김신걸을 더욱 껴안았다.원유희는 가슴이 아파 났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묵묵히 몸을 돌려 떠났다.김신걸은 윤설을 밀어내고 말했다.“아프면 의사를 찾아가든가.”목적을 달성한 윤설은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신걸 씨, 우리 나가서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자기랑 부부는 될 수 없어도 친구로 남을 순 있잖아?”김신걸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시간이 없어."이 말만 남기고 사무실로 갔다.그 사이 윤설은 김신걸 약지에 있는 반지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예전에 자기랑 사귀었을 때랑 아예 딴 모습이었다.방금 원유희가 나타났을 때 윤설은 그녀의 반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가까이 있지 않아 똑똑하게 보진 못했지만 김신걸 손가락에 있는 반지랑 같은 디자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반지를 끼면 득의양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나도 결혼반지는 껴봤어!’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남편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것만 같은 원유희의 표정을 보자 윤설은 속이 시원했다.‘이런 기분이었구나.’윤설은 예전에 당한 것을 고대로 원유희에게 갚아주려고 마음먹었다.원유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차에 올라 드래곤 그룹을 떠났다. 그녀는 차창 가에 앉아
“회사 식당.”“회사 식당이 어떻게 생겼던지 다 까먹었네요. 같이 밥 드시겠어요?”고선덕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오늘 김 선생님께서 안 오시나?’시계를 보니 확실히 평상시에 오시는 시간보다 좀 늦긴 했다. 아마도 일이 있으신 모양이다.“갑시다. 여태까지 원 사장님과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고선덕이 얘기했다.매번 김신걸과 같이 밥 먹으러 갔다가 어전원에 돌아가고는 했었다.그런데 회사 식당은 기억을 잃은 후에는 처음으로 와본다,식당은 뷔페 형식으로 차려졌는데 고기도 있고 야채도 있고 음식이 아주 잘 준비되어 있었다.“오늘은 해산물도 있네요. 원 사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고선덕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들이 해산물을 집는 것을 보고 자기도 따라서 집었다. 확실히 보기에 아주 맛있어 보였다.문득 떠오른 것이 기억을 잃고 나서 김신걸과 해산물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먹을 반찬들을 다 집은 후, 자리를 찾아 앉았다.오영희는 여자 비서와 함께 앉았고 고선덕은 원유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원 사장님 오후에는 돌아가십니까?”고선덕이 물었다.“아마 안 돌아갈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나요?”“급한 일은 없는데 공장 쪽은 제가 사람을 시켜서 잘 보라고 하겠습니다. 별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판매부의 실적이 좋습니다.”고선덕은 오늘 드래건 그룹과 진행한 일이 좀 많다고 생각되어 원유의 말했다.“사장님 들어가서 쉬시고 내일 오후에 오세요.”“저는 그래도 아직 해야 할 업무가 많으니 오후에는 공장에 가보겠습니다.”원유희가 보기에 김신걸은 아마 오늘 자신을 만나러 올 시간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저녁에 어전원에 돌아가도 할 일이 없으니까 공장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그러시죠. 저도 오후에 별일이 없으니 사장님과 함께 공장에 가보겠습니다.”고선덕이 대답했다.“그래요.”원유희는 게살을 집어 들고 입 속에 넣었는데 그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를 향해 순식간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 충격을 못 이겨 테이블이 넘어질 뻔
‘그녀는 그를 믿어야만 한다. 아닌가?’믿으니까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해산물 절대 먹지 마.”김신걸은 걱정이 안 놓이는지 같은 말을 반복했다.예전에 원 유희와 김신걸이 바다에 놀러 갔을 때 원유희가 해산물을 잡고 놀다가 자신이 해산물을 못 먹는다는 사실을 까먹은 적이 있었다.지금은 그녀가 기억 상실증에 걸렸으니 기억력이 더 나빠졌을까 봐 걱정이었다.“당신도 말했잖아요. 저는 그냥 단순히 기억 상실증에 걸렸을 뿐이지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라고요.”원유희가 말했다.김신걸이 원유희를 걱정해 주자 그녀의 삐졌었던 마음은 다 가라앉고 부끄러운 듯이 웃고 있었다.김신걸은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가더니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 입맞춤을 하였다.원유희는 호흡이 가빠지며 그리고 그의 어깨에 놓여있던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옷깃을 잡았다.윤설은 점심에 집으로 돌아가서 점심밥을 먹었고 있는데 장미선은 그녀가 이틀 전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을 보고 물었다.“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윤설은 식탁 앞에 앉아 대답했다.“확실히 좋은 일이 있어요.”“원유희가 김신걸과 헤어진 거야?”장미선이 물었다.‘이것 말고는 윤설을 기쁘게 할 일이 없었다.’“제가 원유희를 상대할 방법이 떠올랐거든요. 신 걸 씨와 원 유희가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었으니 그럼 저는 불륜녀가 될래요.”윤설의 눈에는 독기가 어려있었다.“불륜녀?”장미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제가 불륜녀가 되면 원유희가 제가 전에 받았던 고통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마지막까지 그 둘이 함께 있을 수 있을지 아직 모르는 일이죠!”윤설은 이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맞는 말이긴 해. 애초에 너의 아버지도 이렇게 나에게 넘어오게 되었지. 네가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니다, 아이를 아무리 많이 낳으면 뭐 하니. 남자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지.”장미선은 이 계획을 마음에 들어 했다.“신걸씨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일에 오지랖 부리는
그녀는 자신이 김신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매번마다 느끼는 설레는 감정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원유희는 사무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걸어갔다.“원유희?”그녀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옷을 이쁘게 차려입은 여자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너 설마 나를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지? 너 차 사고 나서 기억을 잃었다고 들었어. 진짜야?”손예인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원유희의 낯설어하는 눈빛을 보고는 생각했다. ‘역시 윤설이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맞아요, 아직 회복 중이에요.”원유희가 대답했다.“아래 내려가서 뭐 좀 먹을까?”손예인이 물었다.원유희는 대답하지 않고 조금 경계하는 듯하였다.“걱정 마,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손예인은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어 원유희 쪽으로 다가갔다.“이거 봐…….”말을 다하고 손예인이라는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원유희는 핸드폰 속의 기사들을 보고 나서 눈앞의 여자가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았다.원유희는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들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아래의 카페에 가는 것을 동의했다.“너 정말 나에 대해서 하나도 기억 안 나? 조금도?”커피를 주문하고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미안해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아요. 우리는 친구예요……?”손예인은 생각했다. ‘원유희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 일이 너무 재미없어지는데……. 그럼 어떻게 윤슬을 이길 수 있지?’확실히 윤슬이 자기 보고 와서 보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손예인은 원유희의 손목에 있는 시계와 팔찌 그리고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세 가지를 합하면 수억이 되겠지!’윤슬이 말하길 원유희가 차 사고 나서 기억을 잃고 유산까지 해서 김신걸이 비싼 악세사리들을 사준 것이라고 그리고 가짜 결혼 증명서도 만들었다고.‘원유희를 속이는 게 이렇게 쉽다고? 윤슬은 어떻게 저렇게 잔꾀가 많은 거지?’원유희는 윤슬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친구가 아니면 너를 찾아올 일이 없
“윤슬이 너무 불쌍하네. 걔는 김신걸과 서로 사랑했지만 결국 헤어졌어. 그런데 너도 그렇지.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붙잡아도 아무 의미가 없잖아.”손예인이 말했다.“김신걸……. 그는 나를 사랑하거든.”원유희가 대답했다.“그거는 아이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지. 아이가 없었다면 너를 보지도 않았을 거야. 생각해 봐. 너네 어머니가 김신걸 부모님의 부부 사이를 망쳤는데 절대 너를 사랑할 리가 없지. 죽을 때까지 너를 미워할걸?”손예인은 원유희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고 커피잔을 놓으며 말했다.“또 모르겠지? 김신걸의 어머니는 너의 어머니때문에 자살하셨어. 아주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원유희는 너무 놀랐다. 김신걸은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그냥 그녀의 어머니가 김신걸의 아버지와 결혼했다고만 말했었다. 그래서 김신걸과 그녀가 알게 되였다고…….‘그럼 손예진이 한 말이 사실이라고? 김신걸은 윤슬이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왜 윤슬이지?”원유희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물었다.“김신걸의 어머니가 자살하신 뒤 김신걸은 너무나 속상하고 힘들었었어. 그때 윤슬이가 계속 그의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지. 좋아할 수밖에 없지.”손예인이 말했다.“나…… 나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원유희는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었다.“내가 너에게 한 말 김신걸한테 말하지 마. 걔는 너한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거야. 아기들을 위해서 그는 네가 더 말을 잘 듣길 원하지.”원유희는 도망치듯 카페를 떠나 엘리베이터를 찾았다.손예인은 원유희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내 탓이 아니지. 그냥 네게 쓸모없어서 그렇지. 기억은 왜 잃어가지고…….”엘리베이터에 들어간 원유희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살짝 아프기까지 했다.‘진짜 이게 사실인가?’사무실에 돌아온 그녀는 쓰러지듯 소파에 앉았다.김신걸이 그녀에게 했었던 이야기와 일들을 되짚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윤슬이 원래 가져야 했던 것들을 빼앗았다.김신걸이 사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