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이요.”라인은 김명화에게 들킨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조심해, 난 경고했어.”라인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김명화의 뒷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엄청나게 언짢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행동을 아예 반대한다는 건 아니란 말이지?’라인은 김명화가 할 수 없는 일을 다 대신 해주려고 생각했다.원유희는 오전에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별일 없자 차를 타고 드래곤 그룹에 갔다. 김신걸이 있는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나가자 멀지 않은 곳에 김신걸이 있었는데 원유희를 등지고 있었고 그 앞에는 윤설이 있었다.이어서 윤설이 김신걸 품에 안기는 것을 보았다.“신걸 씨, 나 정말 아파…….”윤설은 굳어진 원유희를 보고 김신걸을 더욱 껴안았다.원유희는 가슴이 아파 났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묵묵히 몸을 돌려 떠났다.김신걸은 윤설을 밀어내고 말했다.“아프면 의사를 찾아가든가.”목적을 달성한 윤설은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신걸 씨, 우리 나가서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자기랑 부부는 될 수 없어도 친구로 남을 순 있잖아?”김신걸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시간이 없어."이 말만 남기고 사무실로 갔다.그 사이 윤설은 김신걸 약지에 있는 반지를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예전에 자기랑 사귀었을 때랑 아예 딴 모습이었다.방금 원유희가 나타났을 때 윤설은 그녀의 반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가까이 있지 않아 똑똑하게 보진 못했지만 김신걸 손가락에 있는 반지랑 같은 디자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반지를 끼면 득의양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나도 결혼반지는 껴봤어!’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남편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것만 같은 원유희의 표정을 보자 윤설은 속이 시원했다.‘이런 기분이었구나.’윤설은 예전에 당한 것을 고대로 원유희에게 갚아주려고 마음먹었다.원유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차에 올라 드래곤 그룹을 떠났다. 그녀는 차창 가에 앉아
“회사 식당.”“회사 식당이 어떻게 생겼던지 다 까먹었네요. 같이 밥 드시겠어요?”고선덕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오늘 김 선생님께서 안 오시나?’시계를 보니 확실히 평상시에 오시는 시간보다 좀 늦긴 했다. 아마도 일이 있으신 모양이다.“갑시다. 여태까지 원 사장님과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고선덕이 얘기했다.매번 김신걸과 같이 밥 먹으러 갔다가 어전원에 돌아가고는 했었다.그런데 회사 식당은 기억을 잃은 후에는 처음으로 와본다,식당은 뷔페 형식으로 차려졌는데 고기도 있고 야채도 있고 음식이 아주 잘 준비되어 있었다.“오늘은 해산물도 있네요. 원 사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고선덕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들이 해산물을 집는 것을 보고 자기도 따라서 집었다. 확실히 보기에 아주 맛있어 보였다.문득 떠오른 것이 기억을 잃고 나서 김신걸과 해산물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먹을 반찬들을 다 집은 후, 자리를 찾아 앉았다.오영희는 여자 비서와 함께 앉았고 고선덕은 원유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원 사장님 오후에는 돌아가십니까?”고선덕이 물었다.“아마 안 돌아갈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나요?”“급한 일은 없는데 공장 쪽은 제가 사람을 시켜서 잘 보라고 하겠습니다. 별일 없을 거예요. 그리고 판매부의 실적이 좋습니다.”고선덕은 오늘 드래건 그룹과 진행한 일이 좀 많다고 생각되어 원유의 말했다.“사장님 들어가서 쉬시고 내일 오후에 오세요.”“저는 그래도 아직 해야 할 업무가 많으니 오후에는 공장에 가보겠습니다.”원유희가 보기에 김신걸은 아마 오늘 자신을 만나러 올 시간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저녁에 어전원에 돌아가도 할 일이 없으니까 공장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그러시죠. 저도 오후에 별일이 없으니 사장님과 함께 공장에 가보겠습니다.”고선덕이 대답했다.“그래요.”원유희는 게살을 집어 들고 입 속에 넣었는데 그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를 향해 순식간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 충격을 못 이겨 테이블이 넘어질 뻔
‘그녀는 그를 믿어야만 한다. 아닌가?’믿으니까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해산물 절대 먹지 마.”김신걸은 걱정이 안 놓이는지 같은 말을 반복했다.예전에 원 유희와 김신걸이 바다에 놀러 갔을 때 원유희가 해산물을 잡고 놀다가 자신이 해산물을 못 먹는다는 사실을 까먹은 적이 있었다.지금은 그녀가 기억 상실증에 걸렸으니 기억력이 더 나빠졌을까 봐 걱정이었다.“당신도 말했잖아요. 저는 그냥 단순히 기억 상실증에 걸렸을 뿐이지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라고요.”원유희가 말했다.김신걸이 원유희를 걱정해 주자 그녀의 삐졌었던 마음은 다 가라앉고 부끄러운 듯이 웃고 있었다.김신걸은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가더니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 입맞춤을 하였다.원유희는 호흡이 가빠지며 그리고 그의 어깨에 놓여있던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옷깃을 잡았다.윤설은 점심에 집으로 돌아가서 점심밥을 먹었고 있는데 장미선은 그녀가 이틀 전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을 보고 물었다.“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윤설은 식탁 앞에 앉아 대답했다.“확실히 좋은 일이 있어요.”“원유희가 김신걸과 헤어진 거야?”장미선이 물었다.‘이것 말고는 윤설을 기쁘게 할 일이 없었다.’“제가 원유희를 상대할 방법이 떠올랐거든요. 신 걸 씨와 원 유희가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었으니 그럼 저는 불륜녀가 될래요.”윤설의 눈에는 독기가 어려있었다.“불륜녀?”장미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제가 불륜녀가 되면 원유희가 제가 전에 받았던 고통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마지막까지 그 둘이 함께 있을 수 있을지 아직 모르는 일이죠!”윤설은 이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맞는 말이긴 해. 애초에 너의 아버지도 이렇게 나에게 넘어오게 되었지. 네가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니다, 아이를 아무리 많이 낳으면 뭐 하니. 남자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지.”장미선은 이 계획을 마음에 들어 했다.“신걸씨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일에 오지랖 부리는
그녀는 자신이 김신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매번마다 느끼는 설레는 감정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원유희는 사무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걸어갔다.“원유희?”그녀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옷을 이쁘게 차려입은 여자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너 설마 나를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지? 너 차 사고 나서 기억을 잃었다고 들었어. 진짜야?”손예인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원유희의 낯설어하는 눈빛을 보고는 생각했다. ‘역시 윤설이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맞아요, 아직 회복 중이에요.”원유희가 대답했다.“아래 내려가서 뭐 좀 먹을까?”손예인이 물었다.원유희는 대답하지 않고 조금 경계하는 듯하였다.“걱정 마,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손예인은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어 원유희 쪽으로 다가갔다.“이거 봐…….”말을 다하고 손예인이라는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원유희는 핸드폰 속의 기사들을 보고 나서 눈앞의 여자가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았다.원유희는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들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아래의 카페에 가는 것을 동의했다.“너 정말 나에 대해서 하나도 기억 안 나? 조금도?”커피를 주문하고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미안해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아요. 우리는 친구예요……?”손예인은 생각했다. ‘원유희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 일이 너무 재미없어지는데……. 그럼 어떻게 윤슬을 이길 수 있지?’확실히 윤슬이 자기 보고 와서 보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손예인은 원유희의 손목에 있는 시계와 팔찌 그리고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세 가지를 합하면 수억이 되겠지!’윤슬이 말하길 원유희가 차 사고 나서 기억을 잃고 유산까지 해서 김신걸이 비싼 악세사리들을 사준 것이라고 그리고 가짜 결혼 증명서도 만들었다고.‘원유희를 속이는 게 이렇게 쉽다고? 윤슬은 어떻게 저렇게 잔꾀가 많은 거지?’원유희는 윤슬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친구가 아니면 너를 찾아올 일이 없
“윤슬이 너무 불쌍하네. 걔는 김신걸과 서로 사랑했지만 결국 헤어졌어. 그런데 너도 그렇지.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붙잡아도 아무 의미가 없잖아.”손예인이 말했다.“김신걸……. 그는 나를 사랑하거든.”원유희가 대답했다.“그거는 아이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지. 아이가 없었다면 너를 보지도 않았을 거야. 생각해 봐. 너네 어머니가 김신걸 부모님의 부부 사이를 망쳤는데 절대 너를 사랑할 리가 없지. 죽을 때까지 너를 미워할걸?”손예인은 원유희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보고 커피잔을 놓으며 말했다.“또 모르겠지? 김신걸의 어머니는 너의 어머니때문에 자살하셨어. 아주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원유희는 너무 놀랐다. 김신걸은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그냥 그녀의 어머니가 김신걸의 아버지와 결혼했다고만 말했었다. 그래서 김신걸과 그녀가 알게 되였다고…….‘그럼 손예진이 한 말이 사실이라고? 김신걸은 윤슬이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왜 윤슬이지?”원유희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물었다.“김신걸의 어머니가 자살하신 뒤 김신걸은 너무나 속상하고 힘들었었어. 그때 윤슬이가 계속 그의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지. 좋아할 수밖에 없지.”손예인이 말했다.“나…… 나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원유희는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었다.“내가 너에게 한 말 김신걸한테 말하지 마. 걔는 너한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거야. 아기들을 위해서 그는 네가 더 말을 잘 듣길 원하지.”원유희는 도망치듯 카페를 떠나 엘리베이터를 찾았다.손예인은 원유희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내 탓이 아니지. 그냥 네게 쓸모없어서 그렇지. 기억은 왜 잃어가지고…….”엘리베이터에 들어간 원유희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살짝 아프기까지 했다.‘진짜 이게 사실인가?’사무실에 돌아온 그녀는 쓰러지듯 소파에 앉았다.김신걸이 그녀에게 했었던 이야기와 일들을 되짚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윤슬이 원래 가져야 했던 것들을 빼앗았다.김신걸이 사랑하는
“나간다고?”김신걸은 그녀의 입술에 거의 닿을 정도로 다가갔다.너무 가까워서 그녀의 심장도 두근거렸다.약간 어지러워지기도 했다.원유희의 빨간 얼굴은 마치 노을 같았다.김신걸은 그녀의 따뜻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다시 가르쳐야겠네.’‘아무래도 그냥 놓아줄 리가 없지.’김신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둘은 침대로 돌아가서 누웠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품속에 있었고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빨갰던 얼굴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김신걸은 그녀를 꼭 안고 물었다.“어때?”“말하지 마요…….”원유희는 부끄러워 그의 품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김신걸은 그녀의 귀를 물고 말했다.“이 정도도 감당 못 하냐? 우리 옛날엔 더 심했었는데.”원유희는 ‘옛날’이라는 두 글자에 잠시 멍때렸다.그녀가 김신걸의 옛날이야기를 잘 모르고 있었다.‘김신걸이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원유희는 김신걸의 잠옷을 꽉 쥐었다. 마치 생명줄을 잡은 것 같다.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김신걸이다. 그가 없으면 안 된다.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이 진동했다.김신걸은 몸을 돌려 핸드폰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발신자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나 전화 좀 받을게.”원유희가 고개를 들어 발신자는 설이라는 것을 보았다.베란다에 가서 전화를 받는 김신걸을 보며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변해졌다가슴은 답답하였다.그녀는 베란다에 있는 김신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윤설과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과 김신걸이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아이를 임신했다고 믿었다.그러나 왜 이 늦은 밤에 두 사람이 통화를 하지…….그들은 아직도 정이 남아 있는 것인지…….원유희가 넋이 나가 있는데 김신걸이 돌아왔다. 핸드폰을 다시 침대 옆 테이블에 두고 침대에 올라왔다. 그러고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피곤해?”“네.”원유희는 눈을 감았다.“자자.”김신걸은 불을 끄고는 그녀의 이마에 뽀뽀했다.어두운 방
김신걸은 그릇을 놓고는 침대맡에 앉아 원유희의 아름다운 얼굴을 어루만졌다.“내가 없어질까 봐 겁나?”그녀는 눈빛을 피하면서 말했다.“아니……저 먼저 씻으러 갈게요.”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봐 두려워서 그녀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다급했던 얼굴을 보니까 어쩐지 괜히 의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원래는 김신걸이 윤설을 찾으러 간 줄 알았지.’오전에 두 사람은 다 회사에 가서 각자 할 일을 처리했다.점심시간에 임민정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삼둥이가 정원에서 축구하는 것을 보았다.자연스러운 척 로비로 향했다.그러고는 자연스러운 척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조금 뒤에 밖으로 나오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 층으로 내려갔다.해림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일은 다 처리했습니까? 어전원은 할 일이 없으니 하루 쉬도록 합시다.”“할 일이 없어서 돌아온 거예요. 하루에 받는 월급도 적지 않은데 일해야죠!”임민정이 말했다.오후가 되고 원유희와 김신걸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어전원으로 돌아왔다.김신걸은 회사에 일이 많아 다시 드래건 그룹으로 돌아갔다.원유희는 삼둥이의 방문을 열고 보니 삼둥이들은 여기저기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아이들을 바라볼수록 너무 귀여워서 참지 못하고 아이들의 다리 살을 살짝 꼬집어 보았다.그러고는 아이들 몸에서 나는 아이 냄새를 맡았다. 정말 향기로웠다.너무 오래 맡은 나머지 산소가 부족한 듯 머리가 아파와서 유치한 행동을 멈추었다.원유희는 조금 피곤하여 그녀와 김신걸의 안방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옷을 들고 욕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씻을 때 머릿속에 어젯밤 김신걸과 욕실에서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그녀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손, 입 아니 온몸이 다 막 어쩔 줄 몰랐다.만약 그녀가 완전히 회복이 되었다면 김신걸은 그렇게 쉽게 그녀를 놔주지 않았을 것이다.사실상 김신걸이 이렇게 말했으니까…….원유희는 욕실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잠옷을 입고 재빨
설마 원유희가 없는 사이에 윤설이 어전원에 와서 김신걸과…….원유희는 눈을 감아 머릿속의 더러운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막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원유희는 바닥에 떨어진 귀걸이를 들고 욕실로 뛰어 들어가 변기통에 던지고 물을 내려버렸다.귀걸이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또 후회했다.‘만약 버려서 김신걸이 귀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면 어떡하지? 막 캐물으면 어떡해?’어젯밤의 뜨거웠던 마음은 이내 차가워졌다.김신걸이 돌아왔을 때 원유희는 아직 깨지 않았다.김신걸이 와서 입맞춤을 하여 그녀가 일어났다.맑은 눈동자는 김신걸을 보고 반짝거렸다.“일은 다 했어요?”“응.”“저 괜찮아요. 일부러 같이 있어 주지 않아도 돼요. 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제 인생이 어떤 인생이었는지 대충 알아서 이제는 낯설지 않아요.”원유희가 말했다.“기분이 안 좋아? 나쁜 꿈이라도 꿨어?”김신걸은 그녀를 뚜렷이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슨 생각이라도 났을까 봐.“아니에요. 잘 잤어요.”원유희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김신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화면을 바로 꺼버렸다.원유희는 자신의 눈썰미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핸드폰 화면 속 두 글자를 보았다. ‘설이’었다.“아빠, 엄마 문 열어요!”문밖에서 삼둥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삼둥이의 목소리는 방 안에 있는 두 사람의 말을 끊어버렸다김신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제가 나가서 아이들을 볼게요.”원유희는 침대에서 내려와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밖으로 나갔다.침실에 남아있던 김신걸은 방금 윤설에게 온 전화를 생각하고는 안색이 더 나빠졌다.핸드폰이 다시 한번 울려서 보니 여전히 윤설에게 온 전화였다.김신걸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나갔던 원유희가 안방에 돌아와 세수하려 하는데 문밖으로 김신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기다려. 내가 갈게.”이 말을 듣고 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아이들을 따라 계단 쪽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김신걸이 방문을 나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