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광장을 지나자마자 고개를 돌렸고 이쪽으로 달려가는 경호원을 보고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하이힐을 신고 있었지만 원유희는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빨리! 빨리! 멀리 갈수록 좋아!’달리면서 택시를 잡으려고 길가를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빈 차는 없었다.도로를 돌진하다가 심지어 차에 치일 뻔했다.김신걸은 이 소식을 들은 후, 표정이 음산해졌다.“빨리!”도로가 붐볐고 행인도 많았기에 기사는 액셀러레이터는 끝까지 밟을 수 없었다. 김신걸은 이 상황을 보자 전화를 걸어 주위의 신호등을 다 빨간불에서 멈추게 했다. 그럼 다른 차들이 멈추고 길에는 롤스로이스 한 대만 막힘없이 지나갈 것이다.원유희는 가까스로 택시 한 대를 잡고 차에 올라탄 후, 초조하게 기사더러 빨리 운전하라고 했다.경호원이 차에 올라타 뒤에서 쫓고 있었다.하지만 얼마 달린 후 길의 신호등이 다 빨간색으로 되었다.“왜 멈춰요?”원유희가 급히 물었다.“빨간 불이잖아요!”원유희는 기다릴 수 없어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정말 뒤의 차가 쫓아올까 봐 두려웠다. 여기에 앉아있으면 백 프로 잡힐 것 같아 보이자 그녀는 차에서 내리기로 했다.“기사님, 저 먼저 내릴게요. 저 뒤에 사람들이 계산할 거예요.”기사가 말하기도 전에 원유희는 차 문을 열어 나왔다. 그리곤 허리를 굽히고 다른 차량 옆으로 돌아서 길가로 갔다.경호원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쫓아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원유희가 보이지 않았고 뒤 돌아보니 건너편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막 쫓아가려고 했는데 택시 기사가 그들을 붙잡았다.“가면 안 돼요!”"저리 가!" 경호원이 위협했다.“저 아가씨가 당신들이 계산한다고 했어, 돈을 안 주면 안 되지!”택시 기사는 먹고살기 위해 경호원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들을 보내지 않았다.경호원은 돈을 꺼내 택시 기사에게 던졌다. 그러는 동안 원유희의 모습을 이미 찾아볼 수가 없었다.원유희는 골목을 통해 다른 거리로 빠
양쪽이 모두 고층 빌딩이어서 햇빛을 가려 앞길이 유독 어두워 보였다.그러다가 앞에 빛이 보였고 마치 원유희를 인도하는 것 같았다. 빛을 향해 달리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듯이.원유희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달렸다.작은 길에서 빠져나와 원유희는 도로로 돌진했다. 그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가 오고 가는 도로에 몸을 던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차를 보았다.원유희는 무표정으로 지켜보았는데 아무런 표정도 지을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된 것 같았다.“유희야!”김신걸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 위로 뛰어들어 원유희한테로 달려갔다. 그러나 뻗은 손은 원유희에게 닿지 못한 채로 그녀가 차에 치인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펑-!원유희는 마치 깃털처럼 몇 미터 밖으로 날아갔고 다시 바닥에 떨어져 두 바퀴나 구른 후 멈췄다. 그러나 원유희는 아직 의식이 있어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누군가가 자기를 쫓고 있고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머리는 피투성이로 되었고 빨간 피는 목에 흘러내려 밖으로 노출된 혈관과 같았다.막 일어서고 고개를 돌리자 이쪽으로 질주해 오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원유희는 똑똑히 보지도 못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애써 버티고 있던 몸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김신걸은 바로 원유희를 안았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품에 안겨있는 원유희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유희야.......”원유희는 반쯤 감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또 그를 쳐다본 것도 아닌 것처럼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이들을......잘 돌봐 줘.......”“걱정하지 마,괜찮을 거야. 오빠가 병원에 데려다줄게.......”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차는 즉시 분초를 다투며 병원으로 달려갔다.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입가의 피를 닦아주었다.“곧 병원이야, 조금만 더 버텨, 곧 도착이야......날 봐,
진선우는 간호사를 말리고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눈치 줬다.그들도 김신걸의 몸에 묻은 피를 발견했지만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가서 물을 수 없었다.원유희가 안에서 수술하는 동안 김신걸은 밖에 서서 기다렸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김신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자리 찾아 앉지도 않았다.그러다가 수술실 문이 열렸다.김신걸은 흠칫 놀라더니 쉰 목소리로 물었다.“어때요?”단지 물건을 가지러 온 간호사는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송......송 선생님이랑 다른 의사 선생님들께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어떠냐고 묻잖아!”김신걸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가갔다. 그러자 진선우는 다급히 말렸다.“선생님, 아가씨 아직 안에서 수술하고 있어요.......”이 말을 하고 간호사더러 얼른 가라고 눈치 줬다. 놀란 간호사는 재빨리 도망갔다.김신걸은 욱하는 감정을 억누르고 벽 쪽으로 걸어가 손을 벽에 받혔다. 그러다가 손에 있던 피가 하얀 벽에 묻어져 흘러내렸는데 여간 섬뜩하지 않았다.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왔고 심장이 쿵쿵거리더니 엄청나게 괴로웠다.피 묻은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었고 곧 찢어질 것 같았다!“아!”김신걸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선생님, 괜찮으세요?" 진선우는 애써 참고 있는 김신걸의 표정을 보자 걱정하며 물었다. 하지만 김신걸은 못 들은 것처럼 대답이 없었다.수술실 밖에서는 김신걸은 낮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고 복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고요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수술실의 불이 꺼졌고, 송욱이 막 문에서 나왔는데, 김신걸은 이미 앞에 도착했다."어때?"“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10분만 늦어도 구하지 못했을 거예요. 근데 아가씨는 살렸지만 배 속의 아이는 살리지 못했어요.”송욱이 말했다.사람을 구했다는 소리를 듣자 그제야 김신걸은 한숨을 돌렸다.차에 있을 때 그는 이미 아이를 잃게 될 것을 알았다."괜찮은 거 맞아?"“다른 건 다 좋은데 머리만 다쳐서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질 것 같아요.”김신걸은 이 얘기
김신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 아이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달려왔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아빠 어제 엄마랑 데이트한 거에요?”“엄마는요? 너무 오랫동안 엄마를 못 봤어요!”김신걸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상우는 그의 손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아빠, 이게 피에요?”김신걸은 주먹을 쥐고 말했다.’"아니, 물감을 만들었어. 좀 있다가 얘기하자. 아빠는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그리곤 세쌍둥이를 버리고 곧장 떠났다.세 아이는 김신걸의 뒷모습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손에 왜 다 물감이지? 그림 그렸는가?’샤워기를 틀자 물은 김신걸의 몸에서 흘러내렸고 벗은 옷은 샤워실 바닥에 던져졌다. 발밑의 물은 곧 핏물로 변했다.김신걸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그 핏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것은 모두 원유희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김신걸은 몸이 뻣뻣해졌을 뿐만 아니라 추워서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있었지만 몸은 계속 뜨거워지지 않았다.원유희가 차에 부딪힌 모습이 그에게 다시 충격을 주었다. 당시 추락 사고가 났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지만 다만 현장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도대체 왜? 왜 이러지? 하긴, 원유희가 죽으면 내가 또 걔를 어떻게 통제하겠어?’원유희가 자기한테서 벗어날 거라고 생각하자 김신걸은 초조하고 짜증 난 느낌이 들었고 진정할 수가 없었다.‘괜찮아, 다 좋아질 거야. 저번 추락 사고 때처럼.......’김신걸은 자신을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로비에 앉아 순순히 기다리는 세쌍둥이를 보았다.“아빠.......”김신걸은 그들 곁에 앉았다."뭐 하고 있었어? 아침 먹었어?"“아뇨, 아빠는요?”유담이가 물었다."아니, 가자, 밥 먹으러." 김신걸은 그녀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셋을 데리고 아침을 먹었다.“아빠, 엄마 오늘도 출근해요?”“응, 출근하면 바쁠 테니 회사에 가면 안 돼.”“아빠 나빠요!’“왜 엄마를 못 찾게 해요, 엄마가 아빠 것도 아닌데.......”유담이는 입
“다들 벙어리에요?”송욱은 위험을 무릅쓰고 입을 열었다.“선생님, 유희 아가씨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은 뇌 부상이랑 관련이 있을 거예요. 회복기가 길다 보니 깨어나는 시간도 미뤄질 수밖에 없어요. 근데 꼭 깨어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일주일, 한 달, 아니면 1년?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어."“한 달은 걸리지 않을 것 같아요.”원장이 말했다.“그럴 것 같다고요?”김신걸은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쓸어보았다. 그러자 원장은 바삐 머리를 숙였다.“유희 아가씨는 그렇게 심각한 정도가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그렇지 않으면 예후가 좋다고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시면.......”“인내심이 없다면 당신은 이 자리에 있지 않았겠죠.”원장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깨어나기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 생존 의지가 그렇게 강하지 않으면 회복 속도가 좀 느리.......”주임은 말하다가 김신걸의 눈빛을 보고 놀라 입을 다물었다. 다만 무엇을 잘못 얘기했는지 잘 몰랐다.송욱은 주임이 말실수로 김신걸에게 8층 창문에서 던져질까 봐 걱정되었다.“선생님, 유희 아가씨 꼭 깨어나실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김신걸은 차가운 얼굴로 일어나 회의실을 떠났다. 그러자 회의실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송 선생님, 김 선생님 프라이빗 닥터잖아요. 꼭 옆에서 진정시켜요! 이런 미팅을 한 번 더 하면 단명할 것 같아요!”원장은 하마터면 울 뻔했다.“이 나이에 저도 힘들어요!”‘그럼 저는 뭐 쉬운 줄 알아요? 원장님은 그래도 어느 정도 살았는데 전 꽃다운 나이에죽을 것 같다고요.’송욱은 속으로 생각했다.김명화는 병실 입구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입구에 경호원이 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들어갈 수 없었다.김신걸은 본체만체하며 곁을 지나 문을 밀고 들어갔다."형, 저 유희 한번 보고 싶어요.”김명화는 따라 들어가려다가 앞길이 막혔다.문을 밀던 김신걸의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사고가 났어. 임민정이 그러는데 별장에 가지도 않았고 어전원에도 안 갔대. 근데 3일 전 신걸이가 돌아갈 때 손에 핏자국도 있었대!”“3일 전이에요? 왜 이제야 알려주는 건데요?”“더 많이 알아내려고 그러는 거지. 근데 신걸 쪽 사람들이 입이 무거워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대. 혜진도 잘 모르는 눈치였어.”“근데 왜 핏자국이 있었어요? 원유희의 피에요? 무슨 사고가 있었군요!”"나도 그렇게 생각해."“이 좋은 소식을 알려주려고 연락했어. 며칠만 기다리면 원유희가 죽었다는 소식까지 나올 것 같아. 그러니까 기분을 풀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마. 지금은 그냥 신걸이를 어떻게 달랠지만 생각하면 돼.”“알아요.”윤설과 장미선은 통화를 마치고 사색에 빠졌다.‘피, 원유희의 피, 유산일 뿐인가?’“누나, 누가 이거 주라고 하던데요.”윤설의 매니저가 오더니 네모난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원유희 교통사고, 유산, 생사 불분명]이 소식을 접하자 윤설은 기분 좋게 일어섰다가 주위의 시선을 느끼고 다급히 앉았다. 그리곤 종이를 꾸역꾸역 접었다.윤설은 누가 전해준 소식인지 잘 알고 있었다. 딱 봐도 라인이었다. 이런 방식을 쓰는 것은 남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역시 하늘은 내 편이야, 아이를 잃은 원유희가 뭘 갖고 나랑 싸우겠어?”윤설은 김신걸이 지금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아이가 없어졌으니까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이제 원유희의 부고만 들으면 되겠네!’윤설은 갑자기 윤정의 죽음이 떠올랐고 독을 넣어 원유희를 빨리 죽여 안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안 돼, 안 돼.’‘원유희는 아빠랑 달라. 그렇게 많은 허점이 있지 않을 거야. 같은 방법을 두 번이나 쓰면 안 돼.’라인이 손 쓰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만 라인이 준 것은 이 종이 한 장뿐이었고 어떻게 원유희를 처리할 건지 얘기해주지 않았다.결국 윤설은 라인이 원유희를 처리하게 했고 자기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려고 했다. 괜히
다만, 그녀는 라인이 자기에게 이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저 구석에 숨어 멀찌감치 고건건이 병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10분 후에 나와 떠났다.입구에 경호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파리도 쉽게 들어가지 못할 기세였다. 그래서 윤설은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김신걸이 그녀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원유희가 입원했을 때 신걸 씨 곁에 있어 주면 엄청나게 좋아하겠지?’윤설은 문 앞으로 걸어가서 그 노란 선을 건너려고 하자마자 경호원이 그녀를 막았다.“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날 몰라? 나 윤설이야, 유희 보러 왔어. 신걸 씨 안에 있지?”"죄송합니다만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 경호원이 말했다.“왜? 나야, 윤설. 몰라? 계속 막으면 신걸씨거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하지만 다. 경호원은 매우 놀라지 않았다. 그저 말하지 않고 그녀를 놓아주지도 않았다.윤설은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았다.“그래. 그럼 신걸 씨랑 내가 왔다고 전해줘. 이 정도는 할 수 있지?”“선생님 지금 바쁘십니다.”“아니.......”윤설이 막 화를 내려고 하자 병실 문이 안에서 열렸다. 김신걸이 나온 것을 보고 윤설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신걸 씨.”"시끄러워." 윤설은 경호원을 밀치고 김신걸의 곁으로 걸어갔다.“이 사람들이 글쎄 날 안 들여보내는 거 있지. 진짜 너무해, 빨리 혼내줘.”“이미 제대로 얘기한 것 같은데.”김신걸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윤설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나랑 파혼하려고 하는 거 알아. 근데 이렇게 서먹서먹하게 지낼 필요는 없잖아? 예전에 약혼하지 않아도 관계 좋았잖아. 그리고 나 유희 보러 온 거야.”“넌 어떻게 알고 왔어?”김신걸은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이 보이지 않았고 전화까지 안 받으니까 고건 씨를 따라올 수밖에 없었어. 근데 고건 씨가 병원에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당신이
김신걸은 이미 병실을 자기 집처럼 사용하여 매일 병실에서 회사의 일들을 처리했다.그 사이 중요한 일이 있어 회사에 다녀오거나 어전원에 아이를 돌보러 다녀오곤 했다.이날 점심 어전원에 가서 삼둥이에게 점심밥을 차려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해림이가 말했다.“애들 놀러 나갔어요.”두 살짜리 애가 나가 논다는 건 이미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김신걸은 핸드폰이 울려 화면을 보니 진선우가 친 것이었다.“김 대표님,애들이 원 사장님의 회사에 왔습니다.원 사장님을 찾는다며 난리를 치는데......”“내 엄마 내놔,안 내놓으면 가만 안 둘 거야!”핸드폰 너머로 조한의 센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김신걸은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이 상태로는 절때 달랠 수 없을 거 같은데.이전에 애들이 엄마가 보고싶을 때 항상 자기절로 찾아가곤 했었다.한번 찾으면 바로 찾아냈는데 찾을데가 그 몇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지금 사람을 찾지 못하니까 난리까지 쳐대는 것이었다.김신걸은 롤스로이스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살짝 연 창문,그리고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은 곤히 자고 있는 원유희의 얼굴에 비추어졌다.그러자 그녀는 살짝 눈을 뜨려고 했다.눈을 뜨려고 노력하는데 눈까풀이 너무 무거워서 잘 떠지지 않았다.간병인은 수건으로 테이블을 닦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침대위의 환자가 눈을 뜬 것을 발견했다.너무 놀라 손에 있던 수건도 떨구고 재빨리 비상벨을 눌러 송 의사를 불렀다.원유희는 눈을 뜬 이후 천장을 바라보다가 간병인이 좋아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그 모습은 그녀로 하여금 의심을 하게 했다.잠시 후 송욱이 달려왔다.원유희가 눈을 뜬 모습을 보고 자신을 짓눌렀던 압력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이어 원장과 다른 선생님들도 왔다.원유희가 눈을 떴다는 소식이 가짜일 가봐 뛰어온 것이다.자신의 아내가 아기를 낳을 때도 이렇게 격동되지 않았을 것이다!송욱은 원유희의 눈을 의학 손전등으로 빛추어 봤을 때 눈알이 좌우로 구르는 모습을 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알았다.“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