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멘붕이 올 것 같았다.‘그래, 김신걸처럼 권력이랑 재부를 동시에 갖고 있어야 이렇게 인력을 투자할 수 있지.’원유희는 호화로운 캠핑카에 강제로 끌려갔다.김신걸이 보내온 차였고 새 차였다. 김신걸은 이런 종류의 차에 관심이 없었고 더군다나 쓸 일도 없었다.그러나 이제 원유희를 여기서 내보내는 것은 사람을 찾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餐桌上摆着吃的,慕慎桀命令的语气,“吃东西!”식탁에는 먹을 것이 놓여 있었다. 김신걸은 명령 어조로 말했다.“먹어”소파에 앉은 원유희는 차 밖을 무관심하게 바라보았다."내가 직접 먹여줄까?"김신걸은 참았다."배고프지 않아." 원유희가 힘없이 말했다.예전 같으면 김신걸은 강박적인 수단을 썼을 것이지만 지금은 참고 또 참으며 목소리를 억누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사람을 찾으면 어떻게 가려고? 내가 널 안고 가?”원유희는 반응이 없었고 눈빛은 거의 공허했다.손에 든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자 그녀는 놀라서 떨었다.표원식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예전 같으면 원유희는 김신걸 앞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것이고 심지어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행동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원유희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직도 못 찾았어?”표원식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뇨.”원유희는 고개를 힘없이 떨구고 정신이 없었다.“이모가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데, 꼭 무탈할 거야.”“네, 꼭 그럴 거예요.”원유희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것 빼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교장 선생님, 돌아가요, 엄마를 찾은 다음에 다시 연락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핸드폰을 김신걸에게 빼앗겼다.“밥 먹어.”표원식에게 그의 목소리를 듣게 한 후 전화를 끊었다.차 옆에 서 있는 표원식은 김신걸이 원유희 옆에 있는게 전혀 놀랍지 않았다.‘이럴 때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원유희는 김신걸의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러 갔다."줘!
경찰은 낮에서 밤까지 계속 찾았다. 벌써 6시가 되었으니 산간 지역 다른 곳보다 더 빨리 어두워지고 따라서 수색의 난이도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원유희는 캠핑카 앞에 서서 애가 여간 타지 않았다.하룻밤만 더 지나도 못 찾으면 2박 3일간 실종된 것이다.김신걸의 전화는 거의 쉬지 않고 연이어 들어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전화가 들어왔는데 진선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선생님, 사람을 찾긴 찾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요. 혼자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알았어."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걸어오는 김신걸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됐어?"“저 사람들 동작이 너무 느려서, 내가 가서 볼게."“我也去!”阮沐希无助地说,“我不想一个人待在这里。”"나도 갈래!"원유희는 무기력하게 말했다."혼자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김신걸은 원유희의 손을 잡고 캠핑카에 데려간 후,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날이 어두워서 길을 걷기 쉽지 않아. 네가 가면 수색에 방해 줄 거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돼. 밖에 경호원들이 있으니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말 들어, 알겠지?”원유희는 자신이 수색 속도에 영향을 미칠까 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김신걸이 몸을 돌리자마자 원유희는 그의 손을 잡았다.원유희는 마지막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너무 간절하게 손이 떨렸다.“오빠, 우리 엄마 꼭 찾아줘야 해, 꼭 무사하게 데려와 줘,제발…….”김신걸의 마음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좋아."김신걸은 경찰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후, 걸음을 멈추고 멀리 바라보았다.땅바닥에 반듯이 누워 있던 원수정은 응급 치료받고 있었다. 원수정 몸에 있던 옷은 다 벗겨졌고 속옷만 남겨져 있었으며 팔, 복부에는 다 피 구멍이 나 있었고 출혈량이 어마했다.열심히 구조하고 있었지만 원수정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옆에 있던 의사가 입을 열었다.“이동하면 죽음을 가속할 뿐입니다.최선을 다했지만 출혈이 너무 많아……죄송합니다.”증거 수집도 끝났고 옆에 있던 경찰은 외투로 원수정의 몸을 덮어
“죽으면 좋지, 이러면 윤정을 만날 수 있으니까…….”원수정은 마지막 힘을 다해 김신걸의 손을 잡았다.“내가 저지른 잘못은 내가 갚을 테니 더 이상……유희를 괴롭히지 마…….”"엄마!" 원유희는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달리고 있었다.원수정은 마지막 글자를 말하고 눈을 감았다. 김신걸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은 힘이 풀려 땅에 떨어졌다."엄마!"원유희는 달려와 바닥에 누워 눈을 감은 원수정을 보고 두 다리가 나른해져 앞에 무릎을 꿇었다."엄마, 나 왔어요, 엄마, 나랑 얘기해요,우리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엄마, 말해봐요, 김신걸, 왜 말을 안 해?왜…….”뒤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경찰 원수정이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말하려다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신걸의 눈빛에 놀라 소리를 죽이고 고개를 숙이었으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원유희는 이성을 잃었다.“누가 그래?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우리 엄마는 죽지 않았어. 엄마, 날 좀 봐봐요, 나 유희잖아요, 나랑 얘기 좀 해봐 봐요. 안 믿을 거야, 이게 진짜일 리 없어…….”“유희야…….”김신걸은 원유희를 안고 한쪽으로 물러선 후, 원수정의 시체를 가져가라고 눈치를 줬다. 그것을 보자 원유희는 발버둥을 쳤다.“놔! 우리 엄마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우리 엄마는 죽지 않았다고! 건드리지 마!”김신걸은 그녀의 몸을 단단히 감싸서 그녀가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원유희은 자극을 너무 받은 탓에 눈앞이 어두워지고 몸의 힘이 풀어지더니 쓰러졌다.김신걸이 그녀를 껴안았다. “유희야!”원유희는 깜짝 놀라 깨어났다. 자리에 앉아보니 옆에 있던 김신걸을 보고 한동안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나……꿈에서 엄마가 사고를 당했어, 산……산에 있었는데 엄마가 바닥에 누워있었어. 내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지, 오빠. 우리 엄마는? 찾았어? 찾아준다고 했잖아!”김신걸은 천천히 다가가 원유희를 쳐다보며 말했다.“먼저 내 말을 들어봐봐.”“뭐?”
원유희는 눈앞의 사람이 그녀의 어머니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엄마라니, 엄마는 엊그저께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아아아아아아아악!"원유희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며 자기 머리를 안았다."아아아아악!!"김신걸은 원수정의 얼굴에 흰 천을 덮어 주고 원유희를 안아 그녀가 보지 못하게 하고 데리고 나갔다.문을 나서자마자 경찰이 와서 말했다.“선생님, 관리원이 연락이 왔는데 누군가가 사망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김신걸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졌다."전에는 왜 말하지 않았어요?”“전에는 인명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 못했대요.”“당장 데려와요!”하지만 김신걸은 데려온 사람이 김영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김신걸은 김영을 보더니 갑자기 실눈을 떴다. 옆 의자에 앉은 원유희는 일어서서 다가오는 김영을 보고 멍해졌다.‘김영이라고…….’김영은 김신걸을 보았을 때 표정이 부자연스러웠다.“이름이 무엇입니까? 피해자랑 무슨 관계였습니까? 어제 오전에 묘지에서 피해자를 봤었죠?”김영은 협조하고 싶지 않았지만, 줄곧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김신걸의 포스에 놀라 얼버무렸다.“김영이라고 하고 원수정은 제 전처입니다. 어제 오전에 묘지에 만난 게 사실입니다.”"묘지에 무엇을 하러 갔습니까?”"우리 아버지는 저쪽에 묻혔고, 저는 그 묘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김영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겼다. 오로지 김영만이 이 일이 얼마나 답답한지를 알 수 있었다.“피해자랑 몸싸움이 생겼나요?”“아뇨.”김영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냥 몇 마디 얘기만 나눴어요.”“뭐라고요?”“그 사람이 딴 놈 무덤 앞에서 울고불고 하는데 그래서 물었죠, 나랑 사귀었을 땐 진심이었냐 뭐 그런 거 물었어요.”“몸싸움은 없었어요?”“없었다고요, 제가 도대체 몇번을 얘기해야 믿으실래요.?김영은 짜증을 내며 물었다.“다 물어봤죠? 끝났으며 전 그냥 갈래요.”“그럼 DNA를 해보죠. 혐의가 없어야 보내줄 수 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가 나왔고 경찰에
“그 여자랑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얘기했어요.”김영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오전에 심심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원수정이랑 만났어요. 예전의 남자 때문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나서 몇 마디 조롱했어요. 실랑이를 벌인 것은……제가 그 사람 술잔을 차자 그 미친 여자가 갑자기 달려들었어요, 이거 봐요…….”김영은 소매를 잡아당겨 팔의 세 손가락 자국을 드러냈다."그리고요?"“절 계속 때리니까 그 사람을 밀고 도망쳤어요.”“그럼 주위에 다른 사람은 없었어요?”“아뇨,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냥 갔어요…….”김영은 말하다가 잠깐 멈췄다.“생각난 거라도 있나요?”김신걸의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다.“이실직고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나부터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깐요.”“화내면서 갈 때 그쪽으로 사람이 한명 가는 것을 봤어요.”“누구예요?”"거리가 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여자예요.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선글라스랑 모자를 하고 있었고 손에는 꽃을 들고 있었어요.”“여자…….”원유희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독을 먹인 여자가 생각났다.‘같은 사람일까?’“김영 씨, 저희가 계속 조사를 진행해야 해서 당분간 제성을 떠날 수 없어요.”김영은 자기 아들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밖으로 나가면서 중얼거렸다.“가고 싶어도 못가요…….”경찰은 김신걸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말했다."선생님, 우리는 최선을 다해 조사해서 살인범을 찾아내겠습니다.”“그래요.”경찰이 간 후, 원유희는 영혼 없는 사람처럼 문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김신걸이 원유희의 길을 막아섰다.“내가 다 처리할게.”원유희는 김신걸의 손을 얼른 뿌리쳤다.“내 몸에 손대지 마. 김신걸, 네가 너무 미워! 네가 그날에 날 어전원에 억지로 남겨 두지 않았다면 난 그날 밤에 우리 엄마가 실종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 그럼 엄마가 깊은 산에 던져져 과다 출혈로 사망할 일도 없었을 거야!”"이건 사고야!"“넌 줄곧 우리 엄마가 죽기를 간절히
처음에 살해된 사람은 외숙모였고 아직도 살인범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원유희는 지금 자기 친엄마까지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 상상도 못했다. 하룻밤만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이승과 저승으로 영영 떨어져 있게 되었다.엄마와 아빠를 연이어 잃고 원유희는 하늘과 원망했다. 대체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벌을 받게 된 거냐고 따졌다.아주머니가 다가와 이 기괴한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아가씨, 이게 뭐예요?"“……우리 엄마의 유골이에요.”“네……?”아주머니는 놀라서 그녀의 말이 도대체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했지만 원유희의 정신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또 믿지 않을 수 없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아주머니, 엄마 한 오향죽은요, 저 배고파요.”“무슨 죽이요? 못 봤는데요?”아주머니가 말했다.“그날 아침에 엄마가 오향죽을 만들어줬다고 얘기했는데 제가 서둘러 나가느라 못 먹고 갔어요…….”원유희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후회되어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왜 그날에 안 먹고 나갔지? 이젠 영영 먹지 못할 텐데…….’“그때 만든 거라면 이젠 당연히 다 상했죠. 아가씨, 먹고 싶으면 제가 지금 해드릴까요? 사모님이 만든 걸 본 적이 있어서 금방 만들 수 있어요.”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돌아가 오향죽을 만들러 갔고 원유희는 그곳에 앉아서 기다렸다. 죽은 시간이 걸려서 30분 후에야 다 완성되었다. 새로 만든 오향죽 한 그릇이 원유희 앞에 놓였다.원유희는 한술 떠서 맛을 보았다. 눈물이 쏟아지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엄마가 한 그 맛이 아니에요, 달라요…….”“달라요? 그럼 제가 다시 한번 해볼게요.’원유희는 그릇을 내려놓고 말했다."아주머니, 바쁘실 텐데 저를 상관하지 마시고 볼일 보세요.”아주머니는 원유희가 너무 걱정되었다. 금방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가족을 잃은 원유희가 너무 위태로워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원유희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했다.원유희는 비통하게
김신걸의 긴 그림자가 다가왔고 그는 높은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야.""이곳을 그렇게 증오하더니, 네가 이곳에 다 찾아왔어? 신기하네.”원유희는 힘없이 말했다.김신걸은 그녀 옆에 앉았고 시선은 찻상 위의 유골함에 향했다."뭐 먹고 싶어."“네가 떠났으면 좋겠어, 다른 건 안 바래.”원유희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은 일어나 밖으로 가지 않았고 주방으로 가서 먹을 것을 꺼내 유골함 옆에 놓았다. 그리곤 원유희를 억지로 끌어당겼다."꺼져!" 원유희는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김신걸은 원유희를 등받이에 기대도록 했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밥 먹으라고!”원유희의 호흡은 아주 약했는데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게 분명했다."김신걸, 네가 우리 엄마를 죽였어, 너야!"원유희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넌 여태까지 계속 우리 엄마가 네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했어. 지금 우리 엄마가 죽었으니 다 끝난 거 아냐? 이젠 그만 괴롭혀도 되잖아?”김신걸은 굳은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다 꾹 참았다.“어, 계속 괴롭힐 거야!”그리곤 테이블 위의 그릇을 들고 소파에 앉아 원유희에게 직접 먹이려고 했다. 김신걸의 강경한 태도를 보자 원유희의 마음속의 분노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김신걸의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쳤다.“가라고!”이 말을 하고 원유희는 일어나서 가버렸다.김신걸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앞으로 걸어가 원유희를 계단에 밀어붙였다.“네 엄마를 죽은 진범이 아직 살아있는데 별로 찾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 봐?”원유희는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그냥 지금……너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인데, 뭐 문제 있어?”김신걸은 흠칫하더니 예리하고 위험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원유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허무한 눈빛으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이리 와." 김신걸은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그냥 타협했다.그리곤 원유희의 손목을 잡고 주방으로 끌고 갔다. 식탁에 앉자 김신걸은 다시 먹을
원유희가 얘기한 곳은 피노키오에서 멀지 않은 커피숍이었다. 그러니까 공립학교 근처이기도 했다.아무래도 표원식이 약속 장소랑 더 가까웠기에 원유희가 도착하기도 전에 표원식은 먼저 도착했다.반오픈식 룸이었고 창가에 있어 밖이 보였기에 답답한 곳은 아니었다. 표원식이가 사려가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리 선정이었다.표원식은 원유희를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앉더니 표원식이랑 물었다.“왜요, 저 안색이 엄청 안 좋아 보여요? 한 1년 동안 햇볕을 쬐지 않은 것처럼 무섭죠?”“이모……괜찮은 거야?”표원식은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번에 만났던 때만 해도 원유희는 이러지 않았다.원유희는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애써 참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고 눈이 아파 났다.그녀는 감정을 가다듬고 말했다.“엄마는 우리 아빠 묘지에서 멀지 않은 깊은 산속에 버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늦었고요.”표원식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유희야, 너무 상심하지 마…….”“물론이죠, 살인법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는데요.”원유희는 눈빛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장례는 치러드렸어? 아무 소식도 못 들었어.”“아직은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요, 이제 엄마랑 같이 발인하려고요.”“그게 좋겠어. 이모가 계속 아저씨를 보내드리지 못했잖아. 그리고 미안해, 아저씨 장례식에 조문하러 가지 못해서.”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가도 쓸모 없었을 거예요, 들어오지 못했을 거예요.”어제처럼 김신걸이 가로막을 게 뻔했다.“저야말로 사과해야죠.”직원은 과일 밀크셰이크 한 잔을 원유희에 앞에 놓았다."감사합니다."“아니에요.”“내가 주문해놓았어. 전에 너랑 같이 나갈 때마다 네가 이거 주문하던 게 생각나서 이거 시켰어.”“기억력이 정말 좋네요.원유희는 빨대를 깨물고 마셨지만,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예전 그 맛은 안 나네요.”그 말에 숨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