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요. 그냥 왜 굳이 저희랑 협력하려는 거죠? 솔직히 말해서 우리 회사는 그냥 중소기업일 뿐이고 삼촌 회사랑 협력했던 회사는 하나같이 다 대기업이었잖아요.”“말했잖아, 친척이니까?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육성현은 커피를 그의 앞에 놓는 엄혜정을 보았다.“무슨 다른 이유가 있어요?”원유희가 물었다.“우리 아버지 몸이 예전만 못해. 난 우리 아버지를 잘 알고 있어. 이번 협력을 통해서 우리 형이랑 아버지 관계를 개선하려고. 네가 옛날에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 억울하다 호소했지만 그 사람들 진짜 속생각을 네가 어떻게 알겠어? 그냥 기회가 필요했을 수도 있어.”“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대체 또 무슨 기회가 있어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할아버지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나이가 들어서 고집이 세져서 그래. 그러니까 내가 중간에서 이어주려는 거야.”육성현은 매우 성의가 있어 보였다.“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네 아버지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거 몰라.”"모른다고요?"“말했잖아. 몸이 좋지 않다고. 그래서 자극받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안 알려줬어. 근데 아버지는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다 알고 있는데도 말리지 않은 거 보면 다 알리잖아.”육성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넌 그때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 않니?"원유희는 알고 싶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겨서 그의 아버지를 집에서 내쫓았는지, 어떻게 여러 해 동안 친자식을 관심하지도 않았는지, 원유희는 너무 궁금했다. “저희 아버지랑 친형제니까 유전자 검사해도 되죠? 유전자 검사에 문제가 없고 회사 임원도 찬성한다면 협력하시죠.”비록 육성현의 회사와 비기면 재력, 규모 하나같이 보잘것없었지만 그래도 비굴한 자세를 보여줄 순 없었다. 게다가 유전자 검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할 필요가 있었다.“그래.” 육성현은 동의했고 손에 든 커피잔을 보며 말했다.“이거 가져가서 검사해. 무슨 문제가 있으면 다시 연락하고.”"그래요."육성현
엄혜정은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원유희를 바라보다가 원유희도 의외의 기색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원유희가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얼른 부인했다.“아닙니다, 전 성게를 받은 적이 없어요.”“왜 없어? 사장님이 성게를 보냈다고 네가 나한테 말했잖아?"이 부장은 계속 웃었다.엄혜정은 이 부장이랑 얘기한 적이 없었기에 바로 이 부장이 자기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의도를 알아차렸다.“제가 언제요?”“어제 퇴근할 때.”“어디서요? 저랑 마주친 적이 있어요? 제가 요즘 기억력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아니면 회사 CCTV를 한번 확인해볼까요?”“기억력은 확실히 좋지 않네. 회사 밖에서 마주쳤잖아, 지하철 가는 길에.”"지하철역에 가는 길에도 CCTV가 있고 확인할 수도 있어요."엄혜정은 손에 있던 서류를 다 나눠주고 앉아서 말했다.“왜 이렇게 진지해? 아무도 너랑 안 뺏어. 네가 박스를 들고 지하철에 갔잖아, 아니야? 사장님이 널 많이 이뻐하시는가 봐, 우리는 다 못 가졌는데.”이 부장은 계속 농담했다.다른 임원들은 속 시원하게 얘기했다.“새로 온 비서인데 더 챙겨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들이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과연 조금 전 얘기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까?회의가 끝난 후 사무실로 돌아온 엄혜정은 얼른 설명했다.“사장님, 저 진짜 말한 적이 없어요. 요즘 이틀 동안 이 부장이랑 한 마디도 섞지 않았어요.”"당연히 네가 말한 것이 아니라고 믿어." 원유희는 의자에 앉아 말했다."그럼 제가 성게를 받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원유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장미선 모녀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그 두 사람이 어떻게 제가 우리 아버지 회사를 경영하도록 순순히 물러나겠어요? 지금 암암리에 갖은 수단과 방법을 생각해서 저를 방해하려고 할 거예요.”“그럼 이 부장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참, 공장 확장은 누가 책임지고 하고 있어요?”원유희는 생각이 나서 물었
윤설의 악랄한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착하게 살라고?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훈수를 둬? 내가 악녀라고 해도 신걸 씨는 나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 넌 그저 신걸 씨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한 존재야, 기생보다도 못한 년이. 적어도 기생한테는 돈이라도 주는데 넌 뭘 가졌어? 네가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나 요즘 계속 어전원에 가서 잘 거니까 나랑 신걸 씨 방해하러 오지 마.”윤설은 이 말을 하고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원유희는 자신이 김신걸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이상 김신걸이 자기 몸에 손을 대게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설이 어전원에 있으니까 애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을까?’오후에 그녀는 어전원에 가서 아이들을 데려가 원수정의 별장으로 보냈다.아이들이 윤설과 만나는 것을 피하고 싶었고 아이들이 원수정의 주의력을 돌리길 바랐다. 아니면 계속 윤정을 걱정하느라 몸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이었다.멀리서 세 어린 아이가 외할머니와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를 들고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얘기했다.“통보하는 거야?”낮고 포스 있는 김신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그랬잖아. 아이들의 일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널 존중하니까 그나마 이렇게 알려주는 거야.”원유희는 뻔뻔스럽게 말했다."방해하지 않았지?"김신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김신걸을 부르는 윤설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김신걸은 눈썹을 약간 비틀고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신걸 씨, 밥이 다 됐어. 일은 다 처리했어?”윤설은 자상하고 부드럽게 물었다.김신걸은 끊긴 휴대전화를 책상에 던지고 일어나 의자에 걸쳐진 외투를 들었다."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그렇게 급해? 먹고 가는 게 좋지 않겠어?”윤설이 급하게 말했다.“아니, 회사에 가서 먹으면 돼.”김신걸은 서재를 나와 홀을 지나갔다."그럼 저녁에 돌아오는 거야
아침에 원유희는 사무실로 들어갔다.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어리둥절해진 그는 여느 때처럼 책상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물 한 잔 줄까?”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차갑게 보고있었다. 진짜 줄 생각이였으면 물어보지도 않겠지. 딱봐도 말만 하는 것이다.이 빌어먹을 여자만이 감히 이렇게 그를 도발할 수 있다!"애들은?""우리엄마랑 같이 있어, 그들이 얼마동안 놀고 싶은지 보고, 급하게 데려갈건 아니잖아?" 원유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알면서 왜 물어보는거야.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걸 믿지않는다."선 넘지 마라."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그를 건드리는것은 아직 좀 두려워서 애꿎게 말했다."애들이 바다에 놀러간 일을 외할머니랑 이야기하고 싶어해, 오후에는 외할아버지 보러갈거야, 이게 어딜봐서 선 넘은거니? 너야말로 왜 이리 일찍 왔어? 윤설 갔어?"김신걸은 분명 드래곤 그룹에 가지않았을거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나타나지 않았을 거다.김신걸은 어젯밤 어전원에 묵지 않은 일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고 안색이 어둡고 냉담하였다."나의 조사를 믿지않아서 유전자 검사를 한거야?""그건 아니야, 단지 임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필경 앞으로 로열그룹과 협력해야 하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원유희는 송욱에게 부탁하면 그에게 알려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그건 상관없다."참, 요 며칠 나는 A시에 한 번 가야 해." 원유희 그에게 알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이 변덕스러운 남자가 또 그를 귀찮게 하지 않도록 했다.“또 누구 있어?”"엄혜정과 다른 임원 한명, 그리고 진영이도 있어." 원유희가 말했다."그쪽에서 다 안배했으니 우린 가기만 하면 된다."비서 한명이랑 말 할수있는 임원, 그리고 계약서를 보는 진영, 다모였다.김신걸은 기세가 짙게 일어나 책상을 사이에 두고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앞으로 당겨 완목희의 가슴을 책상 가장자리에 단단히 붙였다.얇은 입술을 매우 가까이 하여 "다른 누구가 있다는걸
분위기가 점점 더 위험해지자 김신걸은 원유희를 놓아주고 일어나면서 거역할 수 없는 어조로 말했다.“가기 전에 아이들을 어전원에 보내.”그리곤 문이 쾅 하고 닫았다. 김신걸은 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떠났다.닫힌 사무실 문을 보면서 원유희는 긴장이 풀렸다.‘아이들의 일은 일단 천천히 하는 것이 좋겠네.’그녀는 결코 김신걸이 정말 이런 일로 윤설과 이혼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김신걸은 자기가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참기 힘들면 어떤 여자든지 김신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그리고 김신걸은 남에게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극도로 독단적인 사람이고 독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원유희의 협박을 들을 리가 없었다.원유희는 걸핏하면 이 일을 꺼내 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리면 나중에 자신을 외면하리라 생각했다. 어차피 그녀는 아이만 있으면 되기에 김신걸의 관심 정도는 없으면 그만이었다.아이들이 두 쪽의 환경에 익숙해지게 하면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빠랑 엄마가 다 곁에 있었고, 있고 싶은 곳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랑 마음껏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애정 결핍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원유희는 자신을 희생하고 제성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보기에는 아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떠날 수 없었다.‘뒷일은 나중에,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온종일 준비하고 다음 날 오전, 원유희는 세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육성현이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가 그들을 기다렸다. 그는 두 대의 차를 준비했는바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유희랑 엄 비서는 제차로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음 차에 타도록 해요.”아무런 문제도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엄혜정은 비서인 자신은 그 차에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완곡하게 거절했다.“저도 뒤의 차를 타겠습니다.”그리곤 뒤에 있는 차로 갔다.육성현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원유희는 엄혜정이 함께 앉기
“네 비서 참 재밌네. 식사도 함께했는데 아직도 날 무서워한다니.”미소를 머금은 채 내뱉은 육성현의 말에 원유희는 무척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둘이서만 식사했어요?”엄혜정이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건 사적으로 만났다는 뜻이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육성현은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차로 부딪혔던 거 사과할 겸 내가 초대했었어.”솔직히 원유희도 그의 행동이 이해됐다. 하지만 로얄 그룹 심지어는 A 시의 경제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이토록 마음이 넓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었다.마찬가지로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쥔 김신걸은 그녀의 삼촌과 완전 딴판인데 말이다.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차는 육성현의 저택에 도착했다.산과 물이 어우러진 넓은 부지에 위치한 저택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저택은 총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층마다 전망대가 있어 넓고도 쾌적했으며 보통 사람들은 꿈에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호화로웠다.육성현의 저택에 머물게 된 원유희와 달리 엄혜정 일행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솔직히 남을 집에 초대한다는 건 불편하기 마련인데 육성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녀에게 전용 차량을 내어주고 그녀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 들어주었다.간단한 요깃거리를 조금 먹고 난 뒤 두 사람은 곧바로 로얄 그룹으로 향했다.Comment by 행단: 午饭改成간단한 요깃거리, 因为后面他们又去吃午饭로얄 그룹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모든 방면에서 드래곤 그룹 못지않았다.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그저 각자의 특색을 지녔다는 것 정도였다.엄혜정 일행은 어느새 로얄 그룹 임원진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회의실 안의 사람들 모두 자리에서 벌쩍 일어났고 엄혜정과 동료들 역시 일어나 로얄 그룹 대표를 맞이했다.그리고 육성현을 본 그들은 속으로 역시 큰 회사의 대표는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앉으시죠.”육성현이 자리에 앉자 원유희가 엄혜정
“정말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저 먼저 자리로 돌아가 볼게요.”엄혜정은 정중히 거절한 뒤 육성현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곧바로 룸으로 돌아갔다.육성현은 세면대 앞으로 다가가 거울 속 자기의 모습을 확인하고 안경을 고쳐 쓰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점심시간이라 술자리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술이 약한 사람들도 그저 원유희처럼 조금 해롱해롱할 정도로 취해있었다.엄혜정도 룸으로 다시 돌아온 뒤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솔직히 그건 육성현의 도움도 조금 있었다. 그가 우리 유희의 비서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을 하며 그녀의 술을 대신 막아줬니 말이다.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그녀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다.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맨 먼저 든 생각은 방이 이상하다는 거였다.커다랗고 호화로운 방은 호텔이라기보다 개인 별장에 더 가까웠다.기억을 되짚어 보자 호텔에서 나와 원유희와 함께 차에 오른 것까지는 생각났다. 하지만 그 뒤는 기억나지 않았다…….이에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 방을 나섰다.긴 복도를 지나 느낌대로 걸어가고 있을 때 그녀는 마주 향해 걸어오는 남자의 실루엣에 걸음을 멈췄다. 그건 자신에게 뼛속 깊은 공포를 선사했던 사람의 얼굴을 보자 나타난 본능적인 반응이었다.“잘 잤어요?”육성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엄혜정은 비로소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성현 대표님, 여긴 어디죠? 제가 왜…….”그녀는 주위를 한참 둘러보고 나서야 이곳이 육성현의 저택이라는 걸 알아차렸다.“혜정 씨가 차에 오르자마자 바로 잠들었어요. 내릴 때가 되어서도 깨어나지 않아 유희와 함께 여기로 데려왔어요.”“그럼 유희 대표님은요?”“지금 다른 직원들과 함께 로얄 그룹에 있어요. 거의 4시가 다 되어 가니 혜정 씨는 갈 필요 없어요.”엄혜정은 자기가 술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낭비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비서가 되어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였다.이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낮게 중얼거렸다.“그럼 전 이만 호텔로 돌아갈게요.”“제가 그렇게
육원산은 이 소녀를 보자마자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 그는 당연히 눈앞에 있는 소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육성현이 이미 그에게 알려줬기 때문에 그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다만 막상 마주하니 왠지 감개무량하고 마음이 무거웠다.“아버지.”육성현이 그를 불렀다.“형 딸 유희예요. 유희야, 이분은 네 할아버지야.”원유희는 그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차마 입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앉아.”육원산이 말했다.자리에 앉은 후, 육원산은 원유희를 빤히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어째 네 아버지랑 많이 닮지 않은 것 같구나.”육원산은 친손녀를 만나자마자 친절하게 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제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세요?”불친절한 육원산의 태도에도 원유희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몇십 년 동안이나 무관심했으니, 얼굴을 기억할리가 없겠지.’“걔는 내 아들이야. 아무리 몇 년이 지나도 잊을 수가 없지.”육원산이 말했다.“네가 나를 원망하고 네 아버지를 대신해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옛일은 그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온 거예요.”원유희는 육원산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육원산보다 그녀의 아버지를 더 관심했다.“네 아버지는 천성이 나약했어. 걔가 하는 일은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은 걔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어. 그것 뿐이야.”“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아버지는 조금도 나약하지 않으세요. 제 아버지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예요. 우리 아버지의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원유희가 반박했다.“내가 알기론, 네 아버지는 자기 아내랑, 네 어머니 사이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들었어. 이게 나약한 게 아니고 뭐야?”“그건 아버지가 딸을 너무 아껴서 그런 거예요. 게다가 아버지는 그때 제 존재도 모르셨고요. 이런 인생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고 고달픈 삶인데 가족으로서 어떻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