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엄혜정에게 선물한 것은 그녀가 자기 비서였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지 않는 것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였다. 일부 사람에게 주면 불만과 분노를 사기 쉬워서 그냥 다 주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원유희는 오전 내내 일을 처리하고 점심에 엄혜정과 함께 병원에 갔다.원수정은 지금 몸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계속 누워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에 가니 윤정의 옆에서 그의 다리를 마사지하고 있는 원수정을 발견했다."엄마."원수정은 원유희를 보고 기뻐했다."언제 돌아왔어?""어젯밤에요. 설마 계속 여기에 있었어요?”"아니, 믿지 못하겠으면 간병인에게 물어봐." 원수정은 부인했다.“그럼 제가 보낸 성게는 봤어요? 병실에 보냈는데 아마 오늘 아침에 도착했을 거예요.”“아 그거…….”거짓말이 들키자 원수정은 그저 웃어넘기려고 했다.“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그런지 몸이 뻐근해서 와봤어. 뭐 힘든 일은 하지 않았고 적당히 걸으면 회복에도 좋잖아.”원유희는 침대 옆에 서서 여전히 그대로인 윤정를 보았다."아빠, 저 애들을 데리고 바다로 놀러 갔고 잠수도 해봤어요. 엄청 재미있었어요. 이제 아빠가 깨어나면 우리 가족끼리 같이 놀러 가요.”원유희는 윤정이 대답하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말하려고 했다. 혹시라도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견지했다. 원유희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니까, 얼른 깨어나!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원수정은 마음이 괴로웠다.원유희는 한 시간 남짓 윤정의 곁에 있었다가 엄혜정과 떠났다.엄혜정은 퇴근할 때 성게 가지러 온다고 했고 원유희는 알았다고 했다. 차에 올라탄 후 원유희는 엄혜정과 얘기했다.“알았더라면 퇴근해서 가져올 걸, 그럼 혜정 씨도 다시 올 필요 없잖아요.”“괜찮아요, 겸사겸사 사모님도 뵙고 좋죠. 뭐.”“우리 엄마가 혜정 씨 사람이 좋다고 했는데 보아하니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사모님이 사람이 좋은 거죠.”회사
“알아요. 그냥 왜 굳이 저희랑 협력하려는 거죠? 솔직히 말해서 우리 회사는 그냥 중소기업일 뿐이고 삼촌 회사랑 협력했던 회사는 하나같이 다 대기업이었잖아요.”“말했잖아, 친척이니까?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육성현은 커피를 그의 앞에 놓는 엄혜정을 보았다.“무슨 다른 이유가 있어요?”원유희가 물었다.“우리 아버지 몸이 예전만 못해. 난 우리 아버지를 잘 알고 있어. 이번 협력을 통해서 우리 형이랑 아버지 관계를 개선하려고. 네가 옛날에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 억울하다 호소했지만 그 사람들 진짜 속생각을 네가 어떻게 알겠어? 그냥 기회가 필요했을 수도 있어.”“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대체 또 무슨 기회가 있어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할아버지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나이가 들어서 고집이 세져서 그래. 그러니까 내가 중간에서 이어주려는 거야.”육성현은 매우 성의가 있어 보였다.“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네 아버지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거 몰라.”"모른다고요?"“말했잖아. 몸이 좋지 않다고. 그래서 자극받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안 알려줬어. 근데 아버지는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다 알고 있는데도 말리지 않은 거 보면 다 알리잖아.”육성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넌 그때 그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지 않니?"원유희는 알고 싶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겨서 그의 아버지를 집에서 내쫓았는지, 어떻게 여러 해 동안 친자식을 관심하지도 않았는지, 원유희는 너무 궁금했다. “저희 아버지랑 친형제니까 유전자 검사해도 되죠? 유전자 검사에 문제가 없고 회사 임원도 찬성한다면 협력하시죠.”비록 육성현의 회사와 비기면 재력, 규모 하나같이 보잘것없었지만 그래도 비굴한 자세를 보여줄 순 없었다. 게다가 유전자 검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할 필요가 있었다.“그래.” 육성현은 동의했고 손에 든 커피잔을 보며 말했다.“이거 가져가서 검사해. 무슨 문제가 있으면 다시 연락하고.”"그래요."육성현
엄혜정은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원유희를 바라보다가 원유희도 의외의 기색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원유희가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얼른 부인했다.“아닙니다, 전 성게를 받은 적이 없어요.”“왜 없어? 사장님이 성게를 보냈다고 네가 나한테 말했잖아?"이 부장은 계속 웃었다.엄혜정은 이 부장이랑 얘기한 적이 없었기에 바로 이 부장이 자기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의도를 알아차렸다.“제가 언제요?”“어제 퇴근할 때.”“어디서요? 저랑 마주친 적이 있어요? 제가 요즘 기억력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아니면 회사 CCTV를 한번 확인해볼까요?”“기억력은 확실히 좋지 않네. 회사 밖에서 마주쳤잖아, 지하철 가는 길에.”"지하철역에 가는 길에도 CCTV가 있고 확인할 수도 있어요."엄혜정은 손에 있던 서류를 다 나눠주고 앉아서 말했다.“왜 이렇게 진지해? 아무도 너랑 안 뺏어. 네가 박스를 들고 지하철에 갔잖아, 아니야? 사장님이 널 많이 이뻐하시는가 봐, 우리는 다 못 가졌는데.”이 부장은 계속 농담했다.다른 임원들은 속 시원하게 얘기했다.“새로 온 비서인데 더 챙겨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들이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과연 조금 전 얘기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까?회의가 끝난 후 사무실로 돌아온 엄혜정은 얼른 설명했다.“사장님, 저 진짜 말한 적이 없어요. 요즘 이틀 동안 이 부장이랑 한 마디도 섞지 않았어요.”"당연히 네가 말한 것이 아니라고 믿어." 원유희는 의자에 앉아 말했다."그럼 제가 성게를 받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원유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장미선 모녀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그 두 사람이 어떻게 제가 우리 아버지 회사를 경영하도록 순순히 물러나겠어요? 지금 암암리에 갖은 수단과 방법을 생각해서 저를 방해하려고 할 거예요.”“그럼 이 부장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요?”“참, 공장 확장은 누가 책임지고 하고 있어요?”원유희는 생각이 나서 물었
윤설의 악랄한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착하게 살라고?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훈수를 둬? 내가 악녀라고 해도 신걸 씨는 나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 넌 그저 신걸 씨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한 존재야, 기생보다도 못한 년이. 적어도 기생한테는 돈이라도 주는데 넌 뭘 가졌어? 네가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나 요즘 계속 어전원에 가서 잘 거니까 나랑 신걸 씨 방해하러 오지 마.”윤설은 이 말을 하고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원유희는 자신이 김신걸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이상 김신걸이 자기 몸에 손을 대게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설이 어전원에 있으니까 애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을까?’오후에 그녀는 어전원에 가서 아이들을 데려가 원수정의 별장으로 보냈다.아이들이 윤설과 만나는 것을 피하고 싶었고 아이들이 원수정의 주의력을 돌리길 바랐다. 아니면 계속 윤정을 걱정하느라 몸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이었다.멀리서 세 어린 아이가 외할머니와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를 들고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얘기했다.“통보하는 거야?”낮고 포스 있는 김신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그랬잖아. 아이들의 일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고. 널 존중하니까 그나마 이렇게 알려주는 거야.”원유희는 뻔뻔스럽게 말했다."방해하지 않았지?"김신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김신걸을 부르는 윤설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원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김신걸은 눈썹을 약간 비틀고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신걸 씨, 밥이 다 됐어. 일은 다 처리했어?”윤설은 자상하고 부드럽게 물었다.김신걸은 끊긴 휴대전화를 책상에 던지고 일어나 의자에 걸쳐진 외투를 들었다."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그렇게 급해? 먹고 가는 게 좋지 않겠어?”윤설이 급하게 말했다.“아니, 회사에 가서 먹으면 돼.”김신걸은 서재를 나와 홀을 지나갔다."그럼 저녁에 돌아오는 거야
아침에 원유희는 사무실로 들어갔다.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어리둥절해진 그는 여느 때처럼 책상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물 한 잔 줄까?”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차갑게 보고있었다. 진짜 줄 생각이였으면 물어보지도 않겠지. 딱봐도 말만 하는 것이다.이 빌어먹을 여자만이 감히 이렇게 그를 도발할 수 있다!"애들은?""우리엄마랑 같이 있어, 그들이 얼마동안 놀고 싶은지 보고, 급하게 데려갈건 아니잖아?" 원유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알면서 왜 물어보는거야.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걸 믿지않는다."선 넘지 마라."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그를 건드리는것은 아직 좀 두려워서 애꿎게 말했다."애들이 바다에 놀러간 일을 외할머니랑 이야기하고 싶어해, 오후에는 외할아버지 보러갈거야, 이게 어딜봐서 선 넘은거니? 너야말로 왜 이리 일찍 왔어? 윤설 갔어?"김신걸은 분명 드래곤 그룹에 가지않았을거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나타나지 않았을 거다.김신걸은 어젯밤 어전원에 묵지 않은 일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고 안색이 어둡고 냉담하였다."나의 조사를 믿지않아서 유전자 검사를 한거야?""그건 아니야, 단지 임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필경 앞으로 로열그룹과 협력해야 하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원유희는 송욱에게 부탁하면 그에게 알려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그건 상관없다."참, 요 며칠 나는 A시에 한 번 가야 해." 원유희 그에게 알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이 변덕스러운 남자가 또 그를 귀찮게 하지 않도록 했다.“또 누구 있어?”"엄혜정과 다른 임원 한명, 그리고 진영이도 있어." 원유희가 말했다."그쪽에서 다 안배했으니 우린 가기만 하면 된다."비서 한명이랑 말 할수있는 임원, 그리고 계약서를 보는 진영, 다모였다.김신걸은 기세가 짙게 일어나 책상을 사이에 두고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앞으로 당겨 완목희의 가슴을 책상 가장자리에 단단히 붙였다.얇은 입술을 매우 가까이 하여 "다른 누구가 있다는걸
분위기가 점점 더 위험해지자 김신걸은 원유희를 놓아주고 일어나면서 거역할 수 없는 어조로 말했다.“가기 전에 아이들을 어전원에 보내.”그리곤 문이 쾅 하고 닫았다. 김신걸은 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떠났다.닫힌 사무실 문을 보면서 원유희는 긴장이 풀렸다.‘아이들의 일은 일단 천천히 하는 것이 좋겠네.’그녀는 결코 김신걸이 정말 이런 일로 윤설과 이혼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김신걸은 자기가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참기 힘들면 어떤 여자든지 김신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그리고 김신걸은 남에게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극도로 독단적인 사람이고 독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원유희의 협박을 들을 리가 없었다.원유희는 걸핏하면 이 일을 꺼내 김신걸의 심기를 건드리면 나중에 자신을 외면하리라 생각했다. 어차피 그녀는 아이만 있으면 되기에 김신걸의 관심 정도는 없으면 그만이었다.아이들이 두 쪽의 환경에 익숙해지게 하면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빠랑 엄마가 다 곁에 있었고, 있고 싶은 곳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랑 마음껏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애정 결핍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원유희는 자신을 희생하고 제성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보기에는 아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떠날 수 없었다.‘뒷일은 나중에,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온종일 준비하고 다음 날 오전, 원유희는 세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육성현이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가 그들을 기다렸다. 그는 두 대의 차를 준비했는바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유희랑 엄 비서는 제차로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음 차에 타도록 해요.”아무런 문제도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엄혜정은 비서인 자신은 그 차에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완곡하게 거절했다.“저도 뒤의 차를 타겠습니다.”그리곤 뒤에 있는 차로 갔다.육성현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원유희는 엄혜정이 함께 앉기
“네 비서 참 재밌네. 식사도 함께했는데 아직도 날 무서워한다니.”미소를 머금은 채 내뱉은 육성현의 말에 원유희는 무척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둘이서만 식사했어요?”엄혜정이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는 건 사적으로 만났다는 뜻이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육성현은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차로 부딪혔던 거 사과할 겸 내가 초대했었어.”솔직히 원유희도 그의 행동이 이해됐다. 하지만 로얄 그룹 심지어는 A 시의 경제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이토록 마음이 넓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었다.마찬가지로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쥔 김신걸은 그녀의 삼촌과 완전 딴판인데 말이다.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차는 육성현의 저택에 도착했다.산과 물이 어우러진 넓은 부지에 위치한 저택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저택은 총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층마다 전망대가 있어 넓고도 쾌적했으며 보통 사람들은 꿈에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호화로웠다.육성현의 저택에 머물게 된 원유희와 달리 엄혜정 일행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솔직히 남을 집에 초대한다는 건 불편하기 마련인데 육성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녀에게 전용 차량을 내어주고 그녀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 들어주었다.간단한 요깃거리를 조금 먹고 난 뒤 두 사람은 곧바로 로얄 그룹으로 향했다.Comment by 행단: 午饭改成간단한 요깃거리, 因为后面他们又去吃午饭로얄 그룹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모든 방면에서 드래곤 그룹 못지않았다.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그저 각자의 특색을 지녔다는 것 정도였다.엄혜정 일행은 어느새 로얄 그룹 임원진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회의실 안의 사람들 모두 자리에서 벌쩍 일어났고 엄혜정과 동료들 역시 일어나 로얄 그룹 대표를 맞이했다.그리고 육성현을 본 그들은 속으로 역시 큰 회사의 대표는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앉으시죠.”육성현이 자리에 앉자 원유희가 엄혜정
“정말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저 먼저 자리로 돌아가 볼게요.”엄혜정은 정중히 거절한 뒤 육성현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곧바로 룸으로 돌아갔다.육성현은 세면대 앞으로 다가가 거울 속 자기의 모습을 확인하고 안경을 고쳐 쓰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점심시간이라 술자리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술이 약한 사람들도 그저 원유희처럼 조금 해롱해롱할 정도로 취해있었다.엄혜정도 룸으로 다시 돌아온 뒤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솔직히 그건 육성현의 도움도 조금 있었다. 그가 우리 유희의 비서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을 하며 그녀의 술을 대신 막아줬니 말이다.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그녀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다.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맨 먼저 든 생각은 방이 이상하다는 거였다.커다랗고 호화로운 방은 호텔이라기보다 개인 별장에 더 가까웠다.기억을 되짚어 보자 호텔에서 나와 원유희와 함께 차에 오른 것까지는 생각났다. 하지만 그 뒤는 기억나지 않았다…….이에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 방을 나섰다.긴 복도를 지나 느낌대로 걸어가고 있을 때 그녀는 마주 향해 걸어오는 남자의 실루엣에 걸음을 멈췄다. 그건 자신에게 뼛속 깊은 공포를 선사했던 사람의 얼굴을 보자 나타난 본능적인 반응이었다.“잘 잤어요?”육성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엄혜정은 비로소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성현 대표님, 여긴 어디죠? 제가 왜…….”그녀는 주위를 한참 둘러보고 나서야 이곳이 육성현의 저택이라는 걸 알아차렸다.“혜정 씨가 차에 오르자마자 바로 잠들었어요. 내릴 때가 되어서도 깨어나지 않아 유희와 함께 여기로 데려왔어요.”“그럼 유희 대표님은요?”“지금 다른 직원들과 함께 로얄 그룹에 있어요. 거의 4시가 다 되어 가니 혜정 씨는 갈 필요 없어요.”엄혜정은 자기가 술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낭비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비서가 되어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였다.이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낮게 중얼거렸다.“그럼 전 이만 호텔로 돌아갈게요.”“제가 그렇게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