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전원으로 돌아간 후 원유희는 김신걸을 보지 못했다. 해림은 김신걸이 서재에서 회사 사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가서 하나씩 목욕을 도왔다.유담이는 여자였기에 다른 애들이랑 같이 씻기지 않았다. 원유희는 먼저 조한이랑 상우를 씻기고 유담이랑 같이 반신욕을 했다.사실 메이드에게 아이들을 씻기는 일을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기에 직접 다 했다.유담이는 거품을 모두 자기 머리에 얹고 작은 머리를 흔들었다.“엄마, 예뻐요?”원유희는 그녀를 안고 웃었다."예뻐."“엄마도 해줄게요.”유담이는 거품을 원유희 머리에 얹었고 원유희의 만지작거리고 깔깔 웃었다.“왜 그래?”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옆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머리에서 두 개의 ‘뿔’같은 것이 보이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이게 뭐야?”“꽃사슴이에요!”원유희도 머리가 흔들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유담이는 원유희의 가슴을 쳐다보더니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엄마, 저 우유 마셔도 돼요?”원유희는 엄숙한 척했다."안 돼, 너는 이미 컸어."시간이 지났기에 원유희는 이미 모유가 없었다. 욕실 문이 열리자 김신걸은 욕조 거품에 잠긴 두 사람을 보았다.“아빠!”유담이는 흥분했고 원유희는 눈빛이 흔들렸다.‘딸이랑 목욕하는 데 모르는 거야? 왜 들어오는 거야…….’원유희는 가슴을 거품 아래로 숨겼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생각을 모를 수가 없었다.‘네가 숨으면, 내가 못 볼 거라고 생각했어?’앞으로 나아가서 두 손을 욕조 가장자리에 받치고 똑같이 머리에 거품을 얹고 귀여운 모습을 하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김신걸은 유담이의 눈에 거품이 들어가지 않도록 이마에서 흘러 내려오는 거품을 닦아주었다.“아까는 왜 화냈어? 엄마가 괴롭혔어?”“괴롭히지 않았는데, 그냥……유담이가 우유 마시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대요.”유담이는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김신
사냥감을 즐기는 늑대처럼 김신걸은 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너희들 먼저 자, 좀 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원유희가 말했다.“아, 나 알았어요. 엄마랑 아빠는 데이트하려는 거 맞죠?”약삭빠른 유담이가 말했다.‘데이트? 그저 기브 앤 테이크일 뿐이야.’데이트라고 말할 만큼 로맨틱한 게 아니었다. 그녀와 김신걸과의 관계는 그런 지경에 이르지 못했다. 세 어린아이를 재운 후에야 원유희는 김신걸의 방으로 갔다.이때 김신걸은 이미 목욕하고 침대에 기대어 팔꿈치를 베개 삼아 누워있었다. 검은 눈을 감고 있었기에 잠들었는지 잠들지 않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원유희는 그가 잠들기를 바랐다. 이렇게 하면 그녀는 뒤돌아서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다가가서 자세히 보았다. 솔직히 말해 원유희도 김신걸의 외모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조각 같은 이목구비와 곧은 얼굴선은 공격성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미가 적당하게 섞인 외모를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공격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그의 아름다움을 쉽게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잠을 자고 있더라도 마치 잠깐 쉬는 맹수처럼 언제든지 자신을 덮칠 것 같았다.원유희는 숨을 죽이고 몸을 돌려 떠나려던 찰나 손목을 꽉 조여 깜짝 놀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침대로 뒤로 쓰러지더니 김신걸 몸에 넘어졌다.“아…….”원유희는 몸을 돌리자 김신걸의 차갑고 예리한 눈과 마주쳤고 갑자기 온 세상이 뒤바뀌어지더니 검은 그림자가 원유희를 덮쳤다.김신걸만의 보이지 않는 압박감은 원유희의 숨통을 조였고 심장이 갑자기 엄청 빠르게 뛰게 했다. “마침 널 부르러 가려고 했는데.”김신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어루만지며 매우 위험한 눈빛을 보였다.“네 딸이 그러는데 엄마 아빠랑 같이 자고 싶대.”원유희는 그를 밀었지만 김신걸은 밀리지 않았다."아빠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지."김신걸의 얇은 입술은 원유희의 입술을 삼켜버릴 것처럼 탐했다. 원유희는 눈을 감고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것을 참으며 견녀냈
“해…… 해림 씨…….”원유희의 예쁘장한 얼굴이 마침 옆에서 김신걸을 일깨워 주었다.짙게 타오르고 있던 눈빛이 일순 멈칫하더니 낯빛 어두워졌다.방해를 받았다는 생각에 포악해진 그는 언짢듯 잠옷 끈을 질끈 묶어 매고는 침실 문을 벌컥 열었다.“중요한 일이어야 할 거야!”“윤설 아가씨의 어머니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윤설 아가씨가 실종됐답니다.”해림의 말에 고른 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있던 원유희가 어리둥절했다.‘윤설?’“대표님 핸드폰이 서재에 있어 저한테로 전화 온 모양입니다. 듣기로 윤설 아가씨께서 아버지가 일어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혼자 기도를 드리러 절에 갔다는데 그 뒤로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핸드폰 가져와.”“네.”짜증이 섞인 김신걸의 명령에 해림은 이내 대답했다.침실로 들어간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이불 속에서 움츠린 채 침묵을 유지하는 원유희를 바라봤다.“다 들었지?”“사람 목숨이 달린 일 같던데.”“먼저 자.”김신걸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말하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나 애들이랑 같이 잘게.”“그냥 여기에서 자.”김신걸의 거역할 수 없는 말투에 몸을 일으켜 세우던 원유희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가 방문을 나서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힘없이 침대에 누웠다.‘이 일 아마 계속되겠지? 윤설이 실종됐다고? 한밤중에 기도드리러 절에 올라갔다니.’문득 그녀가 정말로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되어 그렇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게 맞든 아니든 김신걸의 주의를 돌렸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다.상대는 그녀가 비길 수도 없는 김신걸의 약혼녀이니까.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원유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잠들었다.그리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방 안에서 김신걸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고 침대 옆마저 누군가 잠들었다 깬 흔적이 없었다.그 말인즉 김신걸이 어제 나간 뒤 다시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윤설을 찾지 못했나? 정말 뭔 일이라도
“어…….”아이들의 말에 원유희는 할 말을 잃었고 옆에 있던 메이드는 빵 터졌다.그때 유담이 다시 끼어들었다.“엄마, 우리 오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 보러 가요?”“저녁에 아빠한테 물어봐.”“아빠 무조건 동의할걸요!”“그래도 물어봐야 해.”유담의 말에 대답한 원유희는 아이들 셋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이들은 메이드를 따라 식탁으로 가게 하고 본인은 뒤에 있는 해림에게 물었다.“신걸 씨는요? 서재에 있나요?”“어젯밤 내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닐까요? 전화해 보는 게 어떨까요?”해림은 걱정 가득한 말투였지만 솔직히 원유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일이 생길 리가 없다고 자신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아마 윤설과 함께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해림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걱정되지도 않나? 왜 저렇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 일부러 전화해 보라고 한 거였는데…….’하지만 원유희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윤설은 김신걸의 약혼녀이자 앞으로 김씨 집안 사모님이 될 사람이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게 당연했으니 말이다.게다가 밤새 실종된 윤설이 적잖게 충격을 받았을 게 뻔하기에 당연히 김신걸의 위로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다.식사를 마친 뒤 원유희는 병원은 나중에 가자며 아이들을 설득했다. 그러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아이들은 이번에는 그녀를 따라 회사에 가겠다고 떼를 썼다.하지만 김신걸이 지금 윤설과 함께 있을 게 뻔했기에 회사를 데리고 가도 되는지 묻기마저 어려웠다.“다음에 가자. 응?”어렵사리 세 아이를 달래 떼어낸 원유희는 결국 혼자 어전원을 나섰다.그녀는 먼저 윤정의 병문안을 한 뒤 회사로 향해 약 10시쯤 면접실에 도착했다.면접하러 온 세 사람의 자료를 원유희는 미리 확인해 두었다.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경력이었지만 그건 모두 서면적인 것들이었기에 대화로 자세한 것들을
“편하실 때 출근하시면 됩니다.”“지금 바로 가능합니다.”원유희의 말에 엄혜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래요. 오 비서가 엄혜정 씨 맡아요.”“네, 대표님.”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사무실로 돌아온 원유희는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김신걸을 바라봤다.‘언제 왔지? 약혼녀와 같이 있지 않아도 되나?’“무슨 일이야?”곧바로 진정을 되찾은 원유희가 문을 닫으며 물었다.“면접은 어땠어?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김신걸은 무거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의자에 기대더니 손을 의자 거치대에 올려놓았다.“응. 오늘 바로 출근하기 시작했어.”원유희는 본인의 자리가 빼앗겼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테이블 앞에 서서 서류를 뒤적였다.“내가 어젯밤 어디 갔는지 궁금하지 않아?”원유희는 무뚝뚝한 김신걸을 빤히 쳐다봤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지 못했다.“윤설이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간밤에 절에 갔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다쳤더라고. 그런데 큰 부상은 아니야.”“다행이네. 그래도 아빠 딸이라서 다칠까 봐 걱정했는데.”원유희의 담담한 말투에 김신걸의 눈동자는 예리한 빛을 뿜어냈다.“다른 할 말은 없어?”뜬금없는 질문에 의아한 듯 눈을 든 원유희는 그의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온 신경이 곤두섰다.“뭐?”“아무것도 아니야.”‘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맞나? 왜 갑자기 공기가 차가워진 것 같지?’싸늘한 눈빛을 숨기며 옷깃을 잡아당기는 김신걸의 반응에 원유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뜬금없이 찾아와서 뭐 하자는 거지? 왜 나한테 눈치 주고 난리야?’“아참, 애들이 외할아버지 보러 가고 싶다고 하던데 그래도 돼? 장미선 그 여자도 거기 있는 거 아니야?”“피할 거 뭐 있어? 애들의 진짜 외할머니잖아.”김신걸의 말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그가 일부러 자기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생각에 원유희는 부글부글 끓는 화를 억눌렀다.“나 바빠서 먼저 갈게.”그녀는 몸을 홱 돌려 사무실을 나서려고
원유희는 김신걸이 무섭지 않았다. 적어도 아이들이 있는 한 자기 목숨만은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나 윤설 건드리지 않았어.”김신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자 원유희는 놀란 눈을 들어 상대를 바라봤다.‘지금 나한테 해명하는 건가?’“이제 만족해?”김신걸의 말에 원유희는 고개를 홱 돌리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안 비켜?”하지만 곧바로 들려오는 그의 말에 원유희는 그제야 몸을 틀어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아이들 일은 직접 결정해.”말을 마친 김신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섰다.그제야 원유희는 나른해진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문을 살며시 닫았다.‘해명할 필요 있나? 윤설이 다쳤을 텐데 당연히 건드리지 못했겠지.’그 시각, 전화를 끊은 장미선이 다급하게 윤설의 방으로 달려갔다.“방금 이 부장 연락을 받았는데 김신걸이 네 아버지 회사에 갔다가 얼마 있지 않고 떠났대.”“우리 목적이 달성됐다는 뜻이네요.”윤설은 노여움을 참으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어제 일만 보더라도 김신걸이 너를 더 중요시한다는 걸 알 수 있잖아. 그런데 이 방법 너무 위험했어. 대충 척만 하면 될 것을 뭐 하러 진짜 다쳐와?”“척만 하면 신걸 씨한테 분명 들켰을 거예요. 신걸 씨 마음 속에 내가 있다는 게 확인됐으니 나도 이제 원유희와 싸우는 게 두렵지 않아요.”“걱정하지 마. 회사랑 병원에 사람 붙여놨으니 그년 제대로 감시할 거야. 어전원의 사람은 돈으로 매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어전원의 사람을 어떻게 매수해요? 모두 신걸 씨가 엄선한 사람들일 텐데.”“나쁜 일 시키는 것도 아니고 원유희가 어전원에서 사는 게 맞는지 확인만 부탁할 건데 뭐!”“다행히 이번에 다친 덕에 신걸 씨가 어전원 출입을 허락했어요. 이거야 말로 일거양득 아니에요?”윤설은 우쭐해서 말했다.어전원 출입 허락도 받아냈는데 이깟 부상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래. 기회를 봐서 괜찮은 사람 매수해. 네 아버지의 재산도 빼앗겼는데 김신
그때 윤설이 해림을 불러세웠다.“애들 깨어나면 제가 데려갈게요.”하지만 전에 해물 볶음면 사건도 있었던 터라 해림은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거절했다.“귀찮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데려갈게요.”“귀찮다니요? 애들은 제 아이기도 한데. 만약 걱정된다면 집사님도 따라오면 될 거 아니에요.”“전 그런 뜻이 아닙니다.”“저야말로 미래 사모님이란 걸 잊지 마세요. 이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안 그래요?”윤설의 한 마디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남의 실수를 눈감아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자기한테 실수하면 절대 눈감아 주지 않을 거라는 협박.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알아서 잘 판단하라는 뜻이었다.“알고 있습니다.”윤설은 해림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만족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도 좀 자야겠네요.”오후가 되자 원유희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 혼자뿐이었다.“장미선은 왔다 갔어요?”“간병인 말로는 오전에 왔다가 바로 갔다. 그런 여자한테 뭘 바라?”원수정은 장미선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고 또 싸워왔기에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이익이 따르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도.원유희는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서 호전되었는지 확인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원수정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그대로야.”“하긴, 이렇게 빨리 호전될 리 없죠.”원유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답하며 자리에 앉자 원수정이 물었다.“애들은? 전화해 봤어?”“해봤어요. 오는 길이래요.”원유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병실 문이 열리더니 꼬맹이 셋이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앳된 목소리가 들리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리던 원수정과 원유희는 아이들 뒤에서 들어오는 낯익은 얼굴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하지만 분위기를 알리 업는 아이들은 앞다투어 원유희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유담은 애교까지 부려댔다.그제야 윤설에게서 눈길을 거둔 원유희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
‘아버지의 가족이라고?’원유희는 의아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옆에 있는 장미선을 바라봤다. 어찌됐건 장미선이야말로 윤씨 가문 며느리이니 봤을 수도 있을 테니까.“바로 갈게요.”“아버지가 어떻대?”그녀가 전화를 끊기 바쁘게 윤설이 물었다.하지만 원유희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장미선을 바라봤다.“혹시 아버지 주위에 다른 가족이 있어요? 전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서요.”“고아인데 가족은 무슨!”입을 삐중거리며 대답하는 장미선의 말이 미덥지 않았는지 원유희는 다시 물었다.“정말 다른 가족이 없는 거 확실해요?”“확실해! 우리가 결혼해서 윤설이 태어날 때까지 그 사람 입에서 가족 얘기를 하는 걸 들은 적 없어!”그녀의 말에 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병실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우선 병실부터 가봐요.”네 사람은 아이들을 해림한테 맡기고 함께 병실로 향했고 병실에 들어선 순간 역시나 웬 남자가 병상 옆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하지만 그 남자를 보는 순간 원유희는 멍해졌다. 왜냐하면 그 남자는 방금 주차장에서 지나쳤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혹시…… 저의 아버지 가족분 되세요?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가족이 있다고 말씀하신 적 없거든요.”“가족은 무슨 고아라니까.”원유희의 말에 장미선이 끼어들었다.육성현은 그들을 쭉 훑어보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형이 식구들과의 갈등 때문에 쫓겨났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가족이 없다고 했겠죠. 우선 저부터 소개하죠. 윤정 형의 친동생 육성현입니다.”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다리를 꼰 채 앉았다. 그러고는 깍지를 낀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장미선과 윤설은 그의 말에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친동생? 그러면 나와 원유희의 산촌이라는 뜻이잖아? 갑자기 친삼촌이 튀어나오다니.’“정말 저희 아버지 친동생 맞아요? 그런데 전에는 왜 나타나지 않았죠?”“설마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일 때문에 오신 건가요?”윤설의 물음에 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