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은 소파에 앉아 검은 눈동자로 침대 위의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몸도 약하니까 감당을 못하네.’김신걸은 잠시 앉아있다가 일어났다.침대 옆에 앉자 검은 그림자가 원유희의 작은 얼굴을 덮어 마치 회색 막을 씌운 것 같았다. 김신걸은 손을 뻗어 손등으로 그녀의 작은 얼굴을 만졌다. 미열이 있고 촉감이 부드러웠다.꿈속의 원유희는 편안함을 느낀 듯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 살짝 거친 손은 거부감이 들 정도로 거칠진 않았기에 원유희는 오히려 손을 뻗어 그 손을 잡고 얼굴로 베었다.윤설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화려한 불빛이 켜질 때까지 김신걸은 나타나지 않았다. 윤설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신걸 씨, 아직 오래 걸려? 구청의 사람들 다 퇴근하는데. 아니면 구청이랑 말해서 좀 기다리라고 할까?”김신걸은 핸드폰을 귓가에 대고 시선은 원유희의 불쌍한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혼인 신고는 이제 다음 날에 하자. 나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왜? 아니 왜?”윤설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방금은…… 해결하기 힘든 일이야? 내가 가줄까?”“아니. 먼저 돌아가. 일 다 처리하고 갈게.”김신걸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윤설은 온몸이 경직되고 얼굴은 한 대라도 맞은 것처럼 뜨거워 났다. 그녀는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도대체 시간이 없는 거야 아니면 원유희 그 계집애랑 있는 거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원유희 때문에 나한테 상처줄 수 있냐고! 원유희를 죽여버릴 거야!”옆에 있던 장미선은 깜짝 놀랐다. 윤설은 종래로 이렇게 김신걸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핸드폰을 가져갔더니 통화는 벌써 끝났다.윤설은 가방을 들고 일어나 추한 모습으로 구청을 떠나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발을 들어 차문을 힘껏 걷어찼다.“"죽어! 죽어! 죽어!"장미선은 바삐 그녀를 붙잡았다."차지 마, 발 아프지 않아?"“아파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김신걸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윤설은 지금까지 이런 추태를 보인 적도 이
윤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수심이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하러 가지 말았어야 했어. 역시 사단이 일어나고 말았어.’하지만 윤정은 차마 이런 얘기를 윤설에게 얘기할 순 없었다. 그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아빠, 도와줘요.”윤설은 일어서서 윤정의 옆에 가더니 윤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빠, 유희랑 얘기해봐 봐요. 신걸 씨를 돌려달라고 얘기해줘요. 걘 신걸 씨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신걸 씨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린대요? 난 신걸 씨 없으면 못 살아요. 예전의 지었던 죄를 다 용서받을 수만 있다면 저 진짜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신걸 씨를 뺏아가지 말라고 전해줘요. 네? 아빠가 가서 얘기하면 소용있을 수도 있잖아요. 원유희는 아빠 말을 잘 듣잖아요……”윤설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가슴 아픈 윤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빠가 가서 알아보고 알려줄게.”윤설은 고통스럽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아버지로서 결코 참을 수 없었고 나서야만 했다.원유희는 한밤중에 또 열이 나더니 송욱을 다시 불러 치료해서야 안정되었다.원유희가 깨어났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옷도 입지 않은 남성의 튼튼한 가슴을 봤다. 야성미가 넘치는 가슴 근육은 엄청난 압박감을 주었다.고개를 들 필요 없어, 누군지 다 알 수 있었다.원유희는 다시 눈을 감고 얼굴을 김신걸의 따뜻한 가슴에 댔다. 그녀의 숨결은 김신걸의 가슴을 살랑살랑 간지럽혔다.“하고 싶어?”김신걸의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원유희는 움직이지 않았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처럼 김신걸이 품에 안겼다.“나……콜록콜록…….”김신걸은 일어나서 원유희에게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다.원유희는 물을 마시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앞에 있는 김신걸을 바라보았다.김신걸은 그런 원유희를 보자 가슴이 간질간질했다.원유희가 다 마시자 마자 김신걸은 그녀의 얇은 입술에 입울 맞췄고 입술에 묻은 물까지 다 삼켜버렸다. 원유희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았고 김신걸을 더욱 가
“나 많이 좋아졌어.”원유희는 김신걸 손에 쥐어지니 유독 작아보이는 계란을 보고 물었다.“수란 만들 줄도 알아?”“그게 뭐 어렵다고.”김신걸은 능숙한 척을 하며 두 손으로 계란을 잡았지만 계란이 깨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깨진 계란과 껍데기은 함께 냄비안에 떨어졌다.“풉”원유희는 웃음을 터뜨렸다.김신걸의 경고가 담긴 눈빛을 보고 나서야 웃음을 그쳤다.“그…… 손에 힘 많이 안 줘도 돼.”김신걸은 다시 물을 담고 달걀을 깨뜨렸다.이번엔 힘조절에는 성공했지만 계란 껍데기은 여전히 냄비안에 떨어졌다.원유희가 괜찮다고 말하려던 찰나 김신걸은 물을 다 버리고 다시 시작했다.세 번의 시도 끝에 김신걸은 온전한 달걀을 깨는 데 성공했고 계란 껍데기도 냄비 안에 떨어지지 않았다.김신걸이 계란 깨기를 성공한 것을 보자 원유희는 더 이상 남아서 보지 않았고 몸을 돌려 갔다. 그러다 김신걸이 갑자기 원유희의 손목을 잡더니 원유희는 그 힘에 끌려갔다.김신걸의 손은 그녀의 이마에 닿았고, 손바닥 아래의 긴 속눈썹은 놀란 나비처럼 약간 떨렸다.“약 먹어.”“그래.”원유희는 약 먹으러 갔다.약을 다 먹은 후 원유희는 물컵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뜨거운 물을 많이 마시면 빨리 낫는다고 들었다.원유희는 가방이 맞은편 소파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일어나 가방 속의 핸드폰을 꺼냈다.무음 모드로 설정된 핸드폰에는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원수정에게서 걸려 온 전화도 있었고 장미선 윤설 그리고 윤정에게서 결려온 전화도 있었다.이를 보자 원유희는 김신걸의 핸드폰도 이런 상황일 거라고 예상했다.두 사람은 마치 인간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이곳에 숨어 밤낮으로 서로를 안았다. 외부의 모든 일은 다 자기랑 상관없는 것처럼 무아지경이었다.‘암튼 혼인 신고하러 간다는 소식을 못 들은 것처럼 연기하며 되지.’주방에서 나온 김신걸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놀고 있는 원유희를 발견했다. 자기가 원유희에게 사준 핸드폰이었다.“이리 와.”원유희는 휴대전화를 마음
김신걸은 일어나서 거실 소파에 가서 외투를 들고 껴입었다.쭉 뻗은 몸매는 위압적인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었다.몸을 약간 기울이고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막 수란을 먹자고 입을 연 원유희는 다가오는 인기척에 놀라 몸이 무의식적으로 굳어졌다.김신걸은 허리를 숙여 한 손은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아 원유희를 품 안으로 안았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김신걸은 눈썹을 찌푸렸다.“너무 단 거 아니야?"원유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이제야 발견했어? 설탕 반 봉지를 다 부은 거 아냐?”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진짜로 설탕 반 봉지를 부은 김신걸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괜찮아, 물 좀 부으면 되지.”원유희는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여기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김신걸은 원유희를 놓아주면서 이 말만 남기고 떠났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방안은 삽시에 고요해졌다.원유희는 그릇에 있는 수란을 보고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설탕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넣고 설탕을 조금 뿌렸다.수란을 다 먹고 원유희는 가방에 넣었던 자신이 산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에 가서 원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희희야, 너 지금 어디야? 엄마랑 솔직하게 말해 봐봐. 지금 김신걸이랑 같이 있는 거 맞지?”“네.”“어쩐지, 장미선 그 미친년이 갑자기 와서 행패를 부리더라고.”“엄마를 찾아갔어요? 엄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거 아니죠?”원유희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혼자 왔더라고. 엄마 쪽에는 두 명이 있어서 싸우더라도 내가 왜 손해를 보겠어? 아무것도 못 알아내고 줄행랑했어.”원수정은 득의양양헸다.“유희야, 네가 뭘 하든지 엄마는 다 네 편이야. 그러니까 안심하고 대담하게 해 봐!”원유희는 원수정이 혼인 신고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고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김신걸이랑 윤설이 다시 혼인 신고하러 갈까? 너 꼭 막아야 해. 걔네들 혼인 신고하러 가게 놔두면 안 돼.”원수정은 전화속에서 신신
그렇게 사라졌으니 윤설은 분명히 급해할 것이다.문을 나서자마자 가방 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원유희 자기 절로 산 핸드폰은 무음 모드로 바꿔서 전화가 들어와도 소리 나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서 보니 윤설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고 원유희는 받지 않았다. 가방에 넣자마자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리자 차고에서 나온 윤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아빠…….”“여기에 있었어?”윤정이 물었다.“저……인테리어가 어떻게 됬는지 보러 왔어요.”원유희의 눈동자는 살짝 흔들렸다.윤정은 원유희의 말을 의심하지도 않고 다 믿었다. 아무래도 옆집에 김신걸이 살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마음에 들어?"“네, 좋아요.”윤정은 원유희의 낯빛을 보고 걱정했다.“왜 그래? 어디 아파?”"이틀 동안 열이 나서 아파트에서 잤어요."“열이 났다고?”윤정은 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졌는데 온도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괜찮아요, 열은 이미 내렸어요.”“전화해도 안 받고 집에도 없어서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진짜로 여기 있을 줄은 몰랐어.”윤정은 뭐 더 얘기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집으로 가려고? 아빠가 데려다줄게.”원유희는 거절하지 않았고 윤정의 차를 타고 갔다. 윤정은 혼자 운전해서 왔는지라 기사가 따라오지 않았다. 원유희는 조수석에 앉아 머리를 좌석에 기대고 정신없이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유희야, 요 며칠 줄곧 혼자 아파트에 있었어?" 피할 수 없으면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 원유희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결국엔 입을 열었다.“아뇨, 김신걸도 있었어요. 나를 계속 돌봐주다가 아빠가 아파트에 오기 바로 전에 갔어요.”“유희야, 너 어제 무슨 날인지 알아?”“아뇨, 모르는데요?”원유희는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김신걸이랑 설이가 혼인 신고하러 가려고 했던 날이야.”원유희는 놀란 척을 하며 말했다.“전 몰랐어
원유희는 윤정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웃겼다. ‘윤정이 날 돌봐준다고?’윤정의 눈에 윤설은 그저 제멋대로 하는 공주일 뿐 나쁜 마음이란 없었다.“아빠, 그럼 나도 김신걸이 좋다면?”“뭐?”윤정은 놀라서 핸들을 놓칠 뻔했다.“아니면 제가 왜 김신걸의 애를 낳았겠어요? 그리고 아빠, 윤설보단 제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제가 세쌍둥이의 엄마잖아요. 아빠가 윤설이를 좀 말려봐요.”윤정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원유희가 김신걸을 좋아하는 것은 그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미안해, 아빠가 생각이 짧았어.”윤정은 원유희랑 사과했다.“난 또 네가 이때까지 김신걸을 싫어하는 줄 알았어……그리고 네 엄마 일로 걔가 널 많이 괴롭혔잖아”“오해일 뿐이에요.”피곤한 원유희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윤정은 얼굴을 돌려 원유희가 눈을 감은 것을 보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참았다. 그리곤 관심이 찬 말투로 물었다.“유희야, 엄마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게. 너 혼자서 어떻게 너를 챙기겠어?”“괜찮아요. 습관이 됐어요, 오늘 잘 쉬면 내일에 다 회복될 거예요,”윤정은 원유희의 뜻을 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데리고 동네로 갔다.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방에 들어가서 얼른 쉬어.”“네.”원유희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희는 문 닫는 소리가 들렸고 윤정이 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 원유희는 윤정이 느끼고 있는 그런 무력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두 딸이 하필이면 같은 남자랑 엮이다니.원유희가 곧 잠이 들 때 그녀는 또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원유희는 일어나서 방을 나서자 윤정이 장 본 것을 냉장고 안으로 넣고 있었다.“아빠?”“혼자 살진 마. 냉장고가 비었는데 그래도 배달은 안 돼! 적어도 혼자서 밥 할 줄은 알아야.“온종일 계란만 먹으면 돼?”원유희는 오늘 아침 수란을 만드는 김신걸의 모습이 떠올랐고 다시 한번 먹었다간 숨이
“내가 돌아왔어.”이 말을 끝낸 뒤, 원유희는 침묵에 빠졌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긴 그녀는 주제를 바꾸었다."내가 막 계단을 내려갔는데, 아빠를 만났어. 다행히도 그는 내가 어느 문에서 나온 것인지 못 보았어.""무서웠어?"“그래.”원유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는 너에게 무슨 말을 했지?""네가 약혼하고 다시 사라진 거에 대해 이야기했어."“그럼, 누구 문제라고 생각하지?”전화로 책임을 묻기 시작한 김신걸.“누가 나를 열이 나게 했어?"“네가 좋다고 했잖아.”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고, 얼굴이 불편해 보였다. 이야기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먹거리를 보내줄 필요 없어. 아빠가 많이 준비해두었으니까. 너의 약혼녀나 챙겨줘. 그녀는 지금 네가 필요해.""질투하는 거야?”김신걸의 목소리는 약간 쉬었지만, 기분이 좋아 들렸다.원유희는 말하지 않았다.김신걸은 원유희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잠시 후에 물었다."나와 윤설이가 결혼 증서를 받았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몰라…….”원유희가 대답했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가 갑자기 찡그려지며 매우 위험해 보였다.그런 다음, 원유희의 느긋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다…… 다른 남자와 결혼할 거야.""그럴 수 있겠어?"“그럼, 시도해 볼까?""원유희!"원유희는 전화를 바로 끊었고,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버렸다.김신걸은 이미 화면이 검게 변한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여자가 나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화까지 끊어?’원유희는 술에 취한 후에만 용기를 낼 줄 알았는데, 아플 때도 그런 효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얼마나 화가 났을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고요히 잠들었다.이때 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고, 김신걸을 다시 현실로 불러들었다."들어오세요."고건이 들어와 말했다.“김 선생님, 윤설 양이 오셨습니다."그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온 윤설은 여전히 화려하게 차려 입었고, 몸매가 날씬한 그녀는 기질이 남 달랐
원유희는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는데, 순간 몸에서 누군가 자신을 건드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몸을 뒤집어서 이불을 머리에 덮었고, 가능한 한 자기 자신을 새우처럼 움츠렸다.그러나 괴롭힘은 계속되었고, 어떻게 해도 멈추지 않았으며, 심지어 누군가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이불을 들어올렸다."그만, 잠 좀 자게 해줘…… 아…….”원유희는 붉은 얼굴을 찡그리며 짜증내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서 몸을 뒤로 뺐다.그녀는 침대에 앉아있는 김신걸을 힘 없이 노려봤다."이게 네가 말한 점심이야?"원유희는 침대 옆 탁자에 있는 휴대폰을 보자 이미 12시가 넘은 것을 발견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는 다시 몸을 움츠렸다."배 안 고파…….”"먹을 거 가져왔으니까 일어나." 원유희는 베개 위에서 머리를 조금 움직였고, 김신걸을 쳐다보며 물었다.“윤설이와 점심을 같이 먹었어?"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깜빡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너희 둘이 남긴 건 아니야? 싫어, 나는 차라리 집에 있는 라면을 먹을래.”원유희는 불만스럽게 말했다."나의 일에 관해선 묻지 말아줘.”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꼬집으면서 경고했다.그는 그녀가 점점 더 주제를 넘는다는 것을 발견했다.‘윤설조차도 이러지 않았지.’원유희는 입술을 깨물으며 생각했다.‘나도 알기 싫거든!’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약간 화가 난 척하며 몸을 뒤집은 후 그를 등지고 말했다.“당신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너는 이 점을 이용했지!”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렸고, 잠시 침묵한 후 그녀를 잡아당겼다."남은 밥이 아니야, 다른 곳에서 샀어."원유희는 몸을 돌리고, 웃음을 참으며, 김신걸의 어깨를 잡고 목을 두른 후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그리고, 불시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원유희.김신걸의 눈동자는 매우 깊었고, 어두운 파도가 흐르고 있었다."부탁 하나 해도 될까?”원유희는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윤설이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 돼?""너와 결혼하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