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전화를 걸어 묻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김신걸이 이 일을 잊어버리기를 바라는 도망 심리를 피할 수 없었다. 생각은 그런데 밥 할 땐 어쩔 수 없이 양을 늘렸다.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오면 적어도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김신걸을 대할 때 미친놈 같은 행동이 너무 무서웠다.회사에 출근한 후 동료들이 아무리 아닌 척해도 그들은 궁금증을 숨길 수 없었다. 그들은 그녀가 어쩌다가 김신걸을 건드렸는지, 건드리고도 어떻게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는지 내심 궁금했을 것이다.아무도 그녀와 김신걸이 남녀의 호감을 느끼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긴 저번에 너무 폭력적이었다.게다가 동료들의 눈에 그녀는 김명화의 여자 친구인데 어떻게 김명화의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겠는가? 그러다 보니 그냥 이상한 쪽으로 다들 감탄하고 있었다.원유희는 밥을 하면서 수시로 김신걸의 위치를 살폈다. 그녀가 밥을 다 할 때까지 김신걸의 위치는 여전히 드래곤 그룹에 있었다.시간은 6시를 가리키고 위치추적 표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것 같았다.원유희는 고장 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저 김신걸이 바빴기 때문이었다. 30분이나 더 기다리지만 위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여 원유희는 혼자 먹고 남은 것은 보온해뒀다.김신걸은 그녀의 남은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그의 사정이고 겉으로는 잘해야 했다.원유희가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오를 때까지 김신걸의 위치는 여전히 드래곱 그룹에 있었다.‘벌써 잊어버린 거 아닐까? 오늘 밤 도망갈 수 있을까?’원유희는 몸부터 마음마저 편안해졌다.김신걸을 모시는 것은 테크닉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이기도 하다.혹시나 해서 그녀는 6층에 가지 않고 5층에서 편히 잤다.9시가 넘었을 때 원유희는 일찍 잠들었다.얼마나 잤는지 그녀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자신이 바다에 빠진 꿈을 꾸었는데, 물보라가 단번에 그녀를 단단히 삼켜버려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호흡은 더더욱
“……아니.”원유희는 대답을 마친 후 김신걸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콧소리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하며 섹시했다.그러자 그녀의 몸이 돌려졌고 원유희의 등이 단단한 벽에 닿았다.천천히 눈을 뜨고 김신걸의 침략의 뜻이 담긴 눈과 마주치니 그녀의 몸과 마음은 다 떨리기 시작했다.갓 잠에서 깬 그녀의 모습은 애꿎고 귀여웠고, 작은 얼굴은 새하얗기 그지없어 마치 신생아 같았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더욱 깊어지고 위험은 증가하였다.“네가 주동적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어?”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쉬었다.그의 넓은 어깨에 올려놓은 손은 떨렸지만 원유희는 곧바로 그의 목을 껴안고 작은 얼굴로 살짝 다가가 그의 얇은 입술 앞에서 숨을 내쉬었다.“안 잊었어…….”말이 끝나자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이걸로 만족할 김신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몇번의 가벼운 키스는 그의 욕구를 제대로 자극했다.원유희의 희고 가는 손가락은 넥타이의 매듭을 잡고 잡아당기며 그의 넥타이를 풀었다.그 순간, 그녀는 정말 그의 목을 물어뜯고 싶었다.원유희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넘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을 뿐만 아니라 점심도 먹었다.회사는 심지어 직접 무단결근을 한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이제서야 눈을 떴다.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누군가 제 몸이 묶는 듯이 안고 있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얼굴은 단단하고 뜨거운 가슴에 닿았다. 강하고 힘찬 심장 박동 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때렸다.원유희는 얼굴을 들어 올렸고 김신걸의 눈이 아직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도 서둘러 일어나지 않고 그에게서 내려와 등을 돌리고 계속 잤다.어차피 회사에 늦었으니 급하게 갈 필요도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출근할 정력도 없어서 피곤해서 미칠 지경이다.김신걸은 검은 눈을 뜨고 눈앞 베개 위의 뿌려져 있는 검은 머리를 봤다. 그 머리는 새까맣고 윤기가 흘러넘쳤다.깜찍하고 귀여운 귀가 검은 머리 아래에서 보일 듯 말 듯 하여 작은 동물과 같이 귀여워 보였다.그는 뜻밖이라는 눈치였다. 자
‘갔어?’원유희는 욕실, 거실, 방을 나왔는데 모두 김신걸을 찾아볼 수 없었다.‘역시 갔어. 그럼 쟤 옷은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 거야?’그녀는 또 무슨 배상해야 할 일이 생길까 봐 감히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했다.원유희는 거실의 휴대전화를 찾아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순간 표정이 어둡게 되었다.‘이 새끼가 전화를 안 받네?’김신걸은 금방 떠났다. 핸드폰이 바로 옆에 있을 텐데 세 통의 전화를 다 안 받는 거 보면 이건 딱 봐도 고의로 안 받는 것이다.원유희는 휴대전화를 한쪽에 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그 옷을 봤다.‘샤워실에 계속 버릴 순 없잖아. 그냥 맑은 물에 헹구어 말려주면 되겠지!’싸구려 세제도 안 썼고 다리미로 다림질도 안 했다. 그냥 한번 헹구고 짜지도 않고 베란다에 걸었다. 옷에서 떨어지는 물은 폭포와도 같았다.이 모든 일을 마치고 원유희는 고선덕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그는 두말없이 승낙했다.원유희는 점심을 먹지 않았고 서랍에서 과자 한 봉지를 찾아 먹었다. 다 먹은 후 침대에 올라가서 바로 잠들었다.‘힘들어 죽겠네, 제발 좀 쉬자.’이렇게 회사에 출근하면 컨디션은 아주 엉망일 것 같아 차라리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문득 김신걸이 또 저녁을 먹으러 온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기분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만약 그가 단순히 저녁을 먹으러 왔다면, 그녀는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도 여기에 두고 간 옷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 나름 환영했다.잠든 원유희는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깼다.원유희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문이 막 열리자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경악하게 했다.윤설과 윤정이었다.윤설은 잠에서 금방 깬 원유희의 모습을 보자 화가 나서 그녀를 힘껏 밀치고 안으로 쳐들어갔다.“어떻게 된 일이야?”윤정이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냐고? 나도 잘 모르고 머릿속은 엉망인데 어떻게 얘기하지?’그녀는 자신이 이런 상황에 직면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전혀 준비도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화를 끊은 윤정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뭐 하냐고? 당연히 물어봐야지! 일을 이렇게 놔둬선 안 돼! 이랬다저랬다하는 이유라도 들어봐야겠어!”윤설은 더욱 찬성하지 않았다.“이 일은 명백히 원유희가 신걸 씨를 꼬신 거에요, 다 쟤 탓이라니까요!”“누구의 잘못인지 좀 있으면 알 수 있다.”“그럼 아빠가 여기에 계속 계세요, 전 갈래요.”윤설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윤정이 그녀를 잡았다.“가만히 있어.”“아빠!”윤설은 이런 일로 김신걸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녀는 김신걸이 무서웠다. 김신걸은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였고 여자에게 쉽게 휘둘릴 만한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너희 둘 다 내 딸이야. 이왕 해결하려고 하는 김에 똑똑히 다 털어놓고 말하는게 좋지 않겠어?윤정은 줄곧 침묵하던 원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옷 갈아입어.”원유희는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갔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문을 닫았다.윤설은 아예 윤정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아빠가 해결해줄게.”윤설은 한을 애써 참았다.‘해결해준다고? 해결해주고 싶으면 여기서 신걸 씨 옷을 발견하자마자 원유희의 뺨을 떄려줬어야지!’‘좋아!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그냥 맞서야지! 피해자는 나고 신걸 씨도 분명히 더 불쌍한 자신을 가엾게 여길 것이야!’원유희는 붙박이장 앞에 서서 넋을 잃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윤정과 윤설이 오자마자 원유희는 누군가에 의해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따끔하고 정말 난감했다.‘김신걸이 오면 뭐라고 할까?’원유희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틀림없이 죄명을 다 자신에게 씌울 것이다.아무래도 먼저 룰을 깨부수고 그에게 안긴 사람은 자신이었으니까……원유희는 깨끗한 옷을 꺼내 몸에 껴입었다.‘그때 되면 어떻게 아버지랑 설명해야지?’윤정은 그녀가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윤정이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마치 엉망진창인 사람을 보는 눈빛 말이다.“설아?”밖에서 애타는 소리가 들려왔다.원유희는 방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시선을 돌려 몸을 피하고 그를 들어오게 했다.김신걸은 자기 타고난 카리스마를 뽐내며 한손을 주머니에 넣고 긴 다리로 걸어들어왔다. 윤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는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왜 그래?”윤설은 얼굴의 눈물을 닦았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윤정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자네 설명해야 하지 않겠나? 윤설이에게 해명해야지! 자넨 약혼녀가 있는 사람일세!”그의 옷이 여기에 있으니 김신걸이 부인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부인할 뜻도 없었다.“맞아.”이 말을 듣자 세 사람은 모두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윤설은 마음이 철렁했고 더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원유희는 그가 누명을 자신에게 덮어씌울까 봐 걱정이었고 윤정의 표정은 심하게 나빠졌다.“자네 나랑 약속하지 않았나? 어떻게 약속을 어길 수 있지? 윤씨 집안이 자네한테 준 은혜를 생각하지 않고 배은망덕해지려는 생각인가?”일반인이라면 김신걸은 참지 않고 바로 상대방을 끝장내줄 것이지만 상대가 윤정이었기에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리가요, 제 잘못은 아니에요.”원유희는 손을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서 내 탓이란 얘기야?’“그래, 난 신걸씨가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다 원유희가 꼬셔서 그런 거지? 자기 형부를 꼬시는 배덕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쟤 빼고 또 누가 있겠어?”윤정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물었다.“유희가 널 찾았어? 쟤가 뭘 했는데?”“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이 말을 꺼내자 현장에 있던 다른 세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가 있었다.윤설은 김신걸이 원유희를 대신해서 숨기고 있는 줄 알고 안색이 갑자기 변했고 윤정은 원유희가 결백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원유희는 김신걸이 자신에게 죄명을 덮어씌우지 않은 것을 엄청나게 신기해했다.윤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신걸 씨, 쟤를 대신해서 숨겨줄 필요가 없어요. 잘못이 있으면 인정해야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이 ‘다른 사람’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 사람은 바로 원유희였다.원유희는 별 표정이 없었고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그녀는 딱히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은 줄곧 자신을 이렇게 대했다. 본처와 내연녀의 싸움에서 남자는 항상 자기 아내를 도와주듯이 내연녀는 그저 심심풀이용이었고 존중할 필요가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맞아요.”원유희는 냉소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지난번에는 약 때문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거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건 윤설을 멸시하고 배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윤씨 집안에 대한 모욕이죠. 이런 일이 계속 거듭되면 모르는 사람은 누가 저를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겠네요.”김신걸은 기분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예리한 눈은 원유희 몸에 고정되었고 소리 없는 압박감을 주었다.윤설은 김신걸의 무서운 안색을 보고 원유희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떻게 저런 말을 다 할 수가 있어?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정말 웃겨 죽겠네.”“그렇다면 약을 쓴 사람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세.”윤정은 손예인을 바라보며 얘기했다.“아니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도 되고.”“진짜로 잘못했어요. 갑자기 정신이 나갔는지 저도 제가 왜 그리 황당한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다음엔 절대 안 그럴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손예인은 상황판단이 빨라서 구원의 눈빛을 윤설쪽으로 보냈다.“신고는 관두죠. 여기저기에 널리 알리면 저희한테도 별 좋은 점은 없잖아요. 그리고 손씨 집안도 제성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집안인데 괜히 일을 크게 만들어서 두 집안의 사이에 영향 가면 그것도 득이 될 건 없잖아요.”윤설은 손예인을 쉴드 쳐주기 시작했다.“전에 신걸 씨가 쟤한테 연예계에 못 돌아가도록 벌을 내렸는데 그럼 이번에도 비슷하게 하죠. 영원히 연예계에 발을 못 담그는 것으로 하면 충분히 큰 벌이 될 것 같아요.”손예인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그녀는 단지 아버지가 그녀를 믿는 것만으로도 아주 기뻤다.윤정은 그녀를 오랫동안 위로하고서야 떠났다.차에 앉아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놓았고 결국 원수정에게 전화하지 못했다.그도 대처하기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원수정이야.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원유희는 소파에 앉아 힘없이 자기 얼굴을 가렸고, 그 위에는 아직 축축한 눈물 자국이 있었다.‘이게 다 무슨 일이야…….’만약 오늘의 일을 거쳐 김신걸이 더 이상 그녀를 강요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보람 있는 일이다.하지만 걱정인 것은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누구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니 트집을 잡으러 온 것 같지 않다.문이 열리자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손예인이 보였다.그녀는 뜻밖에도 아직 가지 않았다.“들어가도 돼? 할 말이 있어.”원유희는 그녀에게 약을 탄 사람을 보면서 표정이 굳어졌다, 원유희는 그녀가 뭐라고 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들여보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사과는 필요 없어 역겨울 뿐이야.”손예인은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원유희, 난 너에게 기회를 줬어, 네가 거절한 것뿐이지.”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지난번에 네가 나에게 전화했을 때 이미 나에게 약을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어?”“맞아, 네가 합작하자는 것을 동의하면 내가 진작에 알려줬지. 그리고 이번 일이든 아니면 네 아이가 유산 안 된 일이든지 다 윤설의 아이디어였어. 걔가 나를 시킨 거야. 그러면 나한테 기회를 줘서 스타로 만들어준다고 약속했거든.”손예인은 모든 진실을 다 얘기했다.원유희는 놀랍지 않다는 눈치였다. 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였고 단지 증거를 찾지 않았을 뿐이다.증거를 찾아도 쓸모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과 윤설이 병원에서 나눈 대화 녹음을 김신걸에게 들려주었는데, 결국 김신걸은 윤설을 보호했다.“설마 안 믿어?" “너 진짜 목적은 윤설의 진짜 모
잘못하다가 윤설이 억울하다고 김신걸 앞에서 불쌍한 척을 하면 가슴이 아파진 김신걸이 무슨 짓을 벌일 지 누구도 알 수 없었고 그러면 일만 커진다. 모두가 봉변당할 것이다.그러나 윤설의 저질스러운 수단을 미리 알면 적어도 자기 보호는 가능하다.윤설과 김신걸의 미움을 사는 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저녁에 김신걸은 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았다. 틀림없이 자기 약혼녀를 달래고 있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영원히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원유희는 정상대로 출퇴근하고 아이를 돌보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후 김신걸은 여전히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의 일이 정말로 쓸모 있는 것 같았다.원유희는 줄곧 김신걸의 위치를 주의했다.어전원, 드래곤 그룹, 각종 바쁜 회식, 김신걸은 여러 곳에 갔지만 자신이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엔 오지 않았다.그리고 집 인테리어 때문에 원유희는 가끔 디자이너와 연락했을 뿐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아파트에 가지 않았다.정말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면 그땐 위치 추적기를 기가 막히게 잘 써먹었다.그녀는 김신걸이 아파트 쪽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그녀도 자기 아파트가 마음에 안 드는 스타일로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디자인 샘플도 보고 했지만 종이 위의 그림이랑 현실의 것은 여전히 구분이 있었다.그래서 디자이너는 그녀를 찾아 수정의견을 물었고 큰 변동이 없었기에 원유희도 동의했다.원유희는 한창 장식하고 있는 집에서 한 시간 남짓이 머물러서야 떠났다.오늘은 휴일이라 그녀는 회사에 갈 필요가 없고 세쌍둥이는 학교에 있었다.그 유치원은 아이를 데리고 갈 시간이 없는 부모님을 위한 맞춤형 유치원이었기에 그들은 소위 일요일이라는 휴일이 없었다.원유희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놀이공원 웹사이트를 보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나갈까 생각하고 있었다.김신걸에게 들킬까 봐 원유희는 그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 가지 않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애들이 너무 불쌍하게 여겨졌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한 손에는 핸드폰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