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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차량 전조등이 하반신만 비춰 상반신은 어둠 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김영은 손을 휙휙 흔들며 말했다.

"어서 내쫓아!"

운전기사가 경적을 울렸지만 여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김영은 운전기사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전부터 운전기사를 바꾸고 싶었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 계속 데리고 다녔는데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무슨 경적을 울려, 그냥 내려가서 내쫓으면 되는데.

김영은 술기운을 담아 차에서 내려 소리를 질렀다.

"여기 서서 뭐하는 거야? 돈 뜯어내려고? 내가 경찰에…… 아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영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놀라 털썩 주저앉았다.

운전기사도 차에서 내렸다.

"김이사님, 괜찮……아 귀신이야!"

운전기사는 앞에 있던 여자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놀라 기절했다.

김영은 뒤에서 풍덩 하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았다. 운전기사는 이미 기절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김영은 더욱 무서워졌다.

"김영, 나 기억해?" 도도하고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저 세상 사람 같았다.

김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겨우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불빛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선명하고 뚜렷하고, 더욱 기괴하게 보였다.

김영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거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환각이 생겼다고 느껴 힘껏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

"너......이령......"

"그래도 부부였다고 아직 잊지는 않았네. 그런데……왜 날 죽였어?"

민이령의 목소리는 갑자기 사나워졌다.

"나 아니야!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진짜 나 아니야!"

김영은 놀라서 술기운이 사라지고 두려움만 가득했다.

"당신이 날 밀었잖아!"

민이령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니야! 아버지가 민거야!"

김영은 울부짖으며 말했다.

원수정은 얼떨떨해졌다. 그녀는 그저 김영을 슬쩍 떠보려고 했을 뿐인데 이런 사실을 마주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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