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의 날카롭고 위협적인 시선이 다가오자 원유희는 즉시 고선덕을 따라 고개를 숙였였다."김선생님.""응." 김신걸는 대답하고 곧장 앞으로 나간다.고선덕과 고건이 그 뒤를 따랐다.마지막은 원유희다.김신걸의 태도는 마치 그녀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뚝뚜하게 무시한다.원유희는 경계심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차라리 투명인간이 되였으면 했다.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아니다.김명화가 없다.이것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는 자주 부재한다.원유희는 고선덕의 뒤 좌석에 앉아 무릎 위에 있는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다.회의가 시작되자 원유희는 각종 메모를 한다.고선덕이 업무를 보고 할때 원유희는 컴퓨터에 있는 보고서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스크린에 투영했했다.재무 부서의 각종 데이터 허점에 대해 말할 때마다 김덕배는 매우 화가 나고 마치 자신의 실수를 말하는것 같았다.원유희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컴퓨터만 바라보며 마치 눈에는 컴퓨터만 보이는것 같았다.그녀는 무서운 것을 볼까 두려워서 다른 곳을 바라보지도 못한다.피하면 어떤 위험도 없다."여러분 모두에게 알려야 할 것이 있다." 끝까지 참다가 김영은 입을 열지 않을수 었었다.다른 사람들은 상관없고, 주로 김신걸이다.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 수 있다. "내 주식은 절반을 양도했지만 다른 주주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단지 나의 개인적인것만 변화 될 뿐이다."김신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고 매우 압박감 있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김덕배는 궁금했다. "누구에게 팔았어어?"김영은 기침하는것 조차 스트레스를 받았다,"...원수정이다."뭐?원유희는 너무 놀라서 컴퓨터가 손에서 미끄러질 뻔한다.그녀는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김영을 바라보았고 심지어 두려운 표정으로 김신걸의 얼굴을 보았다.회의실에 있은 사람들이 별로 반응이 없었지만 김신걸은 그렇지 않다.갑자기 분위기가 긴장되고 숨이 막힌다.특히 원유희는 손가락으로 옷자락
고선덕이 그녀를 불렀다. "유희씨?"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고선덕을 따라 회의실 입구로 걸어갔지만 시선은 계속 제자리에 앉아 있는 김영에게 쏠렸다."부장님, 잠시 후 부서로 돌아갈게요." 원유희는 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고선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노트북을 대신 가지고 갔다.원유희는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힘껏 닫고 김영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무슨 말이세요? 왜 우리 엄마를 모욕하는 거예요? 도대체 뭘 원하시는 거예요? 전에 저에게 보상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보상하고 싶으면 당신 아들한테 제발 나 좀 내버려두라고 하세요."그녀는 화가 나 호흡이 불안정하고 가슴이 답답했다.분노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김영은 냉소적이고 그의 말은 혐오로 가득 찼다."너희 모녀를 알고 난 후부터 평생 재수가 옴 붙었어!"그는 일어나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뭔 시치미를 떼고 있어, 네 엄마가 녹음 파일 준거 다 아는데.""녹음파일이요?" 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엊그제 네 집에 찾으러 갔는데 아쉽게도 못 찾았지. 아니면 너희 모녀가 내 머리 꼭대기에 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주식을 손에 넣었다고 안심하지는 마. 신걸이 꼭 복수할 거야. 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못 살 줄 알아!"김영은 분노하며 위협한 후 바로 떠났다.원유희는 김영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무슨 녹음 파일이지?알고 보니 그날 김영은 그녀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집에 가서 녹음 파일을 찾았던 것이다.그래서 소파위의 쿠션이 제자리에 없었구나......원유희는 온몸을 뒤졌지만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자기 자리에서 핸드폰을 찾고는 밖으로 나가면서 원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비상계단에 도착하자 전화가 연결되었다. 원수정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원희야,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어디세요?"" 방금 네일아트 선생님 오셔서 집에서 네일 받고 있어. 너도 와서 네일 받아."원유희는 별다른 말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선덕에게
"내가 지금 그에게 말할게. 기다릴 필요 없어!""안 돼, 나 아직 돈 못 받았어!"“돈, 돈, 돈 돈밖에 몰라!”원유희는 화가 났다. “이참에 김씨네 감문을 벗어나면 모두가 다 기뻐하지 않겠어?” “엄마, 나는 김신걸과 더 이상 신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요! 녹음은 그에게 줘요, 그가 우리한테 고마워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더 이상 어떤 협박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예전에 김씨 가문에 너무 많은 억울함을 당했기 때문에 당신이 김씨네를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라고 원수정이 말했다.원유희는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 않자 앞으로 가서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원수정은 즉시 소파 주위를 돌면서 휴대폰을 그녀에게 주지 않았다.원유희는 화가 나서 계속 숨을 헐떡이며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원수정이휴대전화를 주지 않자 그녀는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유희야, 너 어디 가니? 저녁에 엄마랑 같이 밥 먹자!" 원수정이 뒤에서 소리쳤다.원유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빠른 속도로 도로로 내달렸렸다.그녀는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지체없이 김신걸을 만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녹음이 없어도 그 내용은 그녀가 이미 다 들렸다.김신걸은 그렇게 영리하니 틀림없이 판단할 수 있을 거야!진실을 밝히기만 하면 이후 더 이상 김신걸한테서 협박을 받을 필요가 없을것이다!너무 좋다!택시를 타고 드래곤 그룹에 도착해서 프론트에서 “김신걸을 만나겠습니다.”라고 말했다.프론트 에 있던 사람은 그녀를 알고 있었기에 더 묻지 않고 바로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고건이 전화를 받았다, 김선생님이 김씨 그룹에서 돌아온 후 굉장히 저기압이여서 아무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이때 원유희가 오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과 틀림없다.하지만 김선생님이 누군가에게 회풀이 하는것도 괜찮은 생각이였다."그녀를 올라오게 해라."고건은 김신걸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후"김선생님, 원유희씨가 왔습니다.”원유희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심상치 않은 저압감과 함께피부
원유희는 그저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김신걸을 쳐다보았다. 그의 다부지고 건장한 몸은 숨 막히는 압박감을 주었고 완벽한 옆태는 차가운 분위기를 조성했다.어쨌든 그녀가 말한 일이 이미 김신걸의 기분에 영향을 준 이상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나 지금 볼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김신걸은 윤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원유희는 별수 없이 그냥 김신걸을 따라나섰고 윤설은 그런 원유희를 붙잡았지만 원유희는 그녀의 손을 바로 뿌리쳤다.윤설은 멍하니 원유희와 김신걸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고 엘리베이터 문은 그녀 앞에서 서서히 닫혔다.윤설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분노, 그리고 당황함이 마음속에 차갔다.‘무슨 상황이지? 원유희가 신걸씨를 찾아온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신걸씨가 쟤를 위해 나를 무시했다고? 이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야. 내가 용납하지 않겠어!”그사이 롤스로이스는 별장 입구에 도착했고 경호원들은 즉시 입구 주위를 다 막았다.이 상황을 본 원유희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쟤 설마 우리 엄마까지 해코지 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김신걸과 같이 성격이 괴벽한 사람이라면 또 말이 달라지긴 하는데…….’이것저것 걱정이 앞섰지만 원유희는 별수 없이 김신걸을 따라갔다.하지만 거실에 들어 온 순간, 이게 웬걸 인가? 원수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김신걸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졌고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원유희는 다급하게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엄마! 엄마! 나 위층에 가서 찾아볼게…….”“됐어.”김신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 있었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별장 안팎으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원유희 혼자서 찾는 것보다 더 효율이 있었고 몇 분 만에 다 끝났다.“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김신걸이 차가운 눈빛으로 원유희를 쏘아보자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내가 전화해 볼게…….”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원유희의 초조한 눈빛이 땅에 닿
그녀의 손발은 밧줄에 감긴 채 속수무책으로 의자에 묶였다.텅 빈 방, 바람이 새는 창문, 밖의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바닥에는 비닐이 깔려 있어는 바 피를 볼 때 바닥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둔 것 같았다.이때 험상궂은 얼굴을 한 김영이 밖에서 들어왔다.원수정은 바로 반응하고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질렀다.“너 지금 날 납치한 거야?”김영은 손에 원수정의 핸드폰을 쥐고 말했다.“이 핸드폰 빼고 녹음 파일을 또 어디에다가 저장했어? 원유희 손에 있지?”“아니!”“난 정말 당신을 믿었어. 그래서 주식도 줬는데 녹음이 아직도 있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옛정을 생각해서 바로 놓아줄게.”원수정은 경고가 담긴 김영의 말을 듣자 그를 경계하면서 얘기했다.“내 핸드폰에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내가 사람을 시켜서 네 집에 도청기를 설치했거든. 그래서 너와 원유희의 대화를 모조리 다 듣게 되었고. 걔는 정말로 무슨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거 모르는 눈치던데 근데 모른다고 해서 걔 손에 파일이 없을 거라곤 장담 못하지!”“이건 또 무슨 논리야? 걔 손에 있는데 걔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내가 교활한 너희 모녀의 속임수에 또 당할 것 같아?”김영은 원수정이 녹음 파일을 전혀 몰랐던 원유희 휴대폰에 몰래 숨겼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저 핸드폰 안에 파일이 마지막이야.”원수정은 퉁명스레 얘기하며 손과 다리에 매달린 밧줄을 당겼다.“이거 풀어줘도 되지?”“안돼, 원유희를 불러서 걔 목에 칼을 대면 그땐 너도 사실대로 얘기하겠지, 아니야?”김영은 원수정의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유희에게 전화하지 마! 이 개자식아! 김영! 걔랑 상관없어!”하지만 김영은 그녀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고 계속 번호를 눌렀다.원유희가 거실에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이름을 보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로 받았다.“엄마 어디 갔어? 지금 어디야?”“원유희,
쏜살같이 달려가던 차가 차츰 평온해지자 원유희는 일어나서 한쪽에 앉았다.폐쇄된 차 안엔 어색함과 저기압이 섞어져 있었다.원유희는 슬그머니 옆을 쳐다보았다. 김신걸의 시선은 차창 밖으로 향했고,그녀의 경솔함에 무관심한 듯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도 알렸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무시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아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고 봐야 했다.‘자기 할아버지가 자기 엄마를 죽였는데, 그럼 김신걸을 동정해서 위로해줘야 하는가? 아니다, 지금 내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뭔. 그리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암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쟤도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못하겠지! 나도 진정한 자유를 얻는 거야!’김영은 문 앞에 서서 멀리서 혼자 걸어오는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숄더백을 메고 있었고 얼굴에 노기를 띠었다.“혼자 왔니?”김영이 묻자 원유희는 뒤쪽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저 빼고 또 누가 있겠어요? 혼자 오라고 하셨잖아요.”김영은 앞으로 나아가 원유희를 붙잡고 밧줄로 그녀의 손을 등 뒤로 묶었다.“지금 뭐 하는 거에요? 이러실 필요까진 없잖아요.”“당연히 이래야지!”김영은 그녀를 꽉 묶은 뒤 거칠게 밀어 넣었다.원유희는 반항하지 않았고 들어가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문밖 먼 곳을 훑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김신걸이 이미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들어가자 원유희는 의자에 묶여 있던 원수정을 발견하게 되었다.“엄마!”원유희가 막 걸어가려는데 김영이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원수정은 원유희가 온 것을 보고 다급하게 김영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야, 이 짐승보다도 못한 자식아! 유희를 풀어줘, 녹음이고 뭐고 저 아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지금은 알았잖아.”“녹음한 파일은 이미 다 지웠다고.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원수정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김영은 말 대신 칼을 꺼내 원유희에 목에 댔다.“아!”원수정은 놀라서 소리쳤다.“말해, 녹음한 거 더 있어
원유희는 혼자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뿐만 아니라. 김영이 가장 상대하고 싶지 않은 김신걸에게 알려줬다!“녹음본은……유희 핸드폰 안에 있어.”원수정은 켕기는 게 있는 듯이 말했다.자기가 짐작한 게 맞자 김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원유희는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언제 넣으셨어요?”“저번에 밥 먹으러 나갔을 때, 네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했어.”원유희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냈더니 안에 저장된 녹음본을 보았다.원수정이 말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열어보지 않았을 것이다.김영은 보자마자 바로 뺏으려 했지만 김신걸의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다.“신걸아, 쟤네들 말을 믿지 마, 녹음이고 뭐고 다 조작된 거야!”김영은 다급하게 변명했다.“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제가 정해요.”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김신걸의 목소리가 넓은 공터에 울려 퍼졌고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원유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녹음을 켜자 원수정과 김영의 대화 내용이 조용한 공간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김신걸은 얼음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김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린 지 오래고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미 김신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황급히 해명했다. “신걸아, 난 그때 너희 할아버지를 막았어, 근데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어. 나도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어. 하지만 상대가 내 친아버지인데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나는 숨길 수밖에 없었어.”“숨기는 걸로 안 끝냈잖아요. 숨기고 저희 엄마랑 결혼하셨잖아요!”원유희는 그에게 살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저씨가 이러면 아저씨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다 피해를 주잖아요!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 특히 저희 엄마랑 있었던 일은 더 상세히 얘기했으면 좋겠어요!”“그래. 난 결혼 전에 원수정 몸에 손을 댄 적이 없었어. 그래서 네 엄마를 배신한 적이 없었고 네 엄마가 온종일 소란을 피워서 내가 할 수 없이 밖으
그 마지막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국진은 지금 원수정을 해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었다.김신걸은 김영을 향해 걸어갔다. 김영은 그의 무서운 기세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신걸아, 지금 아버지한테 뭐 하는 짓이야……아!”그는 뒤쪽에 있는 계단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넘어져서 바닥에 뒹굴은 그의 모습은 엄청 가소로웠다.김신걸은 계단 위에 서서 높은 곳에서 그를 쳐다보았는데,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는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얘기했다.“통지를 내보내. 김씨 집안 어르신이 위독하다고. 그리고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쭉 상중에 계시면 되고요.”김신걸은 이 말만 하고 돌아서서 떠나갔고 그의 경호원들도 우르르 따라서 갔다.김영은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고 말았다.‘아버지는 건강하시니 그렇게 빨리 죽진 않을 거야.’물론 김영의 생각 따윈 원유희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서둘러 원수정의 밧줄을 풀어주러 갔다.“괜찮아요? 다치진 않았죠?”“난 괜찮아. 너야말로, 팔은 괜찮아?”“괜찮아요.”원수정은 손이 자유로워지자 딸의 팔을 살펴보며 말했다.“뭐가 괜찮아, 옷에 지금 피범벅인데.”원유희는 소매를 올리고 팔에 난 핏자국을 봤다.“전번에 다친 것 보단 낫네요. 적어도 봉합할 필요는 없겠어요. 그만 가요.”“잠깐만.”원수정은 김영에게 다가가 경멸하는 어조로 말했다.“김영, 아무리 그래도 한때 부부였던 옛정을 생각하더라도 넌 그렇게 모질게 굴면 안 됐어. 네가 지금 이 지경까지 된 것도 다 너 혼자서 자처한 것이니 남 탓하진 마. 퉷!”이 말만 하고 원수정은 원유희를 끌고 나갔다.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원수정이 물었다.“김신걸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야? 인젠 우리를 놔주겠다는 뜻 아냐?”“아마도요.”“꼭 그래야지. 애초부터 이 일은 우리랑 상관없었잖아? 쟤도 직접 들었잖아,민혜령은 김 씨네 영감탱이가 죽였다는 것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