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의 날카롭고 위협적인 시선이 다가오자 원유희는 즉시 고선덕을 따라 고개를 숙였였다."김선생님.""응." 김신걸는 대답하고 곧장 앞으로 나간다.고선덕과 고건이 그 뒤를 따랐다.마지막은 원유희다.김신걸의 태도는 마치 그녀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뚝뚜하게 무시한다.원유희는 경계심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차라리 투명인간이 되였으면 했다.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아니다.김명화가 없다.이것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는 자주 부재한다.원유희는 고선덕의 뒤 좌석에 앉아 무릎 위에 있는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다.회의가 시작되자 원유희는 각종 메모를 한다.고선덕이 업무를 보고 할때 원유희는 컴퓨터에 있는 보고서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스크린에 투영했했다.재무 부서의 각종 데이터 허점에 대해 말할 때마다 김덕배는 매우 화가 나고 마치 자신의 실수를 말하는것 같았다.원유희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컴퓨터만 바라보며 마치 눈에는 컴퓨터만 보이는것 같았다.그녀는 무서운 것을 볼까 두려워서 다른 곳을 바라보지도 못한다.피하면 어떤 위험도 없다."여러분 모두에게 알려야 할 것이 있다." 끝까지 참다가 김영은 입을 열지 않을수 었었다.다른 사람들은 상관없고, 주로 김신걸이다.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 수 있다. "내 주식은 절반을 양도했지만 다른 주주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단지 나의 개인적인것만 변화 될 뿐이다."김신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고 매우 압박감 있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김덕배는 궁금했다. "누구에게 팔았어어?"김영은 기침하는것 조차 스트레스를 받았다,"...원수정이다."뭐?원유희는 너무 놀라서 컴퓨터가 손에서 미끄러질 뻔한다.그녀는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김영을 바라보았고 심지어 두려운 표정으로 김신걸의 얼굴을 보았다.회의실에 있은 사람들이 별로 반응이 없었지만 김신걸은 그렇지 않다.갑자기 분위기가 긴장되고 숨이 막힌다.특히 원유희는 손가락으로 옷자락
고선덕이 그녀를 불렀다. "유희씨?"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고선덕을 따라 회의실 입구로 걸어갔지만 시선은 계속 제자리에 앉아 있는 김영에게 쏠렸다."부장님, 잠시 후 부서로 돌아갈게요." 원유희는 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고선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노트북을 대신 가지고 갔다.원유희는 회의실에 들어가 문을 힘껏 닫고 김영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무슨 말이세요? 왜 우리 엄마를 모욕하는 거예요? 도대체 뭘 원하시는 거예요? 전에 저에게 보상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보상하고 싶으면 당신 아들한테 제발 나 좀 내버려두라고 하세요."그녀는 화가 나 호흡이 불안정하고 가슴이 답답했다.분노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김영은 냉소적이고 그의 말은 혐오로 가득 찼다."너희 모녀를 알고 난 후부터 평생 재수가 옴 붙었어!"그는 일어나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뭔 시치미를 떼고 있어, 네 엄마가 녹음 파일 준거 다 아는데.""녹음파일이요?" 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엊그제 네 집에 찾으러 갔는데 아쉽게도 못 찾았지. 아니면 너희 모녀가 내 머리 꼭대기에 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주식을 손에 넣었다고 안심하지는 마. 신걸이 꼭 복수할 거야. 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못 살 줄 알아!"김영은 분노하며 위협한 후 바로 떠났다.원유희는 김영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무슨 녹음 파일이지?알고 보니 그날 김영은 그녀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집에 가서 녹음 파일을 찾았던 것이다.그래서 소파위의 쿠션이 제자리에 없었구나......원유희는 온몸을 뒤졌지만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자기 자리에서 핸드폰을 찾고는 밖으로 나가면서 원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비상계단에 도착하자 전화가 연결되었다. 원수정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원희야,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어디세요?"" 방금 네일아트 선생님 오셔서 집에서 네일 받고 있어. 너도 와서 네일 받아."원유희는 별다른 말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선덕에게
"내가 지금 그에게 말할게. 기다릴 필요 없어!""안 돼, 나 아직 돈 못 받았어!"“돈, 돈, 돈 돈밖에 몰라!”원유희는 화가 났다. “이참에 김씨네 감문을 벗어나면 모두가 다 기뻐하지 않겠어?” “엄마, 나는 김신걸과 더 이상 신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요! 녹음은 그에게 줘요, 그가 우리한테 고마워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더 이상 어떤 협박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예전에 김씨 가문에 너무 많은 억울함을 당했기 때문에 당신이 김씨네를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라고 원수정이 말했다.원유희는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 않자 앞으로 가서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원수정은 즉시 소파 주위를 돌면서 휴대폰을 그녀에게 주지 않았다.원유희는 화가 나서 계속 숨을 헐떡이며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원수정이휴대전화를 주지 않자 그녀는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유희야, 너 어디 가니? 저녁에 엄마랑 같이 밥 먹자!" 원수정이 뒤에서 소리쳤다.원유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빠른 속도로 도로로 내달렸렸다.그녀는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지체없이 김신걸을 만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녹음이 없어도 그 내용은 그녀가 이미 다 들렸다.김신걸은 그렇게 영리하니 틀림없이 판단할 수 있을 거야!진실을 밝히기만 하면 이후 더 이상 김신걸한테서 협박을 받을 필요가 없을것이다!너무 좋다!택시를 타고 드래곤 그룹에 도착해서 프론트에서 “김신걸을 만나겠습니다.”라고 말했다.프론트 에 있던 사람은 그녀를 알고 있었기에 더 묻지 않고 바로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고건이 전화를 받았다, 김선생님이 김씨 그룹에서 돌아온 후 굉장히 저기압이여서 아무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이때 원유희가 오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과 틀림없다.하지만 김선생님이 누군가에게 회풀이 하는것도 괜찮은 생각이였다."그녀를 올라오게 해라."고건은 김신걸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후"김선생님, 원유희씨가 왔습니다.”원유희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심상치 않은 저압감과 함께피부
원유희는 그저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김신걸을 쳐다보았다. 그의 다부지고 건장한 몸은 숨 막히는 압박감을 주었고 완벽한 옆태는 차가운 분위기를 조성했다.어쨌든 그녀가 말한 일이 이미 김신걸의 기분에 영향을 준 이상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나 지금 볼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김신걸은 윤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원유희는 별수 없이 그냥 김신걸을 따라나섰고 윤설은 그런 원유희를 붙잡았지만 원유희는 그녀의 손을 바로 뿌리쳤다.윤설은 멍하니 원유희와 김신걸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고 엘리베이터 문은 그녀 앞에서 서서히 닫혔다.윤설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분노, 그리고 당황함이 마음속에 차갔다.‘무슨 상황이지? 원유희가 신걸씨를 찾아온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신걸씨가 쟤를 위해 나를 무시했다고? 이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야. 내가 용납하지 않겠어!”그사이 롤스로이스는 별장 입구에 도착했고 경호원들은 즉시 입구 주위를 다 막았다.이 상황을 본 원유희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쟤 설마 우리 엄마까지 해코지 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김신걸과 같이 성격이 괴벽한 사람이라면 또 말이 달라지긴 하는데…….’이것저것 걱정이 앞섰지만 원유희는 별수 없이 김신걸을 따라갔다.하지만 거실에 들어 온 순간, 이게 웬걸 인가? 원수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김신걸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졌고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원유희는 다급하게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엄마! 엄마! 나 위층에 가서 찾아볼게…….”“됐어.”김신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 있었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별장 안팎으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원유희 혼자서 찾는 것보다 더 효율이 있었고 몇 분 만에 다 끝났다.“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김신걸이 차가운 눈빛으로 원유희를 쏘아보자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내가 전화해 볼게…….”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원유희의 초조한 눈빛이 땅에 닿
그녀의 손발은 밧줄에 감긴 채 속수무책으로 의자에 묶였다.텅 빈 방, 바람이 새는 창문, 밖의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바닥에는 비닐이 깔려 있어는 바 피를 볼 때 바닥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둔 것 같았다.이때 험상궂은 얼굴을 한 김영이 밖에서 들어왔다.원수정은 바로 반응하고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질렀다.“너 지금 날 납치한 거야?”김영은 손에 원수정의 핸드폰을 쥐고 말했다.“이 핸드폰 빼고 녹음 파일을 또 어디에다가 저장했어? 원유희 손에 있지?”“아니!”“난 정말 당신을 믿었어. 그래서 주식도 줬는데 녹음이 아직도 있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옛정을 생각해서 바로 놓아줄게.”원수정은 경고가 담긴 김영의 말을 듣자 그를 경계하면서 얘기했다.“내 핸드폰에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내가 사람을 시켜서 네 집에 도청기를 설치했거든. 그래서 너와 원유희의 대화를 모조리 다 듣게 되었고. 걔는 정말로 무슨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거 모르는 눈치던데 근데 모른다고 해서 걔 손에 파일이 없을 거라곤 장담 못하지!”“이건 또 무슨 논리야? 걔 손에 있는데 걔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내가 교활한 너희 모녀의 속임수에 또 당할 것 같아?”김영은 원수정이 녹음 파일을 전혀 몰랐던 원유희 휴대폰에 몰래 숨겼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저 핸드폰 안에 파일이 마지막이야.”원수정은 퉁명스레 얘기하며 손과 다리에 매달린 밧줄을 당겼다.“이거 풀어줘도 되지?”“안돼, 원유희를 불러서 걔 목에 칼을 대면 그땐 너도 사실대로 얘기하겠지, 아니야?”김영은 원수정의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유희에게 전화하지 마! 이 개자식아! 김영! 걔랑 상관없어!”하지만 김영은 그녀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고 계속 번호를 눌렀다.원유희가 거실에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이름을 보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로 받았다.“엄마 어디 갔어? 지금 어디야?”“원유희,
쏜살같이 달려가던 차가 차츰 평온해지자 원유희는 일어나서 한쪽에 앉았다.폐쇄된 차 안엔 어색함과 저기압이 섞어져 있었다.원유희는 슬그머니 옆을 쳐다보았다. 김신걸의 시선은 차창 밖으로 향했고,그녀의 경솔함에 무관심한 듯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도 알렸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무시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아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고 봐야 했다.‘자기 할아버지가 자기 엄마를 죽였는데, 그럼 김신걸을 동정해서 위로해줘야 하는가? 아니다, 지금 내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뭔. 그리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암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쟤도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못하겠지! 나도 진정한 자유를 얻는 거야!’김영은 문 앞에 서서 멀리서 혼자 걸어오는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숄더백을 메고 있었고 얼굴에 노기를 띠었다.“혼자 왔니?”김영이 묻자 원유희는 뒤쪽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저 빼고 또 누가 있겠어요? 혼자 오라고 하셨잖아요.”김영은 앞으로 나아가 원유희를 붙잡고 밧줄로 그녀의 손을 등 뒤로 묶었다.“지금 뭐 하는 거에요? 이러실 필요까진 없잖아요.”“당연히 이래야지!”김영은 그녀를 꽉 묶은 뒤 거칠게 밀어 넣었다.원유희는 반항하지 않았고 들어가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문밖 먼 곳을 훑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김신걸이 이미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들어가자 원유희는 의자에 묶여 있던 원수정을 발견하게 되었다.“엄마!”원유희가 막 걸어가려는데 김영이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원수정은 원유희가 온 것을 보고 다급하게 김영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야, 이 짐승보다도 못한 자식아! 유희를 풀어줘, 녹음이고 뭐고 저 아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지금은 알았잖아.”“녹음한 파일은 이미 다 지웠다고.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원수정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김영은 말 대신 칼을 꺼내 원유희에 목에 댔다.“아!”원수정은 놀라서 소리쳤다.“말해, 녹음한 거 더 있어
원유희는 혼자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뿐만 아니라. 김영이 가장 상대하고 싶지 않은 김신걸에게 알려줬다!“녹음본은……유희 핸드폰 안에 있어.”원수정은 켕기는 게 있는 듯이 말했다.자기가 짐작한 게 맞자 김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원유희는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언제 넣으셨어요?”“저번에 밥 먹으러 나갔을 때, 네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했어.”원유희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냈더니 안에 저장된 녹음본을 보았다.원수정이 말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열어보지 않았을 것이다.김영은 보자마자 바로 뺏으려 했지만 김신걸의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다.“신걸아, 쟤네들 말을 믿지 마, 녹음이고 뭐고 다 조작된 거야!”김영은 다급하게 변명했다.“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제가 정해요.”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김신걸의 목소리가 넓은 공터에 울려 퍼졌고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원유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녹음을 켜자 원수정과 김영의 대화 내용이 조용한 공간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김신걸은 얼음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김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린 지 오래고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미 김신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황급히 해명했다. “신걸아, 난 그때 너희 할아버지를 막았어, 근데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어. 나도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어. 하지만 상대가 내 친아버지인데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나는 숨길 수밖에 없었어.”“숨기는 걸로 안 끝냈잖아요. 숨기고 저희 엄마랑 결혼하셨잖아요!”원유희는 그에게 살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저씨가 이러면 아저씨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다 피해를 주잖아요!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 특히 저희 엄마랑 있었던 일은 더 상세히 얘기했으면 좋겠어요!”“그래. 난 결혼 전에 원수정 몸에 손을 댄 적이 없었어. 그래서 네 엄마를 배신한 적이 없었고 네 엄마가 온종일 소란을 피워서 내가 할 수 없이 밖으
그 마지막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국진은 지금 원수정을 해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었다.김신걸은 김영을 향해 걸어갔다. 김영은 그의 무서운 기세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신걸아, 지금 아버지한테 뭐 하는 짓이야……아!”그는 뒤쪽에 있는 계단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넘어져서 바닥에 뒹굴은 그의 모습은 엄청 가소로웠다.김신걸은 계단 위에 서서 높은 곳에서 그를 쳐다보았는데,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는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얘기했다.“통지를 내보내. 김씨 집안 어르신이 위독하다고. 그리고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쭉 상중에 계시면 되고요.”김신걸은 이 말만 하고 돌아서서 떠나갔고 그의 경호원들도 우르르 따라서 갔다.김영은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고 말았다.‘아버지는 건강하시니 그렇게 빨리 죽진 않을 거야.’물론 김영의 생각 따윈 원유희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서둘러 원수정의 밧줄을 풀어주러 갔다.“괜찮아요? 다치진 않았죠?”“난 괜찮아. 너야말로, 팔은 괜찮아?”“괜찮아요.”원수정은 손이 자유로워지자 딸의 팔을 살펴보며 말했다.“뭐가 괜찮아, 옷에 지금 피범벅인데.”원유희는 소매를 올리고 팔에 난 핏자국을 봤다.“전번에 다친 것 보단 낫네요. 적어도 봉합할 필요는 없겠어요. 그만 가요.”“잠깐만.”원수정은 김영에게 다가가 경멸하는 어조로 말했다.“김영, 아무리 그래도 한때 부부였던 옛정을 생각하더라도 넌 그렇게 모질게 굴면 안 됐어. 네가 지금 이 지경까지 된 것도 다 너 혼자서 자처한 것이니 남 탓하진 마. 퉷!”이 말만 하고 원수정은 원유희를 끌고 나갔다.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원수정이 물었다.“김신걸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야? 인젠 우리를 놔주겠다는 뜻 아냐?”“아마도요.”“꼭 그래야지. 애초부터 이 일은 우리랑 상관없었잖아? 쟤도 직접 들었잖아,민혜령은 김 씨네 영감탱이가 죽였다는 것을.